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마공사-295화 (295/375)

295화

그로부터 1시간 뒤.

세 사람은 게이트 보관 창고에 들어섰다.

그곳엔 총 10개의 게이트가 가지런하게 배치되어 있었는데, 가장 마지막 칸에 인천공항에서 가져온 10호 게이트가 자리하고 있었다.

한수호는 그 게이트 앞에 서서 정보를 천천히 훑어봤다.

[특급 던전 ‘유령 저택’]

-보유 포인트: 30,000,000LP

-위험도: ★★★★★★★★☆☆

-아스루나 대륙의 고대인이 건축한 대저택으로 수많은 보물이 숨겨져 있습니다.

-대저택에 숨겨진 열쇠를 찾으면 보상의 방을 열 수 있습니다.

-발자크가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포인트를 흡수하면 던전의 위험도가 상승하여 클리어 보상 수준이 상승합니다. 포인트를 흡수하겠습니까? YES/NO

위험도가 무려 8성이나 되는 던전.

이런 엄청난 던전이 아무 대비도 없이 인천공항 지하 주차장 속에 방치되어 있었다니.

한수호는 이 던전이 마나폭발을 일으켰다면 봉인의 틈새가 그 어떤 때보다 더 크게 벌어졌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이곳에 가져온 게 다행이긴 한데….’

하지만 이것이 나스타샤가 말한 회귀자의 개입에 해당된다면, 인류의 멸망이 한층 더 빠르게 시작될 거라 걱정이 태산이었다.

“이 게이트는 어쩔 생각이냐? 그냥 이곳에 두려고?”

구천승도 이 게이트가 다른 게이트와는 달리 굉장히 위험하다는 걸 직감하고 있었다.

“일단 들어가 보고,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죠.”

“보통 게이트가 아닌 것 같은데 괜찮겠느냐?”

구천승의 걱정 어린 말에 한수호는 히죽 웃음을 그려주었다.

“저 수호예요. 스승님 후계자, 한수호. 그리 걱정이 되시면 저와 함께 가시던가요.”

“난 됐다. 이 나이에 게이트를 넘나드는 건 그다지 내키지 않아서 말이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구천승도 이 게이트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이렇게 하죠. 제가 먼저 탐사해 보고, 위험하다 싶으면 도움을 받는 걸로.”

“나도 함께 들어갈래.”

갑자기 나스타샤가 끼어들었다.

한수호는 나스타샤를 슬쩍 바라봤다.

*[마나] : 2,170

순수 마나력 수치만 보면 파급 수준.

하지만 나스타샤는 보조형 특성을 지닌 마공사여서 직접적인 전투 능력이 크게 부족했다.

“지금 내 실력 의심하는 거니? 널 위해 이역만리 대한민국까지 와서 규격 외 특성까지 심어 줬는데 말이야, 응! 너한테 짐 될 일 없으니까 나 꼭 데려가. 안 데리고 가면 내가 절대 가만있지 않….”

“그럼 가죠, 뭐.”

한수호는 그렇게 말하고는 게이트 속으로 뛰어들었다.

남겨진 나스타샤는 말을 더 잇지 못하고 어버버 대다가 구천승을 바라봤다. 그리고 어색한 웃음을 그렸다.

“수호 녀석, 어려서 그런지 감정 기복이 심하네요. 그쵸?”

“그래도 너보단 나을 거다. 넌 거기다 수다까지 심하니까.”

구천승의 팩트 폭격에 나스타샤는 입을 삐죽대다가 게이트 속으로 향했다.

“안에서 좋은 보상 타도, 아저씨한테는 국물도 없을 줄 알아요! 칫.”

구천승이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보지도 않은 채, 나스타샤는 게이트에 들어섰다.

주변 배경이 몇 번 빠르게 스쳐 가는가 싶더니, 나스타샤는 어느새 게이트를 넘어 전혀 다른 세상에 도착해 있었다.

한수호는 바로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는데, 어느 한 방향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곳이 어딘지 몰라도 굉장히 더웠다.

도착과 동시에 훅 밀어닥치는 후끈한 열기.

