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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258화 (258/375)

258화

한수호가 가지고 있는 미래 정보.

그 정보 중엔 새한교의 본거지에 대한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새한교의 본거지로 통하는 출입구는 바로 사효자굴 안에 숨겨져 있었고, 회귀 전에도 그 사실을 알아낸 사람은 한수호를 포함해 몇 명 되지 않는다.

사효자굴.

일명 사효굴이라고 불리는 이 작은 동굴은 임진왜란 때, 의병장 곽재우의 네 아들들이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몸을 던져 희생한 일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장소다.

이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바로 근처에 있는 상성 폭포와 함께 꽤 인기를 끄는 관광명소였지만, 지금은 잊혀 가는 곳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기고 말았다.

그 틈을 노려 박새한은 그곳 지하 깊숙한 곳에 새한교를 세운 것이다.

‘새한교의 본거지에서 황도 13궁의 집회가 열린다? 이상해도 너무 이상한데?’

한수호가 알기로, 새한교와 황도 13궁은 세불양립의 관계다.

한수호의 손에 죽은 백진성만 봐도 알 수 있듯, 쌍어궁의 궁주인 백진성은 동생인 박새한과 극과 극의 관계였다.

‘내가 모르는 관계가 있는 건가?’

한수호가 생각하는 관계는 두 가지.

하나는 황윤성의 정보에 나온 내용 중, ‘황도13궁 극우파’라는 단어가 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총 13개의 궁으로 이루어진 황도13궁이니 그 안에서 두 개의 패가 갈라져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극우가 있다면 반대로 극좌도 있을 터.

백진성의 쌍어궁은 극좌파이고, 새한교는 극우파에 속한 황도13궁의 하나일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같은 극우파에 속하는 방태식, 지소연 등이 새한교의 본거지를 찾은 게 아닐까 싶었다.

다른 하나는, 반대의 경우다.

황도13궁의 극우파에 속하는 새한교에 방태식 또한 소속되어 있다는 것이고, 지소연 등은 극좌파에 속해 있어서 극우파의 집회를 방해하려고 새한교의 본거지를 찾은 걸지도 모른다.

둘 중 어떤 것이 사실일지는 모르지만, 중요한 건 하나였다.

새한교 또한 황도13궁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

그게 아니라면 지금 이 상황이 만들어지는 건 불가능했다.

‘황도13궁 놈들의 영역이 정말 엄청나구나.’

정의국 국장인 백진성마저 놈들 중 하나였으니 그 규모가 대한민국 전역에 걸쳐 있다는 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방태식하고 지소연까지 황도13궁 소속이었던 건가?’

이건 회귀 전에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일단 새한교 본거지에 침투해 볼 수밖에 없겠지?’

한수호는 여기서 발을 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어차피 한수호가 대구까지 내려온 이유는 새한교의 본거지를 찾아가 교주 박새한까지 모두 박살을 내버리기 위해서였다.

생각보다 강한 적들이 늘어나긴 했지만, 괴인혈 특성을 얻었고 광폭화를 6단계로 올렸으니 해볼 만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특무부에 연락은 취해놓을까?’

새한교와 몇몇 황도13궁의 빌런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해서라도 특무부의 협조는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한수호는 김재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시간을 따져봤을 때, 그 또한 지소연을 쫓아 안동으로 움직였을 것이 분명하니 메시지를 받으면 적어도 2~3시간 안에는 사효자굴에 도착할 수 있을 터였다.

[저예요. 아무래도 대구에서 뭔가 일이 벌어지려는 모양입니다. 방태식부터 지소연까지 모두 여기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비슬산 주변에서 은밀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니 한번 수색을 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너무 정확한 정보를 주는 것도 의심을 살 수 있어서 대략적인 내용만 넘겼다.

그래도 김재우라면 이 정도 정보만으로도 충분히 사효자굴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이제 나도 움직여 볼까?’

한수호는 공법폰의 전원을 껐다.

