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마공사-318화 (318/375)

318화

하루가 지났다.

전날 34호 게이트가 보유한 포인트를 연속으로 두 번이나 흡수한 덕분에 부족했던 LP가 3천만을 넘어섰다.

그래서 한수호는 그 포인트를 이용해 체질 개선 최종 단계를 실행했고, 만 하루 동안 잠들어 있었다.

한수호가 전투 영역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20시간까지 늘어나긴 했지만, 체질 개선으로 잠들게 되는 시간이 24시간이나 되기에 호텔 방에서 진행되었다.

고니가 경계를 서 주었기에 아무 걱정 없이 잠들 수 있었던 한수호.

시간이 지나고 정신을 차렸을 때, 한수호의 눈에는 세상이 또 한 번 달라져 보였다.

‘이건 뭐, 그냥 매트릭스잖아?’

한수호는 주변을 휘휘 둘러보며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모든 감각이 체질 개선 전보다 더욱 예민해져서 그런지, 눈으로 보는 세상과 감각으로 느껴지는 세상이 겹쳐 보이고 있었다.

마치 적외선 열 감지가 가능한 특수 센서를 장착한 것마냥 벽 뒤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였으며, 수백 미터 범위 내에 존재하는 모든 건물의 구조마저 모두 꿰뚫어 보는 것도 가능했다.

한수호는 우선 체질 개선 특성이 어떻게 변했는지부터 파악했다.

[특성: 체질 개선(최종)]

-특성 사용자의 신체를 스캔하여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 전투에 적합한 최상의 상태로 개선하였습니다.

-육체 한계치가 세 단계 상승합니다.

생각보다 간단한 정보창이 떠올랐다.

‘지금 내 몸이 전투에 최적합한 상태라는 거군.’

호텔 방에 설치된 거울로 자신을 바라봤지만 딱히 달라진 건 없어 보였다.

굳이 차이가 있다면 피부가 전보다 더 탄력적으로 변했다는 정도?

거울 속 자신의 얼굴에서 광채가 나는 느낌이 든다는 점도 차이라면 차이였다.

‘자식, 잘생겼네.’

자신이 봐도 잘생긴 얼굴.

흠잡을 곳이 하나도 없는 자신의 외모에 한수호는 괜히 웃음이 났다.

‘내가 내 얼굴 보고 감탄하는 날이 다 오다니.’

딱히 외모에 신경을 쓰는 성격이 아니었는데도 지금 한수호의 얼굴은 스스로가 생각해도 빛이 나는 것 같았다.

‘내가 무슨 생각을….’

머리를 세차게 흔든 한수호는 다시 현재에 집중했다.

특성에 대한 정보창을 치워버린 그는 능력치 정보를 띄웠다.

[신체외적능력] : 3,300/9999

[신체내적능력] : 200/999

[마나] : 39,000(+2,300)/99999

[육체한계치] : 1/10

‘어?’

한수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손으로 눈을 비비고 다시 살펴봤지만, 능력치 정보를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이게 내 능력치라고?’

말도 안 되게 높아졌다.

체질 개선 전보다 딱 두 배.

마나력을 제외한 모든 능력치가 두 배에 가깝게 상승해 있었다.

그중에서도 신체 내적 능력치가 가장 크게 변했다.

원래는 한계치가 99였는데, 이젠 999까지로 늘어났으며, 수치 역시 99에서 200으로 증가했다.

‘그래서 세상을 매트릭스 상태로 볼 수 있게 된 건가?’

지금은 능력을 조절해 보통의 상태로 볼 수 있게 되었지만, 한수호가 원하면 언제든지 세상을 매트릭스 구조로 보는 게 가능했다.

‘육체 한계치가 10까지 늘어난 건 마음에 드는군.’

육체 한계치는 한수호가 마음껏 힘을 펼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한계치에 가까워질수록 한수호의 생명이 위험해지기 때문에, 그 수치가 높아지면 그만큼 여유롭게 전투를 벌일 수가 있었다.

광폭화 최종 단계인 초인화를 사용하면 한계치 상승 폭이 무척이나 가파르다.

초인화 3배면 한계치 3이, 5배면 한계치가 5까지 단숨에 오른다.

거기다 괴인혈까지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땐, 추가로 2가 더 올라간다고 보면 된다.

즉, 육체 한계치가 10으로 확장되었다는 건 초인화를 7배까지 사용한 상태에서 괴인혈까지 사용한다고 해도 무사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좋아.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좀 더 가볼까?’

한수호는 자신의 정보창을 확인했다.

-보유 포인트: 13,522NP / 1,200,000LP

LP는 확 줄어들었지만, NP는 엄청나게 쌓여 있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그동안 쌓인 NP를 제대로 한번 써보려는 것.

‘우선 외적인 능력치부터.’

한수호는 신체 외적 능력치에 총 4,900NP를 배분하여 평균치로 700을 한 번에 올려버렸다.

[신체외적능력] : 4,000/9999

마나력이 아닌, 순수한 능력치만으로 평균 4천을 찍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30을 약간 웃돌던 수치였으니 그때보다 100배 이상 강해진 것이다.

