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마공사-316화 (316/375)

316화

고오오오오오.

장현오의 몸에서 귀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스멀스멀 아지랑이처럼 솟아오른 귀기는 한수호를 향해 손짓을 하며 주변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귀부암왕 장현오의 기세를 처음으로 접한 한수호는 나름 긴장한 상태.

‘이것이 귀부암왕의 암연소수?’

얘기로 듣는 것과 직접 마주하는 건 확실히 차이가 컸다.

정보창으로 보이는 장현오의 마나력이 3천을 넘어 4천까지 육박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한수호의 대응은 비교적 간단했다.

근밀도강화법으로 온몸의 근육을 쇠보다도 단단하게 재조정한 뒤, 마나압축법을 이용해 몸 앞에 얇은 마나장막을 형성시켰다.

예전엔 둘 중 하나만 사용해도 천 단위의 마나가 쭉쭉 빨려 나가기에 굉장히 부담스러운 기술이었다.

하지만 이젠 천 단위 마나는 아무렇지 않게 사용이 가능해졌다.

한수호는 장현오의 암연소수를 특성을 사용해 받아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특성 대신 김무성에게 전수받은 기술을 사용했다.

한수호가 펼쳐낸 마나장막의 존재를 눈치챈 장현오.

살짝 놀란 표정을 짓던 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 피식 웃는 얼굴이 되어 왼발을 크게 내디뎠다.

그와 함께 힘차게 뻗어나간 오른손.

그의 손은 활짝 펼쳐져 손바닥이 정면을 향하고 있었다.

마치 벽을 미는 것 같은 자세로 손이 뻗어진 순간,

콰우우우우우

묵직한 굉음이 진입차단벽 전체로 울려 퍼졌다.

그때 한수호의 눈에 기이한 현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을 중심으로 총 여덟 개의 거대한 불상이 나타나더니 합장하고 있던 손을 한수호를 향해 쭉 뻗어냈다.

여덟 방향에서 동시에 날아드는 집채만 한 손바닥들.

도저히 피할 수도, 막아낼 수도 없을 것 같은 공격이었다.

‘확실히 다르구나.’

그 상황에서도 한수호의 대처는 차분했다.

여덟 개의 불상이 등장했어도, 그 불상들이 거대한 손바닥을 뻗어냈어도 전혀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앞쪽에 집중되어 있던 마나장막을 불상이 나타난 여덟 방향에 모두 만들어 냈다.

두 다리를 좌우로 크게 벌려 승마 자세를 취한 뒤 왼손은 앞으로, 오른손은 오른쪽으로 힘차게 뻗어냈다.

바로 그 순간, 불상의 손바닥이 한수호의 온몸을 후려쳤다.

쩌어어어어어어엉!

어마어마한 충격음이 터져 나왔다.

이 공격을 맞고도 과연 멀쩡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의심이 들 정도의 강력한 파괴력.

츠아아아아악!

충격파가 터진 곳에서 후끈한 열기가 증기처럼 뿜어지며 바닥을 쓸었다.

증기가 사라지고, 시야가 다시 확보되었을 때 그곳엔 여전히 우뚝 서 있는 한수호가 있었다.

그의 몸에서는 희뿌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다.

마치 고온의 사우나에 들어갔다가 나온 듯한 모습.

이마엔 땀까지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후우우….”

한수호는 자세를 바로 하며 긴 숨을 토해냈다.

방금 공격을 막기 위해 거의 6천이 넘는 마나력을 소모했는데도 온몸이 저릿하고 후끈거린다.

여덟 불상의 손바닥이 들이닥친 순간, 한수호는 2천 도가 넘는 불구덩이 속에 갇힌 듯한 착각을 느꼈었다.

그만큼 여덟 불상의 손바닥이 지닌 파괴력은 엄청난 것이었다.

하지만 한수호는 견뎌냈다.

귀부암왕 장현오의 자랑인 암연소수를 특성이 아닌 본인만의 기술로 완벽하게 막아낸 것이다.

“이만하면 합격입니까?”

한수호가 묻자 장현오가 인상을 팍 일그러뜨렸다. 그리고 화가 난 듯 입을 열었다.

“넌 자격 미달이다.”

“…. 네?”

한수호는 무슨 소리냐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장현오의 일그러졌던 얼굴이 확 펴지며 빙그레 미소가 그려졌다.

“너무 깔끔하게 내 일격을 막아냈으니까 자격 미달이지. 지금껏 네 동생을 키워준 보람도 없게 말이야. 져주는 맛이 없어, 젊은 놈이 예의도 없게.”

“아…. 이런. 제가 미처 생각을 못 했습니다.”

이제야 장현오의 진심을 알게 된 한수호는 괜히 머리를 긁적이며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럼 다시 공격해 주시겠습니까? 이번엔 확실히 예의를 차려보겠습니다. 여기서 저기까지, 한 10미터 정도 튕겨 나가면 될 거 같은데….”

