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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331화 (331/375)

331화

한수호는 사툴란을 소환한 뒤, 일행의 선두에 서서 앞으로 나아갔다.

세 마리의 거대 몬스터를 이끌고 천천히 다가오는 존재들과 가까워질수록 그들의 강력함이 여실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소름이 돋는다고 해야할까?

발자크의 파편을 만났을 때와는 또 다른 긴장감이 감돌았다.

‘저 자가 대현자 이자투스?’

대현자 이자투스이자 대적룡 볼케스이기도 한 존재.

지금은 인간의 모습으로 마법사의 분위기를 풀풀 내고 있었다.

‘데리고 다니는 몬스터들의 수준도 보통이 아니잖아?’

한수호는 삼두랑과 호피 오거, 그리고 왕관뱀의 능력치도 확인하고는 살짝 놀란 상태였다.

세 개의 머리를 가진 늑대, 즉 삼두랑은 신체 내적인 능력치 평균이 80을 넘어가고 있었고 호피 오거는 신체 외적 능력치라 320에 달했다.

왕관뱀은 마나가 4만에 가까웠는데, 이 수치만 봤을 땐 왕관뱀의 마나가 발자크의 파편보다도 높았다.

몬스터 하나하나가 거의 최종보스급이었다.

‘저놈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한수호는 자신의 일행을 힐끔 돌아봤다.

이들 역시 만만치 않은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지만 저 앞에 있는 세 마리 몬스터들을 상대하기에는 다소 불안한 느낌이었다.

한수호가 보기에 삼두랑은 스피드와 디버프 능력에 특화된 몬스터였고, 호피 오거는 막강한 피지컬로 모든 걸 때려 부수는 파워형 몬스터다.

왕관뱀은 피지컬을 기본으로 한, 엄청난 마법적 능력을 지닌 몬스터로 보였다.

쉽게 말해, 발자크의 파편들이 세 마리 몬스터의 모습으로 등장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게다가 왜소한 노인의 모습을 한 이자투스는 한수호 자신도 상대하기 쉽지 않은 존재였다.

‘여기 위험도가 왜 10성인지 이제 알겠네.’

협곡을 지나오면서 마주했던 몬스터들의 수준을 보고 이곳을 가볍게 봤던 것이 크게 잘못된 것임을 여실히 깨달았다.

잠시 후, 두 무리가 협곡의 평원 중간 지점에서 마주 섰다.

한수호 일행 중에서는 그나마 사툴란 혼자만 세 몬스터들과 조금이나마 비벼볼 만한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사툴란은 뭔가 책임감을 느끼는지 당당히 앞으로 나서서는 몬스터들을 향해 우렁차게 포효했다.

“크워어어엉!”

쩌렁쩌렁한 울림이 거대한 협곡 전체로 울려 퍼졌을 때, 세 마리 몬스터들이 그에 대답이라도 하듯 일제히 괴성을 내질렀다.

크와아아아아앙!

커허어어어엉!

캬아아아아아악!

엄청난 소리였다.

사툴란의 포효가 바로 파묻혀 버릴정도로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괴성에 협곡 한쪽에서는 산사태까지 일어났다.

이에 사툴란이 찔끔했는지 크게 벌리고 있던 입을 바로 닫았다.

그리고 한수호를 돌아보며 묵직한 손으로 뒤통수를 긁어댔다.

마치 저놈들보다 목소리가 작아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

그때, 기다란 수염을 쓰다듬고 있던 노인이 껄껄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그놈 참 재밌구나. 감히 이 녀석들을 상대로 성대 싸움을 하려 들다니.”

노인은 사툴란을 바라보며 웃다가 한수호 일행을 쭉 훑어봤다.

“어떤 병신 같은 놈들이 내 영역을 침입하나 했더니, 다들 만만치 않은 녀석들이로구나. 특히 너.”

노인이 날카로운 눈빛을 보이며 노려본 인물은 다름 아닌 한수호였다.

“내 서치 마법에도 제대로 된 능력치가 나타나지 않다니. 네 녀석의 정체가 무언지 무척이나 궁금해지는구나.”

노인은 무슨 마법을 부리는 것인지, 아스루나의 존재임에도 한국어를 수준급으로 말하고 있었다.

“딱히 정체랄 것도 없습니다. 그저 이곳 주인의 레어를 찾아 숨겨 놓은 보물을 손에 넣고 싶어 하는 보물 사냥꾼일 뿐이거든요.”

당신 정도는 얼마든지 쓰러뜨릴 수 있다는 자신감 가득한 말.

한수호는 노인의 심기를 일부러 건드리고 있었다.

“보물 사냥꾼이라…. 원하는 걸 얻으려면 나부터 쓰러뜨려야 할 텐데, 자신이 있느냐?”

“자신이 없었으면 이곳을 찾아오지도 않았겠지요.”

“그렇군. 네놈들, 아스루나가 아니라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이계인이로구나.”

노인, 이자투스가 눈매를 좁히며 하는 말에 한수호는 그저 빙그레 웃어 보일 뿐이었다.