‘이번엔 내적 능력치로 간다!’

한수호는 내적인 능력치 항목 6개에 똑같이 1천씩을 배분해 총 6천의 NP를 사용했다.

NP 적용률이 10%였기에 실제 능력치는 100밖에 상승시킬 수 없었지만 내적 능력치의 평균 100 상승은 엄청난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한수호가 보는 매트릭스의 세상이 한층 더 광범위해졌고, 자세하게 변했다.

또한 매트릭스 세상을 한수호의 의지로 간섭하는 것도 가능하게 되었다.

한수호는 호텔 방에 놓인 의자를 가만히 바라봤다.

녹색의 숫자로 보이는 의자에 손가락을 가져다 댄 후 숫자 조합을 이리저리 바꾸어 봤다. 순간,

푸스스스

의자가 가루로 변해 무너져 버렸다.

아무것도 한 것 없이, 그저 매트릭스 세상에서 보이는 숫자들의 위치를 바꿨을 뿐이었다.

‘마나 회로를 수정하는 방식하고 똑같은데?’

마나 회로가 매트릭스 세상의 숫자로 바뀐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전에는 머릿속으로 마나 회로를 그려가며 개조 특성을 써서 조율을 해야 했다면, 이젠 직접 눈으로 보고 마음껏 변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전보다 더욱 조심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마나 회로에 수정을 가할 때는 테스트를 통해 미리 개조 후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한 번 바꾸면 테스트 없이 바로 적용되기 때문.

‘잘못 건드렸다가는 이 의자처럼 존재 자체가 소멸될 수도 있겠어.’

가루가 되어버린 의자에서는 더 이상 매트릭스의 숫자가 보이지 않았기에, 한수호는 이것이 소멸의 의미임을 깨달았다.

혹 실수로라도 사람을 이루고 있는 매트릭스 숫자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기에 특별히 주의가 필요했다.

‘그런데…. 이거 너무 티가 나는데?’

능력치가 확 치솟은 지금, 한수호의 몸에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막대한 양의 마나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 상태로 밖에 나섰다간 이 강력한 마나의 힘에 사람들이 놀라 자빠질지도 몰랐다.

‘능력치를 좀 조절해 놓자.’

한수호는 겉으로 드러나는 힘을 최대한 제어하기로 했다.

한참을 자신의 능력치 제어에 공을 들인 한수호.

땀까지 흘려가며 능력치를 최대한 낮췄지만,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후아…. 아무리 애써도 10% 아래로는 내려가지질 않네.’

능력치가 워낙 높아서인지 밑으로 내리는 작업조차 힘들다.

결국 10%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던 한수호.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능력치 정보는 이랬다.

[신체외적능력] : 400/9999

[신체내적능력] : 30/999

[마나] : 4,800(+2,900)/99999

[육체한계치] : 1/10

모든 능력치를 10%까지 떨어뜨린다 해도 파급을 넘어서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웬만한 특성으로는 한수호의 이런 능력치 정보조차 제대로 보기 힘들다는 것.

마나 스캐너로는 마나밖에 읽지 못하며, 한수호의 마나를 읽게 되면 2,900이라는 엉뚱한 수치만 볼 수 있었다.

‘한남동 게이트가 열릴 때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내일은 남산부터 들러야겠구나.’

남산엔 국가수호대 본부가 자리했고, 그곳엔 강지훈에게 횡경도 게이트의 정보를 넘긴 노희경이 있었다.

한수호는 늦은 시간이었지만 국수대 이윤철 팀장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10일 오전 10시에 찾아뵙겠습니다.]

긴말은 필요 없었다.

이렇게만 보내도 이윤철은 알아서 그 시간에 맞춰 한수호를 맞이할 준비를 해 놓을 테니까.

한수호는 전투 영역에 있는 라라를 통해 구천승에게도 이 내용을 전달했다.

>>라라가 묻습니다. 라라도 오랜만에 함께 세상에 나가 구경 좀 해도 되냐고.

라라는 넉 달이 넘도록 전투 영역에서만 지내서 그런지 바깥세상으로 나오고 싶은 모양이었다.

가족들이야 원하면 언제든 밖으로 나올 수 있었지만, 라라에겐 딱히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었다.

그래서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알았어. 대신 허튼짓하면 두 번 다시 세상 구경은 없을 거야.’

>>라라가 화들짝 놀라며 손사래를 칩니다. 절대 그런 일 없을 거라고.

‘좋아. 그럼 내일 7시에 보자.’

한수호는 라라와의 정신감응을 끝내고 바로 샤워실로 향했다.

체질 개선을 진행하느라 24시간이나 꼼짝 않고 누워있었더니 온몸이 다 찌뿌둥했다.

시원하게 샤워를 마치고, 일일 미션까지 마치니 어느새 새벽 2시가 넘었다.

다시 취침에 들까 했으나 이미 24시간 동안 잠을 자서 그런지 전혀 졸리지가 않았다.

그래서 한수호는 침대에 정좌를 하고 앉아 용의 박동 호흡법을 하며 날을 지새우기로 했다.

‘오늘은 용의 권능 술식을 꼭 성공시켜보자.’

