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마공사-255화 (255/375)

255화

>>쇼크이터

- 소유자: 미등록

- 특성 상태: 발생 전

- 세부 정보: 자세한 정보를 원하십니까? YES/NO

다시 처음 선택했던 내용으로 돌아온 한수호.

그는 괜한 시간 낭비 없이 곧바로 YES를 선택했다.

그리고, 한수호의 예상보다 훨씬 놀라운 정보가 눈앞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최상급 보상 선택권 1회를 사용하여 세부 정보를 열람합니다.

[쇼크이터 세부 정보]

-0티어 중에서도 최상위에 위치한 특성입니다.

-신체에 가해지는 모든 직간접적인 충격을 흡수율에 따라 빨아들입니다.

-흡수된 충격은 2중첩까지 축적 후, 반탄이 가능합니다.

-충격 흡수율은 기본 20%이며, 육체한계치에 정비례합니다.

-대상자의 예상 흡수율: 60%

-쿨타임: 5분

>>쇼크이터의 발생 시점 및 발생 장소를 확인하세요.

쇼크이터라는 이름에서부터 왠지 그럴 거 같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생각 이상으로 효과가 엄청났다.

신체에 가해지는 모든 직간접적인 충격 흡수.

이 한 줄의 문장만으로도 이 쇼크이터 특성은 0티어로서 값어치가 충분했다.

쇼크이터의 기본 흡수율은 20%.

2중첩까지 가능하니 총 40%의 충격을 흡수했다가 반탄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한수호의 예상 흡수율은 중첩이 없이도 40%나 된다.

그동안 자신의 능력치 정보에 나오던 ‘육체한계치’가 대체 어디에 쓰이는 내용인가 했더니, 이렇게 엉뚱한 곳에서 사용처가 나타날 줄이야.

‘내 육체한계치가 1/3이나 2/3, 이런 식으로 표시된다는 건, 최대치가 3배까지고 아직까지는 육체 한계의 최대치에 도달한 적이 없다는 거구나.’

그래서 예상 흡수율이 60%로 표시되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한수호는 자신이 이 쇼크이터를 얻게 되었을 때,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를 잠시 가늠해 봤다.

‘예상 흡수율이 60%이고, 거기서 2중첩까지 적용한다면…?’

그러자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나온다.

예를 들어, 적이 1천의 위력으로 공격을 했을 때, 한수호는 그 위력의 60%인 600을 흡수할 수 있다는 의미고, 그걸 2중첩하여 1,200의 위력으로 되돌려줄 수 있다는 의미였으니까.

‘완전 카운터 펀치네.’

적의 공격을 축적했다가 그 이상의 힘으로 되돌려주는 카운터 펀치.

적의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훨씬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게 바로 이 쇼크이터인 것이다.

특성의 정보에 나름 만족한 한수호.

그는 마지막 메시지를 선택해 쇼크이터의 발생 시점과 장소를 확인하기로 했다.

-발생 시점: 2,051년 9월 1일 00시 6분

-발생 장소: 좌표 북위 35.857024º, 동경 126.398641º

기가 막히게도 발생 장소는 좌표로 정확하게 표시되고 있었다.

한수호는 이 좌표가 어디를 말하는지 당장은 확인할 길이 없었기에 작게 중얼거렸다.

“고니, 내가 말하는 숫자 정확하게 기억해 놨다가 다시 보여줘.”

한수호가 눈앞의 메시지에 집중하고 있는 동안, 협곡 밖으로 튕겨 나가 있던 고니가 어느새 곁으로 다가와 있었다.

어마어마한 덩치를 다소곳이 한 채, 기다란 목을 쭉 빼낸 상태로 한수호 바로 옆에 머리를 대고 있었다.

크르르르….

고니의 입에서 뜨거운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것이 알았다는 의미라는 걸 알아들은 한수호는 특성이 발생하는 시점과 장소를 읽어 내려갔다.

한수호가 말을 마치자 고니는 입력을 완료했다는 의미로 콧김을 한 차례 훅 불었다.

“앗, 뜨거! 야, 넌 임마. 이렇게 가까이서 콧바람을 쏘면 어떡하냐? 화상 입겠다, 이 화상아. 우리 조심 좀 하자, 응?”

뜨겁다며 펄쩍 뛴 한수호는 고니의 커다란 콧잔등을 손바닥으로 퍽 하고 내려쳤다.

크허엉!

고니가 괴성을 지르며 머리를 바닥에 처박고 짧은 앞발로 콧잔등을 마구 쓰다듬었다.

고니의 과장된 행동에 한수호는 큭큭 거리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 모든 걸 잊고 웃음을 터트리던 한수호는 눈앞에 떠 있던 메시지들이 스르륵 사라져 버리자 길게 한숨을 내 쉬었다.

“후…. 이제 돌아갈 시간인가?”

얻을 건 다 얻었으니 이제 던전을 나갔다가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세 번째 도전을 하면 될 것 같았다.

한수호는 발길을 되돌려 협곡 입구 쪽으로 되돌아 나가기 시작했다.

