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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272화 (272/375)

272화

‘염룡아는 어디 가고, 갑자기 뭔 뇌룡아야?’

한수호는 분명 염룡아의 마나회로를 분석해 그걸 구현시켰다.

그런데 특성 목록에 등장한 건 염룡아가 아니다.

‘적합도가 79%라서 열화판으로 구현된 건가?’

그렇게 생각해 봤지만, 아직 인챈트 스톤에 각인을 한 것도 아닌데 적합도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한수호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어쩔 수 없이 이 ‘뇌룡아’라는 특성을 인챈트 스톤에 새기기로 했다.

지금은 목록상에만 구현시킨 것이기에 한수호가 이 특성에 대해 자세히 알려면 인챈트 스톤에 각인시키는 작업이 필요했다.

‘일단 해보자.’

이유까지는 알 수 없지만, 0티어인 염룡아의 마나회로를 분석해서 탄생한 것이니 뇌룡아 또한 만만치 않은 특성일 게 분명했다.

한수호는 바로 ‘뇌룡아’를 선택해 인챈트 스톤에 특성을 새겨넣었다.

10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 흘렀을 때, 한수호가 손에 쥐고 있던 보랏빛 스톤은 검은빛을 뿌리는 특성석으로 완전히 변해버렸다.

[특성석]

-보유 포인트: 700,000LP

-특성 염룡아를 토대로 인간 한수호가 새롭게 창조한 특성을 품고 있습니다.

-특성, ‘뇌룡아’가 새겨져 있습니다.

>>특성을 흡수하고 포인트를 획득하겠습니까? YES/NO

‘70만 포인트면, 염룡아보다 좋은 특성은 아니라는 건데….’

이미 예상은 했어도, 특성석의 가치가 30만 포인트나 아래로 떨어진 걸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되니 괜히 아쉬움이 커졌다.

그래도 단순히 마나회로를 분석한 것만으로도 0티어 특성에 유사한 특성을 창조해 냈다는 사실은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특성부터 흡수해 볼까?’

한수호는 특성석을 분석하는 대신, 직접 흡수하여 뇌룡아가 어떤 특성인지를 알아보기로 했다.

눈앞에 떠 있는 질문에서 YES를 선택한 순간,

콰지직

특성석이 과자처럼 부서지더니 표면에 새겨져 있던 수많은 글자가 튀어나와 한수호의 손을 마구 휘감았다.

글자들은 접착제처럼 달라붙었고, 그 즉시 한수호의 온몸에서 휘황찬란한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앞으로 떠오르는 메시지들.

>>특성을 획득합니다.

>>특성: 뇌룡아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획득 포인트: 700,000LP

아무런 문제없이 특성이 흡수되었다.

한수호는 바로 특성 정보를 눈앞에 띄웠다.

[특성: 뇌룡아]

-1티어 상위에 있는 특성입니다.

-접촉한 상대의 신체에 뇌룡흔을 새겨 원하는 순간에 특성을 침묵시킵니다.

-침묵 유지 시간: 3초

-쿨타임: 10분

정보를 쭉 훑어본 한수호.

그의 고개가 옆으로 살짝 기울어졌다.

“쓰읍, 애매한데….”

좋은 듯하면서도 뭔가 2% 부족해 보이는 특성.

상대가 특성을 사용할 수 없게 침묵시키는 효과 자체는 엄청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 특성을 사용하려면 적의 신체에 접촉을 해야 하고, 침묵이 가능한 시간도 3초뿐이었다.

게다가 업그레이드 내용이 없는 걸로 보아, 진화가 불가능한 특성인 게 분명했다.

‘하…. 이것도 절체절명의 순간에 사용해야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겠구나.’

한수호가 지닌 특성들 대부분이 이런 식이었다.

특성 자체만 놓고 보면 효과가 엄청나지만, 아무 때나 펑펑 써봐야 큰 효과를 보기 힘든 종류의 특성이 대부분이었다.

‘0티어는 아니지만, 1티어 상위에 속하니 그나마 다행인가?’

어차피 큰 노력을 들여 얻어낸 특성이 아니었기에 아쉬움은 금방 떨쳐버릴 수 있었다.

강우진이 정상적인 염룡아 특성을 갖지 못하게 훼방을 놓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한수호는 기분 좋게 뇌룡아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제 한수호가 사용할 수 있는 특성은 무려 15개.

한 달 뒤에 횡경도를 찾아가 쇼크이터 특성까지 접수한다면 16개가 된다.

다른 마공사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뒤로 나자빠질 정도로 놀라운 일이지만 한수호는 오히려 작은 걱정이 앞서고 있었다.

‘특성만 잔뜩 있다고 해서, 과연 내가 강하다고 볼 수 있는 걸까?’

그에 대한 답은 이미 알고 있다.

특성을 잔뜩 가지고 있는 적들을 몇 차례 상대해 본 적이 있었고, 그들은 오히려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해 쉽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었다.

