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8화
염의 마녀 황가련.
그녀가 지닌 힘은 원래 사왕이나 사대광마에 버금가는 것이었다.
만약, 제대로 정신을 유지한 상태에서 능력을 사용했다면, 특무부가 그녀를 쓰러뜨리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으리라.
한수호는 회귀 전, 황가련이 제대로 된 인지 능력이 없이 오직 살육만을 목표로 행동했던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고 여겼었다.
그런데 지금.
그 황가련이 온전한 정신을 가진 상태로 두 번째 각성을 이루고 말았다.
그녀의 2차 각성은 같은 편인 지소연마저 전율에 떨게 만들었다.
고작 15살밖에 되지 않는 어린 나이지만, 염의 마녀 황가련이 뿜어내는 마나력은 오히려 지소연을 압도했다.
한수호는 황가련의 능력 수치를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평균수치 373.
문천득에 비해 조금 낮은 수준이었다.
놀라운 일이었지만, 지금 한수호에게 중요한 건 황가련이 아니었다.
‘기회는 지금뿐이야.’
모두가 황가련의 강력한 마나 파동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을 때, 한수호는 소리 없이 몸을 움직여 게이트 옆에 붙어 섰다.
한발 늦게 한수호의 움직임을 알아챈 황도13궁의 가면인들.
“네놈을 죽여버리고 말겠다!”
큰 부상을 입었던 박혜리의 상처를 치료하던 당채룡의 외침이었다.
그는 시커멓게 죽은 암회색의 손을 뻗어내며 한수호 쪽으로 달려들었다.
그를 대표하는 특성 독인을 발동시켜, 온몸의 모공에서 극독을 뿜어내기 시작한 당채룡.
그가 한수호의 3미터 앞까지 날아들었을 때,
콰드득!
한수호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온몸에 힘을 주자 그의 몸에서 가공할 마나력이 폭발하듯 뿜어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아!
마치 폭풍이 휩쓸 듯 주변으로 마나력이 뿜어졌고, 그 힘에 달려들든 당채룡의 몸이 뒤로 밀려나기까지 했다.
쿠웅
거대해진 한수호가 한 발을 내리찍자 동굴에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4미터의 거구.
한수호는 드래곤의 피부에 갈색 갈기를 가진 괴수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온몸을 두르고 있던 나샬의 용갑은 이미 사라졌고, 가면도 자연스럽게 인벤토리로 옮겨졌다.
“크르르르르.”
한수호가 늑대의 얼굴로 으르렁거리자 분노에 차 있던 당채룡도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한수호의 양쪽 어깨와 이마에 돋아난 두 개의 뿔에서는 섬뜩할 정도의 푸른 빛을 내는 뇌전이 번쩍이고 있었다.
황가련의 2차 각성에 이은 한수호의 수인화로 인해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진 듯했다.
그때, 황가련이 지소연을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네가…. 네가 내 오빠를, 감히!”
황가련의 온몸은 살아있는 용암과도 같았다.
주변 공기를 열기로 불태워 증발시켰고, 공기마저 태워 산소를 증발시켰다.
지소연은 황가련의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기다려! 너에게 새로운 삶을 준 것이 누군지 잊었느냐!”
“닥쳐! 네가 내 오빠를 해친 이상, 절대로 그냥 둘 수 없어! 당장 죽어버려, 이 흡혈귀 년아!”
황가련은 피처럼 붉은 눈물을 흘리며 지소연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그런 지소연을 돕기 위해 두 명의 가면인이 가세했다.
한수호는 이 상황을 이미 예상했기에 싸움에 가담하지 않았다.
대신, 손을 뻗어 게이트의 가장자리를 손으로 콱 움켜쥐었다.
츠츠츠츠츠
게이트에서 전해지는 미세한 진동.
‘당장 전투 영역으로 가져가자!’
한수호는 문천득과 박새한, 일패검 오희창을 상대로 우세를 점하고 있는 구천승을 슬쩍 바라보다가 전투 영역을 발동시켰다.
츠팟!
발동과 동시에 꺼지듯 사라져 버린 한수호.
놀라운 건, 한수호 바로 옆에 존재하던 게이트마저 깨끗하게 지워져 버렸다는 사실이었다.
* * *
한수호는 진입차단벽에 들어선 즉시 게이트를 끌고 통로 쪽으로 움직였다.