용형4식 중에서 최고의 위력을 지닌 마지막 초식인 ‘용의 권능’.

지난 넉 달간, 이 용의 권능을 펼쳐내기 위해 쭉 수련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술식을 제대로 완성시키지 못했다.

시작식 용의 비늘은 그 무엇으로도 뚫을 수 없는 강력한 방어막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었고,

숙련식 용의 숨결은 자신의 몸에 강력한 버프를 걸어 공격력과 육체 능력을 최대 30%까지 향상시키는 기술이었다.

그다음은 명인식 용의 폭주.

이 기술은 구룡, 맹룡, 격룡이라는 세 가지 초식으로 나눠지는데 그 하나하나가 궁극의 기술에 가까워 파괴력만큼은 최강이었다.

마지막 초월식 용의 권능.

이 기술은 마나력 1만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만큼 말도 안 될 정도의 강력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드래곤이 가진 용언의 힘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 바로 용의 권능이었으니 당연했다.

용의 권능은 정확히 말하자면 일종의 염동력 기술이다.

이미 한수호가 가지고 있는 공간조작 특성이나 염동파쇄기를 합친 것 이상의 위력을 지닌 능력이 바로 이 용의 권능인 것이다.

한수호는 각오를 깊게 다지며 용의 박동 호흡법부터 시작했다.

마음이 가라앉고,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도 또렷해졌을 때.

한수호는 용의 권능이 지닌 술식을 눈앞에 그려냄과 동시에 매트릭스의 시야와 마나 회로 분석까지 함께 적용시켰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나고, 2시간이 지났다.

그때까지도 한수호는 꼼짝을 하지 않았다.

침대맡에 자리를 차지하고 웅크려 있던 고니는 1시간 가격으로 머리를 들어 한수호를 바라봤다.

하지만 한수호는 4시간이 지났을 때도 조용히 눈을 감은 채 명상에 들어 있었다.

고니는 한수호가 눈을 뜰 때까지 가만히 그의 곁을 지켰다.

* * *

다음 날 아침, 9시 32분.

한수호는 SUV를 몰아 남산 3호터널 입구에서 우측으로 유턴하는 좁은 길목을 따라 올라갔다.

가파른 골목길이 비좁게 나 있는 주택가였는데, 주변엔 작은 빌라들로 가득했다.

이윤철이 알려준 장소에 거의 도착했을 때쯤, 한수호의 눈앞에 보인 건 4층짜리 빌라의 지하 주차장 입구였다.

“거참 비밀스럽게도 만들어 놨구나. 국수대가 무슨 첩보 기관도 아니고 말이야.”

옆에 앉은 구천승이 투덜거렸고, 한수호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래도 이프리트에 대한 정보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곳이 국수대잖아요. 정보력 하나만큼은 인정해 줘야죠.”

한수호는 SUV를 몰아 어두컴컴한 빌라 지하 주차장 안으로 들어갔다.

SUV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주차장 입구는 순식간에 닫혀버렸다.

대신 꽉 막혀 있을 줄 알았던 지하 주차장 한쪽으로 비밀 터널이 드러났다.

“국수대의 정보력이라고 해봐야 다 노희경 덕분이지. 정보과장으로 눌러앉은 인물이 회귀자에다가 조짐 특성까지 가진 여잔데 평범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겠느냐?”

“스승님은 노희경이라는 분이 정말로 강지훈에게 정보를 팔았다고 생각하십니까?”

한수호는 SUV를 새로 생긴 터널로 이끌었다.

터널은 비스듬한 기울기로 되어 있었는데, 약 50미터 간격으로 구불구불 이어지고 있었다.

“회귀 전에도 강지훈은 횡경도 게이트를 귀신같이 알아내 거기서 뇌격창을 손에 넣었었지. 아무래도 그곳에 게이트가 열린다는 정보를 넘겨준 건 노희경이 확실한 것 같구나.”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는요?”

“노희경이 그랬거든. 사람과의 악연이라는 건 참 지독하다고. 한 번 맺어진 인연이 얼마나 끈질긴지 수십 년을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며 한탄을 했었지.”

“그분이 말한 악연이 강지훈과의 관계를 말하는 거다 이건가요?”

“그때는 몰랐다만, 지금 생각하면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싶다.”

한수호는 구천승과 노희경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터널을 따라 계속해서 나아갔다.

그렇게 2분 여가 흘렀을 때, 구불구불하던 터널이 직선으로 바뀌면서 끝 쪽에 벙커 입구같이 생긴 장소가 나타났다.

벙커는 핵폭발이 일어나도 멀쩡할 것처럼 대단히 단단해 보였다.

한수호가 벙커 바로 앞에 차를 멈춰 세우자,

지이이이잉

벙커 한쪽에서 카메라가 달린 기다란 기계장치가 나오더니 SUV를 붉은색 레이저로 빠르게 스캔했다.

[차량 정보 확인 완료. 탑승자 확인 완료. 소지한 아공간 내 위험 물자 없음. 출입문을 열겠습니다.]

단조로운 기계음이 울리더니 벙커의 입구가 활짝 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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