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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267화 (267/375)

267화

이곳에 갑자기 균열이 나타날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단 한 명.

구천승만은 그 균열이 무엇인지 아는지, 크게 놀란 표정이 아니었다.

마치 애초에 그 장소에 균열이 나타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 별 신경을 쓰지 않고 문천득을 몰아붙였다.

한수호는 구천승을 도와 문천득을 향해 달려들다가 묘한 위화감을 느끼며 고개를 확 돌렸다. 그러자, 최초의 충격으로 인해 바닥을 나뒹굴고 있던 방태식이 강우진 쪽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이때를 노리고 있었던 건가?’

한수호는 방태식이 구천승의 마나전음을 듣고 행동을 취한 것임을 눈치챘다.

그래서 방태식을 막지 않고 문천득 쪽으로 날아가며 특성 내가중수를 펼쳐냈다.

후웅

용갑을 두른 한수호의 주먹이 날아들자, 문천득은 한 손으로 구천승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암천일도를 발동시켰다.

콰콰콰콰콰콰!

사람은 보이지 않고, 무시무시한 살기를 품은 검들이 한수호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한수호는 정확히 검 하나를 향해 주먹을 뻗어낼 뿐.

쩌엉!

문천득의 검과 한수호의 주먹이 충돌한 순간,

우우우우우웅!

검이 부서질 듯 진동하더니 검을 쥐고 있는 손과 팔까지 진동이 이어졌다.

그리고,

퍼억!

“크악!”

문천득의 오른팔이 폭발하듯 터져 나갔다.

특성 내가중수의 위력.

아무리 강력한 피부와 방어력을 가지고 있어도 내가중수에 당하면 속수무책이다.

단숨에 방어막을 꿰뚫고 근육 안쪽으로 파고드는 내가중수의 힘은 궁급 마공사라 해도 막을 수 없기 때문.

그 결과가 지금이었다.

문천득이 폭발해버린 팔을 붙잡고 고통스러워하는 사이, 방태식은 이미 강우진을 옆구리에 끼고 게이트 속으로 뛰어들었다.

한수호는 방태식이 게이트 안으로 사라지자 구천승을 힐끗 쳐다봤다.

[이곳에 게이트가 열릴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군요?]

마나전음으로 질문을 던지자 바로 대답이 전해졌다.

[너라면 알겠지. 적상산 정상 부근에서 게이트가 열렸다는 사실을.]

[그건 2056년이지 않습니까?]

[그땐 그랬지. 하지만, 이곳에 게이트가 열리게 된 원인이 바로 나였으니 내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게이트를 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구천승으로 인해 생긴 게이트.

이미 한 번 경험한 상황이라 게이트가 열리는 시기를 앞당기는 것쯤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 바깥에 나가지 않고 바로 게이트를 열었으면 되는…. 아!]

한수호는 왜 구천승이 굳이 밖으로 나가 적들과 전투를 벌였는지 깨달았다.

[제가 강우진에게 무슨 짓을 하는지 지켜보려고 일부러 자리를 비워준 거였습니까?]

[머리가 나쁘진 않구나.]

구천승은 한수호를 시험했던 것이다.

만약 한수호가 구천승과의 약속을 어기고 강우진에게 위해를 가했다면, 곧바로 한수호를 향해 공격을 날렸을 터.

한수호는 그 생각을 하자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내가 강우진의 육체를 잠시 빼앗았다는 사실도 아는 걸까?’

뭔가 이상하다는 의심은 하겠지만, 직접 목격한 것도 아니고 어떤 증거가 남은 것도 아니기에 알기는 힘들었다.

‘늙은 생강이 맵다더니…. 옛말 틀린 게 하나도 없구나.’

과연 한울뇌왕 구천승은 달랐다.

믿는 것처럼 태연하게 행동하면서도 한 치의 빈틈도 놓치지 않고 있었으니 역시나 사왕의 최강자라 불릴 만했다.

