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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362화 (362/375)

외전 - 귀환, 그 후의 이야기 4화

서은채는 서울 하늘을 올려다보며 절망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녀가 세우고 직접 실행까지 해낸 계획은 성공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대실패로 끝을 맺고 말았다.

각국의 수뇌부를 쓸어버리는 데는 성공했으나, 그들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자동 시퀀스에 따라 핵무기가 대한민국으로 발사되도록 조치해 놨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잃을 게 산처럼 쌓인 그 지독한 욕심쟁이들이 자신들이 죽을 일에 대비해 이런 끔찍한 대비를 해 놨을 줄이야.

슈오오오오오

저 높은 하늘로 떨어져 내리는 여섯 개의 커다란 미사일들.

꿈에서도 본 적이 없는 끔찍한 광경이 천만의 인구가 밀집된 서울 하늘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저 흉칙한 미사일 중, 단 하나만 지상에 떨어져도 서울은 지옥으로 변한다.

그런데 무려 여섯 개의 핵미사일이 날아들고 있으니 이보다 끔찍한 일이 어디에 있을까?

시민들은 대피 중에 있지만 핵미사일이 떨어지기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1분도 되지 않는다.

상황은 대한민국의 모든 대도시가 다 똑같았다.

제주도, 부산, 인천, 경기도, 강릉, 대구, 대전, 목포, 경주, 인천공항 등등.

인구가 조금이라도 밀집된 도시엔 예외 없이 핵 미사일이 날아들고 있었다.

궁급 이상의 모든 마공사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국 각지를 향해 흩어졌다.

케이시의 포탈 덕에 시간 낭비 없이 마공사들은 핵 미사일이 날아드는 도시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힘으로 핵 미사일을 어디까지 막아낼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파급이나 멸급 마공사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으니, 그들이 죽을힘을 다해 막고자 한다면 어떻게 하든 피해는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예 피해가 없도록 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마공사들은 죽어도 좋다는 각오로 핵 미사일이 떨어지고 있는 도시를 향해 무작정 달려간 상태였다.

케이시는 서은채와 함께 서울에 남았다.

그 둘의 곁에는 발록과 가이도까지 함께 있었다.

그들에겐 서울 하늘에 떨어지고 있는 핵 미사일 여섯 개를 모두 막아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부여되어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모든 마공사들이 이곳에 남아 서울부터 사수하는 게 맞다.

그래야 천만이 넘어가는 서울 시민의 목숨을 조금이라도 더 살릴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게 되면 서울로 빠진 마공사들의 숫자에 비례한 만큼 다른 도시를 포기해야 한다.

서울의 천만 시민 목숨을 확실하게 구하는 대신, 수천만의 목숨을 잃게 둘 것이냐.

아니면 대한민국의 모든 시민의 목숨을 반반의 확률로 구하는 방법을 택할 것이냐의 기로에서 선택된 것은 후자였다.

어차피 단 한 기의 핵 미사일이라도 땅에 떨어지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게 될 것이기에 나중을 기약하는 일 따위는 없었다.

“아무리 나라도 세 개 이상은 수습하지 못한다.”

고룡 케이시조차 핵무기의 그 어마어마한 파괴력은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녀로서도 세 개의 핵 미사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모든 힘을 쏟아부어야 했기에 그 와중에 다른 핵 미사일이 터져버리면 죽을 수밖에 없었다.

“세 개만이라도 부탁드려요.”

“발록과 가이도가 하나를 맡는다고 해도 너 혼자 두 개를 처리해야 해. 가능하겠느냐?”

케이시는 또다시 막중한 책임을 떠안아 버린 서은채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봤다.

상황실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던 케이시는 서은채가 실패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 마음은 다른 사람들도 모두 똑같았다.

서은채는 대한민국의 모두를 위해 할 일을 한 것이고, 그 일은 보기 좋게 성공했었다.

하지만 운이 나빴다.

강대국의 인간들이 품고 있는 악의는 케이시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지독했다.

“불가능하다 해도 해낼 거예요.”

“네가 실수하면 수천만의 목숨이 사라진다.”

“저도 알아요. 절대로…. 제 목숨을 걸고서라도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겠어요.”

