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화
이전에 비해 상당히 간소화된 정보.
그런데, 그 정보에 담긴 내용이 실로 어마어마했다.
인간의 육체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단계라니.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한수호가 인간의 육체를 갖고 있는 이상 광폭화를 최종 7단계까지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굉장히 아쉬웠지만, 다른 내용들이 그 아쉬움을 180도로 뒤집어 놓기에 충분했다.
광폭화의 12시간 패시브가 이젠 3단계로 올라갔다.
‘와, 씨! 그럼 12시간 내내 3배 능력을 쓸 수 있다는 거잖아?’
이건 정말 최고 중의 최고였다.
당연히 전보다 소모되는 마나력이 훨씬 크겠지만, 그만큼 마나력이 크게 증가하게 되니 문제가 될 게 하나도 없다.
게다가 광폭화 3단계를 패시브로 사용하는 도중에, 추가로 5배 광폭화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육체의 한계 내에서만 가능하며, 이를 육체가 버티지 못 할 경우 죽을 수도 있다는 엄청난 제약이 있다는 게 안타까웠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다른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기에서도 왠지 육체의 한계 수치가 적용될 것 같은 냄새가 솔솔 풍기는데?’
한수호의 정보창에 나타나는 ‘육체한계치’라는 항목.
‘1/3’은 평상시 수치이고, 상당히 힘겨운 싸움을 벌이게 되면 ‘2/3’으로 상승하게 된다.
만약 죽을 지도 모를 만큼 육체가 한계에 몰리면, ‘3/3’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바, 그 수치를 넘어가게 되면 그때가 바로 한수호를 이루고 있는 육체가 오버히트 했다는 의미이리라.
오버히트는 곧 죽음.
한수호는 광폭화 6단계를 사용하게 되면, 육체한계치를 최대한 조심스럽게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
‘육체한계치가 3/3 보다 높게 올라가지 않게 해야겠네.’
그나마 목숨이 위험하다는 경고를 이처럼 수치로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건 그렇고, 광폭화를 12시간 동안 써도 1시간만 지나면 다시 쓸 수 있으니 엄청 좋은데?’
한수호는 기쁜 마음이 되어 바로 광폭화 6단계를 발동시켰다.
빠지직-
발동과 동시에 한수호의 가슴에서 전격이 튀어나와 온몸을 훑으며 사라졌다.
광폭화 5단계 때에는 잠시지만 육체가 부풀어 올랐다가 가라앉았는데, 이젠 그런 육체의 변화는 없었다.
시퍼런 전격이 번쩍했다가 사라지는 화려한 이팩트가 대신했다.
하지만 그 간단한 현상은 한수호에게 엄청난 변화를 가져와 주었다.
[신체외적능력] : 999/999
[신체내적능력] : 51/99
[마나] : 25,000(+780)/99999
[육체한계치] : 2/3
실로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엄청난 수치들.
아직 괴인혈을 발동한 것도 아닌데도 이미 신체 수치는 최고치를 찍고 있었다.
내적인 능력도 51이라는 수치가 되면서 한수호의 모든 감각이 인간을 완전히 초월해 버렸다.
‘이게…. 광폭화 6단계의 힘이구나.’
놀랍고, 또 놀랍다.
이 상태를 패시브로 하여 12시간이나 유지할 수 있다면, 사기 중에서도 개 사기급 특성인 셈.
‘어떻게 이런 특성이 0티어가 아닐 수가 있냐고.’
5백만 LP를 사용했지만 조금도 아깝지가 않았다.
‘이러니 이대성이 이 광폭화 특성을 빼앗으려고 그 미친짓을 한 거겠지.’
이젠 이대성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이해가 가는 심정이었다.
한수호는 육체한계치의 숫자를 지긋이 바라봤다.
단순히 광폭화를 했을 뿐인데도 ‘2/3’까지 상승했다.
여기서 괴인혈을 발동시킨 상태에서 강한 적과 전투를 벌이면 ‘3/3’까지 금방 도달할 것 같았다.
‘그 상태에서 5배 광폭화를 쓰는 건 정말 엄청 조심해야겠는데?’
조금만 삐끗하면 오버히트였다.
한수호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잠시 접어두었던 오늘의 미션창을 다시 불러들였다.
[오늘의 미션]
-10km를 1분 내에 완주하기
-획득 포인트: 50NP / 5000LP
*광폭화 6단계 적용으로 일일미션 획득 포인트가 5배 상승합니다.
역시나 한수호의 예상이 적중했다.
5단계 업그레이드 때와 동일하게 미션 성공에 따르는 보상 포인트가 5배나 늘어났다.
‘내 이럴 줄 알았다고.’
한수호는 미션을 먼저 수행하지 않은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자세를 슬쩍 낮추고 앞으로 튀어나갈 준비를 했다.
