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마공사-327화 (327/375)

327화

한수호는 신유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10년 전, 지리산에서 발생한 사건을 신유의 시각에서 바라본 정황에 대해서도 들었고, 사견궁의 궁주가 강지훈과 백진성을 뒤에서 조종하며 진정으로 꾸미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들었다.

놀랍게도 신유는 회귀자의 존재에 대해서도 이미 알고 있었다.

이산과 김명중, 거기에 노희경과 구천승까지 정확하게 회귀자를 지목할 정도로 자세히.

신유가 말하길, 사견궁의 궁주가 바로 이프리트의 수장이며 모든 사건의 배후에 존재하는 흑막이라고 했다.

또한 그자가 바라는 건, 인류의 멸망이 아니라 지배이며 발자크는 공포 정치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신유가 알아본 결과, 그의 여동생 제인을 미쳐버리게 만든 약물은 그저 테스트였으며, 그 약물이 이미 성공적으로 개발되어 키이라가 만들어지게 된 거라고 했다.

그래서 한수호는 신유에게 물었다.

이 모든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왜 옛 친구들을 찾아 힘을 합칠 생각을 하지 않았냐고.

이산을 비롯한 8명의 회귀자도 모두 끌어들이고, 사왕에 권존까지 함께 뭉친다면 변질된 황도13궁과 새한교, 그리고 그 뒤에서 모든 걸 조종한 이프리트까지 충분히 분쇄할 수 있지 않았냐고.

그에 대한 신유의 대답은 간단했다.

‘10년 전, 그날. 난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었으니까.’

그 한마디에 한수호는 더 할 말이 없었다.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건, 더 이상 그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되었다는 뜻.

그런 신유가 어찌 다른 사람을 믿고 힘을 합칠 수 있었을까?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이야기들을 한참 동안 주고받은 뒤, 신유는 신소이를 데리고 떠났다.

이곳에 나타날 때와 똑같이, 공간을 부욱 찢고 사라져 버리는 모습에 한수호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신유는 떠나기 전, 한 가지 사실을 추가로 말해주었다.

한수호가 노희경의 기억에서 봤다는 꽃잎 15개짜리 가면을 쓴 자의 능력은 신유 자신보다 훨신 높은 능력을 지녔을 거라는 것.

신유가 가면을 썼을 때 새겨지는 꽃잎의 개수는 14개.

10개 이후부터는 꽃잎 한 개의 차이가 어마어마하다는 게 신유의 설명이었다.

신유를 비롯해, 황도의 모든 궁주에게 꽃잎 가면을 건네준 인물은 알고 보니 강지훈이었다.

그는 총 12개의 가면을 궁주들에게 전해주었고, 그 가면을 얼굴에 썼을 때 표시되는 꽃잎의 개수로 황도의 서열을 정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카피 특성을 지닌 황도의 마공사를 통해 그 가면을 수없이 카피했다.

강지훈이 준 가면보다는 효과가 크게 떨어지긴 해도, 능력에 따라 꽃잎이 새겨지는 기능은 그대로였다.

10년 전, 한철형이 목숨을 잃은 일로 신유가 황도를 버리고 한국을 떠난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한철형을 죽이고 그의 가족을 뿔뿔이 흩어지게 만든 범인들이 그 꽃잎 가면을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신유도 알았기 때문.

그 가면은 황도12궁에 소속된 인물들만 가진 것이었고, 그렇다는 건 그 사건을 일으킨 주동자가 황도의 인물이라는 뜻이었으니까.

신유는 그 사실을 끝내 밝히지 않았다.

그걸 밝힌다면 강지훈을 비롯한 황도의 궁주 모두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믿었던 그들이기에 그들을 의심하기 싫었고, 그들을 의심하지 않으려면 그가 떠나는 방법뿐이었으니까.

신유는 후회했다.

그때, 자신이 한국을 떠나지 않고 그대로 남아 황도를 계속 제어했다면.

모두를 의심하는 한이 있어도 누가 한철형과 그의 가족을 해친 것인지 진실을 파헤쳤다면 많은 것이 달라졌을 거라고.

결국 신유는 떠났고, 진실은 10년 동안 조용히 덮어지고 말았다.