서은채는 정말로 목숨을 걸 생각이었다.

설사 자신이 죽는다 해도 단 한 기의 핵 미사일도 떨어뜨릴 수 없었다.

슈오오오오오

여섯 기의 핵 미사일들이 한층 더 가까운 곳까지 다가왔다.

이 이상 내버려 두면 공중에서 폭발시킨다 해도 지상에 커다란 피해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시작할게요.”

“행운을 빈다.”

케이시가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폴리모프를 풀려고 하는 그때,

“저기요.”

서은채가 슬픈 눈을 하고는 케이시를 불러세웠다.

“할 말이 있으면 해라.”

“혹시라도 나중에 수호 오빠가 귀환하면 이 말을 꼭 좀 전해줬으면 해서요.”

“그런 말은 네가 살아서 네 입으로 직접 해.”

“그럴 거예요. 저도 꼭 그러고 싶다고요. 그런데…. 그런데!”

말을 하는 서은채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만약에 그러지 못하게 되면 날 대신해서 전해줘요. 제발 부탁이에요.”

서은채의 부탁이 너무도 간절했기에 케이시도 더는 매정하게 대할 수 없었다.

“말해 봐라.”

케이시는 자세를 바로하고 서은채의 다음 말을 귀담아 들었다.

“수호 오빠한테 이렇게 말해 주세요. 이 서은채는 누구보다 오빠를 사랑했고, 지금도 오빠를 사랑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오직 오빠만 사랑할 거라고….”

애잔한 서은채의 음성에 케이시도 왠지 모르게 코끝이 시큰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고마워요. 그리고…. 꼭 살아남아 주세요.”

“…. 나도 네가 살기를 바라마.”

여린 인간 여자와 강인한 드래곤은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마쳤다.

크하아아아아아앙!

폴리모프를 해지한 케이시는 드래곤의 피어를 터뜨리며 대적룡 볼케스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가장 먼저 다가온 핵 미사일 한 기를 입으로 콰득 물어버린 볼케스.

그대로 날아가 또 다른 핵 미사일도 덥썩 물어버렸다.

그리고 세 번째 핵 미사일까지 씹어먹듯 물었을 때,

콰과광

핵 미사일들의 몸통부분이 충격을 버텨내지 못하고 터져버렸고 탄두에서는 핵융합이 시작했다.

볼케스는 그 상태에서 천공을 향해 브레스를 쏘아버렸다.

푸화아아아아아아악

새빨간 불기둥이 하늘을 뚫고 솟아올랐다.

그 불기둥 속에서는 또 다른 지옥의 화염이 분출되기 시작했다. 그때,

즈아아아아앙!

볼케스의 입에서 새하얀 빛이 번쩍하더니 반구형의 거대한 막이 하늘을 향해 쏘아졌다.

바로 그때, 앞서 발출된 불기둥 속에서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꽈과과과과과광!

폭발은 반구형의 장막에 막대한 에너지를 쏟아부었고,

쩌어어어어어엉!

놀랍게도 그 막은 세 기의 핵폭발을 거의 모두 튕겨내 버렸다.

하지만 폭발의 여력에 휩쓸려 하늘에서 지상으로 쏟아져 내린 엄청난 무형의 마나 파동만은 전부 막아내지 못했다.

꽈아아앙!

무형의 파동이 볼케스의 거구를 후려쳤고, 그 힘을 버티지 못한 볼케스는 그대로 서울의 도심 속으로 내리꽂혔다.

그 충격에 서울 한복판에는 반경 100미터가 넘는 거대한 구덩이가 파이며 범위 내의 건물들을 참혹하게 박살 내고 말았다.

그 뒤는 발록과 가이도였다.

거대한 날개를 퍼덕이며 볼케스보다도 더욱 높게 날아오른 발록.

녀석은 자신의 절반 정도 크기인 핵 미사일을 그대로 껴안았고 더욱 높이 날아올랐다가 날개와 온몸으로 미사일을 감쌌다.

그런 발록을 가이도가 세 개의 기다란 목과 머리로 칭칭 휘감았다.