김재우가 확인을 위해 전화할 것이 분명하니, 전원을 꺼둘 필요가 있었다.

모텔을 나와 주차해 놓은 올보 SUV 차량을 타고 대구에 있는 특무지부를 찾아갔다.

마침 한수호를 기다리고 있던 특무부 요원 이병선.

그는 한수호가 쌩쌩한 모습으로 나타나자 무척이나 반가워했다.

“어젠 다 죽어가는 것 같더니, 회복이 엄청 빠르구나.”

“회복력 하나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나거든요.”

“그래. 젊다는 게 이래서 좋구나. 아무튼 다행이다.”

이병선은 이미 한수호가 입원했던 병원에 연락을 취해 그가 어제 별 탈 없이 퇴원했다는 걸 전해 들었기에 별걱정 없이 한수호가 찾아오길 기다릴 수 있었다.

“현장은 잘 마무리되었나요?”

“네 덕분에 희생자들의 시체는 잘 수습했다. 하지만 네가 말한 가면인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더구나. 이미 대구를 빠져나간 것 같아.”

“적의 적은 친구라 볼 수 있잖아요? 그럼 가면인도 우리와 같은 편일 테니 굳이 찾지 않아도 문제 될 건 없지 않을까요?”

한수호는 자신이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을 찾으려고 이병선이 동분서주할 것이 살짝 미안했기에 꺼낸 말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만, 그런 엄청난 빌런을 흔적도 없이 처리해 버릴 정도의 실력자를 특무부에서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작은 문제가 아니라서 말이지.”

“대구를 벗어났으면 이젠 대구지부 관할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본부의 정예 요원이 파견 나오기로 했다.”

“정예…. 요원이요?”

누군가가 한수호가 뿌려놓은 미끼를 덥썩 물어버린 것 같았다.

한수호는 일부러 존재하지도 않았던 가면인을 언급했었고, 그 정보를 이프리트에서 접수한다면 분명 별도의 움직임을 보일 거라 예상했었다.

그런데, 예상대로 이병선의 보고를 받은 특무부 서울 본부에서 특별한 인원이 파견되었다.

평소였다면 주변의 특무지부에 공문을 보내 가면인에 대한 수색을 지시하는 게 다였을 텐데, 정예 요원이 파견되었다는 건 누군가가 가면인에 대한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는 의미였다.

“1시간 정도면 도착할 거 같은데, 너도 좀 기다려 주지 않을래? 파견 요원이 오면 네 진술을 듣고 싶어 할 것 같아서 말이지.”

“제가 딱히 더 진술할 만한 내용은 없어요. 꽃잎 여섯 장이 그려진 가면인이 등장했고, 저와 빌런을 어디론가 끌고 갔다가 저만 튕겨져 나온 게 전부니까요.”

한수호는 파견된 정예 요원을 직접 대면할 생각은 없었다.

그가 누구이고, 누구로부터 명령을 받았는지만 알면 되는 일이었다.

“그래도 유일한 목격자인 네가 직접 말해주는 게 수사에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병선은 한수호를 강제로 붙잡아둘 수 없었다.

아카데미 의뢰 수업으로 참여한 학생이 사건을 거의 해결하다시피 했으니 고마움이 컸고, 그 학생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도 컸기에 강제력을 행사하고 싶지 않았다.

“전 다른 급한 일이 있어서 바로 가야 해서요. 그런데, 그 파견 요원이요. 요원 코드가 몇 번이에요? 아무래도 현장에서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3번대 전투요원이겠죠?”

“나도 그럴 줄 알았는데, 4번대 코드로 시작하는 공작요원이더라고. 코드네임이 411이야.”

코드네임 411.

첫 번째 숫자인 4는 공작요원이라는 의미고, 두 번째 숫자 1은 고유번호로 특무부에서 잔뼈가 엄청 굵은 인물이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 1은 근접전사형 특성을 지녔다는 것이니 확실히 보통 요원은 아니었다.

