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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307화 (307/375)

307화

슈우우욱

암흑섬의 정글로 다시 돌아온 한수호.

그는 도착과 동시에 유니온 슈트를 착용한 뒤 한 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갈 때는 혼자였지만 올 때는 혼자가 아니었다.

한수호의 좌우에는 구천승과 라라가 있었고, 몇 걸음 뒤엔 월과 살이, 범이까지 모두 함께 있었다.

거기다 최전방엔 고니가 사막여우의 모습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원래는 사툴란도 소환시킬 생각이었으나, 덩치가 워낙 크고 이동 속도가 느려 녀석은 나중에 불러내기로 했다.

아무튼, 한수호는 유니온 슈트의 엄청난 탐지 능력 덕분에 주변의 생명체를 모두 감지해 낼 수 있었고, 초감각을 사용해 생명체들의 마나력까지 선별해 내는 게 가능했다.

그 안에는 친구들의 마나로 생각되는 것들도 있었다.

또한 스승 부부와 대한맹 마공사들, 그리고 국수대 요원들 것도 확인했다.

하지만 모두 무시한 채 한 곳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었다.

미끼로 쓰이고 있는 친구들을 구하러 움직이는 것 보다, 그런 미끼를 써서 물고기들을 떼로 잡으려는 그물 자체를 가닥가닥 끊어 놓아야 했다.

한수호의 감각에 거대한 힘이 느껴지고 있었다.

가까워질수록 그 존재의 강력한 마나가 온몸을 저릿하게 만들 정도로 여실하게 느껴졌다.

그 존재는 예상대로 암흑섬에서 가장 어두운 기운이 몰려있는 장소에 있었다.

감각으로 전해지는 마나력 수치는 대략 2만.

얼마 전에 마주했던 발자크의 파편과 맞먹는 수준이다.

“발자크의 파편하고 맞먹겠는데요.”

“이 녀석아. 그런 엄청난 놈을 피지컬만으로 찢어발긴 네가 그리 말해 봐야 그다지 무섭게 안 느껴진다.”

“몬스터들도 엄청난 숫자고 몰려 있다고요.”

“네가 데리고 있는 녀석들도 보통이 아니지 않느냐.”

구천승은 라라를 비롯해 고니와 월, 살이, 범이를 바라봤다.

라라의 마나력은 이미 궁급을 뛰어넘어, 파급까지 이르러 있었고 고니는 소형화 단계에서부터 마나력 3천이라는 놀라운 수치를 보이고 있었다.

월 역시 이젠 더 이상 몬스터 봇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였다.

현재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몬스터 봇보다 두 배나 강력한 존재로 탈바꿈한 상태.

살이와 범이 또한 그에 못지않은 강력한 전투 봇이 되어 있었다.

그런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한수호였기에 구천승의 말에는 동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스승님의 조언에 따라 놈들의 동정을 살필 필요 없이 바로 퇴치 작업에 들어가겠습니다.”

“응? 내가 무슨 조언을 했다고? 괜히 내 핑계 대지 말고 그냥 네 녀석 마음대로 하세요. 으이구.”

구천승이 톡 쏘듯 한 말에 한수호는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드넓은 평야 지대였다.

평야의 정중앙에는 수백 미터에 달하는 산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나무가 없는 바위산이었다.

그 바위산을 반으로 쩍 가른 듯한 협곡이 있었다.

최소 100미터가 넘어가는 넓은 폭을 가진 협곡.

그 협곡의 가장 앞쪽은 상당한 높이의 성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암흑섬의 중심지에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된 한수호는 성벽 너머에서 느껴지는 어둡고 사악한 기운이 사뭇 익숙한 느낌이었다.

“저기에도 발자크의 파편이 있는 거 같은데요?”

지난번에 마주쳤던 발자크의 파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과 너무도 똑같았다.

“놈들이 곧 움직이려는 것 같구나.”

구천승도 그 기운이 준동하고 있다는 걸 분명하게 느끼고 있었다.

바로 그때,

쿠궁-

빌딩 크기만 한 성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엄청난 숫자의 몬스터들이 대열을 갖추고 밀려나오기 시작했다.

“섬에 몬스터들이 안 보인다 했더니, 죄다 저기에 모여 있었나 보네요.”

“저대로 게이트를 향해 움직이려나 본데?”

역시나 한수호의 친구들은 저 대규모 몬스터 웨이브를 지구에 일으키기 위한 시선끌기에 불과했다.

몬스터들의 규모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기본이 3급 몬스터였고, 2급 몬스터는 발에 차일 정도로 많았다.

그리고 중간중간 1급 몬스터들이 대장처럼 몬스터 무리를 이끌고 있는 모습이 꼭 중세시대의 군세와 다름 없어 보였다.

끼아아아악!

거기다 하늘을 나는 수백 마리의 몬스터들까지.

