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마공사-297화 (297/375)

297화

[죽음의 기수]

-유령 저택의 4대 기수 중 하나입니다.

-접촉만으로도 죽음을 부르는 존재입니다.

-마나: 10,000

[전쟁의 기수]

-유령 저택의 4대 기수 중 하나입니다.

-그가 부르는 전쟁의 찬가는 적의 정신을 뜯어먹습니다.

-마나: 9,000

[나태의 기수]

-유령 저택의 4대 기수 중 하나입니다.

-그의 결계에 갇힌 자는 스스로를 보호할 힘을 잃게 됩니다.

-마나: 8,000

[기근의 기수]

-유령 저택의 4대 기수 중 하나입니다.

-그가 존재하는 한 그 누구도 최대치의 힘을 쓸 수 없습니다.

-마나: 7,000

네 개의 동상.

그것들은 유령 저택의 4대 기수라 불리우는 새로운 형태의 몬스터였다.

한수호는 자신이 알아낸 적들의 정보를 구천승에게 빠르게 전달했다.

그 말을 들은 구천승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와 나한테는 최악의 궁합이로구나.”

뇌신기를 다루는 구천승에게 가장 까다로운 적이 바로 디버프 능력자였다.

근처에 오지도 않고 멀리서 정신 공격이나, 마법 공격, 능력 저하 공격 등을 하는 적들은 공략하기가 훨씬 어려웠다.

하지만 한수호에겐 해당하지 않았다.

“스승님이 저 파편을 맡아주세요. 4대 기수는 제가 맡겠습니다.”

“너 혼자 4대 기수를?”

“저한테 계획이 있습니다.”

사실 딱히 계획이랄 건 없다.

한수호가 믿는 건, 자신의 정신력 수치였으니까.

얼마 전, 라라로부터 정신력 수치를 추가로 받아낸 덕분에 그의 정신력은 20까지 상승했다.

이 정도 수치면 제아무리 유령 저택의 4대 기수라 할지라도 한수호에게 정신적 데미지를 입히는 건 어려우리라.

“좋다. 널 믿어보마.”

구천승은 한수호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의심할 이유를 못 느꼈다.

그는 곧바로 최대치로 마나를 끌어올리며 손에 뇌전검을 거머쥐었다.

“절대 허투루 목숨을 낭비하지 마라.”

“스승님도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그냥 버텨만 주세요. 나머진 제가 알아서 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미소를 그려보며 전투를 준비했다.

그때, 왕좌에 앉아 있던 발자크의 파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치 산이 솟아오르는 듯한 중압감이 뻗어 나왔다.

“재미있구나. 이곳에 38%짜리 해금의 열쇠를 들고 오는 녀석이 있을 줄이야.”

파편은 한수호에게 해금의 열쇠가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두 사람에게서 아무 대답이 없자 파편은 천천히 계단을 내려서기 시작했다.

“겁도 없이 유령 저택의 난이도를 높이는 놈이 누군가 했더니, 역시나 너였구나.”

발자크의 파편이 정확히 한수호를 노려보며 한 말이었다.

이번엔 한수호도 흠칫 놀랐다.

‘날 알고 있어?’

한수호를 아는 듯한 말투.

하지만 한수호는 발자크를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그러니 파편 따위는 더욱 알 수가 없었고.

“기억을 못 하는 것이냐,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것이냐?”

파편은 계속해서 만난 적이 있는 것처럼 말했다.

“뭔 개소리야?”

한수호는 헛소리로 치부했다.

전투에 앞서 상대의 머릿속을 헝클어뜨리는 것도 병법의 한가지였기에 파편이 그런 의도로 꺼낸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파편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그런가? 그럼 그건 너에게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였다는 거군.”

몰라도 상관없다는 듯, 파편은 피식 웃더니 손가락을 딱 소리 나게 부딪쳤다. 순간,

쩌저적

뒤에 병풍처럼 서 있던 동상들의 표면에 수많은 균열이 일어났다.

그리고 하나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궁. 쿵!

동상이었던 유령 저택의 4대 기수가 말을 몰아 계단을 내려왔다.

콰직. 콰지직.

무게가 보통이 아닌지, 계단이 바스러지고 있었다.

말 높이만 3미터가 넘고, 그 위에 올라탄 기수는 더욱 높다.

네 마리 말이 점점 다가오는 모습은 공포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창과 검, 거대한 모닝스타와 활까지 들고 있는 네 기수.

그들의 몸에서 검고 섬뜩하게 느껴지는 기운들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푸스스스

바닥이 검붉은 녹가루로 뒤덮였다.

