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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368화 (368/375)

외전 - 귀환, 그 후의 이야기 10화

어두운 밤.

태극서가의 주변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들이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특수 제작된 슈트를 입고 있었으며, 온몸에 각종 첨단장치를 달고 있었다.

숫자는 총 20명.

하나같이 궁급 마공사의 실력을 갖춘 데다가 최소 두 가지 이상의 특성을 소지한 강력한 요원들이었다.

이른바, 최정예 암살부대라 불리는 ‘암 포스(Arm Force)’였다.

그들은 지금 태극서가로 모여든 대한민국의 최상위 마공사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방심하고 있다면 그들의 목숨까지 취하기 위해 이곳에 와 있는 것이었다.

-대령님. 반경 1킬로미터 범위에 재밍 작동시켰습니다.

-주변 경계가 허술합니다. 2팀 바로 진입합니다.

-3팀도 진입시작합니다.

-4팀도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5팀 보고합니다. 주변이 너무 조용합니다. 이대로 진입해도 괜찮겠습니까?

잘 나가다가 마지막 5팀이 의문을 품었다.

이번 작전은 단 한 명이라도 확신이 없다면 성공할 수 없기에 이대로는 작전을 진행할 수 없었다.

-작전 중지. 모두 그 자리에서 대기하라.

1팀을 맡고 있던 톰슨 대령은 잠시 작전을 중단 시켰다.

그리고 한 번 더 태극서가의 내부를 스캔했다.

우우우웅

스캔은 순식간에 끝났다.

그리고 나온 결과는 5분 전에 확인한 바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일단 태극서가의 비밀 회의실에 28명의 마공사가 모여 있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스캔에 나타난 마나력의 파장을 봤을 때, 상부에서 지목한 파급과 멸급 마공사 모두 이곳에 있는 게 분명했다.

그들이 한곳에 모여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었다.

당연히 정면 대결로는 암 포스 대원 전부가 죽을 각오로 달려들어도 서넛 이상은 쓰러뜨릴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암살 능력만을 극도로 키웠고, 목표의 20미터 이내로 접근하는 데만 성공한다면 90%의 확률로 암살에 성공할 수가 있었다.

그게 가능한 건 그들에게 ‘스턴펄스’를 발사할 수 있는 장치가 있기 때문이었다.

2팀부터 5팀까지 각 하나씩 가지고 있는 스턴펄스 기술은 미국에서 수년간 연구 끝에 발명해낸 것이었다.

납작한 하키퍽처럼 생긴 장치에 내장된 스턴펄스가 뿜어지면 반경 20미터 내의 모든 생명체는 5초간 그대로 멈춰지게 된다.

이는 마나력이 아무리 높아도 절대 피할 수 없는 디버프였다.

하지만 파급을 넘어서는 마공사들을 앞에서는 스턴펄스 장치를 던져서 터지길 기다릴 만큼의 여유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상대 마공사의 눈에 발견되는 순간, 스턴펄스 장치를 던지기도 전에 목숨을 잃을 게 뻔했으니까.

그래서 이걸 성공시키려면 반드시 20미터까지 접근해야 했다.

그래야 그 위치에서 직접 스턴펄스를 뿜어내 목표에 경직을 걸 수가 있는 것이다.

일단 목표가 경직에 걸리기만 하면 그다음은 가장 빠른 시간에, 가장 확실한 암살기술을 펼치면 된다.

암 포스 대원들의 특성은 열이면 열 모두 단발성인 대신에 파괴력이 엄청나고, 발동의 기척도 없으며, 원거리에서의 정확도가 100%에 가깝다.

미국 정부는 이들 암 포스 대원들을 키워내기 위해 천문학 적인 돈을 쏟아 부었고, 드디어 이 한국 땅에서 그 빛을 톡톡히 발휘할 예정이었다.