이 게이트와 연결된 아스루나는 사방이 나무와 풀로 가득한 밀림의 어느 곳이었다.

“저쪽입니다.”

한수호는 어느새 마나 파동을 넓게 퍼트려 주변을 살폈고, 멀지 않은 곳에 강한 마나를 뿜어내는 장소가 있음을 확인했다.

“너 여기 와봤니?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알아?”

“그냥 감이죠.”

한수호는 별것 아니라는 듯 피식 웃고는 망설임 없이 밀림을 헤치며 나아갔다.

새하얀 냉기를 풀풀 날리는 그랑검으로 나뭇가지들을 툭툭 쳐내자 과자처럼 바스라져 길을 만들어 냈다.

“그 검, 좀 멋지다?”

새하얀 김을 모락모락 피워내는 50센티 길이의 정글도.

한수호에겐 특이할 게 없었지만, 그랑검을 처음보는 나스타샤에겐 매우 신기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말해봐야 이 검 안 줍니다.”

“야! 내가 언제 그 검 달라디? 흥! 나이도 어린 게 누굴 거지로 아나.”

토라진 듯 눈까지 흘기는 나스타샤.

하지만 시선은 여전히 그랑검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한국말 엄청 잘하네요. 미국인 맞아요?”

한수호가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나스타샤는 방금 토라진 걸 그새 까먹고 수다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렇지? 네가 봐도 내 한국어 죽이지 않니? 이게 다 이 누님이 죽자고 노력한 덕분이다. 1차 회귀 전까지만 해도 한국어는 그냥 의사소통 정도만 가능했거든. 그러다 1차, 2차로 회귀하게 되면서 하루에도 몇 시간씩 한국어 공부를 했지. 아우, 처음엔 정말 얼마나 힘들었다고. 시작을 부산 사투리로 배워서 말투 교정하는 것만 몇 년이 걸렸거든. 그리고 내가 한때는 한국인 유학생을 만나서 사귀기도 했다? 그 남자 얼마나 웃긴 줄 아니? 내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수다에 한수호는 괜히 말을 꺼냈다고 급격히 후회했다.

그렇게 나스타샤의 수다를 백색소음 삼아 대충 흘려들으며 밀림 속을 헤치고 나가던 중이었다.

콰자작

굵은 나뭇가지들이 하얗게 산산이 조각이 나면서 꽉 막혔던 정면 시야가 확 뚫렸다.

그리고 드러난 광경.

한수호는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뜻밖의 건물을 보고 걸음을 멈춰 세우고 말았다.

앞은 시야가 확 트인 넓은 공간이었다.

그 공간의 중심에 우뚝 서 있는 커다란 건물 하나.

어찌 보면 대신전 처럼도 보이고, 달리 보면 카톨릭교의 대성당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한수호가 저 건물을 보고 크게 놀라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사진과 똑같아….’

아버지 한철형이 남긴 비밀 서랍 속에 들어있던 단체 사진 속에서 배경으로 나왔던 대신전 건물과 너무나도 똑같은 모습이었다.

한수호는 인벤토리에 보관 중이던 단체 사진을 꺼냈다.

15명의 인원이 대신전 건물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들어 올려 저 앞의 커다란 건물과 비교했다.

주변에 자라난 나무와 풀들의 모습만 다를 뿐, 사진 속 건물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오죽하면 건물 근처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큰 뾰족 바위까지 똑같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사진 뭐니? 저 건물하고 완전 똑같은데? 역시, 내 말이 맞았네. 너 여기 한 번 왔다 간 거구나?”

나스타샤가 옆으로 붙어서서 같이 사진을 보며 한 말이었다.

“아니요. 제가 아니라 제 부모님이 왔다 간 것 같네요.”

“부모님?”

흠칫 놀란 나스타샤는 사진 속 인물들의 면면을 자세히 살폈다. 그러다 이산과 송혁, 유대룡 등을 발견하고는 더욱 크게 놀랐다.

“이 아저씨들이 왜 이 사진에 있어? 설마, 여기가 거기인 거야?”

“거기라뇨? 뭐, 아는 거 있습니까?”

