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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359화 (외전) (359/375)

외전 - 귀환, 그 후의 이야기 1화

슈아아아아아악-

특무부 창고 건물 안에서 느닷없이 환한 빛무리가 터져 나왔다.

잠시 후, 빛이 사라지자마자 휑하니 아무것도 없던 창고 공간에 2미터 크기의 게이트가 나타났다.

게이트는 그 안에서 한 사람을 토해 냈다.

긴 머리를 질끈 동여맨 여인.

이마를 시원하게 드러낸 이십 대 초반의 여인은 게이트 밖으로 나서자마자 자세를 낮추며 경계 자세를 취했다.

눈을 번뜩이며 빠르게 주변을 살피던 여인.

그녀는 주변에 별다른 위협이 느껴지지 않자 그제야 긴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오빠…. 흑. 흐흑!”

너무도 서럽게 우는 여인은 다름 아닌 서은채였다.

무려 10년이나 아스루나에서 살다가 이제야 지구로 귀환한 스물다섯 살의 서은채.

그녀는 지구로 함께 귀환하지 못한 한수호를 생각하며 한참이나 눈물을 흘렸다.

한수호는 세계수의 조각을 모아 마침내 게이트를 열었다.

하지만 세계수는 완전하지 못했다.

마지막 조각인 세계수의 열매 네 가지 중, 한수호가 구할 수 있었던 건 ‘벼락의 열매’ 한 가지뿐.

그로 인해 새롭게 성장한 세계수가 지닌 힘은 완벽할 수가 없었다.

그 결과가 지금이었다.

세계수가 만들어 준 기적의 힘은 단 한 사람만이 게이트를 통과하는 걸 허락했다.

그 기적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세계수는 긴 동면에 들고 말았으며, 무려 20년이 흐른 뒤에야 다시 깨어날 수 있었다.

그래서 한수호는 나중을 기약했다.

먼저 서은채를 지구로 보내고 자신은 아스루나에 남아 세계수가 깨어나길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서은채 혼자만 게이트를 건넜고, 결국 서은채는 지구로 귀환할 수 있었다.

서은채는 한참 동안 서럽게 울었다.

어쩌면 두 번 다시 한수호를 볼 수 없다는 생각이 그녀를 괴롭게 만들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서은채는 이 창고로 다가서는 사람의 인기척을 느끼고 급히 몸을 숨겼다.

가볍게 바닥을 차고 날아오른 서은채.

놀랍도록 빠른 움직임으로 높게 자리한 창고 건물의 천장에 거미처럼 달라붙었다.

‘내가 어느 시점으로 돌아온 거지?’

서은채는 눈물을 닦아내고는 현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한수호와 함께 아스루나로 이동한 시점은 2052년 2월이었다.

지금이 이동한 당시의 시점이라면 가장 좋겠지만, 창고의 모습이 그때와 크게 달라져 있어 불안했다.

‘여기도 10년이 지난 걸까?’

사실 서은채는 이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스루나에서 10년의 세월을 보냈는데, 지구만 시간이 흐르지 않았을 리가 없다.

드르르륵

창고 문이 열렸다.

아직 낯 시간대인지 열린 문 뒤에서 밝은 햇빛이 창고 안으로 왕창 스며들었다.

등장한 사람은 덩치가 꽤나 좋은 사내였다.

그냥 서 있을 뿐인데도 거칠면서도 막강한 기운을 줄기줄기 뿜어 내고 있는 중년 사내.

그는 텅 비어 있는 창고를 잠시 바라보다가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방금 전 서은채를 토해냈던 게이트가 있던 곳으로 다가가 우두커니 섰다.

“후…. 오늘로써 딱 1년 째구나.”

사내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 것이냐? 수호, 그 녀석이 널 괴롭히지는 않고? 녀석이라면 잘 대해주리라 믿는다. 비록 다시 볼 수는 없겠지만, 그곳에서라도 수호와 가정을 꾸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려무나. 내 딸, 은채야.”

사내는 서한광이었다.

1년 전, 발자크와 이프리트의 악적들을 가까스로 물리쳤지만 사랑하는 딸과 기약 없는 헤어짐을 겪어야 했던 대한맹의 맹주.

그는 1년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이 창고에 들러 딸의 행복과 무사를 빌어왔다.

천장에 달라붙어 있던 서은채는 서한광을 발견하고 경악했다.

다시는 볼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아버지를 다시 보게 되었기 때문일까?

하지만 그녀의 표정엔 반가움과 기쁨의 감정 외에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의 빛도 가득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서은채가 너무 놀라 전율하고 있는 그 순간,

“웬 놈이냐!”

서한광이 서은채의 존재를 눈치채고 바닥을 거세게 박찼다.

꽈앙

순식간에 거꾸로 매달린 서은채 코앞까지 날아오른 서한광.

그는 암습자라고 생각하고 일격에 때려죽이려고 했다. 하지만, 적의 모습을 확인한 서한광은 서은채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너…!”