대리석 바닥인데도 마치 녹이 스는 듯한 신기한 현상.

구천승은 그 기운에 담긴 끔찍한 디버프 효과를 느끼고 옆쪽으로 몸을 피했다.

반면 한수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놈들이 뿜어내는 기운 속으로 진입했다.

푸르르륵!

말들이 투레질을 하며 상체를 들어 올렸다.

거의 동시에 말에 올라탄 기수들이 일제히 무기를 위로 치켜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터엉

한수호가 바닥을 찍는 순간,

퍼벙!

그가 서 있던 장소에 소닉붐이 일었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강력한 타격음.

꽈강!

가장 뒤쪽에서 활을 겨누고 있던 백색의 기근의 기수가 산산이 조각났다.

놈이 타고 있던 말도.

그 위에 있던 기수도.

한수호가 펼친 돌파 특성에 그대로 관통당한 것이다.

그것이 4대 기수와 한수호의 본격적인 전투의 시작이었다.

* * *

구천승은 한수호가 전투를 시작하자마자 파편에게 공격을 날렸다.

뇌전검에 마나를 밀어 넣으며 뇌신기를 발동시켰고, 그 즉시 십여 줄기의 벼락이 파편의 온몸을 강타했다.

투둥. 퉁퉁퉁.

벼락은 파편의 몸을 보호하고 있는 투명한 막에 부딪혀 모두 튕겼다.

하지만 십여 줄기의 벼락 중 두 개가 투명막을 깨뜨리고 내부로 파고들었다.

콰지지지직-

벼락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파편이 뒤로 몇 발자국 밀려났다.

순간, 파편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무섭게 변했다.

그리고 구천승을 향해 파리 쫓듯 손을 가볍게 휘둘렀다.

콰과과과과과과

바닥과 공간을 다 때려 부수는 강력한 힘이 해일처럼 날아들었다.

구천승은 자세를 낮췄다가 해일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의 몸은 벼락의 기운으로 뒤덮였고 쐐기처럼 해일을 관통해 버렸다.

해일과도 같은 파괴적인 힘을 단숨에 꿰뚫어버린 구천승.

그의 모습에 발자크의 파편도 깜짝 놀라 더 이상은 무시할 수 없었다.

파편은 쏜살같이 날아드는 구천승을 향해 굵고 기다란 팔을 휘둘렀다.

30센티나 되는 손톱은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구천승을 난도질하려 했다.

벼락을 두른 구천승의 뇌전검과 검붉은 기운을 휘감은 파편의 손이 부딪친 순간,

쩌어어어어엉-

눈부신 빛이 일며 강력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촤르르르르르르

구천승은 그 파괴력에 튕겨 30미터나 미끄러지다가 간신히 몸을 멈춰 세웠다.

검을 쥔 손이 얼얼하다.

단 한 번의 부딪침이었지만 구천승은 파편의 힘이 자신을 훨씬 능가한다는 걸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는 힐끔 시선을 돌려 한수호를 바라봤다.

약 40여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한수호는 3대 기수와 접전을 벌이는 중이었다.

전투 시작과 동시에 기근의 기수가 박살이 났지만, 남은 세 기수는 전력을 뽑아내고 있는지 만만치 않은 기세로 한수호를 몰아붙였다.

때마침 한수호도 구천승을 바라봤다.

그리고 마나전음으로 한마디 했다.

[좀 더 빨리 마무리 짓겠습니다.]

자신감 가득한 말과 함께 한수호의 움직임에 변화가 생겼다.

지금까지는 그저 빠른 움직임에 뇌신기의 힘으로 3대 기수에게 피해를 입힐 뿐이었다면, 이제부턴 거기에 검 한 자루가 추가되어 공간을 휘젓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를 10미터에 육박하는 거대한 블랙다이아몬드 색깔의 사툴란까지 튀어나왔다.

사툴란의 마나력은 이제 6천 정도.

3대 기수에 비해서는 최소 1천 이상 낮았지만, 방어력 하나만큼은 최강이었다.

게다가 사툴란에겐 3대 기수가 지닌 최대 무기인 디버프 공격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

사실, 한수호는 20이라는 엄청난 정신력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3대 기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붉은 기운에 영향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만약 구천승이 4대 기수와 싸웠다면 크게 힘든 싸움을 벌여야 했을 터.

아무리 궁급 마공사라도 4대 기수를 상대로는 아예 상대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다.

사툴란이 참전한 직후, 한수호는 순식간에 나태의 기수가 말 위에서 떨어졌다.

