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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262화 (262/375)

262화

콰르르르릉!

콰광! 쾅!

한수호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모든 걸 철저하게 파괴했다.

금속으로 된 벽이든, 진급 이상의 마공사든 아무 상관없었다.

벽은 때려 부수고, 사람은 깔끔하게 기절시켰다.

10여 분 만에 새한교의 본거지를 벗어나 지상 위로 올라올 때까지, 한수호는 무려 27명의 새한교 교인들을 바닥에 뉘어 버렸다.

하지만, 단 한 명도 목숨을 빼앗지 않았다.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달콤한 박새한의 말에 속아 넘어가 새한교의 교리를 따르고 있을 뿐이었다.

한수호가 밖으로 나왔을 때 마주한 건, 울창한 숲속이었다.

사효자굴이 아닌, 비밀 출구로 나온 것이라 모든 게 낯설었다.

‘하…. 어이가 없네.’

한수호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다른 가면인들이야 힘의 차이를 깨닫고 얼마든지 도망칠 수 있다.

하지만 박새한은 새한교의 교주였고, 이 본거지의 주인이었다.

그런데도 박새한은 일말의 아쉬움도 없이 이곳을 버리고 깨끗하게 모습을 감춰버렸다.

한수호는 안다.

지금 자신의 몸에서 은연중에 뿜어지고 있는 힘은 사왕오패 보다도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사실을.

회의실에 있었던 13명 모두가 힘을 합친다고 해도 한수호 하나를 당해낼 수 있다고 장담하기 힘들 정도.

그러니 방태식과 황윤성이 도망치고, 그들을 좇아 5명이 빠진 이상, 남은 6명으로는 한수호를 절대 막아낼 수 없다는 걸 느꼈으리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쉽게 포기한다고?’

수차례 곱씹어 보니 뭔가 이상하긴 이상하다.

한수호의 압도적인 힘에 겁을 먹고 도망친 건 맞는데, 더 중요한 다른 이유도 있을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마치 방태식이 도망치기를 기다렸던 것처럼 썰물 빠지듯 싹 사라져 버렸다.

한수호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 채, 박새한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벌써 멀리 도망쳐 버려서 정확한 방향을 가늠하긴 힘들었다.

하지만, 박새한이 도망치며 남긴 마나의 흔적을 쫓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다.

박새한은 애초부터 다른 목적지가 있는 것처럼 머뭇거림 없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건 다른 가면인들도 마찬가지.

좀 더 그의 뒤를 쫓다 보니, 방태식의 흔적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쫓아 움직이고 있는 황도13궁의 인물들이 남긴 흔적도 뚜렷하게 존재했다.

‘13명 모두가 전부 한 방향으로 움직였다라….’

방태식이 남긴 흔적엔 다급함과 목적의식이 확실하게 남아 있었다.

자신이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게 하기 위해 위장도 했고, 일부러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것처럼 거짓 흔적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황도13궁의 인물들은 가짜에 속지 않고 정확하게 방태식의 뒤를 쫓아가고 있었다.

마치 방태식이 어디로 도망칠 거라는 걸 이미 아는 것처럼.

막다른 골목에 쥐새끼를 몰아넣는 것처럼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뒤를 쫓고 있었다.

그건 박새한이 남긴 흔적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는 분명 새한교의 본거지까지 버리면서까지 한수호를 피해 도망쳤다.

그런데, 그가 남긴 흔적엔 다급함이 없었다.

한수호를 새한교 본거지 내부에 완벽하게 가둬 놓을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하고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황도13궁의 고위급 인물들이 함께 있어서 더 이상 한수호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분명한 건, 밖으로 나온 박새한은 꽤나 느긋하게 방태식의 뒤를 쫓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유인당하는 기분이야.’

오죽하면 그런 생각까지 들까?

그렇다고 놈들의 뒤를 쫓지 않을 수도 없었다.

황도13궁의 주축 인물 11명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상황 자체가 굉장히 드문 일이다.

이 다시없을 기회를 그냥 버리기엔 너무 아까웠다.

최소한 그들 중 절반은 이번 기회에 없애 버려야 이프리트의 힘을 조금이라도 약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설사 함정이라도 끝까지 쫓아가 박살을 내주마!’

한수호는 놈들이 남긴 흔적이 사라질세라 잡생각을 멈추고 추적에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부우웅-

한수호는 올보 SUV를 탄 채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추적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놈들을 추적하다 보니 차량을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을 마주했기 때문이었다.

박새한과 황도13궁의 가면인들이 남긴 흔적은 고속도로로 이어져 있었다.

방태식은 어디서 났는지 고속도로에서 차량을 타고 서북쪽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황도13궁의 가면인들도 똑같이 차량을 구해 그 뒤를 쫓았는데, 거기서 너무도 이상한 상황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수호는 확신했다.