-적은 모두 한곳에 모여있으니 안심해라. 오늘 이 자리에서 저들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우리 미국이 저들의 손에 파멸하고 말 것이다. 그러니 믿어라. 나를 믿고 조국을 믿어라.

-알겠습니다.

톰슨 대령의 진심이 담긴 말에 암 포스 대원 모두가 죽음을 각오했다.

-좋아. 이대로 진입한다. 각 팀은 정해진 타겟을 확실하게 처리하도록.

-라져.

전원의 대답이 들려온 순간, 총 스무 개의 검은 그림자가 일제히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 나타난 곳은 태극서가의 비밀 회의실 바로 옆이었다.

일부는 벽에 밀착한 상태로, 일부는 땅 아래에서, 일부는 정면으로 거의 한순간에 점멸하듯 이동한 대원들.

네 명씩 총 다섯 개 팀으로 나눠진 그들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한 사람이 손에 쥐고 있던 스턴펄스 장치를 바닥에 힘차게 박아 넣었다.

후아아앙!

스턴펄스 장치가 터지며 사방으로 강력한 자기장을 뿜어냈다.

그 속도는 거의 빛과 같았기에 범위 내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도 자기장을 피하지 못했다.

그걸 피할 수 있는 건, 스턴펄스를 튕겨내는 특수 슈트를 걸친 암 포스 대원들뿐이었다.

톰슨은 자신의 작전이 제대로 먹혔음을 확신했다.

비밀 회의실 내에 모여있던 28명의 마공사 전원이 네 개의 지점에서 뿜어진 스턴펄스에 그대로 노출됐고, 확실하게 경직에 걸렸다.

이제 암살 특성을 발동시키기만 하면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특성을 발동하라!

톰슨이 명령을 내린 그 순간이었다.

쮸아악

어디선가 공간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괴, 괴물…. 크악!

-기습…. 커헉!

-속았…..

4팀 전원의 생명반응이 한순간에 꺼져버렸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네, 네가 왜….?

-배신이다! 으아악!

-이럴 수…. 아악!

이번엔 2팀에서 한 명을 제외한 모두의 생명반응이 사라졌다.

비슷한 상황은 다른 두 팀에서도 똑같이 일어났다.

-사, 살려…. 끄아악!

-미친….

-으아악!

사방에서 비명이 가득했다.

그렇게 3초가 지났을 때, 20명의 대원들 중 살아있는 대원은 톰슨과 1팀 대원 세 명, 그리고 배신자로 여겨지는 대원 한 명뿐이었다.

톰슨은 이를 악물었다.

‘한 명이라도 죽인다!’

경직 시간이 2초밖에 남지 않았지만 톰슨은 모든 걸 내버리고서라도 목표를 처리하고자 했다.

그의 목표는 구천승.

수집된 정보에 의하면 멸급까지도 뛰어넘은 인류 최강의 마공사였다.

이미 목표의 위치를 파악해 두었던 톰슨.

그는 벽을 부수고 회의실 안으로 뛰쳐들어가며 자신의 특성 ‘데스스피어’를 발동시켰다.

쿠화아아아아아악!

그의 몸에서 수십 개의 창이 튀어나오더니 회의실 한쪽에 마네킹처럼 서 있는 한 사내를 향해 비처럼 쏟아져나갔다.

콰과과과과과과

공간을 가르며 섬전처럼 쏘아져 나간 창들.

구천승이 무방비 상태로 창에 관통되려는 찰나,

쉬아아아아아악

모든 창들이 일제히 방향을 바꾸더니 회의실 천장 쪽으로 확 빨려 올라갔다.

콰드드득

창들은 천장을 모조리 때려부쉈고, 천장 위의 어느 한 지점을 폭격하듯 일제히 쏘아져 나갔다.

하지만 그건 폭격이 아니었다.

수십 개의 창들은 천장 위에 서 있던 누군가의 손으로 빨려들어가더니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으니까.

후욱. 쿵.

