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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281화 (281/375)

281화

쿠웅. 쿵.

육중한 체구에 무거운 울림을 일으키는 존재는 거대 골렘이었다.

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니라 여덟 마리.

크기는 12미터나 되고, 온몸이 뾰족한 암석으로 이루어진 골렘은 바로 ‘고르골’이라는 이름을 지니고 있었다.

한수호는 2급 몬스터 중에서도 상위에 놓인 고르골 여덟 마리를 빠르게 살폈다.

[파이크골렘 고르골]

-아스루나의 상위 몬스터 중 하나입니다.

-땅 속성과 불 속성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마나력: 2,800

마나력 2,800짜리 몬스터.

순수 마나력만 보면, 골렘 한 마리가 궁급 마공사 두 명을 합친 수준이었다.

한수호가 이 골렘을 보고 반가움을 느낀 이유는, 생김새가 그의 전용 골렘인 사툴란과 상당히 비슷했기 때문.

‘그러고 보니 사툴란을 소환한 지가 꽤 오래됐잖아?’

그동안은 사툴란뿐만이 아니라 고니도 소환한 적이 없었다.

고르골 덕분에 사툴란을 떠올린 한수호.

그는 이 79층에서는 사툴란을 소환해 보기로 했다.

인벤토리 한쪽에 우울한 얼굴로 쭈그러져 있는 사툴란을 저 앞에서 슬슬 몸을 붉게 달구기 시작한 고르골 여덟 마리 쪽에 구현시켰다.

쿠웅!

묵직한 소음을 일으키며 크리스탈골렘 사툴란이 바닥에 내려섰다.

“쿠오오오오!”

사툴란은 등장과 동시에 자기 가슴을 두드리며 이상한 괴성을 내지르다가 두 마리 고르골을 알아보고는 흠칫했다.

“…호곡?”

마치 만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사툴란의 두 눈이 퉁방울처럼 커졌고,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속도로 쏜살같이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방향엔 한수호가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실망이다, 사툴란. 고작 골렘 두 마리가 무서워 등을 보이다니.”

덤덤하게 흘러나오는 말에 사툴란이 거구를 우뚝 멈춰 세웠다.

콰드드드득

체중을 이기지 못하고 사툴란의 두 발이 깊은 골을 파내며 미끄러졌다.

“쿠워!”

사툴란은 도망친 게 아니라는 듯 가슴을 펴며 큰 소리를 내지른 뒤, 당당히 고르골들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사툴란을 바라보던 한수호는 혼자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웃음을 머금었다.

* * *

한수호는 산산이 조각난 고르골들의 부스러기 위에 걸터앉아 사툴란 두 마리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증명의 탑 79층에서 마주한 몬스터 고르골.

고르골 한 마리만으로는 사툴란의 상대가 되지 않았지만, 여섯 마리나 되다 보니 사툴란도 굉장히 애를 먹고 있었다.

전투가 시작된 지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6마리를 박살 내는 게 다였다.

물론 골렘 대 골렘의 대결이라 그런지 전투의 양상은 굉장히 박력이 넘쳤다.

8미터의 사툴란과 12미터의 고르골들이 힘과 마법으로 육탄전을 벌이는 광경은 보기 드문 진귀한 장면이었다.

공기를 울리는 육중한 충격파가 끊임없이 사방으로 터져 나왔고, 육체를 이루고 있는 금속 조각들이 파편처럼 튀어 올랐다.

놀라운 것은 사툴란이 자신보다 훨씬 큰 대형 골렘들을 상대로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섯 마리가 모두 있었을 땐, 조금은 밀리는 듯했지만 처음 한 마리가 파괴된 이후부터는 오히려 고르골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지금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두 마리 고르골은 다른 네 마리와 질적으로 달랐다.

[파이크골렘 진.고르골]

-아스루나의 상위 몬스터 중 하나입니다.

-땅 속성과 불 속성에 특화되어 있는 특수종입니다.

-마나력: 4,100

무려 마나력 4,100의 몬스터.

그런 고르골 두 마리를 상대로는 사툴란도 쉽게 상황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었다.

“야, 사툴란! 아직 21층이나 더 가야 하는데, 빨리 좀 끝내지?”

한수호가 놀리듯 꺼낸 말에 사툴란이 더욱 기운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며 전투에 임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이었다.

콰앙!

거구의 사툴란이 바닥을 힘차게 찍더니 날렵하게 날아올랐다.

그 모습을 본 고르골 두 마리 중 하나는 땅에서 수십 개의 뾰족한 가시들을 솟아오르게 해 사툴란을 공격했다.

다른 하나는 1미터가 넘는 커다란 손 두 개로 공을 쥐듯 감싸 잡았고, 그 사이 공간으로 뜨거운 불의 구체가 확 일어났다.

땅과 불 속성을 최대치로 뽑아내 사툴란을 단숨에 박살 내려는 듯했다.