바닥에 곤두박질친 나태의 기수는 머리가 존재하지 않았다.

떼구르르르….

저 멀리 굴러가고 있는 머리 하나.

잠시 후 나태의 기수가 타고 있던 말과 놈의 몸통이 푸스스 가루가 되어 무너져 버렸다.

남은 건 죽음과 전쟁의 기수뿐.

전쟁의 기수는 한수호가 공간 조작으로 공간을 비틀고, 염동파쇄기로 말의 목을 베어버리자 반으로 갈라져 버렸다.

죽음의 기수는 마지막 발악을 하듯 창을 무섭게 휘둘렀다.

마치 마공사들이 기술을 쓰듯, 그가 휘두르는 창날에선 날카로운 검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퍼억!

특성 이기어검이 발휘되면서 불의 검 라뮬이 허공을 날아 죽음의 기수의 몸통을 그대로 관통해 버렸다.

푸스슥

모래성처럼 허물어지는 말과 기수.

한수호는 손을 탁탁 털면서 구천승과 파편이 전투를 벌이는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러는 와중에도 크게 소모된 마나력을 회복하기 위해 마나회복 특성을 발휘하고 있었다.

7천 대까지 떨어져 있던 마나력은 초당 1천씩 5초 동안 회복되었고, 금방 1만2천까지 올라섰다.

거기에 마나배터리를 이용해 부족한 마나력을 채우자 1만5천이 넘는 마나력을 풀로 채울 수 있었다.

구천승은 한수호가 정말 약속을 지키자 무리하지 않고 파편과의 전투에서 물러섰다.

“이 골렘 녀석도 쓸모가 있었구나.”

구천승은 파편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우스갯소리를 꺼냈다.

“쿠어억?”

사툴란은 지금 자기를 무시하냐며 제 가슴을 쾅쾅 두들겼다.

이에 한수호는 입가에 미소를 매달고 파편을 향해 더욱 다가섰다.

그때, 발자크의 파편이 목을 한차례 크게 돌리며 한마디 했다.

“내 기수들을 이리 쉽게 처치하다니…. 과연 네놈답구나. 그럼 나도 그에 응당한 대우를 해 줘야겠지.”

의미심장한 말이 끝나자 마자였다.

콰직

발자크의 파편이 두 발을 살짝 벌린 채 힘을 끌어 올리자 바닥이 움푹 꺼졌다. 그리고,

콰우우우우우우우

그의 몸 주변으로 엄청난 기세가 용솟음치며 공간을 진공상태로 만들었다.

-마나: 23,310

-마나: 24,000

-마나: 25,000

-마나: 26,000

-마나: 27,000

파편의 마나력이 2만7천까지 치솟아 올랐다.

“스승님. 우리도 전력을 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알았다. 단번에 마무리 짓자꾸나!”

한수호와 구천승도 최대의 힘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과

한수호는 온몸에 명왕초패기를 둘렀다.

마치 4대 기수의 디버프와 같은 효과를 지닌 데다가 본인의 방어력에 공격력까지 급상승시키는 기술, 명왕초패기.

이를 창안한 김무성조차 아직 100% 완벽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희대의 기술이 한수호의 몸에서 발현되고 있었다.

콰지지지지직

구천승의 온몸에서는 마치 뇌신의 것인양 어마어마한 양의 뇌전이 소용돌이쳤다.

이는 한수호도 발휘할 수 있는 힘이었지만, 똑 같은 기술을 사용하는 것 보다는 서로 다른 힘을 함께 펼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 다른 기술을 사용한 것이다.

명왕초패기와 뇌신기.

두 가지의 파괴적인 기술이 발휘되자 신전과 같은 이 장소에 마나의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꽝! 꽈과광!

세 명의 초인들이 서로를 향해 격돌했다.

충돌과 함께 사방에서 빛이 번쩍였다.

소리는 그다음이었다.

빛이 터진 다음에서야 충격파가 신전 내부를 가득 울렸다.

쿠아아아아아아앙!

꽈과가가가가강!

눈부신 번쩍임과 귀를 찢는 폭발음에 신전은 무너질 듯 크게 흔들렸다.

사툴란은 감히 그들의 전투에 끼어들지 못한 채, 멀리 물러나서 조용히 지켜만 봤다.

세 존재의 전투는 살벌했다.

조금만 실수해도 한 방에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무시무시한 공격들이 서로를 향해 무자비하게 쏟아졌다.

셋 중에 가장 위태로운 건 구천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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