얼음판 위를 미끄러지듯, 자연스럽게 한수호의 손길을 따라오는 게이트
통로를 100여미터 지나가자 게이트 창고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타났다.
거길 벗어나니 한수호가 요구한 거대한 창고가 빠르게 지어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 공사를 지휘 중이던 월이 스윽 다가왔다.
“주인. 지금 그 모습이 훨씬 보기 좋다.”
“헛소린 됐고. 다들 공사는 중단하고 이쪽으로 와봐.”
한수호는 게이트를 창고 공간의 한쪽 구석으로 끌고 갔다.
그곳엔 ‘2호’라는 표시등이 달린 아치형의 공간이 있었다.
게이트를 그 공간에 가져다 넣자 딱 맞게 자리했다.
슬쩍 옆을 보니 조유현 덕에 얻은 침묵의 협곡 던전이 ‘1호’ 표시등 아래 자리하고 있었다.
“정말 이곳으로 게이트를 가지고 올 수 있다니, 놀랍다.”
월은 몬스터 봇이지만, 사고 자체는 사람이나 다름이 없었다.
“앞으로 계속 늘어날 테니까 공사를 최대한 빠르게 마무리 지어야 해.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물론 안다. 그런데, 왜 열심히 공사 중인 살이와 범이도 여기로 부른 건가?”
“이 게이트에서 웨이브가 일어날지도 모르니 잘 지키고 있으라고.”
“웨이브? 그럼 이제 막 생성된 게이트라는 말인가?”
월의 질문에 한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에 마공사 둘이 들어갔다. 혹시 다시 나올 수도 있으니까 그들이 나오면 다른데 도망 못 가게 잘 붙잡아 둬.”
“죽이면 안 되겠지?”
“당연한 소릴. 그런데, 월. 너 말투가 어째 점점 날 닮아가는 거 같다?”
“…. 여긴 우리한테 맡기고 볼일이나 봐라.”
월은 진지한 얼굴로 말하고는 2호 게이트 앞에 우뚝 섰다.
“마음대로 게이트 안에 들어가지 마. 거긴 2급 게이트라 아무리 너희들이라도 위험해.”
“알았다. 걱정 마라.”
월의 힘찬 대답에 한수호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광폭화 없이 괴인혈을 사용하니까 마나 소모량이 너무 커.’
거의 1초에 20씩 마나가 줄어들고 있다.
괴인혈을 사용한 지 고작 3분 정도 지났을 뿐인데도 마나가 벌써 3,600이나 줄어들었다.
‘괴인혈 2단계를 사용하면 초당 40씩은 줄어든다는 얘긴데….’
괴인혈을 발동시키면서 다시 1만이 넘는 마나력을 가지게 되었지만 2단계로 올릴 경우 10분도 사용을 못 한다.
그 말은 곧, 이 괴인혈은 광폭화와 세트처럼 사용하거나 정말 위기의 순간이 아니면 사용하기 힘들다는 뜻.
한수호는 마나력을 아끼기 위해 괴인혈을 종료시켰다.
푸쉬이이이
거대했던 몸집이 순식간에 작아지며, 다시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다행히 입고 있던 옷 역시 개조한 아티팩트나 마찬가지라서 금세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인벤토리에서 가면을 꺼내 착용한 한수호.
‘이제 돌아가서 어르신을 도와야겠구나.’
한수호는 마음의 준비를 한 상태에서 차분하게 눈을 감고 한 차례 깊게 심호흡했다.
그러다 눈을 번쩍 뜬 순간,
퓻
한수호의 모습이 단숨에 사라져 버렸다.
* * *
한울뇌왕 구천승
그는 사실 10년 전, 무려 17년이라는 긴 시간을 거슬러 올라온 이후로 전과 똑같이 어두운 미래를 만들지 않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해 왔다.
처음엔 인류의 존망을 놓고 발자크와 이프리트라는 어둠의 조직을 쓰러뜨려야 한다는 이산의 말을 크게 신임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 자신이 직접 회귀를 경험하게 되면서, 2058년도에 세상이 끝장난다는 말을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원래는 2056년도에 이곳 적상산 정상에서 발생하는 게이트를 5년이나 앞당겨 열리게 만들려고 했다.