박새한도, 황도13궁의 가면인들도 모두 방태식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그렇지 않고서야 추적을 하는데 이처럼 여유롭게 움직일 수는 없었다.

이상한 건, 목적지를 이미 알고 있다면, 한발 앞서 그 장소에 도착해 기다리면 되는데, 그렇게는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방태식을 붙잡는 게 목표가 아닌가?’

방태식은 그저 수단일 뿐, 놈들의 최종 목표는 그가 아니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한수호도 급하게 쫓지 않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그들의 뒤를 따르기만 했다.

거리상으로 방태식과는 약 2키로미터 떨어져 있었고, 박새한 일당과는 1키로미터 정도 거리가 있었다.

1시간이 넘도록 그들의 뒤를 쫓다 보니, 고령과 거창을 지나 무주군까지 이르렀다.

어느새 정오가 훌쩍 넘어 오후 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벌써 8시간이나 지났구나.’

한수호는 광폭화 6단계의 남은 시간을 수시로 체크하고 있었다.

아침 일찍 광폭화를 발동시켰고, 이제 남은 시간은 4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이 이상 시간을 끌다가는 광폭화 효과가 끝나고 1시간의 쿨타임에 들어갈 판이었다.

‘재수 없게 그 타임에 적들과 조우하면 좀 위험할 수 있겠는데….’

광폭화가 없더라도 괴인혈이 있고, 모든 능력을 30%나 높여주는 ‘유일의 마스크’까지 있으니 큰 걱정은 없었다.

더 강한 적이 등장하지만 않는다면, 적당히 원하는 것만 취하고 몸을 뺄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있었다.

한수호는 이대로 소득 없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끝까지 놈들의 뒤를 쫓기로 했다.

어느덧 덕유산 주변을 지나 무주군이 코앞이었다.

한수호는 여전히 거리를 유지한 채 흔적을 따라 차를 운전하고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그게 있었지?’

한수호의 머릿속에 문뜩 떠오른 것은 사패극 오희창에게서 빼앗은 반쪽짜리 가면이었다.

왼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인벤토리에 넣어두었던 가면 조각을 꺼내 든 한수호.

아까는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던 가면에 대한 정보를 이참에 정확히 확인해 봤다.

[노블 마스크(7성)]

-코스트: 53

-세상에 10개만 존재하는 레어급 마스크의 반쪽입니다.

-착용 시, 반경 5미터 범위로 염동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착용 시, 물리 방어력이 5% 상승합니다.

-착용 시, 마법 방어력이 3% 상승합니다.

-착용 시, 이동 속도가 3% 증가합니다.

역시나 이 가면도 한수호가 지닌 가면과 유사한 효과를 옵션으로 달고 있었다.

다만, 그 효력이 유일의 마스크에 비해 굉장히 낮을 뿐.

‘반쪽이라서 그런지 효과가 너무 낮은데?’

유일의 마스크는 12성이고, 이 노블 마스크는 7성이니 적어도 60% 정도 효과는 지녔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반쪽임을 감안하더라도 지금 보여지는 효과는 너무 낮았다.

‘아니면, 그만큼 내 마스크의 등급이 엄청나게 높다는 거겠지.’

사실이 무엇이든, 이건 꽤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나저나, 황도13궁의 궁주들뿐만 아니라 다른 이프리트 인물들 모두 가면을 쓰고 있는 걸로 봐선 누군가가 공장 기계처럼 가면들을 찍어낸 것 같은데?’

가장 의심이 드는 인물은 마공전뇌 이산이었다.

그의 특성 자체가 이런 아이팩트를 마음대로 만들어 내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산은 이프리트와 척을 진 인물.

그가 가면을 만들어 내 이프리트의 모두에게 전해줬을 리는 만무했다.

‘유사한 특성을 지닌 누군가가 놈들 편에도 있다는 얘기군.’

한수호는 충분히 그렇게 예상할 수 있었다.

이프리트의 수장이 꽃잎 열 개짜리 가면을 얻은 이후, 그 자신이나 혹은 다른 누군가가 아티팩트 제작 특성을 가지고 유사한 가면들을 복사하듯 찍어냈을 게 분명했다.

‘여러모로 대단한 놈들이야.’

한수호는 알면 알수록 이프리트의 능력이 감탄스러울 따름이었다.

이런 능력들을 지녔으면서, 그 힘을 인류 멸망과 발자크의 부활에 낭비하고 있다는 게 너무나도 화가 났다.

이프리트의 진정한 목적이 정말 인류가 멸망하는데 있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한수호도 이제 감을 잡았다.

놈들은 발자크의 부활과 인류 멸망의 시나리오를 볼모로 잡아 세상을 완벽하게 손아귀에 넣고 모든 걸 좌지우지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욕망이 가득한 강력한 마공사들을 끌어모은 것이고, 그들을 온갖 감언이설로 구워삶은 것이리라.