[괴상한 갑주도 걸쳤겠다, 이제 마음껏 날뛰어 봐라, 애송이.]

구천승은 웃음 섞인 마나전음을 보내고는 문천득을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콰지지지직

그의 몸에선 다시 강력한 뇌전이 방출되기 시작했다.

콰앙! 콰과광!

몸에서 튀어나오는 뇌전은 한 방 한 방이 바위도 가루를 만들 정도.

문천득은 가까스로 뇌전을 피해내며 위기를 모면하고 있었다.

그때, 동굴 밖에서 일단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입구는 황윤성이 지키고 있었지만, 지금은 문천득의 손에 몸이 반파되어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그래서 적들은 아무런 제재도 없이 동굴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던 것.

그런데 안으로 진입한 적들의 수가 처음보다 줄어 있었다.

시종일관 별말이 없었던 가면인 둘이 보이지 않았고, 오희창의 아들 오준하도 없다.

한수호는 오희창의 눈에 핏발이 가득 서 있다는 걸 보고는, 오준하가 구천승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몇 분 안 되는 그 짧은 시간에 궁급 마공사 셋을 쓰러뜨리다니….’

확실히 구천승의 실력은 놀라웠다.

평균 신체 능력치 450이 넘는 엄청난 강자.

수치상으로는 한수호의 능력치가 481로 꽤 높다고 볼 수 있으나, 실질적인 전투 경험과 마나력의 운용법을 따져보면 별 차이가 없다.

아니, 오히려 전력으로 승부를 본다면 한수호가 밀릴 수도 있을 정도.

어쩌면 지금 보이는 수치도 전부가 아닐지 모른다.

유대룡처럼 아티팩트나 특별한 능력으로 실제 수치를 숨기고 있을 수도 있다.

그걸 감안한다면 구천승은 한수호를 압도하는 강자라는 말이었다.

‘그건 문천득도 비슷해.’

문천득의 신체 능력치도 구천승과 비슷했다.

구천승만큼은 아니지만, 그 또한 400을 넘고 있었다.

게다가 문천득은 광폭화 6단계를 사용한 한수호의 공격을 거뜬히 막아내기까지 했다.

‘일정 수준을 넘어가게 되면 능력치는 큰 의미가 없다는 건가?’

능력치 최대치가 100 이하일 때는 능력치가 10만 낮아도 실력 차이가 상당했었다.

하지만 300을 넘고, 400을 넘어서게 되면서 50, 100 차이는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다.

‘일단, 저 게이트부터 여기서 치워야겠군.’

한수호는 자신을 향해 공격을 시작한 가면인들에게 반격을 가하면서도 뒤쪽에 위치한 게이트를 힐끔거렸다.

그 모습이 꼭 도망칠 기회를 엿보는 것처럼 보였던 걸까?

박새한이 큰 소리로 외쳤다.

“놈이 도망치지 못하게 퇴로부터 차단하시오!”

그 말에 당채룡과 박혜리가 한수호의 뒤를 차단시켰다.

그런데 한수호는 오히려 박새한 쪽으로 몸을 날렸다.

땅을 박차고 튀어 나간 순간, 한수호는 이미 박새한의 옆구리에 주먹을 박아 넣고 있었다.

“어딜!”

흠칫한 박새한이 손바닥으로 옆구리를 방어하자,

쩌어엉-

묵직한 충격파가 터지더니 오히려 한수호가 확 튕겨 나갔다.

“네놈부터 죽이고, 구천승도 저승에 보내주겠다!”

박혜리가 발작하듯 소리치더니 칼날이 잔뜩 박힌 채찍을 힘차게 휘둘렀다.

퓨뤼뤼뤼뤼뤼뤼

허공을 뱀처럼 휘저으며 한수호를 향해 날아든 채찍.

한수호는 어느새 허공에서 자세를 잡고 왼팔을 슬쩍 휘둘렀다.

촤르르르륵!

무엇이든 뜯어낼 것 같은 채찍이 왼팔을 완전히 휘감았다.