그러기 위해 2년 전부터 이곳에 머물며 준비를 했고, 마침내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때, 방태식의 연락을 받게 된 것이었다.
처음엔 방태식을 위험에서 빼내는 정도로 은혜를 갚으려고 했지만, 상황을 보아하니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도 어떻게 될지 모를 정도로 강력한 적들.
그들이 한꺼번에 몰려든 이상 후사를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강우진을 이곳에 불러들였다.
만약에 그 자신에게 문제가 생기면 그동안 쭉 지켜 봐온 강우진을 후계자로 삼아 자신만의 능력인 ‘뇌신기’를 물려주기 위함이었다.
구천승은 이미 뇌신기를 지니고 있지만, 그 뇌신기를 최강으로 거듭나게 하려면 이 동굴에서 발생하는 게이트가 반드시 필요했다.
구천승의 뇌신기는 뇌격혼이라는 특별한 특성과 만났을 때, 세 배나 되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회귀 전, 구천승은 이 동굴의 게이트에 들어가 거기서 뇌격혼을 얻었고, 그 덕에 사왕오패 중에서도 최강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다.
만약, 그 뇌격혼 특성을 중첩시킬 수 있는 행운을 얻는 게 가능하다면, 인류의 존망을 건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설사 중첩이 되지 않더라도 후계자로 점찍은 강우진에게 뇌격혼을 넘겨줄 수 있다면 자신의 뇌신기를 전수하여 강력한 마공사로 변모시키는 게 가능했다.
그렇게 모든 것을 계획하고 준비했는데, 생각지 못한 방해꾼이 등장했다.
이프리트의 가면인들과 똑같은 가면을 쓴 20대 초반의 젊은 사내.
처음엔 강우진 정도로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 사내의 강함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궁급을 넘어 파급의 끝자락에 오른 자신에 버금갈 정도의 강력함을 가진 젊은 가면의 사내.
그가 아군이라는 확신만 있다면 얼마든지 그와 손을 잡고 인류의 암울한 미래를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젊은 가면의 사내는 속내를 알 수 없었다.
구천승이 적과 아군을 가릴 때 사용하는 특성 명경지수.
그 특성을 사용했음에도 젊은 가면인의 진심이 무엇인지 전혀 밝혀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단 그를 배제하기로 했다.
황도13궁의 무리들을 상대하는 데 이용만 해먹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강우진과 방태식만 데리고 이곳을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젊은 가면인이 강우진을 공격했다.
정확히 말해, 젊은 가면인과 문천득의 싸움에 괜히 끼어들었다가 같은 편의 손에 스스로를 해치고 말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
구천승은 당장이라도 젊은 가면인에게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었다.
강우진은 인류의 희망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보통의 천재들을 뛰어넘는 엄청난 자질을 가진 데다가 강씨호왕가라는 막강한 가문이 버티고 있는 이상, 강우진을 잘만 키운다면 구천승 자신을 뛰어넘는 역대급 마공사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
젊은 가면인은 그런 희망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비록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 하지만, 강우진의 부상은 그의 정신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심각했으니까.
구천승은 안다.
강우진이 얼굴에 입은 화상은 특수한 아티팩트가 지닌 엄청난 마나고열에 의한 것으로, 포션이나 치료 특성이 있어도 제대로 고쳐질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구천승이 선택한 것은 게이트 오픈이었다.
이미 한차례 이곳에서 게이트를 발생시킨 적이 있었던 구천승.
게이트가 열리는데 필요한 조건을 모두 갖춰놓은 이상 뇌신기를 지닌 구천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게이트를 발생시킬 수 있었다.
그래서 문천득이 동굴 안으로 뛰어들어 왔을 때,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바로 게이트를 열었던 것이다.
게이트를 열고, 방태식에게 강우진을 데리고 그곳으로 도망치라고 마나전음을 보냈다.
그 둘이 이곳에 없어야 구천승은 자신의 모든 힘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
만약 적들이 방태식을 쫓아 게이트에 들어가면서 인원이 분산되면 그 또한 아주 좋은 기회였다.
구천승이 열어버린 게이트 안에는 또 다른 게이트가 두 개나 더 존재했고, 방태식은 강우진과 함께 도망칠 방법이 얼마든지 있었다.