한수호는 그 자신도 그들과 같은 꼴이 될까 봐 걱정이었다.

‘특성들을 어떤 조합으로 사용했을 때, 가장 시너지 효과가 좋은지 그걸 찾아내는 게 급선무야.’

한수호는 그렇게 결심하고는 다음 할 일을 진행시켰다.

‘이제 개조 특성의 최종 버전을 확인할 시간인가?’

지금의 한수호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개조 특성.

총 5단계로 나뉜 개조 특성은 어느덧 4단계까지 오른 상태였다.

1단계에선 신체 외적인 능력치를 개조할 수 있었고,

2단계에선 신체 내적인 능력치까지 높이는 게 가능해졌다.

3단계는 초월자적인 능력치를 높일 수 있었는데, 그 덕분에 한수호는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다음은 4단계.

앞선 1, 2, 3단계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커스터 마이징 능력이었다.

이제 남은 단계는 단 하나.

무려 1천만 포인트를 소모해야 오를 수 있는 개조 최후의 단계였다.

‘최종 단계에 얻을 수 있는 능력은 뭘까?’

한수호는 묘한 기대감을 가지며 개조 특성의 정보를 불러냈다.

그리고 조금의 고민도 없이 1천만 포인트를 투자하여 마지막 업그레이드를 실행했다.

개조 특성의 업그레이드는 순식간에 마무리되었다.

눈앞에 떠오른 개조 특성의 최종 업그레이드 결과.

그것을 확인한 한수호의 눈이 더할 나위 없이 크게 떠졌다.

>>’특성: 개조’가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4단계=>최종

-최종 효과: 영혼 개조에 해당하며, 최근 한 달 내에 사망한 자 중 사용자와 유대감이 깊은 영혼을 불러들여 자신의 사령마로 개조할 수 있습니다. 개조된 사령마는 특정 사물에 봉인되고, 생전 능력의 50%에 사용자 능력 50%가 합쳐진 능력을 소유하게 됩니다.

‘죽은 자의 영혼을 사령마로 개조한다고?’

이건 정말 생각도 못 했다.

내용 그대로 이해했을 때, 죽은 자를 사령마로 개조시키면 생전의 능력 50%에 한수호의 능력 50%가 더해진 엄청난 괴물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말이었다.

쉽게 말해, 한수호에게 죽은 마나력 1천짜리 마공사가 있다면 그를 사령마로 재탄생 시켜, 거의 5천에 가까운 능력을 발휘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

개조 특성의 최종 단계는 과연 남달랐다.

4단계까지는 본인과 관련된 내용만 개조할 수 있었는데, 이젠 죽은 자의 몸까지 개조시킬 수 있게 되다니.

한수호는 자신이 어떤 사령마를 부릴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한수호가 개조 특성의 최종 단계를 발동시키자, 그의 눈앞에 목록 같은 것이 주르륵 떠올랐다.

>>사령마로 개조를 원하는 대상을 선택하세요.

-황가련

-이대경

-박준규

-박혜리

목록에는 단 4명의 이름만 포함되어 있었다.

‘하…. 어이가 없네.’

이 네 명 중에서 유대감이 그나마 깊다고 볼 수 있는 인물은 황가련뿐, 나머지는 철천지원수나 다름없었다.

개조 특성에서 말하는 유대감은 강력한 적의까지도 포함하고 있는 모양.

‘사령마로 삼을만한 영혼은 황가련뿐이구나.’

이대경이나 박준규를 사령마로 부리고 싶은 생각은 단 1도 없었다.

‘나중에 사령마 대상자가 더 늘어나면 그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겠…. 젠장. 기분 더럽네.’

한수호는 나중을 떠올리다가 스스로의 생각에 욕을 내뱉었다.

사령마의 대상자가 늘어나기 위해선, 한수호와 유대감이 깊은 사람들이 그만큼 많이 죽어야 했다.

사령마 늘리자고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바랄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한수호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더러워진 기분을 훌훌 털어냈다. 그리고 황가련을 사령마로 삼으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그냥 시험만 해보고 다시 돌려보내 줄게.’

마음속 깊이 사과의 뜻을 전한 한수호는 황가련을 사령마로 선택했다. 순간,

-사령마 1기의 소환에는 마나력 5,000이 소모됩니다. 사령마를 소환하시겠습니까? YES/NO

소모 마력은 무려 5천.

숫자 제한이 없는 걸로 보아, 마나력만 충분하다면 사령마를 두셋 이상 더 소환할 수 있는 걸로 보였다.

한수호는 YES를 선택했고, 그 즉시 바닥에서 하얀빛의 기둥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의 기둥 안에서 예쁘장한 얼굴에, 검은 생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황가련이 두둥실 떠오르고 있었다.

화려한 이팩트와 함께 한수호 앞에 등장한 황가련.

그녀의 모습은 생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다소 서글퍼 보이는 눈과 세상을 비웃는 듯한 입매.

