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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342화 (342/375)

342화

“은채는 이곳에서 맹주님과 함께 있는 편이….”

한수호는 어떤 함정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서은채를 데려가는 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한광의 생각은 달랐다.

“은채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원거리 공격이다. 후방에서 지원사격 정도는 충분히 해 줄 수 있으니 도움이 될 것이고.”

“아빠 말이 맞아요. 위험하면 얼마든지 도망칠 수 있으니까 함께 가게 해줘요.”

서한광도, 서은채도 뜻이 확고했다.

“후…. 알겠습니다.”

한수호도 더는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사실 서은채 정도의 강한 마공사가 합류해 준다면 큰 힘이 된다.

델링그의 위력은 그 누구보다도 한수호가 가장 잘 알고 있었으니까.

“나도 이곳 일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특무부 본부로 가마.”

“무리하진 마세요. 이곳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하니까요.”

“그래. 알겠다.”

서한광과의 대화를 마친 한수호는 서은채와 함께 막사 밖으로 나섰다.

밖은 엉망진창이었다.

몬스터들의 괴성과 폭음이 가득했고, 마공사들이 뿜어내는 강한 위력의 마법들이 수없이 난무했다.

한수호는 잠깐 전투 상황을 응시했다가 막사 밖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일행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안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빠르게 전달했다.

“이건 백프로 함정이다.”

이야기를 들은 백윤후는 바로 함정임을 알아봤다.

“나도 알아. 그렇다고 그 많은 사람이 이프리트의 손에 놀아나다가 목숨을 잃게 되는 걸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어.”

“그들이 이미 키이라 실험체로 쓰였다면 무엇으로도 되돌릴 수 없다는 거 잘 알잖냐? 결국 유재형 선배처럼 처참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 거야.”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기환이 형이나 방태식 노사라면 뭔가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고.”

“너무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뭐가 됐든, 일단 현장에 가봐야지.”

한수호는 인벤토리에 넣어 두었던 SUV를 꺼냈다.

함께 차에 탈 인원은 총 다섯.

한수호가 운전대를 잡고, 조수석엔 백윤후가, 뒷좌석엔 서은채와 라라, 그리고 케이시가 타게 되었다.

신유는 딸 신소이의 안전이 걱정된다며 진작에 몬스터 웨이브의 방어선으로 달려간 상황.

월과 고니, 사툴란은 일단 인벤토리에 담아 놓아 언제든 소환할 수 있게 해 두었다.

“모두 꽉 잡아.”

한수호는 전투가 한창인 광화문 거리를 노려보며 주의를 상기시켰다.

여기서 특무부 본부로 향하는 가장 빠른 도로는 악몽급 게이트에서 나온 몬스터들로 가득한 상황.

한수호는 그곳을 SUV로 뚫고 지나갈 생각이었다.

케이시의 포탈은 한 번이라도 가본 장소가 아니면 연결이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었고, 고니의 비행선은 마나력 충전을 위한 시간이 필요해 지금 당장은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 SUV 차량이면 특무부 본부까지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으리라.

부아아아아앙

SUV가 광화문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이 SUV는 살이와 범이가 온갖 종류의 무기를 장착해 놓은 데다가 차량의 장갑도 엄청 두껍게 개조한 상태라 험한 전장을 뚫고 가는 데도 큰 문제가 없었다.

앞을 막아서는 몬스터는 그대로 밀어버렸고, 좌우에서 달려드는 몬스터들은 소형 레일건과 에너지포로 벌집을 만들어 버렸다.

이 차량의 무기들은 일반적인 화약 무기가 아니었기에 몬스터에게 충분히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

꽈과과과과광

쥬아아아앙!

퍼버버벙!

수많은 몬스터들이 마공사들과 뒤섞여 전투를 치르는 전장 속에서 은빛을 번쩍이는 SUV차량이 질주하는 광경은 꽤나 신비한 광경을 만들어 냈다.