우드득

발록이 온몸으로 옥죄는 힘과 가이도의 목이 짓이기는 힘에 핵 미사일이 으스러졌다. 그러던 어느 순간,

번쩍!

탄두 부분에서 눈 부신 빛이 터져 나왔고, 그 타이밍을 정확히 맞추어 발록과 가이도의 몸에서도 찬란한 빛이 뿜어졌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앙!

대낮이었음에도 밤하늘의 폭죽처럼 밝은 빛을 뿜어내는 폭발.

그건 두 거대 몬스터가 스스로를 희생해 만든 자폭의 빛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발록과 가이도가 품은 핵미사일에서는 핵융합이 일어나지 않았고, 단순한 폭발로 끝나버렸다.

두 몬스터가 희생하지 않았으면 결코 가볍게 끝나지 않았을 폭발.

이제 남은 미사일은 두 기였다.

서은채는 등에 두르고 있던 델링그를 뽑아 들고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는 핵 미사일 한 기를 정확하게 겨냥했다.

지금 그녀가 사용하려는 델링그의 기술은 마황포.

거대한 마나탄을 쏘아내 닿는 모든 걸 지워버리듯 소멸시키는 강력한 기술이었다.

서은채는 약 3할의 마나력을 이 기술에 담았다.

두 개의 핵 미사일을 모두 처리하기 위해서는 마나력의 정확한 분배가 필요했다.

츠아아아아악

마나력이 담기자 델링그의 총구에 눈부신 빛이 빨려들기 시작했다.

‘추진력부터 없애버려야 해!’

이대로 탄두를 겨냥해 터트리면 핵폭발이 일어나 서울의 절반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대기권에서 미리 터트려 버리기엔 델링그의 사정거리가 너무나도 짧았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이것이었다.

마황포로 두 핵 미사일의 추진체를 소멸시켜 낙하 속도를 절반 이하로 떨어뜨린 뒤, 정밀한 조준으로 빔포를 발사해 탄두를 빠르게 녹여버리는 것.

그러면 핵폭발을 막을 수 있었다.

남은 건 얼마나 정확하게 타이밍을 맞추고 얼마나 세밀하게 조준하느냐의 문제뿐.

‘반드시 해내겠어!’

서은채는 두 기의 핵 미사일 추진체를 한 번에 날려버리기 위한 정확한 각도를 측정한 뒤 호흡을 잠시 멈췄다.

“흐읍-”

그 상태에서 원하는 각도에 목표가 들어서자마자 방아쇠를 살며시 잡아당겼다. 순간,

꽈아아아아아아앙

마치 천둥이 치는듯한 폭발음이 터지며 델링그의 총구에서 거대한 마나탄이 포탄처럼 튀어 나갔다.

무려 3미터가 넘는 거대한 포탄이 비스듬히 쏘아져 나갔고, 그 경로에는 쏜살같이 내리 꽂히는 두 기의 핵 미사일이 놓여 있었다.

콰앙! 쾅!

마황포는 성공적으로 두 핵 미사일의 추진체를 터트려 버렸다.

추진체가 사라지자 서은채의 예상대로 탄두가 떨어지는 속도가 절반 이하로 확 느려졌다.

그사이 빔포를 쏘아낼 준비를 마친 서은채.

‘이것만 성공시키면 된다!’

조준경으로 두 탄두의 낙하 속도와 각도까지 정확히 맞춘 서은채는 5할의 마나력을 끌어내어 빔포를 발사했다.

찌우우우웅!

델링그에서 뿜어진 찬란한 빛줄기 하나.

그 빛줄기가 번쩍한 순간 이미 탄두 하나를 정확히 맞춰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대성공.

이제 남은 건 하나뿐이었다.

첫 번째 탄두를 가루로 만든 빔포는 힘과 속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두 번째 탄두를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찬란한 빛의 궤적이 두 번째 탄두마저 그대로 소멸시키려는 찰나, 탄두의 방향이 미세하게 틀어졌고,

카아앙!

빔포가 탄두의 옆에 빗맞았다.

빔포는 탄두를 소멸시키지 못하고 각도를 틀어 하늘로 날아올라가며 사라져 버렸다.