신유는 자신이 만들어 낸 균열에 들어가기 직전, 한수호와 한 가지를 약속했다.

한수호가 예견한 이프리트와의 최후의 전쟁에 그 자신도 꼭 함께하겠노라고.

그렇게 신유와 신소이는 떠났다. 그리고 한수호 또한 강우진과 함께 게이트 밖으로 나갔다.

두 사람이 게이트를 벗어난 지 5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한남동 게이트는 폐쇄되어 세상에서 조용히 모습을 감추었다.

* * *

한남동 게이트가 폐쇄되고 사흘이 지났다.

한수호는 사흘 동안 틈만 나면 전투 영역에 들어가 게이트 보관 창고를 계속해서 점검했다.

그가 게이트 보관 창고를 점검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지난번에 위험도가 10성으로 올라가면서 진입이 불가능해진 34호 게이트 때문이었다.

[헬급 게이트 ‘드래곤 마운틴’]

-위험도: ★★★★★★★★★★

-아스루나 대륙의 대적룡 볼케스가 잠자고 있는 드래곤 산맥입니다.

-볼케스의 레어를 찾는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보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히든피스: ‘널 위해 준비했어’

>>‘헬급’으로 상승하여 아스루나에 존재하는 결계가 사라집니다. [02:05:14:23]

>>결계가 완전히 풀리면 암흑섬으로의 이동이 가능해집니다.

게이트에 진입하려면 아직 이틀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한수호에겐 한가로이 게이트가 활성화되기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왜냐하면 한수호가 며칠 전 남산 국수대의 폐허에서 가져온, 폭발한 게이트의 흔적이 알려주는 정보 때문이었다.

[던전의 흔적]

-잔존 포인트: 1LP

-거대한 마나폭발로 던전이 발자크에게 잡아먹혔습니다.

-발자크가 힘을 얻어 봉인의 틈새를 크게 벌리기 시작합니다.

>>틈새간격: 85.3%

>>본인의 포인트를 사용해 틈새를 다시 봉합하겠습니까? YES/NO

한수호는 남산 국수대 본부에서 마나 폭발로 사라진 게이트의 흔적까지 게이트 보관 창고로 옮겨온 상태였다.

그런데 4일 만에 틈새 간격이 85%를 넘기고 있었다.

‘하루에 7%씩 벌어지고 있어.’

오늘도 흐릿해진 던전의 흔적 앞에서 우두커니 서서 봉인의 틈새를 확인한 한수호.

‘빠르면 이틀 뒤, 봉인은 깨진다.’

한수호가 예상한 시점보다 조금 더 빠르게 봉인이 깨지고 있었다.

한수호의 경고 덕분에 발자크가 봉인을 깨고 나올 때를 대비한 준비는 거의 끝난 상태.

하지만 불안했다.

적은 발자크 하나만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발자크가 봉인을 깨고 나오는 순간, 세계에 동시 다발적으로 악몽급 게이트가 열린다.

그 게이트에서는 특급 마공사들을 웃도는 무시무시한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고, 이프리트 또한 모든 휘하 세력을 이끌고 등장할 것이다.

정부와 모든 마공사 조직들, 그리고 마공가문들이 악몽급 게이트를 막기 위해 전력을 투구할 때, 이프리트는 핵심 조직들의 수뇌부를 장악하여 막강한 권력을 손에 넣게 되리라.

그래서 한수호는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정예로 이루어진 몇 개의 팀을 준비했다.

먼저, 서한광과 대한맹의 정예들로 이루어진 12명의 파티.

대한맹은 며칠 내로 대한민국 광화문에 열릴 악몽급 게이트를 대비해 언제든 명령이 떨어지면 출동할 준비를 마쳤다.

대한맹 내에도 이프리트의 첩자가 숨어있을 수 있기에 남산 대폭발 사건을 핑계로 한 달 동안 5분 대기를 걸어 놓았던 것.

이들은 악몽급 게이트 발생 즉시, 현장에 출동해 시민들의 대피와 몬스터 웨이브 방어에 전념하게 된다.

대신, 서한광의 정예팀은 따로 움직일 예정이었다.

그들은 악몽급 게이트가 열리기 직전, 한발 먼저 강씨호왕가를 공격할 것이고, 거기서 강지훈과 수족들의 위치를 찾아내 각개격파를 시작할 것이다.