정확히 몬스터들만 골라서 타격하는 SUV의 무기들.

한수호는 차를 몰아 광화문을 빠져나가면서 이 SUV를 개조해 준 살이와 범이를 떠올렸다.

‘절대 너희를 잊지 않으마.’

한수호는 파괴된 두 몬스터 봇과의 기억을 가슴 속 깊이 담아 놓고 있었다.

* * *

콰지지지지직-

특무부 본부 건물들에서 뿜어져 나온 다섯 줄기의 뇌전.

그 뇌전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힘을 강화시키는 발자크의 모습에서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강력한 기운이 넘쳐 흘렀다.

[신체외적능력] : 37,255/99999

[신체내적능력] : 1,328/9999

[마나] : 576,000/999999

한수호는 전보다 더욱 높아진 발자크의 능력치를 확인하고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대로 두면 능력치가 어디까지 치솟아 오를지 모르겠어.’

뇌전이 뿜어져 나오는 곳에는 피뢰침처럼 생긴 뾰족한 금속이 튀어나와 있었다.

그 금속에 대한 정보를 확인해 본 결과는 놀라웠다.

[초정밀 아크로 4호]

-지구의 인류가 만들어 낸 강력한 에너지의 응집체입니다.

-아크로의 힘을 이용해 공간 이동이 가능한 포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에너지 잔량: 42%

사기환의 말은 사실이었다.

특무부에서는 초정밀 아크로라는 이름으로 이미 5호까지 개발을 완료한 상태였으며, 그 아크로를 이용해 공간이동이 가능했던 것.

그런데 그 초정밀 아크로의 에너지를 발자크가 흡수하고 있었다.

아크로들의 에너지 잔량이 실시간으로 떨어지고 있어 20분 정도면 완전히 방전될 것으로 보였다.

한수호는 수많은 사람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직접 보자 더욱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사람들의 눈은 반쯤 풀려 제정신이 아닌 듯했고, 한 손에는 노란색 액체가 든 주사기를 들고 언제든 그걸 몸에 박아 넣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수호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산 팀과 구천승 팀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그곳엔 특무부 본부장인 유대룡과 그의 특수1과 요원 30여명도 함께 자리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유대룡의 옆에는 사자도왕 송혁이 심각한 얼굴로 서 있었고, 그 옆에는 이패궁 박윤주도 있었다.

이 심각한 상황에 다들 왜 안 보이나 했더니 모두 이곳에서 이프리트와 대치 중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한수호가 도착하자 꽤나 반기는 모습을 보였다.

“안 그래도 다들 널 기다리고 있었다.”

한수호의 스승, 구천승이 옆으로 비켜서며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보입니다. 당장이라도 발자크가 아크로의 에너지를 흡수하지 못하게 막아야 해요.”

한수호는 다급하게 말했다.

“역시, 오자마자 지금 상황이 어떤지 바로 파악했구나. 네 말대로다. 특무부에서 초정밀 아크로를 개발했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발자크와 이프리트 무리가 느닷없이 들이닥쳤다. 놈들을 막아보려고 했는데, 우리 힘만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그토록 당당했던 유대룡이었지만 이번 일로 인해 크게 자신감을 잃은 듯했다.

“유 본부장이 아니었으면 희생이 더 컸을 것이네. 그나마 본부장이 제때 조치를 취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특무부 요원 절반 이상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야.”

송혁이 의기소침한 유대룡의 어깨를 두드리며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후…. 저는 괜찮습니다. 그보다, 방금 장태산…. 아니, 이젠 한수호라고 불러야 하나? 아무튼, 한수호가 말한 것처럼 당장 발자크를 멈춰야 합니다. 더 이상 시간을 주게 되면 아크로의 모든 에너지를 흡수할 겁니다. 그때가 되면 누구도 놈을 막을 수 없습니다.”

