254화
>>모든 시험이 종료되었습니다.
>>마지막 시험을 성공적으로 통과한 당신에게 막대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기본 보상
- 유일의 마스크
- +300NP
- +2,000,000LP
- 마나력 +1,000
>>최고 난이도 통과 보상
- 최상급 보상 선택권 1회
한수호는 시험 종료와 함께 떠오른 메시지를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드디어 끝났구나.”
정말 길고도 힘든 싸움이었다.
1단계 몬스터 웨이브부터 최종 보스인 아스와의 전투까지.
한수호가 지금까지 겪어온 그 어떤 전투보다 위험천만했다.
만약 다른 마공사들처럼 자신의 특성만을 믿고 스스로의 힘을 꾸준히 단련해 오지 않았다면, 3단계도 채 넘지 못하고 죽었을지도 모른다.
‘몸도 말이 아니구나.’
한수호는 자신의 몸 상태를 훑어보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입고 있던 옷은 거의 다 찢겨나가 만신창이었지만, 시험이 종료되어서인지 아티팩트로써 기능이 되살아나 조금씩 복구되고 있었다.
그러나 옷 안쪽의 육체는 처참하게 망가진 상태였다.
‘상처 회복을 쓸 여유조차 없을 줄이야….’
그만큼 아스와의 전투는 촌각을 다툴 정도로 급박하게 치러졌다.
한수호는 이제야 여유를 찾아 상처 회복 특성을 발동시켰고, 그 즉시 상처들이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기운이 조금씩 돌아오자 한수호는 커다란 크레이터 중앙에 남겨진 가면을 내려다봤다.
‘저 가면도 보상의 하나였나….?’
한수호는 크레이터를 내려가 가면을 주워들었다.
[유일의 마스크(12성)]
-코스트: 182
-세상에 단 하나만 존재하는 유일급 마스크입니다.
-착용 시, 반경 50미터 범위로 염동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착용 시, 물리 방어력이 30% 상승합니다.
-착용 시, 마법 방어력이 30% 상승합니다.
-착용 시, 이동 속도가 30% 증가합니다.
가면의 정보를 확인한 순간, 한수호의 눈이 퉁방울처럼 불거져 나오고 말았다.
실로 엄청난 물건이었다.
물리 방어, 마법 방어 30% 상승에 이속 증가까지 30%다.
거기다 반경 50미터 안에서 염동력을 쓸 수 있게 해주는 아티팩트라니.
‘설마, 그 가면인도 이 시험을 통과한 보상으로 그 가면을 얻었던 건가?’
이건 거의 확실한 사실로 보였다.
조유현의 영상에 등장했던 꽃잎 열 개짜리 가면을 쓴 사내.
그자 또한 이 침묵의 협곡이 내어준 시험을 통과했을 테니 가면을 얻었을 것이 분명했다.
‘이 가면이 12성이니, 그자의 가면은 10성이라는 얘긴데….’
그렇다면 꽃잎 10개짜리 가면 역시 보통의 아티팩트는 아니라는 말이었다.
거기다 기본 보상으로 NP와 LP가 나왔으니 그 가면인도 특성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어떤 보상을 얻었을 것이 분명했다.
이런 엄청난 보상을 주는 던전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문이 든다.
영상 속에서 가면인은 분명 이렇게 말했다.
-보상을 탈 수 있는 기회는 두 번. 원래는 세 번이었으나 내가 한 번 사용했으니 이제 두 번이 남은 셈이오.
세 번의 기회 중 두 번이나 남았음에도 자신이 독식하지 않고 던전을 조유현에게 선물 주듯 넘겼다?
아무리 조건이 달린 선물이라고는 해도, 이 던전이 주는 세 번의 시험을 혼자 치름으로써 얻게 되는 보상에는 감히 비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가면인이 조유현에게 내건 조건도 매우 이상했다.
-…. 2052년 1월 14일에 서울 한남동에 게이트가 하나 열릴 것이오. 그때, 당신이 어디에 있든 상관없으니 그곳에서 소란을 좀 피워줬으면 하는데….
그 말의 뜻은 한남동 게이트가 발생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그 게이트에 크게 신경을 쓰지 못하게 이목을 끌어달라는 것.
그렇다는 건, 가면인은 이대성이 얻은 특성의 존재를 알고 그걸 가로채려는 것임을 의미했다.
‘놈이 노리는 것을 알았으니, 내가 선수를 쳐야겠어.’
한수호는 이대성이 얻었던 특성을 가면인에게 넘겨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잘하면 그 장소에 미리 가 있다가 가면인이 등장하면 역습을 가할 아주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그나저나, 최상급 보상 선택권은 뭐지?’