‘공작요원은 특무부 내에서도 많은 비밀에 쌓인 요원이라는 건데….’

그런 공작요원이 파견되었다는 건, 특무부에서도 꽤 높은 자리에 있는 인물이 이번 일을 굉장히 주의 깊게 보고 있다는 의미였다.

특히, 공작요원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으려면 최소한 지부장급 이상이어야 했다.

‘누구의 지시가 있었는지는 재우 형한테 확인하면 되겠지.’

한수호는 특무부 내에 존재하는 이프리트 소속원을 찾아낼 방법이 생기자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그렸다.

“그 요원이 오면 제 대신 잘 좀 설명해 주세요.”

“정말 가려고?”

“네. 어차피 제 역할은 실종 사건의 수사 지원이었으니, 사건이 해결된 이상 남아 있을 이유가 없잖아요.”

“네 도움을 톡톡히 봤는데, 그냥 보내긴 너무 미안하잖냐.”

“마음만 받겠습니다.”

한수호는 이병선의 호의를 끝끝내 거절하고 특무지부를 벗어났다.

건물을 벗어나는 길에 김명우와 최일선도 마주쳤지만 그들과도 간단히 인사말만 전했을 뿐이었다.

부우우웅-

한수호가 탄 올보 SUV는 조용하고 묵직한 배기음을 흘리며 고속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대구 특무지부에서 사효자굴까지는 20킬로미터가 채 되지 않기 때문에 천천히 달려도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었다.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자니 10년 전,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27년 전, 한수호의 가족 모두가 함께 지리산으로 향하던 여행길이 떠오른다.

아버지 한철형이 몰았던 7인승 밴.

조수석에는 큰형 한성찬이 탔고, 어머니 이태희와 막내동생 한별이는 중간 좌석에 탔었다.

한수호 자신과 쌍둥이 동생 한설아는 가장 뒷좌석에 앉아 여행길 내내 장난을 치고 놀았었다.

‘그땐 그 여행길이 마지막이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한수호는 마음이 착잡해졌다.

그나마 동생 한설아를 찾았고, 형인 한성찬으로 예상되는 권현을 만서 다행이지만 아직 어머니와 한별이는 찾지 못한 상태.

그들을 모두 찾게 되면 모두 한곳에 모여 안전하게 살 수 있게 해줄 생각이었다.

‘이번 일만 끝나면 가족부터 찾아야 해.’

예전이라면 모를까, 이젠 사왕오패도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으니 이프리트의 검은 손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새한교를 박살 내고, 가족을 찾은 뒤, 대한민국에 퍼져있는 게이트들을 모조리 전투 영역으로 옮겨서 모든 걸 그 안에서 해결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면 적어도 대한민국만큼은 발자크의 위협 속에서 안전하게 되리라.

‘마지막엔 악몽급 게이트도 전투 영역으로 끌고 가면 되는 거고.’

괴인혈 특성 덕분에 마나와의 친화도가 높아져 게이트를 이동시킬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신의 한 수나 다름없었다.

게이트를 전투 영역으로 옮길 수 있게 되었으니,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하는 지역을 한 곳으로 제한시켜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한수호.

표지판을 보니 벌써 사효자굴이 코앞이었다.

‘여기서부터는 걸어야겠다.’

한수호는 사효자굴까지 1킬로미터 정도 남겨둔 곳에 차를 멈춰 세웠다.

차는 간단히 인벤토리에 담아 넣은 뒤, 고니를 밖으로 소환시켰다.

캬르릉!

고니는 답답한 인벤토리 안에 있다가 밖으로 나온 것이 좋은지 앞발로 머리를 마구 훑으며 한수호의 바짓단에 등을 비벼댔다.

“이제부턴 위험할지도 모르니 조심히 움직여야 한다.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면 바로 말하고.”

캬릉!

고니는 힘차게 대답하더니 눈을 번뜩이며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괜찮으니까 벌써부터 긴장할 건 없어.”