구천승은 그사이 분산된 인원 일부를 먼저 쓸어버리고, 여유롭게 나머지 적들을 쫓아가 척살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구천승의 계획은 또다시 어긋나고 말았다.
이 말썽꾸러기 젊은 가면인은 알고 보니 자신과 같은 회귀자였다.
세상에 회귀자는 이산과 동료들을 포함해 단 여덟 명뿐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그것도 모자라 젊은 가면인 녀석은 느닷없이 염의 마녀 황가련의 2차 각성을 유도해 버리더니, 어렵게 발생시킨 게이트와 함께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구천승은 솔직히 기가 막힌 심정이었다.
세상에 어느 누가 게이트를 손으로 쥘 수 있으며, 그걸 가지고 모습을 감출 수 있단 말인가!
구천승이 아는 한, 이 정도의 아공간 계열 능력을 지닌 인물은 단 하나뿐.
바로 혈마 신유였다.
사대광마 중에서도 급을 달리하는 강자가 바로 혈마 신유다.
그의 능력은 아공간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고, 동일한 계열의 특성이나 능력을 지닌 사람의 힘을 흡수해 더욱 더 강력해질 수 있었다.
그런데, 방금 게이트와 함께 모습을 감춘 젊은 가면인은 그 신유의 능력에 맞먹는 아공간 능력자였다.
‘여기 그냥 있어 봐야 득 될 게 하나도 없겠군.’
구천승은 문천득과 박새한이 펼쳐내는 가공할 공격을 피하고 막아내면서 점점 동굴 입구 쪽으로 이동해 갔다.
그쪽엔 2차 각성을 마친 황가련이 지소연을 죽일 듯이 달려들고 있었다.
아까 동굴 밖에서 구천승이 죽인 세 사람을 제외하고 황도13궁의 최상위 간부 여덟 명이 이곳에 모여 있었다.
정황으로 보아 살마 문천득도 이미 황도13궁에 넘어간 듯했고, 박새한이나 사패극 오희창도 만만치 않은 강자여서 시간을 끌수록 자신이 불리했다.
동굴 밖에 진을 치고 있는 황도13궁의 교인들은 신경 쓸 가치도 없었다.
‘일단, 여기부터 벗어난 다음 그 젊은 녀석을 찾아야겠어.’
구천승은 자신의 특기이자 최강의 힘인 뇌신기를 끌어올리며 바닥을 힘차게 박찼다.
콰지지지지직-
그의 몸에서 뿜어지는 벼락의 힘은 궁급에 이른 마공사들마저도 겁을 집어먹을 만큼 강력했다.
“놈이 도망치지 못하게 막아!”
사패극 오희창은 자신의 아들을 죽인 구천승을 절대 살려 보낼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신분이 들통나든 말든 더 신경 쓰지 않고 독문무기인 용호쌍극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빠르게 미끄러져 가는 구천승 쪽으로 두 개의 극을 강하게 부딪쳤다.
꽈아아아아앙!
고막을 울리는 충격음이 울리며, 극과 극이 부딪친 곳에서 황금빛의 빛무리가 채찍처럼 튀어 나갔다.
이를 본 구천승은 감히 쉽게 보지 못하고 급히 몸을 돌려 빛무리를 검으로 쳐내려 했다. 그 순간,
“여기서 다 같이 죽는 거다, 구천승-----------!”
오희창이 극을 쥔 손을 확 휘두르자, 빛무리 역시 크게 방향을 틀었고, 동굴 입구 쪽 천장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바로 그때였다.
스슥
게이트가 사라진 자리로 희끄무레한 사람 그림자가 하나가 나타나더니 눈을 의심할 정도의 엄청난 빠르기로 번쩍했다.
그 그림자는 찰나의 순간, 동굴 입구 쪽으로 움직였고 거기서 천장을 때리려는 빛무리를 맨손으로 콱 움켜쥐었다.
콰과과과과과과과
빛무리가 눈부신 빛을 뿜어내며 그림의 손에서 회오리처럼 뭉쳐 들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 그림자 쪽으로 향했다.
그러자 회전하는 빛무리를 손에 거머쥔 가면의 사내가 고개를 뚜둑 꺾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딱 다섯만 세겠습니다. 그 안에 도망친다면 목숨만은 살려주죠.”
가면인, 한수호는 빛무리를 더욱 꽉 움켜쥐며 숫자를 카운트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