이 정도 규모의 몬스터들이 게이트로 밀어닥친다면 사실상 대한민국의 남해 지역은 죄다 초토화 된다고 봐야 했다.

때문에 한수호는 지금 이 상황이 굉장히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스승님. 이 시기에 땅끝마을 게이트에서 이 정도 규모의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한 적이 있었던가요?”

“없다. 내 기억 상으로 땅끝마을 게이트는 2052년도에 전술핵 무기에 완전히 파괴됐었지. 40여 명의 희생자만 내고 1급 게이트를 폐쇄했다면서 대대적으로 홍보도 했고.”

“그렇죠? 그럼 지금 저희가 보고 있는 장면은 뭘까요?”

구천승의 말대로 땅끝마을 게이트는 알파 몬스터를 처리해서 폐쇄한 게 아니라, 게이트를 통해 전술핵 무기를 던져 보내서 폭파시킴으로써 폐쇄할 수 있었다.

이런 몬스터 웨이브는 발생한 적이 없었던 것.

“나스타샤가 말한 ‘회귀자의 개입’으로 인한 방해 현상이 아닐까?”

나스타샤는 회귀자가 바꾸지 말아야 할 미래를 바꾸게 되면 그에 반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데, 그걸 거부 반응 혹은 방해 현상이라고 말했다.

“제가 딱히 개입한 일은 없는 것 같은데요.”

한수호는 이상했다.

이번 게이트 작전에서 한수호가 뭔가를 바꾼 건 없다.

“잘 생각해 보거라. 그게 아니고서야 전에는 없었던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할 리가 없지 않느냐?”

한수호는 가만히 생각을 해봤다.

게이트 작전에서는 딱히 개입한 일이 없다.

하루 전에 어룡도를 다녀온 일이 있긴 하지만 어머니와 동생을 만나고 그들에게 인챈트 스톤을 건네 준 것밖에 한 일이 없다.

‘그보다 앞선 일인가?’

이곳에 오기 전, 한수호가 한 일이라고는 유령 대저택이라는 던전에 들어가 발자크의 파편을 제거한 것뿐이었다.

‘그거구나!’

이제야 원인을 찾았다.

회귀 전에는 유령 대저택 던전이 인천공항 테러로 인해 폭발을 일으켜 사라졌다.

그런데 한수호가 그 사건에 개입하게 되면서 게이트는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한수호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내가 강해진만큼, 그와는 반대로 세상을 위협에 빠뜨리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이건가?’

한수호는 나스타샤가 말한 ‘회귀자의 개입’과 그로 인한 ‘거부 반응’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유령 대저택. 그게 원인인 것 같습니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회귀 전에는 그 게이트가 없었으니까.”

구천승도 마침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요, 스승님. 지금 이유를 알았다고 되돌릴 방법이 생기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지.”

“제가 만든 결과이니, 그 결과를 책임지면 되는 거고요.”

“그것도 맞지.”

“그럼 더 두고 볼 게 뭐가 있겠습니까?”

“당연히 그럴 필요 없다.”

“답이 나왔으면….”

“행동으로 보여주면 되겠지.”

한수호와 구천승은 서로를 마주보며 피식 웃었다.

수킬로미터는 될 것 같은 드넓은 평야에 숫자를 세기도 힘들 정도의 엄청난 몬스터 군대가 밀려들고 있는데 스승과 제자는 웃고 있다.

누가 보면 미친놈 소리 듣기 딱 좋은 상황.

하지만 한수호도, 구천승도 전혀 미치지 않았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욱 차갑게 감정을 가라앉힌 상태였고, 그 어느 때보다도 정확하게 전세를 파악하고 있었다.

“고니만 잠깐 제가 쓸게요.”

“그럼 난 여기서 놈들 숫자를 줄이고 있으마.”

사전에 계획된 건 하나도 없었지만, 서로가 해야 할 일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사툴란.”

한수호가 사툴란의 이름을 부르자 정면에 10미터 크기의 거구 골렘이 듬직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뤄어!?”

사툴란은 등장과 동시에 저 앞에서 새까맣게 몰려들고 있는 몬스터들을 발견하곤 손가락질을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여기서 스승님하고 같이 저놈들 막아.”

“크롸악?”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소리치는 모습이 꼭 ‘너 미쳤냐?’고 되묻는 것 같았다.

“라라, 월. 너희도 단단히 각오하고.”

한수호는 사툴란을 무시한 채 라라와 월에게도 당부했다.

“물속이 아니어서 좀 그렇긴 하지만 최선을 다해볼게요.”

“오랜만에 제대로 힘을 써보겠군.”

라라와 월은 의외로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살이, 범이. 너희들도 잘 부탁한다.”

[알겠다, 주인.]

[이 정도 쯤이야.]

두 몬스터 봇이 인간 형태에서 괴수의 형태로 모습을 변화시키며 눈으로 대답했다.

“고니. 날 저 안쪽으로 데려다 주고, 넌 다시 돌아와서 스승님을 도와라.”