“나도 들은 거라 정확히는 몰라. 다만, 25년 전쯤에 한국에 거의 2급에 해당하는 게이트가 시내 중심가에서 열렸다고 들었어. 게이트 이름이 무슨 정글 대신전인가 그랬나? 아무튼, 그 게이트에 아무것도 모르고 마공사 수십 명이 들어갔다가 모조리 전멸했다고 했거든.”

“그거랑 이 사진이랑 무슨 관계인데요?”

“나한테 그 이야길 해준 게 이산 아저씨니까. 그분이 말하길, 너무 위험한 던전 게이트라서 당시 가장 유능한 마공사들로 팀을 꾸려서 폐쇄 작전에 들어갔다더라고. 다행히 폐쇄에 성공했는데, 그 안에서 다들 엄청난 보상을 얻었지만, 그로 인해 인류의 멸망이 한층 가까워졌다면서 안타까워했었지.”

나스타샤는 이산이 그 폐쇄 작전에 성공하고 기념 사진까지 남겼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었다.

“폐쇄에 성공했다면서 왜 그 던전이 여기에 다시 나타난 건데요?”

“그야…. 나도 모르지.”

나스타샤가 아는 건 한계가 있었다.

한수호는 이대로 저 건물에 들어가는 것 보다는 일단 사실 여부부터 확인할 필요를 느꼈다.

“다시 나가죠.”

“뭐?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그럼 혼자 시작해 보시던가요.”

한수호는 바로 발길을 돌렸고,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 밖으로 나가버렸다.

* * *

“총희생자는 26명. 대부분이 특급과 진급 마공사라고 들었다.”

구천승도 ‘정글 대신전’ 게이트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 또한 게이트 폐쇄에 동참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으나, 당시 그의 아내가 앓고 있는 불치병 치료를 위해 정신이 없던 터라 거절했다고 한다.

“그럼 나중에라도 다른 분들한테 들은 내용이 없나요?”

“다들 거기서 7대 마화기를 얻었다고 들었다. 누가 무슨 마화기를 얻은 건지는 들은 게 없지만, 한철형은 그것들이 화를 불러들였다며 영원히 묻어버릴 거라고 했지.”

“당시에 그 던전 게이트를 폐쇄한 건 확실합니까?”

“확실해. 나도 나중이긴 해도 그 게이트가 열렸던 장소에 갔었다. 그곳엔 게이트가 존재하지 않았고.”

그렇다면 정말 이상한 일이다.

25년 전에 폐쇄되었다는 게이트가 어떻게 인천공항 지하 주차장에 다시 나타날 수가 있는 걸까?

한수호는 구천승, 나스타샤와 함께 그 이유를 고민해 봤지만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이번에 제가 던전을 클리어해도 7대 마화기가 또 보상으로 나오는 일은 없겠죠?”

“당연한 걸 묻는구나. 같은 던전이긴 해도 25년 전과는 보상도 크게 달라졌겠지. 내 생각이지만, 전보다 난이도가 더 높아졌을 것 같다.”

“던전을 클리어하면 일단 폐쇄가 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난이도가 높아져서 다시 나타나는 게이트일지도 모르겠군요?”

“그게 가장 가능성이 높구나.”

“그걸 확인하려면….”

한수호는 몇 미터 앞에서 푸른 물결을 일으키고 있는 게이트를 바라봤다.

“또 뭘 하려고?”

불안함을 느낀 나스타샤가 묻자 한수호는 피식하고 웃음을 흘렸다.

“던전을 깨봐야죠.”

“7대 마화기가 또 나오는 것도 아닌데, 뭐 하러?”

“그러니까 뭐가 보상으로 나오는지 궁금하잖아요.”

“아서라. 그 유명한 마공사들이 15명이나 들어가서 간신히 폐쇄시킨 던전이라잖니.”

“누님이 말했죠? 회귀자들의 개입으로 인류 멸망의 시기가 앞당겨 지고 있다고.”

한수호는 진지했다.

장난식으로 던전에 도전해 보겠다는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랬지. 어쩌면 이미 몇 년이나 앞당겨진 걸 수도 있고.”