힘을 격발하려는 순간에 너무나도 놀라운 상황을 맞이하면서 기혈이 뒤엉켰다.

잔뜩 끌어올려진 마나가 혈맥에서 마구 날뛰었고, 그로 인해 서한광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대로는 머리부터 떨어질 상황.

그때 서은채가 천장을 박차 서한광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아빠!”

서은채는 단숨에 서한광을 낚아채 바닥에 안전하게 착지했다.

“크윽.”

서한광은 기혈이 엉킨 탓에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서은채의 얼굴을 쓰다듬는 걸 멈추지 않았다.

“은채야…. 너 정말 은채가 맞느냐?”

“네, 아빠. 저 은채에요. 태극서가의 막내딸, 서은채라고요!”

“은채야!”

서한광이 서은채를 덥석 끌어안았다.

서한광의 커다란 덩치에 푹 파묻힌 서은채.

그녀의 눈에서는 다시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다.

* * *

“뭐라고?”

서한광은 오늘 벌써 몇 번째 놀라는지 모른다.

15살에 게이트로 사라진 딸을 1년 만에 만났는데, 서은채의 나이가 벌써 스물다섯이라니.

“제 얼굴 보면 모르겠어요? 아빠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와 지금이 똑같다고 생각하시냐고요.”

“그렇긴 하다만…. 허, 참.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로구나.”

서한광은 서은채의 얼굴이 더 이상은 16살의 소녀로 볼 수 없을 만큼 성숙해졌다는 걸 이미 느끼고 있었다.

절대 1년 만에 이렇게 달라질 수는 없다.

만약 서한광이 1년을 하루같이 매일매일 딸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단번에 서은채라는 걸 알아채지 못했을 정도.

서한광은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차 안에서 많은 걸 물었다.

도대체 그동안 어떻게 지냈으며, 함께 간 한수호는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게이트가 완전히 사라진 지금 다시 귀환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그런데 서은채의 반응이 좀 이상했다.

서한광의 질문에 단답형으로만 대답할 뿐, 계속해서 뭔가를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그동안 낯선 세계에서 얼마나 힘들게 지냈을지 안다. 일단은 쉬려무나. 이야긴 집에 돌아가서 나누자꾸나.”

“네, 아빠.”

서은채는 그 대답을 끝으로 차창 밖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약 1시간이 흘렀을 때, 서은채는 10년 만에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런데 집에 돌아온 서은채의 눈빛은 또다시 파르르 떨렸다.

‘옛날 그대로야…. 브레스에 맞아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집이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서은채의 머릿속은 너무도 혼란스러웠다.

10년 만에 힘겹게 돌아왔건만 지구는 그녀가 알던 지구가 아닌 것 같았다.

서은채는 자신의 방으로 갔다.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하게 유지된 방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하지만 이 방도 원래는 이런 모습일 수가 없었다.

거대한 드래곤의 등장과 함께 브레스에 모든 게 불타버린 기억이 있는데 어떻게 모든 게 멀쩡할 수 있을까?

서은채는 서한광에게 1시간만 쉬게 해달라고 부탁한 뒤, 방에서 생각에 잠겼다.

책상 위에는 그녀가 오래전에 사용했던 휴대폰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뭐가 달라진 건지 확인해야 해.’

서은채는 휴대폰을 켰다.

다행스럽게도 잠금을 풀기 위한 패턴은 그녀의 기억과 완전히 일치했다.

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정보를 뒤졌다.

2051년부터 그녀가 아스루나로 넘어간 2052년까지.

그사이에 인터넷에 어떤 뉴스가 있었는지를 샅샅이 뒤졌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 때,

“이,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서은채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와락 움켜쥐었고, 그 힘에 휴대폰은 종잇조각처럼 구겨져 버렸다.

털썩.

서은채는 주저앉고 말았다.

이곳은 그녀가 아는 지구가 아니었다.

그녀의 기억대로라면 2052년 2월, 인류의 70%는 대흑룡 우라무스의 손에 목숨을 잃었어야 했다.

아스루나를 멸망으로 이끈 최강의 드래곤 우라무스.

그 우라무스는 아스루나에서 게이트를 타고 지구로 넘어와 모든 걸 파괴했다.

원래의 미래였다면 우라무스가 악몽급 게이트를 열고 지구로 넘어오는 시점은 2058년.

하지만 회귀자였던 한수호는 우라무스의 존재를 미리 파악하고 이를 막고자 했었다.

하지만 이프리트의 계획은 너무도 치밀했다.

이프리트의 수장 유대룡은 어떻게 알았는지 한수호의 계획을 미리 파악하고 철저한 함정을 파놨다.

결국 한수호와 함께 인류의 편에 서서 우라무스를 물리치려던 마공사들은 거의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고 말았다.

그렇게 인류의 존망을 건 최후의 전쟁이 2052년 2월에 터지고 말았다.

우라무스는 예정보다 6년이나 앞선 시간에 악몽급 게이트를 열었고, 그걸 통해 지구로 건너왔다.

그리고 시작된 끔찍한 파괴의 행보.