하지만 한수호에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나샬의 두 번째 변신 형태인 용갑으로 변신한 상태였으니 채찍의 칼날이 파고들 여지가 어찌 있으랴.

게다가 채찍에 감긴 팔목엔 한수호가 늘 차고 있던 쇠고랑까지 있었기에 더욱 단단했다.

사실, 일부러 박새한을 공격하는 척하다가 그 힘을 이용해 쏜살같이 날아오른 한수호.

그는 채찍에 감긴 왼팔을 앞쪽으로 확 끌어당겼다. 순간,

태앵!

채찍이 끊어질 듯 팍 당겨졌고,

“윽!”

채찍을 쥐고 있던 박혜리의 몸이 앞으로 끌리듯 튀어 나갔다.

채찍을 놓으면 자세를 수습할 수 있었지만, 박혜리는 끝까지 채찍을 놓지 않았다. 대신, 그녀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특성 ‘타격폭발’을 발동시켰다.

꽈아아아앙!

채찍이 휘감은 한수호의 왼팔에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박혜리 본인을 제외한, 그녀의 신체와 어떻게든 닿아있는 곳에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는 특성의 효과.

하지만 그 폭발이 일어난 왼팔은 검은 용갑과 쇠고랑으로 감싸져 있었다.

아무런 타격도 없이 그대로 채찍을 끌어당겨 휘두르자, 박혜리는 마치 낚싯줄에 걸린 물고기마냥 날아가 동굴 벽에 부딪쳤다.

꽈앙!

“악!”

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핏물을 뿜어내는 박혜리.

“혜리!”

이를 본 당채룡이 자신도 모르게 박혜리의 본명을 부르고 말았다.

하지만 모두가 정신이 없는 터라 그 사실을 인지한 사람은 한수호 한 명뿐이었다.

‘박혜리가 황도13궁 소속의 마공사라면 언니인 박윤주도 한패일 가능성이 높겠어.’

예전엔 이하윤의 스승인 이패궁 박윤주가 박혜리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패극 오희창이 천갈궁의 궁주인 이상, 박윤주도 충분히 의심할 만했다.

만약 박윤주가 황도13궁의 한 명인 것이 확실하다면?

그녀의 제자이자, 마공전뇌 이산의 딸인 이하윤도 어쩌면 황도13궁 소속일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에 이르자 이하윤이 살의 열쇠 중 하나가 된 이유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었다.

‘복잡한 건 나중에.’

잡생각을 빠르게 접어버린 한수호.

그는 박혜리가 놓친 채찍을 크게 휘둘러 접근하려는 자들을 밀어내고 곧장 입구 쪽으로 내달렸다.

“밖으로 도망쳐 봐야 소용없다! 밖엔 이미 황도13궁의 신도들이 천라지망을….”

박새한이 한수호를 방해하려고 소리치다가 헛숨을 들이켰다.

도망치는 줄 알았던 한수호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황윤성을 번쩍 들어 올렸기 때문.

황윤성은 아까 문천득이 뛰쳐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다가 몸이 반파된 탓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때,

[안드로이드 황윤성]

-방태식의 손에 새롭게 탄생한 안드로이드입니다.

-머리를 제외한 모든 신체가 기계입니다.

-온몸에 총 32종의 무기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현재 상태: 무기 작동 불능. 에러율 86%.

-출력: 16%

-마나력: 310

한수호는 자신의 눈앞에 떠오른 황윤성의 정보를 빠르게 조작했다.

-현재 상태: 무기 작동 가능. 에러율 2%.

-출력: 88%

-마나력: 2,640

문제가 생긴 부분을 한 방에 고쳤고, 그 대가로 LP 15만을 소모했다.

그 순간이었다.

위이이이이이잉-

황윤성의 눈빛에서 광채가 일더니 온몸에서 힘찬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그건 황윤성의 육체를 이루고 있는 기계장치의 ‘아크로’가 활동을 재개하는 소리였다.

“고맙군.”