“하하하! 됐다, 이놈아. 말이라도 못하면 밉지나 않지.”

“사실은 아까 못 버티는 줄 알았습니다. 저를 둘러싼 불상들이 어찌나 무섭던지.”

“그런 녀석이 내 암연소수를 기가 막히게 잘 막아냈구나. 그런데, 네가 쓴 그 기술. 대체 뭐지? 특성은 아닌 것 같은데, 방어력이 정말 엄청나더구나.”

장현오는 한수호가 사용한 기술이 어떤 것인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자랑은 아니지만 장현오가 8할의 마나력으로 펼친 암연소수를 한수호처럼 완벽하게 버텨낸 사람은 아직까지 본 적이 없었으니까.

“권존 김무성 어르신께 배운 기술입니다.”

“오? 권존께서 아직 살아계신다고?”

장현오는 권존 김무성이 오래전에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설마 그 김무성이 더 이상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아 신분을 숨기고 아카데미 교수로 살아가고 있을 거라고는 예상조차 못 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집으로 가서 하시죠.”

“집? 이곳에 집도 있느냐?”

“집 말고도 많은 것이 이곳에 있답니다.”

한수호가 더 큰 궁금증을 유발하자 구천승이 한마디 첨언 했다.

“나도 처음 이곳에 왔을 땐 자네처럼 많이 당황했지. 하지만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것이네. 날 따라오게나.”

구천승의 말에 알았다며 뒤를 따르던 장현오.

문뜩 뭔가가 생각났는지 한수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한설이는 집에 있다. 다시 전화하면 만날 수 있을 게다.”

장현오는 딸 장한설을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려주기로 했다.

자신의 욕심으로 아내와 딸을 잃었는데, 또다시 욕심을 부려 장한설을 자신에게 옭아맬 수는 없었으니까.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수호는 장현오를 향해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거의 90도에 가깝게 숙이며 한 자 한 자 똑 부러지게 말했다.

“그동안 동생을 보살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수호의 행동과 음성엔 진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 말에 장현오는 코끝이 시큰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그 또한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한설이를 잘 부탁한다.”

한수호와 장현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허리를 숙인 채 잠시 움직일 줄을 몰랐다.

* * *

2052년 1월 8일 늦은 밤.

한수호는 온 가족과 함께 저녁을 마치고 긴 시간 즐겁게 대화를 나누다가 12시가 다 되어서야 자신의 방에 들어와 있었다.

오늘 오전, 장한설을 전투 영역으로 데려와 기억을 되찾게 해 주었고, 이로써 가족이 모두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다.

다행히 장한설에겐 강제로 주입된 기억이 없어서 권열보다 비교적 쉽게 기억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태희는 행복의 눈물을 흘렸고, 권열과 장한설도 잃었던 가족을 되찾았다는 사실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막내인 한별이는 그동안 말로만 들어왔던 두 오빠와 언니를 한꺼번에 만나게 되자 너무도 기뻐했다.

한수호는 이 자리에 아버지 한철형만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팠다. 아버지까지 함께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그건 되돌릴 수 없는 과거였다.

감동적인 한수호의 가족 상봉을 곁에서 그대로 지켜본 구천승은 이런 말을 했었다.

‘이산이나 나스타샤를 찾아가 한 번 더 시간을 되돌릴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거라. 그게 가능하다면 한철형의 죽음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한수호도 그 생각을 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두 번이나 세상은 시간을 역행했고, 이미 많은 미래가 바뀌었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기에 세 번째 회귀가 발생했을 때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도 두려웠다.

회귀는 두 번으로 끝나는 게 맞다.

회귀가 반복될수록 세상이 이겨내야 할 위험은 더욱 커질 테니까.

한수호는 침대에 앉아 엿새 뒤에 발생할 한남동 게이트를 대비해 해야 할 일들을 정리했다.

어머니는 아직도 거실에서 한설아와 도란도란 이야기 중이었고, 형 한성찬은 막내 한별이에게 어렸을 때의 이야기들을 잔뜩 늘어놓고 있었다.

한수호도 그 자리에 더 함께 있고 싶었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았기에 아쉬움을 접고 혼자 방으로 들어온 것이다.

‘한남동 게이트엔 나 혼자 가는 게 맞겠지?’

구천승과 함께 가면 좋겠지만, 그는 요즘 뇌신기를 더욱 업그레이드하느라 정신이 없어 시간을 내달라고 하기가 좀 미안했다.

‘어차피 이대성도 이젠 없으니 게이트가 특별히 위험할 일은 없겠지.’

회귀 전에도 이대성 혼자 게이트를 찾아가 약탈[3]를 얻었었다.

그러니 지금의 한수호는 훨씬 더 쉽게 약탈[3]를 얻을 수 있으리라.

‘그전에 해결할 일들이 있지.’

한수호는 한남동 게이트가 열리기 전까지 세 가지 일을 해결할 생각이었다.

첫째, 그동안 미뤄 놓은 체질 개선의 마지막 단계를 실행해야 했다.