그런 한수호를 잠시 응시하던 이자투스가 돌연 피식 웃으며 손에 든 지팡이로 바닥을 찍었다.

“너희들에게 기회를 주마.”

한수호 일행의 이목이 집중되자 이자투스가 다시 한번 지팡이로 바닥을 쿵 찍었다. 순간,

지이이이이잉-

한수호를 비롯한 일행 모두의 우측에 붉은빛이 감도는 포털이 동시에 생겨났다.

“그 안에 들어가서 내가 주는 시험을 치러라. 시험을 통과한 자에겐 아스루나의 어디든 여행할 수 있는 자격과 더불어 상상도 못 할 보물을 보상으로 주도록 하지.”

이자투스의 말에 한수호는 한 가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 게이트의 정보에 나왔던 ‘결계가 사라집니다.’라는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이곳의 결계는 아직 완전히 걷힌 게 아니었다.

여기서 이자투스를 만나 그의 시험을 통과해야만 결계를 마음껏 넘나들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는 것이다.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한수호의 질문에 이자투스는 당연한 걸 묻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목 위를 손으로 스윽 그어 보였다.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죽는다는 의미.

백윤후에게 들었던 내용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한수호는 자신의 일행들을 돌아봤다.

이들 모두 대단한 능력을 지닌 건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혼자서 치러야 하는 시험이기에 모두가 시험을 통과할 거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즉, 일행 중 적어도 한둘은 시험을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었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일행 중 일부가 목숨을 잃는다는 것이었다.

‘이들 중 누구도 잃을 수 없어.’

한수호는 누군가를 잃을 수도 있는 시험에 도전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모두가 힘을 합쳐 이자투스를 쓰러뜨리는 편이 훨씬 안전했다.

그래야 한수호가 위험한 순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테니까.

“시험을 거부하면 어떻게 됩니까?”

“거부? 그런 건 없다. 시험을 치르지 않고서는 이곳을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쿠웅

지팡이가 다시 바닥을 찍는 순간,

키이이이이이잉

그곳을 중심으로 반투명한 장막이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협곡 일대를 돔 형태로 둘러쌌다.

“자, 선택하거라. 내 시험에 응할 것이냐, 아니면 이 결계에 갇혀 내 손에 죽음을 맞이할 것이냐?”

한수호의 선택은 당연히 후자였다.

다 함께 이자투스를 상대하면 일행에게 위험이 닥치더라도 자신이 얼마든지 커버해 낼 수 있었다.

한수호가 대답을 내놓으려는 그때, 이자투스가 혀를 차며 먼저 입을 열었다.

“쯧…. 보아하니 후자를 선택하려는 모양이구나. 네 동료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시험을 택하느니, 네가 동료들을 보호해줄 기회라도 얻고 싶은 것이냐?”

이자투스는 한수호의 속마음을 정확히 꿰뚫어 봤다.

하지만 굳이 그 말에 대답해줄 생각은 없었다. 그러자 이자투스가 한마디 덧붙였다.

“한 가지밖에 모르는 녀석이구나. 네놈이 동료를 위험에서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은 동료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악독한 짓이다. 네놈 혼자만이 동료들을 지켜줄 수 있다는 자만심에서 나온 자기만족일 뿐이지.”

또박또박 흘러나온 말에 한수호의 사고가 잠시 정지했다.

동료가 성장할 기회를 빼앗는 악독한 짓.

자만심에서 나온 자기만족.

이자투스의 말이 한수호의 마음을 후벼팠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문제였다.

한수호는 늘 자신이 가장 강하다고 생각했고, 때문에 자신만이 동료들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이자투스의 말을 듣고 보니 자신이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내가…. 그렇게나 이기적이었나?’

팔을 다친 한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런데 안쓰럽다고 그 사람의 팔 역할을 누군가가 늘 대신해 준다면, 팔의 상처가 나아도 그 사람은 더 이상 자신의 팔을 사용할 생각을 못 하게 된다.

이자투스는 바로 이런 상황을 말하고 있었다.

‘감싸주고, 보호해 준다고 훌륭한 동료가 되는 건 아니었는데….’

너무나 이기적이었다.

그리고 너무 자신 위주로만 생각했다.

한수호는 자신이 지금껏 해왔던 일들을 되돌아보며, 동료들이 성장할 기회를 자신이 얼마나 많이 빼앗아 왔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런 한수호를 바라보던 백윤후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한수호! 저딴 놈 말에 휘둘릴 것 없다! 네 신념대로 행동하고, 결정해라. 나는, 아니 우리는 네 결정에 항상 따를 테니까!”

“맞아요, 오빠. 오빠가 월미도에서 지켜주지 않았으면 지금 난 이 자리에 있을 수도 없었다고요!”

이젠 서은채까지 끼어들었다.

그들도 느낀 것이다.

이자투스의 말 몇 마디가 한수호의 결정에 큰 변화를 야기하고 있음을.

그들에겐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았다.