온 천지 사방이 한수호의 손에 죽어버린 몬스터들의 사체로 가득했다.

사체들을 살피던 한수호는 문뜩 떠오른 생각에 그나마 멀쩡한 몬스터 사체에서 심장을 꺼내 인벤토리에 담기 시작했다.

‘이걸 마나 정제소에 가져다 팔면 꽤 짭짤하겠는데?’

한수호는 조금도 손해 보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미리 마나코어라도 준비해 왔다면 마나 추출기로 마나력만 뽑아내 저장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 당장은 마나코어가 없었다.

그러니 심장을 직접 인벤토리에 담아 나가는 수밖에.

한수호는 총 80여 개의 심장을 회수할 수 있었다.

심장 회수까지 끝낸 한수호는 가뿐한 마음으로 협곡을 벗어난 뒤, 다시 작은 사막여우로 변신한 고니와 함께 자신이 들어왔던 던전 게이트를 향해 힘차게 나아갔다.

* * *

>>던전, ‘침묵의 협곡’을 클리어하였습니다.

>>시험을 통과한 도전자에겐 재도전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던전은 다른 도전자를 만날 때까지 봉인됩니다.

한수호가 던전 밖으로 나오자마자 등장한 메시지였다.

“…. 어? 이게 뭔 개소….”

욕을 날리려고 했지만, 게이트가 눈부신 빛을 뿜어내더니 요란한 소리와 함께 작은 큐브로 변해버린 탓에 말을 씹고 말았다.

한수호는 바닥에 떨어진 계란 크기의 큐브를 주워들었다.

[던전 생성기]

-유일급 던전을 생성하여 시험을 치를 수 있습니다.

-시험을 통과하면 엄청난 보상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남은 던전 생성 가능 횟수: 1회(봉인)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남은 두 번의 기회가 모두 자신의 것이 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보니 한 번 시험을 통과한 사람은 두 번 다시 도전할 수 없는 제약이 있었다.

‘어쩐지…. 그 가면인이 이런 굉장한 아티팩트를 조유현에게 너무 쉽게 넘겨주더라니.’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가면인도 던전의 시험을 통과하여 훌륭한 보상을 얻었지만, 남은 두 번의 기회를 자신이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조유현을 끌어들이는 미끼로 사용한 것이다.

‘남은 기회를 어쩐다?’

한수호 본인은 쓸 수 없게 되었으니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워낙 시험이 힘들고 위험하기에 아무한테나 넘기긴 어려웠다.

‘마나회로를 개조해 봐?’

문뜩 떠오른 생각에 큐브의 정보를 개조해 보기로 한 한수호.

하지만 이 큐브의 정보는 개조가 아예 불가능했다.

결국, 한수호는 이 던전 생성기를 가장 필요한 한 사람에게 넘겨주기로 마음먹었다.

‘서은채. 그 녀석이라면 여기서 더욱 크게 성장할 수 있겠지.’

한수호가 아는 사람 중에서는 서은채의 피지컬이 가장 뛰어났다.

덩치와 근육만 좋은 양소혜보다, 다소 마른 편이지만 체지방이 극도로 낮은 서은채의 육체가 몇 배는 더 강했다.

게다가 서은채의 체술은 한수호도 놀랄 만큼 훌륭했다.

‘나한테 올보 SUV를 선물한 보답으로 치지 뭐.’

사실 한수호는 서은채가 빨리 강해져서 악몽급 게이트가 등장했을 때, 죽지 않고 살아남기를 바라고 있었다.

서은채는 조유현이 남긴 영상에서 볼 수 없었던 인물 중 하나였다.

악몽급 게이트를 목표로 한 최후의 전투에서 서은채가 보이지 않았다는 건, 그 전에 죽었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서은채의 성격상, 살아있었다면 분명 그 전투에 참가했을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러고 보니, 유대룡 아저씨도 보이지 않았었지.’

그뿐만이 아니다.

강우진과 송지문, 송유나 남매도 없었고, 권현도 없었다.

지금의 세상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는 마공사들이 영상에 없다는 건, 그들 모두 최후의 전투 이전에 목숨을 잃었다는 뜻이리라.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유대룡 아저씨와 서은채, 권혁 선배는 꼭 살려야 해.’

마음 같아선, 최후의 전투 때까지 모두를 살려놓고 싶었지만 그들 모두를 살려낼 방법을 찾아다닐 정도로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다.

한수호에겐 방금 말한 세 사람을 살리는 것만으로도 이미 상당한 부담이었다.

‘일단 우태범을 내 편으로 끌어들여야 해.’

한수호가 볼 때, 나샬과 그랑을 사용했던 용갑의 사내는 살의 열쇠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가 무슨 수를 쓰든 죽이려고 했던 장발의 화상 사내가 살의 열쇠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자가 가면인 이겠지.’

세 번째 영상에 나왔던 풍채 좋은 가면인.

조유현에게 던전 생성기를 건네주었던 자의 정체가 화상 사내와 동일 인물이라면 모든 것이 다 들어맞는다.