기본 보상만으로도 충분히 이득을 본 기분인데, 아직 한 가지 보상이 더 남아 있었다.
한수호는 ‘최상급 보상 선택권 1회’라는 문구를 뚫어지게 바라봤고, 그 즉시 시스템이 반응했다.
>>최상급 보상 선택권으로 얻을 수 있는 보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특성 선택
무기 선택
특성 업그레이드
무기 업그레이드
마나력 증폭
육체 능력 증폭
주르륵 떠오른 보상 목록에 한수호는 침을 꿀꺽 삼켜야 했다.
라그나로크를 진화시킬 때보다도 더욱 훌륭한 보상이었다.
목록을 쭈욱 살펴본 한수호는 이번에도 빠르게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보상을 선택했다.
특성 선택
그건 바로 특성 선택이었다.
무기는 이미 전설로 여겨지는 라그나로크에 진.용마검, 그리고 미소마궁까지 손에 넣은 상태다.
또한 특성이나 무기의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포인트도 충분하기 때문에 굳이 이 선택 기회를 그쪽으로 허비할 이유가 없었다.
‘마나력과 육체 능력을 선택하는 것도 왠지 내키지 않고.’
그래서 길게 고민하지 않고 바로 ‘특성 선택’을 골라버렸다.
>>’특성 선택’을 골랐기 때문에, 더 이상 전 단계로 되돌아갈 수 없습니다.
>>당신이 고를 수 있는 특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 0티어(선택한 특성 1개를 얻을 수 있는 방법 획득)
- 1티어(선택한 특성 1개 즉시 획득)
- 2티어(선택한 특성 2개 즉시 획득)
- 3티어(선택한 특성 3개 즉시 획득)
한수호는 이 메시지를 보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당연히 가장 높은 단계인 ‘0티어’를 선택하겠지만, 부차적인 설명을 보니 곧바로 특성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얻는 것이다.
반면에 1티어로 한 단계만 내리면 특성을 즉시로 획득할 수 있으니 오히려 이 선택이 나을 수도 있었다.
‘2티어는 특성 2개를 얻을 수 있으니까 이것도 나쁘진 않지.’
2티어까지는 몰라도, 3티어까지 내려가는 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았다.
‘특성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잖아?’
한수호는 이미 그런 마공사들을 여럿 봐왔다.
대법원 게이트 안에서 마주쳤던 천살궁의 소궁주가 그러했고, 이대경이 그러했으며, 조유현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 모두 여러 개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특성들을 제대로 활용할 줄을 모르고 있어 빛 좋은 개살구로밖에 느껴지지 않았었다.
‘남은 건 0티어냐, 1티어냐인데….’
최고 티어의 특성을 선택하는 대신, 단순히 획득 방법만 얻어내느냐.
아니면, 한 단계 아래의 특성을 골라 즉시로 획득하느냐의 문제.
짧게 고민하던 한수호는 결국 한 가지를 선택했다.
- 0티어(선택한 특성 1개를 얻을 수 있는 방법 획득)
즉시 얻는 건 아닐지라도 방법만 알면 이미 얻은 것이나 다름없으니 당연히 0티어였다.
한수호가 0티어를 선택하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0티어를 선택하였기 때문에, 더 이상 전 단계로 되돌아갈 수 없습니다.
>>0티어에 속하는 특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 무효화
- 약탈[3]
- 제로영역
- 염룡아
- 뇌격혼
- 제작의 신
- 버닝소울
- 동반회귀
- 검왕의 혼
- 히든피스: 쇼크이터
총 10개의 특성들.
그런데 세 가지 특성이 한수호를 크게 놀라게 만들었다.
첫째는 바로 약탈[3]였다.
이미 한수호에게 약탈[1]과 약탈[2]가 있었기 때문에, 왠지 모르게 친숙한 느낌이었다.
‘약탈[3]가 0티어 특성이었구나?’
대체 어떤 위력을 지녔기에 1티어도 아닌, 0티어에 속하는 걸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두 번째로 한수호를 놀라게 만든 건, ‘동반회귀’였다.
조유현의 영상 속에서 가면인은 분명 보상에 회귀는 없었다고 말했으니 0티어 특성 목록에 ‘동반회귀’가 등장한 건 매우 이상한 상황.
세 번째는 바로 히든피스로 등장한 ‘쇼크이터’라는 특성이었다.
히든피스라는 건, 원래 0티어에는 없었던 항목이라는 뜻.
한수호가 최고 난이도의 시험을 최초로 통과했기에 등장하게 된 숨겨졌던 특성이라는 말이다.
‘개조와 광폭화가 0티어에 들지 않는다는 게 의외인데?’