그 기세가 워낙 강력해 한수호도 한눈을 팔지 못하고 전투에 시선을 집중했다. 바로 그 순간,

콰드드드드드

사툴란이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거대한 가시들을 두부 으깨듯 박살 내며 쏜살같이 내리 꽂혔다.

직경 2미터의 큰 불덩이가 날아들어 온몸을 휘감아 외피를 녹아 내리게 만들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쐐기처럼 박혀 들었다.

쿠아아아앙!

사툴란이 두 주먹을 하나로 뭉친 자세로 다이빙하듯 내리 꽂히자 고르골 한 마리가 와르르 부서져 버렸다.

사툴란은 그대로 몸을 휘돌렸고 손에는 어느새 한수호도 처음 보는 커다란 대검이 쥐어져 있었다.

쩌엉-

크리스탈로 만들어진 대검이 새까만 고르골의 방어에 막혔다.

하지만 사툴란의 공격은 이제 시작이었다.

꽈앙! 꽝꽝꽝꽝!

검이 막히면 방향을 틀어 마구잡이로 베어냈다.

이 단순 무식한 휘두름에 마지막 고르골의 몸이 조금씩 깎여나갔고, 결국 사툴란보다도 덩치가 작아지고 말았다.

사툴란은 5미터에 불과한 고르골을 거만한 얼굴로 내려다보다가 한수호 쪽을 힐끗 돌아봤다.

마치 내가 하는 거 잘 봤냐고 묻는 듯한 표정.

한수호는 피식 웃고는 잘했다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순간,

퍼걱!

사툴란이 휘두른 검에 고르골의 머리가 날아가버렸다.

와르르르르….

머리가 사라진 고르골은 그대로 무너져 버렸다.

장장 20여 분이 넘는 시간이 걸린 흉포한 전투.

마침내 승리자가 정해졌다.

“잘했다, 사툴란. 실력이 살아있네!”

한수호의 말에 사툴란은 이제 알았냐는 듯 콧방귀를 뀌더니 머리가 사라진 고르골의 가슴에서 붉은 마나 코어를 끄집어냈다.

한수호는 심장 대신 나온 마나 코어를 사툴란이 자신에게 선물로 주려나 보다 생각하며 몇 걸음 다가갔다.

그런데,

꿀꺽

사툴란이 마나 코어를 그대로 삼켜버렸다.

그러고는 다른 고르골들의 몸체도 뒤적여 파랗고 붉은 마나 코어들을 죄다 꺼냈다.

방금 먹은 마나 코어까지 총 여덟 개.

그걸 모두 꿀꺽 삼켜버린 사툴란이 돌연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그때였다.

드드드드드드드

사방에 흩어져 있던 고르골들의 몸체 조각들이 지진을 만난 듯 마구 흔들리면서 점차 사툴란 쪽으로 모여들었다.

마치 강력한 자석 쪽으로 금속들이 끌려 들어가는 듯한 묘한 광경.

반투명한 크리스탈 형태였던 사툴란의 몸 위로 검은 금속들이 마구 달라붙기 시작했다.

금속들은 달라붙자마자 솜사탕처럼 녹아 스며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에 흩어져 있던 모든 고르골 조각들을 몸으로 흡수해 버렸다.

“쿠워어어어어!”

고양감이 넘치기라도 하는지 사툴란이 두 팔을 번쩍 치켜들며 괴성을 터트렸다.

한수호는 고르골의 조각들을 흡수한 사툴란이 한층 더 거대해진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이야…. 너도 진화가 가능한 녀석이었구나?”

“크르르. 크르!”

사툴란은 당연한 걸 묻는다는 건방진 표정으로 제 가슴을 쾅쾅 때렸다.

확실히 사툴란은 달라졌다.

키는 10미터까지 커졌고, 전체적인 외장색이 블랙다이아몬드와 흡사해졌다.

고르골처럼 둔탁한 검은색이 아니라, 속이 비치듯 반짝이는 검정이었다.

한수호는 크게 변한 사툴란을 바라보다가 눈앞에 떠오른 정보창을 빠르게 훑었다.

[진화의 사툴란]

-코스트: 288

-원래 안개의 미궁 최종 보스였으나 한수호에게 거두어져 충실한 수하로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물, 대지, 불 속성을 다룰 수 있습니다.

-특정 조건을 만족할 경우, 진화합니다.

-마나력: 5,900

실로 놀라운 내용이었다.

130이 겨우 넘었던 코스트는 근 300에 가깝게 상승했으며, 세 가지 속성을 한꺼번에 사용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리고 아직 사툴란의 진화는 끝난 게 아니었다.

‘앞으론 사툴란 녀석도 종종 소환시켜야겠군.’

한수호는 더욱 멋있어진 자신이 만족스러운 듯 어깨를 으쓱대는 사툴란의 한쪽 다리를 툭툭 쳐주었다.

