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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310화 (310/375)

310화

정글을 벗어나 평야 지대로 뛰쳐나온 40여 명의 사람들.

그들은 바로 비돈귀살을 비롯해, 대한맹 마공사들과 아카데미 학생들, 그리고 서령그룹 소속의 마공사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최후방에서 끔찍하게 생긴 괴물체들을 힘겹게 막아내며 탈출을 돕고 있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국수대의 특수 요원들이었다.

괴물들의 숫자는 거의 100여 마리.

인간형의 작은 놈들부터, 15미터를 훌쩍 넘는 대형까지 다양했다.

그런데, 한수호의 눈에 기이한 것이 발견되었다.

‘괴물들 중에 뱀파이어와 키클롭스까지 있어?’

한수호는 괴물체들이 다름 아닌 좀비화한 시체라는 걸 단번에 알아봤다.

회귀 전에도 이런 괴물들이 나타나긴 했었다. 하지만 지금에서 5년이 지난 2057년도에나 등장한다.

일반적인 좀비처럼 죽은 후에 좀비로 되살아 나는 게 아니라 감염으로 인해 순식간에 좀비화되는 특별한 괴물들.

누군가의 특성으로 만들어진 것이 확실한 이 좀비 괴물들은 회귀 전에도 굉장히 두려운 존재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 좀비 괴물들이 아스루나의 세계에만 등장했다는 것이다.

만약, 이놈들이 게이트를 넘어 지구에까지 넘어왔다면, 발자크가 아니라 좀비 괴물들에 의해 인류가 멸망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한수호는 게이트 폐쇄까지 50분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좀비 떼까지 나타나자 조금 난감해졌다.

‘이런 난전의 상황에서 사람들을 데리고 나가려다간….’

지구가 위험했다.

좀비가 단 한 마리라도 게이트를 넘어간다면?

단 한 명이라도 좀비에 감염된 자를 데리고 지구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보다 끔찍한 상황은 없었다.

‘여기서 전부 해치워야 해.’

한수호 자신이 전투에 뛰어들면 30분 정도면 모두 퇴치하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희생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그 방법을 써야 하는데….’

최단 시간에 모든 적을 해치울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었다.

자신이 지닌 모든 특성과 기술을 한 번에 묶어서 사용한다면 적과 아군이 뒤섞인 전장에서 오로지 적들만 골라 단숨에 죽일 수 있었다.

예전엔 불가능한 일이지만 지금의 한수호라면 가능했다.

초인화 4배로 6천이 넘는 능력치를 지니고 있는 지금이라면.

다만, 육체 한계치가 걱정이었다.

초인화 4배를 사용함으로써 한수호의 육체 한계치는 5까지 상승한 상태.

7이 한계 수치였으니 자칫 잘못하면 이 한 번의 공격에 7까지 육박할 수 있었다.

혹시라도 7마저 넘어선다면?

‘죽거나 폐인이 될지도….’

한수호는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고민은 길지 않았다.

한수호가 지금까지 이렇듯 숨 가쁘게 달려온 이유는 바로 가족 때문이었다.

더 이상은 가족을 잃을 수 없었기에, 그리고 살아남은 가족의 안전을 지키고 아버지를 잃은 복수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저 앞에 형과 동생이 위험에 처해 있었다.

그렇다면 답은 이미 나와 있지 않은가.

한수호가 마음에 결정을 내린 그때였다.

안 그래도 눈엣가시와도 같은 우태범이 돌발행동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마침 백윤후가 우태범의 근처에 있었는데, 그가 대열에서 갑자기 이탈하자 곧바로 그 뒤를 쫓아갔다.

그런데, 우태범의 반응이 기가 막혔다.

이미 백윤후가 자신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는지, 그가 뒤를 쫓자마자 입고 있던 마공슈트의 마나 장막을 펼치더니 그대로 몸통 박치기를 시전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피하지 못하고 방어할 수밖에 없었던 백윤후.

두 사람이 충돌하는 그 순간,

꽈앙!

묵직한 폭발음과 함께,

콰지직!

시퍼런 뇌전까지 뿜어져 나오더니,

“크억!”

백윤후가 피를 토하며 튕겨 나갔다.

‘저건!’

우태범이 백윤후를 튕겨낼 때 사용한 무기.

그건 피처럼 새빨간 색을 지닌 기다란 창, 바로 혼마적창이었다.

‘혼마적창을 우태범이 차지했구나!’

5대 혼마기 중에서 아직까지 유일하게 등장하지 않고 있었던 혼마적창.

한수호는 단번에 혼마적창을 알아봤다. 그리고 백윤후를 튕겨낸 우태범의 시선과 마주쳤다.

히죽

섬뜩한 미소를 그리는 우태범.

그도 더는 정체를 감출 생각이 없는지 본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 우태범이 한수호 쪽으로 한 손을 쭉 뻗어냈다.

혼마적창이 일자로 뻗어진 상태에서 우태범이 굵은 떨림이 있는 음성으로 한마디를 내뱉었다.