‘김무성 어르신께서는 화상 사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으니, 그분 주변을 잘 지켜보면 가면인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겠군.’

영상 속 김무성은 화상 사내의 정체를 알고 있지만, 지금의 김무성은 아직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니 지금의 김무성 주변을 잘 감시하면서 누가 가면인인지 파악해야 했다.

생각을 정리한 한수호는 전투영역에서 벌써 게이트 창고의 뼈대를 올리고 있는 월과 두 몬스터 봇을 바라봤다.

마침 한수호 쪽을 응시하고 있던 월.

“주인. 게이트는 어디 갔나?”

“잠시 내가 봉인시켰어.”

“그런 것도 가능한가? 그럼 여기에 창고를 지을 필요도 없는 것인가?”

월은 한수호가 대답도 안 했는데, 벌써 건축 장비를 바닥에 툭 내던져 버렸다.

“그건 아니니까 다시 공사 시작해. 조만간 이곳으로 많은 게이트를 가져올 거니까.”

“그런 건 좀 빨리 말해라. 아무튼 알았다.”

월의 틱틱거리는 말투에도 한수호는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월은 원래부터 그런 녀석이기도 했고, 월의 말투나 태도가 달라지면 오히려 이젠 서운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난 방에 돌아가서 좀 쉬마. 고생들 해.”

한수호는 솔직히 많이 피곤했다.

조유현과의 전투 직후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바로 던전의 시험에 들어간 터라 모든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 중이었다.

상처 회복 특성을 사용해도 무리한 움직임에 의한 근육의 통증이나 정신적 피로감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한수호는 월과 두 몬스터 봇이 공사를 재개하는 걸 확인하고는 그대로 전투영역 밖으로 빠져나왔다.

* * *

‘11시라….’

그사이 시간이 꽤 흘렀다.

저녁 7시쯤에 전투영역에 들어갔는데, 모텔 방으로 돌아와 보니 11시가 넘어 있었다.

당장이라도 침대에 뻗어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한수호는 할 일을 뒤로 미루고 싶지 않았다.

“고니야.”

한수호는 인벤토리에 넣어 두었던 고니를 침대 위로 구현시켰다.

캬르릉.

고니도 피곤한지 푹 엎드린 채로 제 앞발을 혀로 날름거릴 뿐,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아까 저장한 정보 다시 꺼내줘.”

캬릉!

고니는 고개를 주억이더니 한수호 쪽을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붉어진 눈에서 뿜어진 빛은 허공에 홀로그램 형태로 글자를 만들어 냈다.

- 발생 시점: 2,051년 9월 1일 00시 6분

- 발생 장소: 좌표 북위 35.857024º, 동경 126.398641º

‘앞으로 두 달하고 3일 남았나?’

아직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 전에 처리할 일들이 있으니 어영부영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좌표가 어딜 가리키는 거지?’

한수호는 바로 공법폰을 꺼내서 맵 어플에 좌표를 찍어봤다.

폰의 화면에 위치가 확인되었고, 줌인 하듯 화면이 쫙 커졌다.

그리고 등장한 한 장소.

그 장소를 본 한수호는 자기도 모르게 멍청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 어라?”

공법폰 화면에 등장한 장소는 다름 아닌 소횡경도의 산꼭대기였다.

소횡경도.

이곳은 한수호의 스승이자 양부모이기도 한 비돈귀살이 새롭게 정착한 서해의 작은 섬이었다.

스승 부부가 자리를 잡은 곳은 횡경도이고, 소횡경도는 횡경도 서쪽에 자그마하게 붙어 있는 또 다른 섬이었다.

정확히 말해 좌표가 가리키는 장소는 비돈귀살이 집을 짓고 사는 장소에서 불과 1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이런 외딴섬에 특성석이 발생한다고?’

스스로 질문을 던지던 한수호는 한 가지 기억을 떠올리고 아차 싶었다.

처음 스승 부부가 횡경도로 옮겨가겠다고 했을 때, 가장 걱정했던 것이 무엇이었던가?

그건 바로 그 섬에서 조만간 게이트가 발생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비록 5급 수준의 게이트라서 큰 문제는 없겠다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 게이트 안에서 쇼크이터 특성이 등장하는 모양이었다.

‘횡경도에 게이트가 발생한 시점이 2,052년도가 아니라 2,051년 9월이었구나!’

정부가 횡경도에 게이트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거의 1년이나 지난 시점이었던 것.

하지만 이상하다.

한수호가 알기로는, 횡경도 게이트에서 발견되는 건 특성석이 아니라 ‘뇌격창’이라는 굉장한 무기였다.

‘이것도 회귀자들 때문에 바뀐 건가?’

한수호까지 쳐서 회귀자는 9명.

그들이 조금씩 과거를 바꾸고 있어서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어쨌든 9월 1일 전까지는 무조건 횡경도에 가야겠네.’

한수호는 공법폰 화면에 떠 있는 소횡경도의 산꼭대기 모습을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