캬르릉!

고니가 작은 머리를 주억댔다.

그리고,

쿠화아아아아아아악!

단숨에 거대한 드래곤의 형태로 모습을 변화시켰다.

고니의 크기는 전보다도 커져있었다.

머리 크기만 5미터가 넘고 꼬리까지의 길이는 거의 50미터나 된다.

날개를 펄럭이자 반경 30미터 이상이 전부 그림자로 뒤덮였다.

쿠워어어어어어어!

고니의 우렁찬 괴성이 천지사방으로 울려퍼졌다.

고막이 터질 것처럼 강력한 괴성은 암흑섬 전체로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몸 조심하세요.”

“물러날 때를 아는 게 창피한 일은 아니다. 그러니 무리하지 말거라.”

구천승의 당부에 한수호는 웃으며 대답하고는 검은 드래곤이 된 고니의 목 위에 올라탔다.

펄럭!

콰아아아아앙

고니가 날개를 흔들자 땅에서 폭음이 터졌다.

눈 깜작 할 사이에 수백미터 높이로 날아오른 고니.

한수호를 태운 고니가 하늘 높이 날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구천승은 라라와 월 등을 바라보다가 한마디 했다.

“우리도 시작해 볼까?”

“네, 노땅할아버지.”

“알았다, 할배.”

라라와 월의 버릇없는 호칭에도 구천승은 하하 웃음을 흘리고는 앞으로 천천히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런 구천승의 좌우에는 라라와 월에 사툴란, 그리고 살이와 범이까지 든든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 * *

쏴아아아아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고니.

3킬로미터가 넘는 거리가 날갯짓 몇 번에 훅 하고 지나갔다.

이미 몬스터 군대의 머리 위에 거의 닿은 상황.

그때, 고니를 향해 달려드는 비행형 몬스터들이 있었다.

드래곤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이라는 드래이크들이었는데, 1급 몬스터답게 덩치가 상당해서 머리에서 꼬리까지의 거리가 거의 20미터는 되는 크기였다.

하지만 고니 앞에서는 조금도 위협적이지 못했다.

쿠아아아악!

고니가 엄청난 속도로 날아드는 드래이크 한 마리의 목을 콱 물었다가 머리를 힘차게 휘둘러 땅으로 냅다 던져버렸다.

거대한 드래이크는 한 번에 목이 부러져 바위처럼 바닥으로 내리꽃혔고, 그곳에서 전진 중이던 몬스터들을 덮쳐버렸다.

꽈과과과과광!

쿠에엑!

크오오옥!

그것이 신호탄이 되어 말도 안 되는, 인간 대 몬스터 군대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한수호는 최대한 많은 수의 비행 몬스터를 처치하고자 했다.

그래서 이기어검과 공간조작, 염동파쇄기 같은 원거리 특성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이 특성들은 모두 막대한 마나를 소모하게 되지만, 한수호는 아무런 걱정없이 펑펑 사용했다.

중간중간 얼음불까지 섞어서 드래이크들을 땅바닥에 때려 박아버리니 아래에 있던 몬스터들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날벼락을 맞아야 했다.

드래이크들은 고니에게 아예 상대가 되지 못했다.

마치 수십 년 동안 공중전만 치러온 베테랑 파일럿이라도 되는 것처럼 고니는 자유자재로 큰 덩치를 움직이며 드래이크들을 참살했다.

날개를 살짝 접어 공중에서 무섭게 회전하며 드래이크의 몸통을 꿰뚫는 건 기본이었고, 날개로 목을 뎅겅 자른다거나 입으로 머리나 꼬리, 날개 등을 마구잡이로 뜯어내기도 했다.

고니는 근접전에만 강한 게 아니었다.

드래이크들이 겁을 먹고 멀리서 음파 공격이나 화염파를 쏘아내면, ‘흥! 가소롭군.’이라고 말하듯 표정을 지었다가 큰 입을 쩍 벌려 광역 브레스를 뿜어냈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

하늘의 절반을 뒤덮는 엄청난 브레스가 한 번 뿜어지면, 수십 마리의 드래이크들이 살충제에 맞은 모기들이 떨어지는 것처럼 활활 불타며 땅으로 추락했다.

하늘에서 이런 상황이니 지상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아직 구천승 일행과 마주치지도 않은 상태인데도 상당수의 몬스터들이 짓이겨지고, 눌려 터져 죽어버렸다.

한수호와 고니의 콤비네이션으로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던 드래이크는 이제 소수만 남은 상태.

이 정도면 구천승에게 큰 위협이 되지 않겠다 싶은 한수호는 고니의 목을 쓰다듬으며 작게 말했다.

“이제, 저 협곡 안으로 가볼까?”

크허어어어어엉!

우렁찬 괴성이 다시 한번 터져 나온 순간, 한수호와 고니는 이미 하늘에서 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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