‘놈들의 수장은 대체 누굴까?’

가장 궁금한 부분이었고, 반드시 알아내야 할 비밀이었다.

한수호가 이런 생각들을 하는 사이, 박새한의 이동 경로가 고속도로 바깥쪽으로 변경되었다.

톨게이트를 빠져나간 놈들의 차량은 국도로 향했고, 멀리 보이는 산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흔적을 따라 국도로 빠져나온 한수호.

그는 방태식과 황도13궁의 가면인들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 이제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적상산?’

이 국도의 도로명 자체가 이미 적상산로였고, 저 아래 보이는 삼거리에서 꺾어 오르막길을 한참 오르면 나오는 곳이 바로 적상산이었다.

적상산.

이곳은 한수호에게 다른 의미로 중요한 장소였다.

회귀 전, 2056년도의 어느 날.

적상산에는 게이트가 하나 열렸고, 일대의 시민들은 공포에 사로잡혔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게이트에서는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하지 않았다.

긴급 연락을 받고 출동한 특무부와 대한맹 요원들이 게이트에 도착했을 때, 그곳엔 한 사내가 입구를 막고 서 있었다.

사내는 온몸에 피 칠갑을 한 채로 그곳에 서 있었는데, 요원들에게 급한 불은 껐으니 마무리만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다.

그 후로 적상산 게이트에 신선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대한민국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갔었다.

나중에야 그 신선이 다름 아닌 한울뇌왕 구천승이었음을 알게 되었지만, 사실상 구천승은 이 적상산 일대에서는 신선이라 불리울 만했다.

적상산 게이트는 굉장히 특이한 곳이었다.

그 이유는 게이트 속에 또 다른 게이트를 품고 있는 독특한 구조였기 때문.

그것도 무려 세 개의 게이트를 품고 있었는데, 두 개의 던전 게이트와 아스루나의 다른 지역으로 이동이 가능한 포탈 게이트가 그것이었다.

거기서 튀어나오는 몬스터들의 숫자는 2천이 넘었다고 하며, 그 몬스터들이 적상산 게이트를 통해 밖으로 나왔다면 이 주변엔 말 그대로 지옥도가 펼쳐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 최악의 경우를 막아낸 인물이 바로 구천승이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먼저 게이트 안에 들어갔고, 거기서 끝없이 밀어닥치는 몬스터들을 혼자의 힘으로 막아냈던 것.

결국 적상산 게이트는 구천승이라는 마공사 한 명의 힘으로 안정화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잠시뿐이었다.

구천승이 적상산을 떠나자마자 게이트는 다시 활발하게 활동하기 시작했다.

게이트가 안에 품고 있던 다른 게이트들에서 막대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졌고, 수많은 마공사들이 이 게이트를 찾았었다.

당연히 이런저런 사고가 발생했으며, 그로 인해 특무부에서는 게이트 폐쇄를 진행했다.

그 폐쇄 작전에 지휘요원으로 투입된 마공사가 다름 아닌 김재우였다.

당시에도 베테랑 요원이었던 김재우는 약 50여 명의 마공사들을 이끌고 게이트에 진입했다가 거기서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해 사망에 이르렀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적상산 게이트는 한수호에게 단순한 게이트가 아니었다.

‘방태식은 왜 적상산으로 도망친 거지?’

지금은 2051년이다.

적상산에 게이트가 열리려면 아직 5년이나 남아 있었다.

그렇다면 게이트로 도망칠 생각으로 적상산에 오르는 건 아닐 터.

한수호는 의문 가득한 얼굴로 도로 왼편으로 보이는 적상산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곳에 뭐가 있던, 황도13궁의 가면인들은 절대 도망치게 두지 않는다!’

한수호는 박새한은 물론이요, 사왕오패의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서 세상을 속이고 있는 사패극 오희창까지는 반드시 이곳에서 처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한수호의 마음 한켠에 계속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솟아나고 있었다.

한수호라는 강력한 적이 침입했음에도, 서로 흩어져서 한수호의 추격을 벗어나려 하지 않고 오히려 방태식의 뒤를 느긋하게 뒤쫓기만 한 황도13궁의 가면인들.

그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가 따로 있을 것만 같았다.

‘내 추적 따위는 신경 쓸 거리도 안 된다 이건가?’

다른 때였으면 이런 불안감을 안고 적이 파놓은 함정 속으로 뛰어들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최대한 조심하면서 놈들을 일망타진할 기회를 잡아야겠군.’

한수호는 이들의 목적지를 확실히 알게 된 이상 더는 눈에 띄는 행동을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한수호는 차를 멈춰 세웠다.

그리고 인벤토리에 차를 넣어버린 뒤, 방태식과 그 뒤를 쫓는 무리가 움직인 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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