한수호의 말에 고니는 헤벌쭉 입을 벌리며 순진하게 웃어보였다.

“어디보자….”

한수호는 사효자굴로 가는 방향을 가늠해 보고는 대략적인 소요시간을 계산해 봤다.

‘천천히 뛰어가도 4분이면 도착하겠군.’

지금 사효자굴은 말 그대로 호랑이굴이나 다름없었다.

박새한이 교주로 있는 새한교의 본거지일 뿐만 아니라, 끔찍한 생체 조작의 달인인 방태식이 있었고, 요마 지소연과 혈괴수 박인범, 흡요귀 전희지도 함께 있을 테니까.

거기에 방태식의 손에서 안드로이드로 재탄생한 황윤성과 지소연의 충실한 수하가 된 염의 마녀 황가련까지.

이들 모두를 한꺼번에 상대하는 건 한수호로서도 굉장한 부담이었다.

‘광폭화 6단계와 괴인혈을 믿어보는 수밖에.’

광폭화 6단계는 이미 3시간 전부터 발동 중이었다.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했다.

조금만 힘을 줘도 무지막지한 힘이 발휘되어 모든 걸 박살 내고 말 것이기에.

‘우선, 주변에 위험 요소가 있는지부터 살펴볼까?’

한수호는 조유현의 복주머니에서 발견한 초소형 드론 네 대를 꺼냈다.

드론들은 원래 별도의 컨트롤러로 조종해야 했지만, 한수호는 약간의 LP를 소모함으로써 드론 네 대를 자신의 의지로 조종할 수 있도록 개조해 버렸다.

드론 네 대를 개조하는데 소모된 LP는 불과 4만.

한수호는 드론을 모두 하늘 높이 띄워 올렸다.

위이이이잉-

손바닥보다 조금 큰 드론들은 하늘 위로 날아오른 직후 한수호의 시야에 주변 촬영 영상을 띄워주었다.

한수호는 그 영상을 시야 한켠에 두고 주변을 계속 살피면서 사효자굴을 향해 가볍게 뛰어가기 시작했다.

* * *

사효자굴 주변은 조용했다.

지금은 관광지로서의 메리트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기에 누구도 찾지 않는 음침한 숲속 바위 더미에 불과했다.

그래서 아무리 드론으로 살펴보고, 마나 파장을 흩뿌려 샅샅이 주변을 훑어봐도 인기척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한수호는 안다.

저 사효자굴 안쪽에 새한교 본거지로 들어갈 수 있는 비밀 출입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저 안에 어떻게 숨어든다?’

여기까지는 쉽게 왔지만 이제부터가 문제였다.

조용한 듯 보이는 사효자굴 주변엔 수많은 CCTV가 은밀하게 숨겨져 있었다.

이대로 사효자굴에 들어간다면 바로 새한교에 비상이 걸릴 테고, 한수호를 처치하기 위해 수많은 교인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들과 싸우는 게 걱정되는 건 아니었다.

새한교 교인들과의 싸움 때문에 박새한과 다른 빌런들을 놓치게 될까 봐 그것이 걱정이었다.

‘박새한에게 속아 교인이 된 불쌍한 사람들을 해칠 생각도 없고.’

한수호는 악의 우두머리를 처치하고 싶은 것이지, 아무것도 모르고 휘둘릴 뿐인 죄 없는 사람들까지 죄다 죽이고 싶진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적이라고 해서 무작정 죽인다면 살인마와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들키지 않고 숨어들 방법이 필요한데….’

한수호가 비밀 출입구로 숨어들어갈 궁리를 하던 그때였다.

저벅. 저벅.

멀지 않은 곳에서 미세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거리는 대략 120미터.

인기척이 향하는 방향은 분명 이곳 사효자굴이었다.

‘딱 맞는 시점에 나타나셨네.’

한수호는 바위 틈에 숨어 슬며시 웃음을 짓다가 그 자리에서 꺼지듯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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