두 번째 팀에는 구천승과 강우진, 방태식, 노희경, 국수대 특별팀, 그리고 특무부의 김재우 커플에 사기환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의 역할은 노희경, 사기환의 특성을 이용해 황도13궁의 극좌파 인물들과 새한교의 잔당을 수색하여 섬멸하는 것이었다.

다소 위험한 임무였지만, 방태식에겐 수십 기의 안드로이드가 있었고, 최첨단 무기로 무장된 국수대 특별팀이 있어 큰 걱정은 없었다.

또한 신유와 맞먹는 수준까지 강해진 구천승과 체질 개선 덕분에 마력이 몇 배로 상승한 강우진, 그리고 국수대의 자랑인 진무현까지 있었기에 무력적인 면에서는 감히 최강의 팀이라 볼 수 있었다.

세 번째 팀은 권존 김무성을 필두로 한 아카데미 학생들, 그리고 한수호의 양부모인 비돈귀살로 이루어졌다.

한수호는 구천승과 함께 이들을 상대로 따로 숨기고 있는 비밀이 있는지를 몇 차례에 걸쳐 확인했다.

한수호의 ‘심리분석’ 특성에 구천승이 지닌 ‘명경지수’ 특성만 있으면 그 누구도 속내를 감출 수 없었다.

그 결과 아카데미 친구들은 확실한 아군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지혁, 양소혜는 물론, 이하윤과 신소이까지 모두 한결같이 세상을 멸망에서 구하기 위해 목숨까지 걸 각오였다.

이 팀에는 이하윤의 언니인 이하이까지 포함되었다.

곧 발자크가 봉인을 깨고 나올 거라는 한수호의 말에 이산과 김명중은 그간의 이기적인 마음을 접고 최선을 다해 협조하기로 결심했다.

다만, 그들에겐 다른 임무가 있어서 이하이만 이 팀에 합류시킨 것이다.

신소이도 자신이 혈마 신유의 딸이라는 걸 모두에게 밝히고 당당한 모습으로 팀에 합류했다.

거기에 장한설과 권열도 이 팀에 합류하면서 귀부암왕 장현오와 일패검 권현태까지 끼어들었다.

한수호는 형과 여동생이 위험에 뛰어드는 건 원치 않았지만, 인류의 운명이 달린 이 일에 두 사람만 쏙 뺄 수가 없었다.

그나마 그들 곁에는 장현오와 권현태가 있으니 크게 위험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다음은 마지막 네 번째 팀이었다.

이 팀은 이산과 김명중을 필두로 한 회귀자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나스타샤는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 남아 이 팀에 합류했으며, 박철민이라는 마지막 회귀자의 신병까지 확보해 하나의 팀을 꾸렸다.

이들은 무슨 수를 쓰든 이프리트에 붙잡혀 있는 회귀자, 김유란을 구해내고 적의 심장부를 직접 타격하는 역할을 맡았다.

한수호는 이번 전쟁을 단순한 총력전으로 삼아 승패를 가르는 걸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혹시라도 모를 이프리트의 재발호를 막고자 아예 뿌리까지 확실하게 뽑아내고자 했다.

그래서 그 중요한 임무를 이산에게 맡긴 것이다.

한수호는 어머니 이태희에겐 막냇동생 한별이를 지켜줄 것을 부탁했다.

이태희마저 이번 전쟁에 참여하게 되면, 한별이는 혼자 남기 때문에 그 아이를 보살펴줄 사람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가족이 전부 전장에 뛰어드는 건 한수호에게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불안해하는 건 형과 쌍둥이 동생으로 충분했으니까.

‘이걸 어쩐다….?’

한수호는 ‘시스템’ 그 자체라고 생각한 존재가 자신을 위해 준비했다고 직접적인 표현까지 붙여놓은 게이트, ‘드래곤 마운틴’을 먼저 해결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게이트에 걸려있는 결계가 풀리는 걸 이용해 직접 암흑섬으로 넘어가 발자크가 봉인에서 깨어나기 전에 소멸시킬 생각이었다.

앞서 말한 네 개의 팀은 이 계획이 실패로 끝났을 때를 대비한 최후의 보루인 셈.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시점이 맞지를 않는다.