“일어나라.”

그 순간,

콰지지지지지지지지직

혼마적창에서 뿜어져 나온 핏빛 뇌전이 평야 지대에 널브러진 수천의 몬스터 사체 위로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이어진 경악스러운 현상.

드드드드드드드

대지가 울리고, 공기가 진동하더니 몬스터 사체들이 홀연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머리가 날아간 사체도, 몸이 반으로 갈리고, 사지가 뜯겨나간 사체들도 로봇이라도 된 듯 벌떡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장면을 본 사람들 모두가 눈을 부릅떴다.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끔찍한 상황.

강철 같은 정신을 소유한 구천승마저도 이 현상을 목격한 순간엔 몸을 부르르 떨 수밖에 없었다.

그 또한 회귀자였지만 이런 엄청난 광경을 직접 목도한 건 처음이었으니까.

‘네크로맨서?’

한수호는 우태범이 사용한 능력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회귀 전, 아스루나에 좀비 사태를 일으킨 범인이 누구인지 끝내 밝혀내지 못했었다.

악몽급 게이트가 열린 이후에도 좀비 사태는 계속 이어졌고, 그로 인한 인류의 피해는 말도 안 되게 컸었다.

드디어 꼭꼭 숨겨졌던 네크로맨서가 누구인지 밝혀졌으니 오히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우태범은 여전히 섬뜩한 미소를 그린 채, 좀비 괴물들의 무리 속으로 스르륵 몸을 숨겨버렸다.

‘선택의 여지가 없게 만드는군.’

한수호는 결국 그 방법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자 씁쓸하게 웃었다.

‘내 몸이 견뎌주기를 바랄 수밖에.’

체질 개선 최종단계를 거쳤다면 육체 한계치가 3단계 더 올라서 훨씬 나은 상황이 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체질 개선의 마지막 진화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아직 한 달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아쉬움을 애써 떨쳐낸 한수호.

그는 우태범에 대한 신경을 끄고, 사람들을 구하는 데 모든 초점을 맞췄다.

극도의 혼란과 공포에 빠진 사람들.

전장을 단숨에 훑어본 한수호는 소환마 자룡을 타고 달려나가며 뇌격창을 쥔 손을 어깨 뒤로 힘껏 젖혔다.

‘사령마.’

그 상태에서 한수호가 소환해 낸 건 사령마 황가련이었다.

반투명한 유령 같은 존재가 되어 홀연히 나타난 황가련.

그녀는 한수호의 바람에 따라 등 뒤로 돌아가 뇌격창을 쥔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그때, 한수호는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공격형 특성과 기술을 황가련에게 때려 박았다.

얼음불부터 시작해, 쇄혼, 이기어검, 내가중수, 공간조작, 뇌룡아, 그리고 소닉붐까지.

거기다 뇌신기의 힘을 불어넣고, 명왕초패기의 힘까지 한계치까지 밀어 넣었다.

키이이이이이이이이잉-

뇌격창을 쥔 사령마 황가련의 몸에서 폭발적인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한수호의 부탁을 들은 황가련이 배시시 웃음을 그렸다.

[주인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요.]

모든 걸 이해한다는 표정.

한수호는 능력치 정보창에 뜬 육체한계치를 확인했다.

[육체한계치]: 7/7

예상대로 한계치가 꽉 차올랐다.

그래서일까?

근육이 끊어질 것만 같은 고통이 찾아왔다.

20이 넘는 정신력에 90% 이상의 고통 내성을 지녔음에도 아찔할 정도로 머리가 아파 왔다.

한수호는 안간힘을 써서 그 고통을 참아냈다.

흩어지려는 정신을 끝까지 붙잡은 상태로 한껏 젖혀놨던 뇌격창을 있는 힘껏 앞을 향해 뿌려냈다.

촤앙-

뇌격창이 공간을 꿰뚫고 날아갔다.

그 뇌격창에는 황가련이 매달린 채 허공에 긴 잔영을 흩날리고 있었다.

콰가가가가가가가

평야를 쓸어내듯 날아간 뇌격창은 순식간에 전장을 관통했다.

놀랍게도 뇌격창은 직선으로만 날아간 게 아니었다.

자체적으로 조종장치를 달고 있는 유도탄처럼 전장 곳곳을 눈 깜짝할 사이에 마구 휘젓고 지나갔다.

2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반경 200미터까지 넓게 퍼져 있는 전장 전체를 휩쓸더니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다.

뇌격창을 쥔 황가련이 하늘로 떠오르는 모습은 흡사 전신이 날아오르는 것과 같았다.

지상에서 50미터 높이까지 떠오른 황가련은 뇌격창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지상을 향해 엄청난 크기로 입을 쩍 벌렸다. 순간,

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온몸에 소름을 쫙 돋게 만드는 비명 소리가 일대를 완전히 뒤덮었다. 그리고 이어진 건 공포스런 광경이었다.

퍼엉!