톰슨의 데스 스피어를 한 손으로 빨아들인 장본인이 회의실 중앙으로 뛰어내렸다.

그는 놀랍게도 2팀의 대원인 칼 잭슨이었다.

“네가 왜…?”

톰슨은 칼 잭슨을 노려보다가 뭔가를 깨달았다.

모습은 칼 잭슨이 맞지만 분위기가 달랐다.

“넌 잭슨이 아니군.”

톰슨의 말에 칼 잭슨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과연 대장은 다르네.”

칼 잭슨은 모습만 그일 뿐, 말투도 표정도 칼이 아니었다.

“네놈…. 정체가 대체 뭐냐!”

톰슨은 칼 잭슨의 모습을 한 사내가 자신의 대원들을 무참히 죽여버렸음을 알기에 분노에 가득 차 소리쳤다.

그러자 칼이 톰슨을 향해 히죽 웃음을 그렸다.

“나? 큭큭. 이런 사람.”

말이 끝남과 동시에 칼은 그 자리에서 꺼지듯 사라졌다. 순간,

콱!

그는 어느새 톰슨의 코앞에 나타나 그의 안면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리고,

우득

톰슨의 머리를 180도로 꺾어 버렸다.

“…!”

톰슨은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하고 숨이 끊어졌다.

초점이 흐려지는 톰슨의 눈.

그의 눈동자엔 뒤쪽에 남아있던 1팀 대원 셋이 거대한 몬스터에게 사지가 찢겨 죽는 모습이 담기고 있었다.

* * *

쿠웅.

톰슨의 시체가 바닥에 쓰러졌을 때,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의 스턴이 풀렸다.

그 즉시 백윤후와 강지운, 신소이 등이 밖으로 뛰쳐나가 또 다른 침입자가 있는지를 빠르게 살폈다.

다행히 칩입자는 20명이 다였다.

“수호야, 네 예측이 정확했구나.”

구천승은 칼 잭슨을 한수호라고 불렀다. 그러자, 칼 잭슨이 허리에서 단검을 뽑아들더니 자신의 목에 푹 박아넣었다. 그리고,

꽈당

칼 잭슨은 피를 흘리며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대신 회의실 의자에 죽은 듯이 엎어져 있던 사내 하나가 부스럭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의 얼굴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꽃잎이 그려진 새하얀 가면이 씌워져 있었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미국이 움직였으니 이제 중국과 일본도 움직이겠죠.”

사내가 가면을 벗자 가려져 있던 한수호의 얼굴이 나타났다.

더불어 구멍난 벽 너머에서 산 채로 사람을 찢어 죽이던 표범을 닮은 몬스터가 안으로 잽싸게 뛰어들어왔다.

몬스터가 한수호 옆에 멈춰 섰을 때, 그 자리엔 몬스터가 아니라 서은채가 다소곳이 서 있었다.

그녀는 손과 입가에 묻은 핏물을 아무렇지 않게 스윽 닦아냈다.

“네 말대로 러시아는 정말 움직이지 않을까?”

구천승은 모든 걸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한수호가 정말 신기했다.

방금 전만 해도 한수호는 미국의 암살부대가 침투할 거라는 걸 귀신처럼 알아챘다.

“러시아엔 좀 이상한 마공사들이 있더군요. 예언 비슷한 감지능력을 지녔는데, 저와 은채가 지구에 왔다는 사실을 눈치챘더라고요. 그래서 절대 성급하게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예언 같은 감지능력? 그렇군. 러시아엔 체키스트들이 있었어.”

놀라운 감지능력을 지닌 체키스트의 존재는 구천승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감지능력은 굉장히 포괄적이고 위치나 숫자, 능력치 같은 걸 정확히 특정할 수는 없었기에 크게 신경쓸 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런데 한수호는 그들의 감지능력을 꽤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오늘은 더 이상 암습이 없을 겁니다. 그러니 이젠 모두들 편히 쉬셔도 되요. 저는 내일 사대 강국에 전할 경고문을 준비하겠습니다.”