“가자, 툴란. 아직 갈 길이 멀다.”

한수호는 어느새 저 앞에 나타나 있는 계단을 향해 힘차게 나아갔다.

* * *

-2단계 진화율: 86%

괴인혈의 진화율이 90%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85층에서 만난 몬스터는 2급 게이트에서 종종 목격이 가능한 베어폭스.

크기는 4미터 정도지만, 작은 고양이만큼이나 움직임이 빠르고 머리가 좋은 약아빠진 몬스터였다.

이놈들은 덩치도 큰 것들이 대여섯 마리씩 집단을 이루어 사냥을 다니는 특성을 지녔다.

빠르고, 머리가 좋으며, 숫자가 많아 웬만한 궁급 마공사들도 이놈들을 마주하면 일단 물러서기 마련이었다.

그런 베어폭스 아홉마리를 마주한 한수호.

하지만 아무리 그런 베어폭스라고 해도 한수호에게 진화율을 올리기 위한 희생양밖에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사툴란이 앞장서서 베어폭스를 상대해 주었기에 놈들을 때려잡는 건 어려울 게 전혀 없었다.

마지막 여덟 번째 베어폭스의 심장을 한입 베어문 한수호는 이제 86%까지 상승한 진화율을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구워억?”

사툴란이 혼자 히죽거리고 있는 한수호의 어깨를 툭 치며 계단 쪽을 가리켰다.

다음 층으로 안 가고 뭐 하냐는 질문이 담긴 표정.

한수호는 사툴란에게 어른 몸통만 한 베어폭스의 심장을 휙 던져주었다.

“나머진 네가 먹어라. 어차피 난 한 입만 먹으면 필요 없거든.”

“흐어어엉!”

사툴란은 한수호가 던져준 심장을 마치 고기 분쇄기처럼 잘게 갈아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참 어이가 없네…. 몬스터 심장을 먹는 골렘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한수호는 고니에 이어 이 사툴란도 참 희한한 녀석이라고 생각하며 다음 층으로 올라갔다.

86층부터 89층까지는 특별할 것도, 어려울 것도 없는 그저 그런 몬스터들만 떼거지로 등장했다.

층마다 아홉 마리씩 나타났으나 한수호와 사툴란 콤비에는 길어봐야 5분이면 상황 종료였다.

그렇게 순식간에 90층까지 오른 한수호.

90층부터는 다시 단 한 마리의 몬스터만 등장했다.

대신 한 마리의 존재감이 거의 일반 던전에서 등장하는 최종보스급이었다.

그래도 한수호를 막는 건 불가능했다.

트리플 헤드 오우거부터 포 핸드 트롤, 스콜피오나, 그리고 정겨운 발록까지.

한수호는 99층에서 등장한 드레이크를 쓰러뜨리는 순간, 왠지 모를 짜릿한 희열까지 느낄 수 있었다.

거의 고니의 최종 변신체인 드레고니안의 덩치에 비견될 정도로 커다란 드레이크.

놈을 쓰러뜨리기 위해 한수호는 쇄혼과 돌파, 이기어검은 물론 내가중수 특성까지 사용해야 했다.

사툴란은 팔다리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망가졌지만, 다행히 한수호는 별다른 부상 없이 드레이크의 몸통에 내가중수를 펼쳐, 끝내 쓰러뜨릴 수 있었다.

축 늘어진 드레이크의 사체를 바라보는 한수호.

드래곤과 다를 바가 없을 정도로 막강한 위세를 보이던 드레이크였지만, 결국 한수호의 마르지 않는 마나력 앞에선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만 흡수하면 3단계다!’

한수호는 괴인혈의 진화율이 99%에 이르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는 드레이크의 사체 앞으로 다가섰다.

나샬을 꺼내 드레이크의 가슴을 쭉 찢어낸 뒤, 그 안에서 자신보다도 커다란 심장을 꺼냈다.

방금 전까지 힘차게 펄떡대고 있던 심장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생기를 잃고 있었다.

‘이것도 한 입만 베어 물면 되는 거겠지?’

한수호는 심장을 향해 입을 들이댔다. 바로 그때였다.

뚜꿍-

묘한 울림이 한수호의 뇌리로 파고들었다.

‘이건…?’

분명 이 심장 안쪽에서 시작된 울림이었다.

한수호는 그 울림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로 느껴졌고 다시 나샬을 써서 심장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그러자,

투둑. 투르르르….

갈라진 심장에서 약 50센티 길이의 막대 하나가 굴러떨어졌다.

한수호는 무심코 그 막대를 집어들었다.

[뇌격창]

-코스트: 312

-벼락의 힘을 품고 있는 최고위 무기입니다.

-뇌격창을 사용하면, 운용한 마나력의 2배에 해당하는 위력의 벼락을 뿜어냅니다.

-영웅의 관을 여는 열쇠입니다.

한수호가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뇌격창이 등장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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