인류의 70%가 우라무스의 브레스에 녹아내렸고, 놈을 막고자 나섰던 아버지 서한광은 우라무스의 브레스에 맞아 증발하듯 사라져 버렸다.

그 당시 서은채는 정신이 반쯤 나갔었다.

하지만 신은 인류를 버리지 않았다.

이프리트의 함정에 빠져 죽은 줄 알았던 한수호는 기적적으로 생환했고, 우라무스와 마지막 전투를 벌였다.

그 와중에 서은채의 집도 브레스에 소멸했고, 한수호의 동료들과 가족 모두 희생되고 말았다.

한수호는 그런 희생을 딛고 마침내 우라무스를 쓰러뜨렸다.

이프리트는 우라무스가 쓰러지자 뿔뿔이 흩어졌으며, 세상은 잠시나마 평화를 되찾는 듯싶었다.

그때 한수호가 서은채에게 제안했다.

세계수의 기적을 이용해 함께 과거의 아스루나로 건너가자고.

과거의 아스루나에 가서 그곳에 존재하고 있을 우라무스를 미리 처치해서 참혹한 미래를 바꿔보자고.

서은채는 그렇게 한수호와 함게 과거의 아스루나로 향했던 것이다.

세계수의 조각들로 기적을 만들어 사라졌던 게이트를 만들었고, 그 게이트를 통해 우라무스가 아스루나를 멸망시키기 전의 시간대로 이동했다.

다행히 한수호의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그 시점의 우라무스는 생각보다 약했으며, 대적룡 볼케스까지 도움을 주었기에 어렵지 않게 처치할 수 있었다.

이로써 모든 미래가 바뀌었을 지구로 무사히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했다.

세계수의 조각을 다시 모으기 위해서는 10년의 시간이 지나야 했다.

할 수 없이 그 시간 동안 아스루나에 머물기로 한 서은채와 한수호.

그러는 사이 암흑섬이라는 곳에서 반마족과 인연을 쌓았다.

특히 어린 반마족인 바알 자쿠와 가까워졌고, 5년 동안 함께 지내며 바알 자쿠에게 많은 걸 가르쳤다.

그러다 문제가 터졌다.

우라마스가 사라지자 아스루나의 인간들은 더 많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시작했다.

몬스터를 부리는 마법사들이 등장하고, 무서운 능력을 발휘하는 각성자들이 나타났다.

한수호는 서은채와 함께 그 전쟁을 막고자 애썼다.

하지만 한 가지를 놓치고 말았다.

한수호와 서은채가 정신없이 대륙을 떠도는 동안 반마족의 보물을 노린 인간들이 암흑섬을 찾아가 바알 자쿠의 일족을 잔혹하게 죽여버렸던 것.

그 일로 바알 자쿠는 흑화하고 말았다.

발자크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인간을 멸망시키겠다고 선언한 바알 자쿠.

결국 바알 자쿠는 한수호와 마주쳤고, 대격전을 벌이게 되었다.

결과는 한수호의 승리였지만, 그는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

수년간 함께 지내며 친동생처럼 아꼈던 바알 자쿠를 한수호는 차마 죽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를 봉인했고, 고향인 암흑섬 깊숙한 곳에 봉인구를 숨겨 두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을 때, 드디어 세계수의 조각이 다시 모였던 것이다.

그 뒤가 바로 지금이었다.

서은채는 미래가 어느 정도 바뀔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이렇게까지 크게 바뀌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오빠와 함께 귀환하지 못한 것만 빼면 너무나도 좋은 세상인데….’

소멸된 태극서가도 그대로고, 죽었던 아빠도 살아 있다.

게다가 한수호와 함께 울고 웃으며 지냈던 동료와 친구들 모두 살아있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 세상인가.

‘좋아. 이렇게 된 이상, 반드시 행복해지고 말 테다. 몇 년이 지나더라도 오빠가 돌아올 수만 있다면 난 기다릴 수 있다고!’

서은채는 그렇게 단단히 각오하며 힘찬 걸음으로 방을 나섰다.

이제 아버지를 만나 모든 걸 사실대로 말씀드리고 마음 편히 새로운 삶을 누려보기로 했다.

서한광의 서재 앞에 선 서은채.

문을 두드리려는 찰나, 안에서 서한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라고? 우릴 한반도에 고립시킨 걸로도 모자라, 이젠 내정에까지 간섭하겠다고? 이런 미친 놈들이!”

서한광은 누군가와 통화하며 상당히 분노하고 있었다.

서은채는 문을 열려던 손을 멈칫하고는 서한광의 통화 내용을 좀 더 들어보기로 했다.

우라무스도 없고, 발자크도 사라진 지구에 또 무슨 일이 생겼기에 아버지가 저리 흥분하는 걸까?

서은채는 뭔가 문제가 있다면 자신의 힘으로 해결해 주기로 했다.

그녀는 과거의 서은채가 아니었다.

한수호와 10년을 지내며 많은 것을 보고 배운, 무려 마나력 15만의 힘을 지닌 강력한 마공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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