황윤성이 한수호를 향해 가볍게 인사말을 전했다. 그리고,

터엉!

바닥을 찍고 날아오른 황윤성.

그가 향한 곳에는 다름 아닌 황가련이 있었다.

“죽어!”

황가련은 아직 제정신이 아닌지 황윤성을 전혀 못 알아보고 있었다.

그저 요마 지소연의 명령에 따라 구천승에게 맹목적인 공격을 가하고 있을 분.

그러다 황윤성이 달려들자 거침없이 염마력을 사용했다.

콰아아아아아아

그녀의 손에서 뿜어지는 지독한 화염의 기운이 황윤성을 완전히 불태워 버렸다. 그런데,

터억

불길을 뚫고 나온 황윤성이 황가련의 손목을 덥썩 잡아챘다.

“가련아.”

황가련의 염마력에 온몸이 불타버린 황윤성.

그의 몸을 가리고 있던 옷이 모두 재가 되자, 그의 기계 몸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감히 누구 이름을 함부로….”

“오빠다, 가련아.”

황윤성의 눈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방태식은 황윤성이 정신이 붕괴하지 않게 하려고 그의 기억을 묶어 두었다가 한수호의 말에 깨닫는 것이 있어 그 제약을 풀었다.

그 덕에 모든 기억을 되찾은 황윤성은 단번에 황가련을 알아보고 그녀에게 달려간 것이다.

“…. 뭐?”

황가련이 잠시 당황한 눈빛을 보였다.

이 음성.

붙잡힌 손목에서 전해지는 선한 손길.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

그 모든 것이 한데 뭉쳐 들며, 붕괴되어 있던 황가련의 정신을 다시 되살리기 시작했다.

“어디서 개 수작질이야!”

지소연이 버럭 소리를 내지르며 황윤성을 향해 검을 뿌렸다.

카가가가가강-

서걱!

황윤성의 기계로 된 다리가 검에 잘려 날아갔다. 그때,

차르르륵. 철컥!

황윤성의 잘린 왼쪽 다리가 기이한 움직임을 보이더니 전차의 포신으로 변신했다.

피유우우

포신 안쪽으로 붉은빛의 무리가 빨려 들어가던 어느 순간,

콰아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사방을 뒤덮는 폭발이 일어났다.

꽈과과과과광!

폭발은 한 번이 아니었다.

지소연을 완전히 가루로 만들어 버리려는 듯, 연달아 여섯 번이나 폭발을 뿜어냈다.

그러면서도 황윤성은 황가련의 손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날 알아보겠니?”

황윤성의 부드러운 음성에 황가련의 눈빛 또한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잠시 뭔가를 되새기는 듯, 눈을 깜빡거리던 황가련.

떠오르지 않는 기억을 뒤지듯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던 어느 순간, 그녀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윤성…. 오빠?”

드디어 황가련의 정신이 되돌아왔다.

황윤성을 알아본 황가련은 온몸으로 뿜어내던 살기를 씻은 듯이 지워버렸다.

“드디어 날 알아봤….”

황윤성이 감격에 겨워 뭔가를 말하려고 할 때,

서걱!

황윤성의 목이 검에 베어졌다.

폭발의 연기를 꿰뚫고 나타난 지소연이 가차 없이 황윤성의 목을 베어버린 것.

붕 날아오른 황윤성의 머리.

그 모습을 코앞에서 목격한 황가련의 눈빛이 한순간 죽어버렸다.

동시에 동굴 안의 모든 존재가 정지한 듯 멈춰 섰다.

세상이 죽어버린 듯한 고요와 정적.

그렇게 1초의 시간이 흘렀을 때, 황윤성의 머리를 받아든 황가련이 미친 듯이 비명을 내질렀다.

“끼아아아아아아아아아!”

길게 늘어트리고 있던 머리카락이 하늘을 향해 치솟아 올랐고, 입고 있던 펑퍼짐한 옷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한수호가 회귀하기 전, 염의 마녀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황가련이 진정한 각성을 이룬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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