두 번째 탄두는 소멸되지 않았다.

추진체가 터지면서 방향성을 잃은 탄두가 공기 저항에 의해 예상 각도를 미세하게 벗어났던 것.

이를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서은채는 절망에 빠졌다.

‘이제 끝이야….’

다리에 힘이 쭉 빠지며 그대로 주저앉고 싶었다.

바로 그때, 그녀의 머릿속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메아리쳤다.

[은채야. 너 그거 알아? 네 투신화 특성에 가속 특성까지 가미된다면 몇 분 만에 대기권까지 뚫고 나갈 수 있다는 거. 언제 그 특성 조합을 활용하게 될지 모르니까 게으름 피우지 말고 두 특성 모두 최종 단계까지 완성해 두는 게 좋을 거야.]

그건 한수호와의 기억이었고, 그가 서은채에게 해 준 마음속 깊은 조언이었다.

서은채는 한수호의 조언에 따라 몇 년간 자신의 투신화 특성과 가속 특성에 깊숙하게 매달렸다.

그 결과 두 특성 모두를 최종 단계까지 이룰 수 있었다.

‘그랬구나. 오빠는 내가 이런 상황에 처할 것까지 다 알고 있었던 거였어.’

서은채는 한수호의 자상한 얼굴을 떠올리자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이젠 정말 안녕인 것 같아, 오빠.’

서은채는 한수호와의 추억 속에서 마지막 탄두를 처리할 방법을 찾아냈다.

남은 마나력은 고작 2할뿐.

하지만 두 가지 특성을 동시에 발동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서은채는 한층 가까워진 핵탄두를 무섭게 노려봤다. 그리고,

‘마신화. 초가속!’

두 개의 특성을 동시에 발동시켰다.

투신화의 최종 단계인 마신화와 가속의 최종 단계인 초가속의 조합은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 냈다.

퍼엉!

특성 발동과 동시에 서은채의 모습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대신 발돋움 한 자리가 움푹 파이며 커다란 구덩이를 만들었다.

서은채의 움직임은 거의 섬광과 같았다.

단숨에 공간을 가르며 마하 20에 가까운 속도로 탄두를 향해 날아갔다.

서은채는 눈 깜짝할 사이에 5킬로미터를 관통하듯 날았고 어느새 탄두를 양손으로 밀어내며 하늘을 향해 끝없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1초.

2초.

5초.

그때 서은채의 마력이 바닥났다.

그사이 서은채가 날아오른 높이는 무려 40킬로미터.

마력이 사라져 더 이상 날아오를 수 없었던 서은채는 거기서 핵탄두를 놓아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도 조금이라도 더 높이 내던지려 안간힘을 다한 서은채.

조금 더 높이 날아오르는 탄두와는 반대로 서은채는 엄청난 속도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지금 터트려야 해.’

서은채는 끝까지 정신줄을 붙잡으며 멀어져 가는 핵탄두를 델링그로 겨냥했다.

핵탄두를 지금 터트리지 않으면 다시 지상에 추락하면서 대폭발을 일으킬 것이기에 절대로 그냥 둘 수 없었다.

델링그의 조준경에 탄두가 정확히 잡힌 순간, 서은채는 그사이 딱 1만큼 차오른 마나력을 소모하여 델링그의 방아쇠를 힘차게 잡아당겼다.

타앙!

델링그의 총구에서 빛이 번쩍했다.

총구를 떠난 마나탄은 섬전처럼 쏘아지며 정확히 핵탄두를 때렸다. 그리고,

피유우우우우웃!

탄두에서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지상 41킬로미터 지점에서 엄청난 핵폭발이 일어나고 말았다.

폭발의 충격파가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는 서은채를 향해 무섭게 뻗어 나갔다.

눈부신 폭발의 빛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서은채.

그녀의 눈앞으로 한수호가 환하게 웃는 얼굴이 떠올랐다.

‘오빠…. 언젠가 다시 꼭 만날 수 있기를 바랄게요.’

서은채도 한수호를 향해 미소 지었다. 그리고,

후아아아아아아아악

수천 도의 고열이 서은채를 휩쓸고 지나갔고 그 자리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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