한수호가 이자투스의 말에 흔들려 본래와 다른 결정을 내리는 것, 그것이 가장 걱정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수호는 그런 동료들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밝게 웃어 보였다.

“다들 내가 저런 말 몇 마디에 휘둘릴 거라고 생각해? 결정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그건 내 스스로의 생각으로 내려진 결정일 뿐이야. 흔들림은 조금도 없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정말…. 괜찮은 거죠?”

서은채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은채야. 하나만 물을게.”

“네, 오빠.”

“이자투스가 내놓은 시험. 너 혼자 감당할 수 있겠니?”

한수호는 자신의 판단만으로 동료의 기회를 빼앗지 않기로 했다.

이자투스의 말에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생각을 바꾼 건 절대 아니었다.

“가능하다면…. 저 혼자 해보고 싶어요. 내가 가진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확인해 보고 싶기도 하고. 하지만, 오빠가 하지 말라면 하지 않을래요.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는 건 모두 오빠 덕분이니까, 오빠의 결정에 무조건 따를 거에요.”

“….”

서은채의 대답에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 한수호.

이번엔 백윤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네 생각은 어때?”

“나야 뭐…. 네가 강해질수록 덩달아 나까지 강해지는 상황이라 굳이 힘들게 내 한계를 알아보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궁금하기는 해. 이자투스가 내놓은 시험이라는 게 과연 무얼지. 기회가 된다면 경험해 보고 싶다랄까?”

백윤후의 솔직한 말에 한수호는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다음은 신유였다.

한수호가 신유를 돌아보며 질문을 던지려고 하자, 먼저 입을 열었다.

“네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다만, 난 도전을 피할 생각이 전혀 없다. 과연 이자투스의 시험이 날 곤란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 재미있는 과제이긴 하군.”

“그렇군요.”

한수호는 신유에게 만큼은 대꾸를 해 주었다.

뒤이어 라라와 월, 살이, 범이에 고니와 사툴란에게도 모두 똑같은 질문이 던져졌다.

그리고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한수호가 허락만 한다면, 이자투스의 시험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다는 대답.

모두의 대답을 들은 한수호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렇게 모두 각자의 의지가 있는데, 자신의 마음만 편하자고 그들이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게 맞느냐고.

그에 대한 대답은 ‘틀리다’였다.

이자투스의 시험에 응하게 되면, 희생자가 나올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죽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또한 스스로의 선택이며, 스스로가 책임져야 할 결과인 것이다.

남의 인생을 한수호가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닌데, 어찌 그들의 모든 걸 돌봐줄 수 있을까?

약자를 지키고, 발자크와 이프리트로부터 인류를 지켜내야 한다는 대의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목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모두가 함께 성장해 나갈 기회를 주고, 그걸 이룰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오히려 한수호가 해야 할 일인 것이다.

“이제 결정을 내려라. 시간은 무한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니까.”

이자투스가 득의양양한 미소를 그리며 한수호에게 대답을 요구했다.

그도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한수호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인가를.

이에 한수호가 이자투스를 향해 환하게 웃어 보였다.

“이미 다 들었잖아요? 우린 모두 자신만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오호? 사실이냐? 하지만, 네 파티의 리더로서 너무 무책임한 대답이로구나. 이 결정에 네 책임은 없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아니요. 그 반대입니다. 모두의 결정에 따르는 책임은 제가 오롯이 질 겁니다.”

“네가 책임을 진다? 어떻게?”

“이렇게요.”

히죽 웃어 보인 한수호가 그 자리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리고,

푸슛

유령처럼 신유 옆에 나타난 한수호.

깜짝 놀란 신유가 이상함을 느끼고 회피 동작을 취하려 했지만,

퍼억!

한수호는 그의 회피 동작까지 여유롭게 피해내고는 신유를 포털 속으로 튕겨냈다.

그제야 한수호의 모습을 확인한 동료들이 크게 경악하고 있을 때,

한수호는 백윤후와 서은채 앞에 벼락처럼 나타나 똑같은 방식으로 포털 속으로 내던져 버렸다.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상황.

한수호가 강제로 이자투스의 시험을 위한 포털 속에 동료들을 밀어 넣을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일행 중 가장 강한 신유가 회피조차 못하고 당할 정도의 빠르기였다.

다른 일행들은 한수호의 움직임에 아무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연달아 고니와 사툴란까지 모조리 포털 속으로 던져 버린 한수호.

어느새 홀로 남게 된 그는 자신의 옆에 떠 있는 포털의 가장자리를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콰득

마나를 끌어올려 단숨에 포털을 우그러뜨렸다.

그 장면을 목격한 이자투스가 눈을 크게 뜨며 놀라워했다.

“내가 만든 포털을 맨손으로…?”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그가 만들어 낸 포털은 게이트와 다름없어서 인간의 손으로는 절대 만져지지도, 물리력을 행사할 수도 없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한수호는 그걸 손으로 잡아 박살내버렸다.

“이것이 당신이 나에게 던진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한수호는 이자투스를 향해 환하게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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