유대룡도 발자크가 지금 부족한 마나를 채워 넣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인물들 대부분이 궁급을 가볍게 넘어서는 파급의 마공사들이었고, 그중엔 구천승같이 멸급까지도 넘어서는 강자도 있었기에 돌아가는 상황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던 것.

“강지훈. 저자가 이프리트의 수뇌였을 줄은 정말 몰랐네.”

송혁이 바라보는 곳은 본부 건물 옥상이었다.

그곳에선 강지훈을 비롯해 많은 황도13궁의 인물들이 거만한 표정으로 이곳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대부분은 적상산에서 마주한 적이 있는 자들이었다.

다들 꽃잎이 그려진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한수호는 그들이 풍기는 기도만으로도 누군지 쉽게 알 수 있었다.

강지훈이야 꽃잎이 열두 개나 그려져 있는 가면을 쓰고 있으니 바로 알아볼 수 있었고, 그 옆의 풍채 좋은 사내는 살마 문천득이 분명했다.

문천득 옆에는 호리호리한 체격의 사내가 있었는데, 딱 봐도 그가 바로 새한교 교주인 박새한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꽃잎 여덟 개가 새겨진 가면을 쓴 오희창도 보였고, 적상산에서 도끼를 주 무기로 삼았던 마갈궁의 궁주 이문종도 있었다.

유일하게 맨얼굴로 서 있는 인물이 있었는데, 그는 다름 아닌 우태범이었다.

“강지훈과 나란히 서 있는 자는 누구죠?”

강지훈 옆에는 처음 보는 사내가 하나 있었다.

그는 최근 특무부 연구진에서 개발을 완료한 가디언 슈트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쓰고 있는 가면엔 꽃잎이 열한 개나 그려져 있었다.

한수호가 그를 지목하자 유대룡이 이를 뿌드득 갈았다.

“저놈은 최부선이다. 특무부 해외본부장이지. 저자만 아니었어도 이처럼 어이없게 특무부를 놈들에게 빼앗기진 않았을 거다.”

특무부 해외본부장 최부선.

한수호가 알기로는 신유와 뜻을 같이하는 황도13궁의 극우파 인물이었다.

그런데 저자도 이프리트 편에 붙었을 줄이야.

그 누구도 믿어선 안 된다는 신유의 말이 이젠 너무도 공감되는 심정이었다.

한수호는 가장 먼저 이프리트의 수뇌부에 있는 자들의 능력치 정보부터 쭉 훑었다.

강지훈은 꽃잎 열두 개짜리 가면의 주인답게 1만에 가까운 마나를 지니고 있었고, 문천득은 처음 봤을 때보다 약간 오른 6천이 넘는 마나를 가지고 있었다.

박새한이나 오희창, 이문종 등은 신체 능력 평균치가 300을 조금 못 미치는 수준에 3천 정도의 마나를 보유했다.

문제는 최부선이었다.

‘평균치 400에 마나가 1만 2천이라고?’

능력치보다 마나력이 월등하게 높은 특이한 인물.

아무래도 마법 능력에 특화된 마공사인 것 같았다.

한수호는 적들의 정보를 살피다가 아군의 정보도 연이어 확인했다.

예전에 확인했을 땐 물음표로 가득했던 송혁의 능력치.

하지만 이젠 송혁의 능력치도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송혁의 능력치 평균은 510정도. 마나는 6천에 가깝다.

처음 봤을 때 확인한 능력치는 진짜 능력의 20%도 안 되는 수준이었던 것.

박윤주의 능력치도 만만치 않았다.

능력치 평균은 310이었지만, 마나력은 다소 높아 4천을 넘었다.

아무래도 박윤주의 특기가 원거리 공격이다보니 신체 능력치에 비해 마나력이 높아진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한 명의 능력치 정보가 좀 이상했다.

한수호가 확인한 바로는 능력치 평균 420에 4천 정도의 마나를 지닌 것으로 나왔지만, 그 정보가 노이즈가 낀 것처럼 깜빡거렸다.