키는 160을 조금 넘지만 작다고 생각되지 않는 훌륭한 비율의 신체를 지닌 소녀였다.

“잘 쉬고 있는데 다시 불러와서 미안. 사령마로 불러낼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 다시 돌려보내 줄게.”

한수호는 황가련 앞에서 고개를 꾸벅해 보이고는 역소환을 실행하려 했다.

마나력을 5천이나 소모하면서까지 불러내긴 했어도, 정말 황가련을 사령마로 삼아 데리고 다닐 생각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소환된 사령마에게 이름을 붙여주세요.

역소환이 되지 않았다.

‘뭐지?’

한수호는 잠시 당황했다.

분명 시야 한쪽에 ‘역소환’이라는 선택지가 나타나 있었고, 한수호는 그 선택지를 선택했다.

그런데 황가련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시 역소환!’

두 번째로 정확히 역소환 선택지를 골랐고, 황가련의 몸이 흐릿하게 변하는가 싶더니.

>>소환된 사령마에게 이름을 붙여주세요.

또다시 이름을 붙이라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설마…. 역소환을 스스로 거부하고 있는 건가?’

그게 아니고서야 시스템상에 존재하는 역소환이 통하지 않을리 없었다.

한수호는 초점 없이 그저 우두커니 서 있는 황가련의 눈을 바라봤다.

그 눈에는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한수호가 정신을 좀 더 집중시켰을 때였다.

마네킹처럼 서 있던 황가련의 입술이 아주 미세하게 달싹거렸다.

-저와 오빠가 편히 잠들 장소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은혜를 갚고자 하니, 저를 사령마로 삼아주세요.

한수호의 귓가로 황가련의 음성이 흘러들었다.

이건 착각도, 환상도 아니었다.

황가련은 이미 죽었지만, 그녀의 영혼이 개조 특성에 의해 이곳으로 불려오면서 자의식을 되찾게 된 것이다.

“그게 네 진심이야?”

한수호가 진지한 얼굴로 질문을 던지자,

-네. 저의 진심입니다.

황가련이 또다시 답했다.

역소환 조차 스스로 거부하는 황가련.

한수호는 이 상황을 거부하는 것이 오히려 황가련에게 미안한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대신, 널 쓸데없는 일에 끌어들이는 일은 없을 거라고 약속하지.”

한수호가 황가련의 작은 어깨에 손을 얹으며 하는 말에, 그녀의 입가에도 미소가 떠오르는 것 같았다.

“앞으로 널 가련이라고 부르겠다.”

삐링

>>사령마의 이름이 ‘가련’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사령마 가련이 몸을 의탁할 장소를 지정해 주세요.

이어서 등장한 메시지에 한수호는 주변을 둘러봤다.

가족이 살 장소로 만들어 둔 집이어서 거실엔 없는 게 없었다.

그중에서도 한수호의 눈길을 잡는 물건이 하나 있었으니, 그건 하트 모양을 한 작은 양초였다.

급이 낮긴 해도 매우 작은 마나코어가 안에 내장되어 있는 양초라서 아무리 오래 불을 켜 놓아도 닳지 않는 아티팩트였다.

“저 양초에 몸을 의탁하는 건 어떨… 어?”

한수호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황가련이 스르륵 미끄러지듯이 움직이더니 양초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화륵

하트 모양의 양초에 불이 켜졌다.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 촛불의 위쪽엔 투명한 형태로 황가련의 얼굴이 떠올랐다.

-저를 거두어 주셔서 감사드려요. 앞으로 주인님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촛불 위의 황가련이 한수호에게 말을 걸었다.

“지금의 넌 황가련일까, 아니면 황가련의 모습을 본떠 만들어진 사령마일까?”

한수호가 질문을 던지자 촛불 위의 황가련 얼굴이 깔깔 웃었다. 그래서인지 촛불 또한 앞뒤로 크게 흔들렸다.

-전 그저 황가련의 뜻을 이어받은 영적인 존재일 뿐이에요. 그러니 아무 부담 없이 절 부리셔도 된답니다.

“그나마 다행이네.”

진짜 황가련이 아니라는 말이었으니 한수호도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었다.

“그런데, 널 부리려면 그 양초를 항상 내가 가지고 다녀야 하는 건가?”

-그건 아니에요. 저와 주인님은 영의 세계로 이어져 있어서 이 양초가 어디에 있던 주인님이 찾으면 언제든지 현신할 수 있어요.

“아, 그래?”

생각보다 시스템이 나쁘지 않았다.

귀신 들린 물건을 이 집 안에 늘 두고 있는 건 좀 그렇지만, 굳이 양초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한수호는 촛불 위에 떠 올라 있는 ‘가련’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리고 그녀가 지닌 능력이 어느 수준인지를 파악해 봤다.

가련의 정보를 확인한 한수호.

그의 눈에는 놀라움의 감정이 한가득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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