한수호는 어머어마해진 감각 덕분에 미국의 특수 암살부대가 근처에 와 있으며, 곧 이곳으로 쳐들어 올 거라는 것까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다들 아무데도 가지 않고 회의실에 모여 있으면서 오히려 암살부대가 공격을 시작하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구천승을 비롯해 다른 마공사들은 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한수호와 서은채, 그리고 케이시가 암살자들을 상대하는 걸 가만히 지켜만 봤을 뿐.

적들이 회의실 가까이로 갑자기 이동했을 때까지만 해도 한수호는가면을 쓴 채 의자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러다 적들이 이상한 파동 장치를 발동시키자, 갑자기 정신을 잃으며 탁자에 엎어져 버렸다.

그와 동시에 서은채는 무시무시한 괴인으로 변하더니 문을 부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놀랍게도 서은채의 변신 능력은 스턴펄스의 힘마저 거스를 정도로 엄청났다.

거의 동시에 케이시도 움직였다.

그녀는 꺼지듯 사라졌다가 회의실 밖으로 나타나 암살자 네 명을 순식간에 해치워 버렸다.

그녀 또한 스턴펄스에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

놀라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구천승과 마공사들은 스턴펄스에 직격당해 몸이 완전히 굳어진 채로 한수호가 어떻게 적들을 처리하는지를 생생하게 지켜봤다.

스턴펄스에 노출되면 몸만 굳어질 뿐, 정신은 그대로였기에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한수호는 스턴펄스에 직격당하는 순간에 딱 맞추어 암살자들 중 한 명의 몸에 빙의했고, 암살자의 육체로 암 포스 팀 하나를 단숨에 전멸시켰다.

그저 손을 몇 번 흔들었을 뿐인데, 궁급 마공요원 셋의 목이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그렇게 세 명을 죽여버린 직후, 순식간에 다른 곳으로 이동한 한수호는 또 다른 암살자팀 네 명의 가슴을 손도 안 대고 터트렸다.

한수호가 뭘 어떻게 했는지 정확하게 알아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직 구천승만이 한수호가 이젠 보이지도 않는 뇌신기를 뿜어 내는 것으로 네 명의 심장을 터트렸다는 걸 알아봤다.

실로 기가 막힌 능력이었다.

이는 뇌신기의 원조라 볼 수 있는 구천승도 부릴 수 없는 신기였다.

“녀석… 더욱 강해졌구나.”

구천승은 1년 전과 비교해 너무나도 강해진 한수호를 자랑스러워했다.

한수호는 1년 전에도 대마왕 발자크를 혼자 힘으로 쓰러뜨릴 정도로 강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의 한수호를 훨씬 넘어서고 있었다.

이제는 한수호가 어떤 경지에 올라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을 정도.

“스승님에겐 1년이었지만, 저와 은채에겐 10년의 세월이었으니까요.”

“10년이 지난 것치고는 변한 게 하나도 없어 보이는데?”

“그동안 몸에 좋은 것들을 많이 먹었거든요. 그중에 주안의 효과가 있는 것들이 꽤 있다 보니… 스승님도 좀 드릴까요? 아직 많이 있습니다.”

다른 마공사들이 암 포스 대원들의 시체를 치우는 동안 한수호는 오랜만에 구천승과 함께 잠시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난 됐다. 이미 다 늙었는데 이제 와서 그런 거 먹어서 뭘 하겠느냐.”

“주안 효과 말고 젊어지는 효과를 지닌 버섯도 있는데요?”

“음? 그렇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는데…”

구천승이 관심을 보이자 옆에 있던 서은채가 슥 다가왔다.

그리고 구천승 주머니에 은밀하게 뭔가를 집어넣었다.

“이건 어르신께만 몰래 드리는 선물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서은채는 구천승을 향해 수줍어 하는 얼굴로 방긋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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