눈알을 덜렁이며 한 마공사의 목을 물어뜯으려던 뱀파이어 좀비가 폭죽처럼 터져버렸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펑! 퍼버버벙! 퍼버벙!

사방에서 폭죽이 터졌다.

그 폭죽이 피륙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만 아니라면 두고두고 볼 만한 명장면이라고 생각될 정도.

기가 막히게도 터져나가는 건 모조리 좀비와 몬스터뿐이었다.

뇌격창을 쥔 황가련이 전장을 한차례 휩쓸고 지나갔던 이유는 바로 타겟팅을 하기 위해서였던 것.

모든 적들이 고깃덩이로 산산이 조각나 비처럼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대지 위에 서 있는 건 정상적인 사람밖에 없었다.

핏물을 흠뻑 뒤집어쓴 사람들은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주변을 돌아보며 우두커니 서 있어야 했다.

* * *

털썩.

자룡 위에 올라타 있던 한수호가 비틀대다가 결국 아래로 추락했다.

“수호야!”

가장 먼저 달려온 사람은 구천승.

경황이 없어서인지 장태산이라는 가명 대신 본명을 부르고 말았다.

하지만 이곳에서 그 호칭에 신경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후…. 괜찮습니다.”

힘겹게 일어선 한수호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도 그럴 게, 방금의 공격 한 번에 그가 지닌 마나력 전부를 올인했기 때문.

초인화 4배를 사용한 덕분에 12만이 넘는 마나력을 가졌었지만, 발자크의 파편과 전투를 벌이면서 5만이 날아갔다.

남은 7만의 마나력 전부를 뇌격창에 담았기에 지금의 한수호는 완전 탈진한 상태였다.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 ‘마나회복’ 특성을 사용해서 약 5천 정도 되는 마나는 간신히 회복할 수 있었다.

“대체 뭘 어떻게 한 거냐? 방금 그 기술을 어찌 현실화할 수 있었던 건지 도무지 믿을 수가 없구나.”

“믿음이 있으면 길이 열리는 법이라고…. 스승님이 말씀하셨잖아요.”

“내가, 그런 말을 했었나? 허허….”

구천승은 정말 어처구니없어 했다.

이젠 제자가 자신보다 월등히 강하다.

기분이 엄청 좋으면서도, 앞으로 또 얼마나 고생하게 될지가 훤히 보이는 듯하여 걱정이 앞선다.

“다들 모이라고 해 주시겠습니까?”

한수호는 유니온 슈트를 해제하여 아공간 주머니에 임시로 넣어두었다.

그사이 생존한 사람들 모두가 한수호 근처로 모여들었다.

숫자를 세어 보니 37명뿐이다.

이 게이트에 들어온 인물이 대충 70명이 넘었다는 걸 감안해 보면, 거의 절반에 가까운 희생자가 나왔다는 말이다.

한수호는 감탄을 금치 못하는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을 쭉 훑어보며 말했다.

“감염된 사람은 지금이라도 말하세요.”

스스로 신고하는 사람은 약탈 특성으로 감염을 치료해 줄 생각이었다.

만약, 끝까지 숨기려 든다면 가차 없이 죽여야 했다.

한수호의 말에 몇몇 사람들이 뜨끔해했다.

이미 한수호는 누가 감염자인지 파악하고 있었다.

능력치 정보를 살펴보기만 해도 감염 여부가 고스란히 나오고 있으니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감염된 것 같다.”

“나도….”

“치료할 수 있을까?”

다행히 한수호가 감염자로 파악하고 있던 세 사람이 모두 스스로 인정했다.

대한맹 마공사 한 명에, 서령그룹 마공사 두 명.

한수호는 그들을 가까이 불러들인 뒤, 바로 약탈[1]을 사용했다.

그들의 감염원을 손쉽게 제거한 한수호.

그의 혈색이 한층 더 안 좋아졌다.

“바로 게이트를 나가야 합니다. 46분 후에 이 게이트는 폐쇄되니까요.”

“알파 몬스터는 네가 해치운 것이냐?”

귀살객 장한구가 한수호를 자랑스러워하며 물었고,

“네. 다행스럽게도요.”

한수호는 쑥스러워하며 사실을 인정했다.

그 뒤로 비돈귀살이 주도하여 살아남은 사람 모두가 함께 게이트를 향해 이동했다.

그리고 10분 뒤, 그들 모두가 안전하게 게이트를 나설 수 있었다.

사람들은 한수호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아카데미 1학년에 불과한 한수호가 어떻게 혼자 힘으로 알파 몬스터를 처리할 수 있었는지.

아까 평야 지대에서 타고 있던 거대한 말은 무엇이며, 좀비 떼와 몬스터들을 한 방에 없애 버린 기술은 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아까 입고 있던 멋들어진 슈트는 어디서 난 것인지 모든 게 궁금했다.

하지만 누구도 한수호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가 없었다.

게이트 밖을 나온 한수호는 몇 발자국 걷기도 전에 기절해 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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