마지막 체질 개선을 시도할 수 있는 시간이 지난 지 석 달이나 지났지만 아직까지 포인트를 채우지 못했다.

체질 개선 최종 단계를 진행하려면 3천만 LP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한수호가 보유한 포인트는 2천8백만이었다.

그동안 3천만을 채우려고 꽤 노력했음에도 최근 들어서는 포인트 획득량이 확 줄어들어 여전히 부족했다.

더 이상은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한남동 게이트가 열리기 전까지 반드시 체질 개선을 실행하고자 했다.

‘정 안 되면 창고에 있는 게이트의 위험도를 높여서라도 포인트를 채워야겠지.’

모든 게이트에는 위험도가 존재하고, 그 위험도를 높이게 되면 생각보다 큰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물론 그만큼 게이트 너머의 난이도가 높아지겠지만, 어차피 자신의 전투 영역에 보관되어 있는 게이트라서 딱히 위험해질 건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

한수호는 강우진을 찾아가 사과할 생각이었다.

여러 외부적인 요인과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강우진을 살의 열쇠로 오해하게 되면서 사고가 생겼었다.

그래서 이 기회에 강우진을 찾아가 그의 얼굴을 망가뜨린 일에 대한 사과를 하고, 약탈[1] 특성을 이용해 상처를 치료해 주려는 것이다.

더불어 강씨호왕가를 방문함으로써 강지훈의 근황도 살펴볼 생각이었다.

강지훈은 횡경도에서의 사건 이후, 대외적으로 단 한 번도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강씨호왕가에서도 강지훈의 위치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그래서 강우진을 만난다는 핑계로 강지훈과 강씨호왕가의 분위기를 살펴보려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그건 국수대의 노희경을 만나는 일이었다.

지금까지는 한수호가 아무리 만남을 요청해도 이런저런 핑계로 회피하더니, 며칠 전 이윤철 팀장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

노희경이 구천승과 한수호를 만나고 싶어 한다며, 하루 시간을 내서 남산의 국수대 본사로 방문해 달라는 것.

그녀를 만나 강지훈과의 관계를 파악하고, 그녀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왜 이프리트에 정보를 빼돌리고 있는 것인지를 알아내야 했다.

‘일단 체질 개선부터.’

한수호는 자신의 정보창을 띄워 보유 포인트를 확인했다.

-보유 포인트: 13,522NP / 28,400,000LP

체질 개선 최종 단계를 실행하려면 아직도 160만 포인트가 부족했다.

잠시 후 12시가 넘으면 다시 일일 미션을 할 수 있게 되지만, 그래봐야 1만 LP가 채워질 뿐이었다.

‘결국 위험도를 높이는 방법뿐인가?’

한수호는 입맛을 다시다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창문을 열고 조용히 집 밖으로 뛰어내렸다.

그의 방은 3층에 있었기에 가족 몰래 창고로 가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다.

게이트 보관 창고로 향하는 길.

중간에 수련장을 지나쳐야 했는데, 그곳에서 고니와 장난을 치며 놀던 월이 한수로를 발견하고 쪼르르 달려왔다.

“12시가 거의 다 됐는데, 어디를 가지?”

한수호의 전투 영역엔 낮과 밤이 없었기 때문에 시간으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월은 지금이 잠을 자야 할 시간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게이트 창고에. 넌 신경 쓰지 말고 고니랑 계속 노세요.”

“아니다. 월은 주인과 같이 간다.”

“게이트 들어가는 거 아니야. 뭐 좀 확인해 볼 게 있어서 그래.”

“누가 뭐라고 했나? 월도 그냥 같이 가자는 것뿐이다.”

월이 한수호 옆에 따라붙자 어느새 고니도 반대쪽에 붙어 꼬리를 살랑대고 있었다.

“마음대로 해라, 마음대로.”

한수호는 월과 고니가 따라와도 문제될 게 없었기에 그냥 내버려 뒀다.

그렇게 게이트 보관 창고에 도착한 한수호.

창고의 규모는 더욱 커져서 보는 것만으로도 웅장한 느낌이 들었다.

창고 입구를 열어 안에 들어서자 많은 게이트가 늘어서 있는 게 보였다.

게이트의 숫자는 총 47개.

이곳엔 위험도 1부터 위험도 8까지 다양한 게이트가 보관되고 있었다.

한수호와 윌, 고니가 창고 안에 들어서자 오늘 창고 경비 담당인 살이가 컹컹 소리를 내며 뛰어왔다.

[이 늦은 시간에 어쩐 일이신지요?]

살이는 한수호를 반기는 얼굴을 하고는 눈으로 질문했다.

“별일 없지? 잠깐 확인할 게 있으니까 넌 네 일 봐라.”

[음. 알겠습니다. 그런데, 주인. 1시간쯤 전에 게이트 중 하나가 좀 이상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상한 반응?”

[저기, 34호 게이트입니다.]

살이는 한수호를 34호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이끌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