솔직히 한수호는 0티어 특성 목록에 개조나 광폭화 중 하나 정도는 포함될 줄 알았다.
그만큼 두 특성의 효과가 강력했기에 자부심이 있기도 했고.
그런데 0티어에 목록에서 보이지 않으니 괜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나저나 뭘 선택해야 하지?’
특성 이름만 봐서는 10가지 모두 범상치 않은 것 같았다.
적어도 개조와 광폭화보다 티어가 높은 특성들이니 평범할 리가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하나하나 세부 정보를 살펴보고 결정하고 싶었지만, 섣불리 선택했다가 되돌릴 수 없게 되면 그 또한 낭패였다.
한수호의 시선은 자연적으로 쇼크이터 쪽으로 향했다.
‘그래도 히든피스니까 뭔가 다르지 않을까?’
솔직한 마음으로는 약탈[3]가 가장 끌린다.
약탈[1]과 약탈[2]가 지닌 효과도 엄청났기에, 0티어에 속하는 약탈[3]은 훨씬 강력할 거라는 확실한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히든피스’라는 단어가 너무도 신경 쓰였다.
‘어차피 지금 선택해도 바로 얻을 수 있는 건 아닐 테니까….’
한수호는 우선 쇼크이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고 약탈[3]는 시간을 두고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좋아. 바로 가보자!’
한수호의 최종 선택은 쇼크이터였다.
>>쇼크이터
- 소유자: 미등록
- 특성 상태: 발생 전
- 세부 정보: 자세한 정보를 원하십니까? YES/NO
‘어? 선택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닌가 본데?’
좀 전까지는 선택과 동시에 진행이 되었는데, 이번엔 한 번 더 선택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 말은 곧, 선택하지 않고 뒤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였다.
한수호는 NO를 선택했고, 그 즉시 예상대로 바로 앞 단계의 선택지로 되돌아갔다.
한수호의 눈앞에 다시 10개의 특성이 떠올라 있었다.
‘바로 선택되는 게 아니니까 좀 더 살펴봐도 된다는 말이겠지?’
한수호는 가장 위에 있는 무효화를 선택해 봤다.
>>무효화
- 소유자: 미등록
- 특성 상태: 발생 전
- 세부 정보: 자세한 정보를 원하십니까? YES/NO
‘뭐야, 쇼크이터랑 다를 게 없잖아?’
똑같은 정보가 나타나자 한수호는 실망했다.
하지만 여기서 굴할 한수호가 아니었다.
바로 앞 단계로 되돌린 그는 두 번째 특성인 약탈[3]를 선택했고, 이어서 나온 정보에 흠칫 놀라고 말았다.
>>약탈[3]
- 소유자: 미등록
- 특성 상태: 발생 전
- 세부 정보: 이미 다른 사람에게 팔린 정보입니다.
세부 정보에 나온 의외의 문장.
‘이미 팔린 정보라고?’
이 말이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여기서 정보를 살 수 있는 인물은 가면인 하나뿐이었을 터.
그가 약탈[3]의 정보를 샀다는 건, 한남동 게이트에서 등장하는 특성이 바로 이 약탈[3]이라는 의미였다.
‘이대성이 나한테 사용하려고 했던 특성이 바로 약탈[3] 이었구나!’
이제야 줄곧 궁금해했던 의문이 깔끔하게 풀렸다.
이대성이 2,052년 1월에 한남동 게이트에서 획득한 특성이 약탈[3]였던 것이고, 가면인은 그 특성의 세부 정보를 보상으로 취한 것이다.
‘나한텐 오히려 이득이구나.’
한수호는 이미 한남동 게이트가 언제 열리는지를 알고 있었고, 거기서 약탈[3]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자신이 조금만 빠르게 움직이면 가면인보다 한발 앞서 약탈[3]를 가로채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한수호는 다시 앞 단계로 되돌아가서 다른 특성들도 쭉 살펴봤다.
그런데 그 뒤부터는 모든 특성의 소유자 정보가 ‘기등록’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그 말은 이미 특성의 소유자가 존재한다는 뜻.
무효화와 약탈, 그리고 쇼크이터를 제외한 0티어 특성 7개는 모두 주인이 있었다.
‘적어도 그중 하나는 가면인이 획득한 거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가면인이 어떻게 이 던전의 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겠는가.
‘내 선택지는 딱 두 개라는 소리네.’
무효화 특성과 쇼크이터 특성.
굳이 이미 주인이 있는 특성의 세부 정보를 알고자 귀중한 선택 기회를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답은 나와 있잖아?’
한수호는 피식 웃고 말았다.
선택지는 두 개지만, 히든피스가 붙은 쇼크이터를 선택하는 게 당연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