그 정보의 주인은 다름 아닌 유대룡.

이전에 확인했을 때와도 크게 달라진 수치였다.

처음 백진성의 대저택에서 유대룡을 마주했을 땐, 평균치가 200을 조금 넘었었고, 마나력도 2천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안 그래도 그 수치가 아티팩트 같은 걸로 숨겨진 상태일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진짜 능력치는 그보다 두 배 정도 높았다.

하지만, 왜 이 정보들이 깜빡거리는 걸까?

한수호는 곧바로 심리분석 특성을 사용했다.

그러자 깜빡이던 정보들이 고정되더니 맨 위에서부터 차례로 껍질 벗겨지듯 벗겨지기 시작했다.

[신체외적능력] : 930/999

[신체내적능력] : 15/99

[마나] : 11,800/99999

[육체한계치] : 1/3

>>특성 ‘더블 커버’를 사용하고 있어 능력치 정보가 이중으로 보호되고 있습니다.

한꺼풀 벗겨지고 난 후의 능력치는 실로 놀라웠다.

지금까지 한수호가 만난 마공사들 중, 가장 강한 인물이 신유와 구천승이었다.

그런데 그 두 사람과 거의 동등한, 아니 마나 수치만 봤을 땐 오히려 두 사람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더블 커버 특성이라니.

한수호는 유대룡이 이처럼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고 있는 사람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한울뇌왕 구천승과 혈마 신유.

이 두 사람을 능가하는 능력치를 지닌 유대룡.

이런 엄청난 인물이 평범하게 특무부 본부장이라는 자리에 앉아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한수호는 회귀 전의 삶에서 유대룡을 아버지처럼 생각하며 살았던 시절을 회상했다.

유대룡은 수련에 있어서 만큼은 유독 엄한 사람이었다.

하루라도 수련을 빼먹거나, 가벼운 대련 한 번에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면 곧바로 호통을 칠 정도.

그래도 늘 자신의 본분에 충실했고, 아버지 한철형을 대신해 친아버지처럼 한수호를 아끼고 사랑해 주었었다.

그런 유대룡의 진면목이 이토록 엄청난 힘을 숨긴 강자였을 줄이야.

“우선 각자 목표를 정하고 동시에 움직입시다.”

유대룡은 특무부 본부를 적의 손에 점거당한 것을 치욕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어떡하든 그 치욕을 갚고자 이번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려고 했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목표를 설정했다.

강지훈은 구천승이 맡기로 했고, 최부선은 유대룡이, 문천득은 송혁이 담당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다른 사람들도 각자 누구를 목표로 움직일지를 정해지자 한수호도 누굴 목표로 삼을지 잠시 고민했다.

그러다 우태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를 보자 문뜩 떠오르는 의문.

‘우태범은 어떡하다 이프리트에 투신하게 된 걸까?’

우태범의 나이는 고작 스무 살.

이 어린 나이의 청년이 주변의 부추김이나 도움 없이 이프리트라는 거대한 비밀 조직에서 중요한 자리에 오르기란 쉽지 않았을 터.

‘이프리트의 수뇌부와 혈연관계가 있는 건 아닐까?’

애초에 한수호가 강우진을 살의 열쇠 중 하나라고 생각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강지훈 때문이었다.

당시엔 강지훈이 이프리트의 수장이라 생각했고, 강우진은 그의 아들이니 자연스레 그런 인과관계가 맺어졌을 거라 여겨졌으니까.

결과적으로는 잘못된 생각이었지만, 어쨌든 보통은 혈연관계가 아닌 이상 우태범 같은 나이에 이프리트의 수뇌부가 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수호는 뭔가 번뜩 떠오르는 생각에 급히 사기환과 나스타샤를 불렀다.

그리고 뒤로 슬쩍 빠져서 두 사람과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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