‘얼른 끝내고 기환이 형 전화 기다리자.’
생각을 마침과 동시에,
파앙
한수호의 몸이 탄환처럼 튀어나갔다.
거대한 진입차단벽의 돔 외곽을 엄청난 속도로 달리기 시작한 한수호.
전력으로 뛴 것도 아니건만 40여 초가 지났을 때, 미션을 완수해 버렸다.
-보유 포인트: 350NP / 2,690,000LP
이젠 미션만 제대로 수행해도 상당한 포인트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만족스러운 한수호는 숨 하나 거칠어지지 않은 채로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3분 정도 남았네.’
사기환이 전화하기로 한 시간에 아직 여유가 있었다.
‘남은 포인트도 다 사용해 버릴까?’
한수호는 마침 남은 LP가 자신이 지닌 두 개의 특성을 다음 단계로 업그레이드 시키기에 딱 알맞은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잘하면 유도 저격하고 충파 특성을 최종 단계까지 올릴 수 있겠는데?’
현재 유도 저격은 총 5단계 중 2단계로, 3단계까지 올리는데 30만 LP가 필요했다.
충파 역시 2단계였지만, 3단계가 최종 단계였으며 필요한 LP는 50만 LP.
한수호는 유도 저격부터 다음 단계로 업그레이드시키기로 했다.
-3단계 업그레이드 포인트: 300,000LP
바로 업그레이드를 실행시키자,
빠지직-
이번에도 묘한 뇌전의 번쩍임이 일어났다.
하지만 번쩍임은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
>>’특성: 유도 저격’이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2단계=>3단계
>>4단계 업그레이드 포인트: 600,000LP
‘어? 4단계까지 올리는데 포인트가 겨우 60만?’
한수호에겐 아직도 239만이라는 포인트가 남아있었다.
‘좋아. 4단계까지 간다!’
바로 4단계 업그레이드에 도전한 한수호.
빠지직
또다시 뇌전이 번쩍였는데, 방금 전보다 좀 더 강해졌다.
그리고 나타난 메시지.
>>’특성: 유도 저격’이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3단계=>4단계
>>5단계 업그레이드 포인트: 1,000,000LP
메시지를 바라보는 한수호의 눈이 얇게 떠졌다.
‘백만이면…. 유도 저격을 5단계 최종까지 올리고도 79만이 남잖아?’
생각보다 포인트가 여유롭다.
하지만 이건 한수호의 작은 착각이었다.
얼마 전까지는 포인트 백만도 엄청나게 큰 수치였으나, 최근 수 차례 기연을 얻게 되면서 손쉽게 백만 단위의 포인트를 얻었기 때문에 수치에 무뎌진 것뿐이었다.
어쨌든, 한수호는 유도 저격을 최종 5단계로 올리고, 남은 포인트로 충파를 업그레이드시키기로 마음먹었다.
‘최종 단계가 얼마나 대단해질지 기대가 되는군.’
한수호는 4단계 유도 저격의 위력도 만만치 않게 대단하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면서, 최종 업그레이드를 실행시켰다.
그와 동시에,
버언-쩍!
콰지지지직
한수호의 온몸으로 강력한 뇌전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떠오른 메시지는 한수호를 잠시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특성: 유도 저격’이 업그레이드 되어 ‘이기어검(최종)’이 되었습니다.
한수호를 깜짝 놀라게 하는 메시지.
‘갑자기 이기어검이라니?’
이게 뭔 소린가 싶은 한수호는 바로 특성 정보를 확인해 봤다.
[특성: 이기어검(최종)]
-사용자의 마나가 담긴 물체를 이용해 원거리에 위치한 목표물을 1분간 자유자재로 타격합니다.
-특성을 발휘하면, 최대 3개의 물체를 30미터 거리 내에서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게 됩니다.
-제한 거리를 넘기게 되면 초당 100의 마나가 소모됩니다.
-쿨타임 5분
입이 쩍 벌어지는 내용.
무늬만 이기어검이 아니라, 무협지에서나 볼 법한 진짜 이기어검이 맞았다.
“와…. 이거 어이가 없네.”
말은 그렇게 해도 뜬금없이 육성을 내뱉을 정도로 기쁜 상태였다.
1분이나 이기어검을 쓸 수 있다는 건, 수많은 적을 마주했을 때 엄청난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말이었다.
물론, 1대 1의 대결에서도 이 이기어검 특성의 효과는 독보적이리라.
‘다음에 임향기 요원 만나면 확실히 보답을 해 줘야겠어.’
임향기가 ‘유도 저격’ 특성을 인챈트 스톤에 새겨주지 않았다면, 절대로 얻을 수 없었던 특성이었다.
한수호는 바로 이기어검을 사용해 보려다가 사기환과의 약속 시간이 1분여 밖에 남지 않았음을 확인하고는 급히 남은 일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이제 충파다!’