“그럼 그걸 대비해 저희도 더 강한 뭔가를 손에 넣어야죠.”

한수호는 이 유령 대저택 던전을 클리어 함으로써 강력한 보상을 얻어 그걸 인류의 무기로 사용하고자 했다.

“설사 7대 마화기에 버금갈 만한 보상이 나온다고 해도,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그 이상의 보상을 얻어내면 되죠.”

“그게 가능해?”

“불가능하지만, 저는 가능합니다.”

한수호는 게이트 앞에 똑바로 마주 섰다.

>>포인트를 흡수하면 던전의 위험도가 상승하여 클리어 보상 수준이 상승합니다. 포인트를 흡수하겠습니까? YES/NO

한수호의 눈앞에 떠오른 게이트 정보창.

그는 이 던전의 포인트를 흡수함으로써 위험도를 높여서 보상의 수준을 더욱 높일 생각이었다.

‘흡수할 수 있는 포인트는 3천만. 이것도 그냥 놓칠 수 없지.’

이 게이트의 위험도를 높이면 보상 수준도 올라가지만, 3천만이라는 엄청난 포인트도 손에 넣을 수 있다.

한수호는 구천승이나 나스타샤가 말릴 사이도 없이 YES를 선택했다.

>>포인트를 흡수합니다.

>>획득 포인트: 30,000,000LP

>>위험도가 상승하였습니다.

>>던전에 포인트가 축적되기 시작합니다.

>>포인트 축적이 끝나면 포인트 재흡수가 가능합니다.

>>던전의 정보가 업데이트됩니다.

단숨에 3천만이나 되는 포인트가 들어왔다.

그런데 던전 정보 업데이트라니?

한수호는 이상한 느낌에 던전의 정보창을 다시 불러들였다.

[특급 던전 ‘유령 저택’]

-보유 포인트: 1LP

-위험도: ★★★★★★★★★☆

-아스루나 대륙의 고대인이 건축한 대저택으로 수많은 보물이 숨겨져 있습니다.

-대저택에 숨겨진 열쇠를 찾으면 보상의 방을 열 수 있습니다.

-히든피스1: 한 번 클리어되면 20년간 봉인되었다가 진화한 모습으로 재등장합니다.

-히든피스2: 최종 보스 룸을 여는 열쇠의 종류에 따라 클리어 시의 보상이 달라집니다.

-발자크가 이곳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정보가 확 달라졌다.

위험도가 9성으로 치솟은 건 당연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히든피스가 두 개나 추가로 생겼다.

‘그랬구나. 25년 전에 이 던전은 폐쇄된 게 아니라 20년간 봉인 되어 있었던 거였어.’

이제야 의문이 풀렸다.

아마도 25년 전의 이 던전은 위험도가 7성이었을 것이다.

15명의 강력한 마공사들이 들어가 던전을 클리어하면서 봉인이 됐었고, 20년 후 위험도 8성으로 진화하여 인천공항에 재등장했던 것.

이제 9성으로 높아졌으니 던전의 난이도는 25년 전보다 두 단계나 상승했을 테고, 보상 수준 역시 확 치솟았을 터.

“수호야. 너 게이트에 무슨 짓을 한 거냐?”

구천승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기감이 발달한 구천승은 게이트의 상태가 크게 달라졌다는 걸 바로 느꼈다.

안 그래도 안좋은 기운을 지닌 던전이었는데, 지금은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흉포해졌다.

하지만 한수호는 그런 것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슥 고개를 돌려 구천승을 돌아본 한수호.

그가 씨익 웃으며 한마디 했다.

“스승님. 이번엔 저와 함께 가시죠.”

“…. 내가?”

구천승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하자, 한수호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스승님과 저 모두 한몫 단단히 잡자고요.”

“허…. 이 녀석아. 넌 내가 이 나이에 그깟 한몫 잡겠다고 내 발로 게이트에 들어갈 거라고 생각했느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손가락까지 좌우로 흔드는 구천승.

하지만 그의 몸은 이미 한수호 바로 옆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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