게이트가 활성화되는 데까지 남은 시간은 이틀이 살짝 넘는다.

하지만 틈새가 100%까지 벌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이틀 미만.

봉인이 깨진 후에나 게이트에 들어가는 게 가능해지는 상황이었다.

‘마나 회로를 건드리는 수밖에 없겠어.’

한수호는 사흘 동안 이 게이트의 마나 회로를 분석했고, 게이트가 활성화되는 시간을 앞당길 방법을 찾아냈다.

시간을 24시간 앞당기는데 필요한 포인트는 2천만.

현재 한수호가 가진 포인트는 천만을 조금 넘기 때문에, 아직 한참이나 부족했다.

물론, 포인트를 빠르게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8급 던전 ‘월하의 공동묘지’]

-보유 포인트: 16,000LP

-위험도: ★★★☆☆☆☆☆☆☆

[7급 게이트 ‘정글 숲의 보아뱀’]

-보유 포인트: 21,000LP

-위험도: ★★★★☆☆☆☆☆☆

[6급 던전 ‘안개 바다의 유령선’]

-보유 포인트: 50,000LP

-위험도: ★★★★★☆☆☆☆☆

한수호의 창고에 가득히 쌓여있는 수십 개의 게이트들.

이 게이트들이 보유하고 있는 포인트를 흡수하면 빠르게 포인트를 수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위험도가 올라가 발자크의 관심을 끌게 됨으로써 이프리트 또한 이 보관 창고의 존재를 눈치챌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미 신유와 신소이를 통해, 이곳에 있는 게이트로 외부에서 직접 점프해 들어올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그렇다는 건, 이프리트 또한 이 게이트의 위치만 알면 언제든 점프포탈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고, 역으로 이곳의 게이트를 통해 한수호의 전투영역 안으로 침입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물론 한수호가 전투영역에 존재하지 않으면 게이트는 비활성화 된다.

하지만 한수호가 이곳에 있을 때를 기다렸다가 이프리트가 발자크의 힘을 이용해 몬스터 웨이브를 일으킨다면 그것도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조금의 위험도 감수하지 않고서는 이룰 수 있는 것도 없겠지.’

한수호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가장 낮은 위험도를 가진 게이트부터 하나하나 포인트를 흡수해 나가기 시작했다.

>>포인트를 흡수하였습니다.

>>획득 포인트: 10,000LP

>>위험도가 상승하였습니다.

>>포인트를 흡수하였습니다.

>>획득 포인트: 50,000LP

>>위험도가 상승하였습니다.

>>포인트를 흡수하였습니다.

>>획득 포인트: 150,000LP

>>위험도가 상승하였습니다.

거의 50개에 달하는 게이트들 중 위험도 5성 이하의 게이트는 36개.

이중 절반에 달하는 게이트를 전부 6성까지 높인 결과, 한수호는 단숨에 천만에 달하는 포인트를 얻어낼 수 있었다.

-보유 포인트: 322NP / 20,200,000LP

다행스럽게도 게이트와 던전의 포인트를 흡수했음에도 특별하게 발자크의 관심을 끄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운이 좋군. 그럼 바로 시간을 조정해 볼까?’

한수호는 드래곤 마운틴 게이트의 정보를 띄워놓고 미리 파악해 둔 마나 회로를 개조하기 시작했다.

이미 여러 차례 해 본 것이기에, 개조는 순식간에 끝났다.

>>드래곤 마운틴의 결계가 사라지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00:06:00:00]로 변경하려면 20,000,000LP가 소모됩니다.

>>시간을 변경하겠습니까? YES/NO

최종 결정을 묻는 메시지가 등장했고, 한수호는 1초의 고민도 없이 YES를 선택했다. 그리고,

>>드래곤 마운틴의 결계가 사라지기 까지 남은 시간이 [00:06:00:00]로 조정되었습니다.

이제 6시간 후면, 드래곤 마운틴의 결계는 사라지게 되고 게이트가 활성화 되어 진입 또한 가능해진다.

‘이걸로 준비는 끝났다.’

한수호는 이제 이 위험도 10성짜리 게이트에 함께 들어갈 사람을 이곳에 불러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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