한수호는 남은 79만의 LP중, 50만을 사용하여 충파까지 최종 단계로 업그레이드 시켰다. 바로 그 순간,
콰앙!
한수호의 몸에서 뇌전의 폭발이 일어났다.
한수호는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자기도 모르게 온몸을 쫙 펼쳤다.
콰지지지지직-
또다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뇌전!
몇 초 후 정신을 차린 한수호의 눈앞에는 이기어검 못지않은 엄청난 정보가 떠올라 있었다.
[특성: 내가중수(최종)]
-강력한 진동파를 실은 타격으로 방어막, 또는 장애물을 관통하여 적의 내부를 박살 냅니다.
-위력: 사용한 마나력의 1.8배
-쿨타임 10초
실로 어마어마한 위력이었다.
게다가 충파였던 특성이 ‘내가중수’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 이름도 너무 무협스러운데?’
그렇다고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좋다.
특성 이름만 봐도 왠지 멋져 보이고, 굉장한 뭔가가 숨겨져 있을 것만 같았으니까.
‘어휴. 내가 갑자기 중2병이라도 걸렸나?’
이런 것에 좋아하는 자신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다.
한수호는 26살에 회귀하여 다시 10년을 살았으니, 실제로는 36살의 아저씨였으니까.
-보유 포인트: 350NP / 290,000LP
이제 남은 LP는 29만.
포인트가 확 줄어들었지만 아깝다는 느낌은 조금도 없었다.
‘NP는 일단 남겨주자. 언제 또 아스 같은 강자와 마주치게 될지 모르니까.’
한수호가 상대했던 아스는 지난 모든 경험을 통틀어 최강의 힘을 지닌 마공사였다.
비록 정체불명의 시스템이 아스루나 역사에 기록된 대영웅 아스를 A.I로 만든 것이지만, 그 실력만큼은 진짜였다.
특성이나 아티팩트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면 아스와의 전투가 좀 더 수월했을까?
한수호는 그렇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했다.
아스 또한 강력한 특성과 아티팩트들을 가지고 있었다면 어차피 조건은 크게 차이 나지 않게 되니까.
‘막판에 남은 280NP를 몰래 왼손에 몰빵하지 않았으면, 쓰러진 건 나였겠지.’
끝까지 꼭꼭 숨겨두었던 280NP의 힘은 엄청났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가지고 있는 350NP도 그런 위험 상황을 대비한 최후의 한 수로 남겨둘 필요가 있었다.
‘이기어검과 내가중수라…. 정말 대단한 특성을 얻었어.’
기대를 아예 안 했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렇다고 엄청 대단한 특성으로 업그레이드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몇 배나 강력한 특성이 최종 단계에 등장해 버려서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사기환과 약속한 10분이 이미 수십 초나 지나버렸다.
한수호는 서둘러 전투 영역을 빠져나갔다.
* * *
[황윤성]
-나이: 20세
-현 위치: 대구 사효자굴 반경 100미터 지점
-보유 특성: 안드로이드
-가족 관계: 부모 사망. 여동생 황가련은 염마력 특성 각성.
-추가정보: 방태식의 손에 육체가 조작되어 안드로이드로 재탄생. 방태식에 의해 기억이 잠겨진 상태. 방태식과 함께 황도 13궁 극우파의 집회에 참석 중
사기환으로부터 받은 정보였다.
안타깝게도 가면인에 대한 정보는 사기환의 특성으로도 추가적인 내용을 찾아낼 수 없었다.
“고마워, 형.”
한수호는 공법폰 화면에 떠 있는 정보를 살피다가 사기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고맙긴. 그보다, 너 더 볼 거도 없이 대구에서 빠져나와라. 내가 좀 알아보니까 특무부 정예 요원들이 지소연한테 속아서 죄다 안동으로 유인당했어. 방태식도, 지소연도 전부 대구로 가 있는 모양이니까, 너 혼자 거기 있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사기환은 한수호의 안전이 너무 걱정된 나머지 그 짧은 시간에 추가적인 정보를 더 알아본 모양이었다.
“그들하고 부딪칠 일 없으니까 걱정 마. 곧 서울로 올라 갈 거야. 내가 연락하면 시간 좀 내주고.”
-정말이지? 그럼 내일 보는 걸로 하는 게 어때? 어차피 방학이라 월요일도 상관없잖아?
“응. 그러지 뭐. 주말에 고생 하시고 내일 보자고!”
한수호는 주말에도 연구소에 쳐박혀 일에 열중인 사기환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한수호의 표정은 무척이나 좋지 못했다.
‘하필이면 사효자굴이라니….’
황윤성의 현 위치로 표시된 사효자굴.
그곳은 오늘 오후에 한수호가 찾아가려는 새한교의 본거지였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