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마공사-369화 (369/375)

외전 - 귀환, 그 후의 이야기 11화

꽝!

제프리 국방부 장관이 회의 탁자를 강하게 내리쳤다.

“도대체 다들 일을 어떻게 하는 것인가! 스물이나 되는 궁급 마공사들이 전멸된 것도 모자라, 적의 정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니!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냔 말이다!”

회의실 분위기는 장례식장에 온 것처럼 무겁기만 했다.

톰슨 대령이 직접 진두지휘한 작전은 완전히 실패였고, 작전에 투입된 인원 모두가 사망하는 처참한 결과를 만들고 말았다.

첨단 스텔스 기능을 탑재한 신형 잠수함마저 연락이 끊긴지 벌써 4시간이 지났다.

그런데 미국의 그 어떤 정보기관도 톰슨 대령과 암 포스 대원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신형 잠수함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를 알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장관님. 이건 이미 예견된 실패입니다. 지금 우린 절대 건드려서는 안될 역린을 건드린 거라 이말입니다!”

알렉산드로 요한은 굳어진 얼굴로 제프리 국방부 장관을 나무랐다.

“요한 사령관. 이제와서 내 탓으로 몰아가고 싶은 건가? 그럼 자네가 내 자리에 앉아 우리 미국이 나아갈 길을 제시해 보게나!”

“그런 뜻은 아닙니다. 단지, 장관님께서 제 충언을 무시하여 이런 참혹한 결과가 나왔으니, 이제라도 제 말에 귀를 기울여 주십사 하는 마음에 너무 과격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후우…. 알았으니 자네 고견을 말해보게.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언가?”

제프리는 머리가 아픈지 손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댔다.

“제 생각엔, 대한민국 내부에 뭔가 큰 변화가 생긴 게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큰 변화라면?”

“대적룡 볼케스보다 강력한 존재가 아니고서는 그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없을 겁니다.”

“드래곤보다 강력한 존재라니? 설마 발자크에 맞먹는 괴물이 하필이면 대한민국에 또 등장했다 이건가?”

제프리는 발자크가 정말로 두려웠다.

그래서 대한민국 특무부의 유대룡이라는 자가 동맹을 요구해 왔을 때도 별다른 조건없이 들어주었던 것이고.

그런데 발자크에 맞먹는 괴물이 또다시 등장한게 사실이라면 도대체 어찌한단 말인가!

그런데 요한 사령관은 고개를 저었다.

“발자크와 같은 괴물은 아닐겁니다. 어쩌면 발자크를 쓰러뜨린 한수호라는 마공사가 지구로 귀환한 걸지도 모릅니다.”

“한수호? 차라리 그놈이 귀환한거라면 다행이로군. 적어도 그놈은 인간이니까 말이야.”

“한수호는 인간이지만, 발자크를 쓰러뜨릴 정도로 강한 초인입니다. 절대 쉽게 보면 안됩니다.”

“우리의 적이 인간이라는 것만 확실하면 두려울게 없지. 우리에겐 최종병기가 있지 않은가?”

제프리는 오랜 기간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간신히 만들어낸 최종병기를 크게 믿고 있었다.

미국의 최종병기.

그건 세 기의 인조인간이었다.

미국이 수십년간 쌓아온 마공사들의 전투 데이터와 수많은 아티팩트들을 모조리 때려박아 만들어낸 최종병기, 킹슬레이어.

이 킹슬레이어 세 기만 있으면 제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인간이라면 무조건 죽일 수 있었다.

킹슬레이어는 인간을 상대로 할 때야말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 이유는 킹슬레이어가 가진 정신계 능력 때문이었다.

지성이 없는 몬스터에게는 제대로 먹히지 않지만 지성이 차다 못해 넘치는 수준인 인간은 킹슬레이어의 정신계 능력을 절대 버틸 수가 없었다.

실험 당시,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정신계 능력을 지닌 궁급 마공사가 직접 테스트를 했었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궁급 마공사가 발휘하는 정신계 능력의 15배.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를 정도로 킹슬레이어의 정신계 능력은 엄청났다.

간단한 매혹 능력부터, 정신 착란에 전투의욕 상실, 감각 둔화, 심지어는 정신조정까지 거의 한계가 없는 능력을 발휘했던 것.

이 놀라운 결과에 미국 정부는 킹슬레이어가 지닌 정신계 능력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고자 했었다.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듯 킹슬레이어에겐 크나 큰 약점이 존재했다.

그건 바로 킹슬레이어의 능력을 100% 활용하기 위해선 50kt급의 파괴력을 갖춘 핵 분열 반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50kt급이면 대도시 하나는 손쉽게 날려버릴 정도의 파괴력이다.

만약 킹슬레이어를 아무 생각없이 사용하다가 자칫 잘못되는 날에는 핵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었기에 사용이 지극히 꺼려질 수밖에 없었다.

지프리 장관은 인간에겐 공포 그 자체라 볼 수 있는 킹슬레이어를 한수호로 추정되는 탈인간적인 존재를 상대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장관님. 킹슬레이어를 사용함에 있어서는 극도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만약 미국에서 전투가 벌어진다면 절대 사용하면 안된다는 점도 잊으면 안됩니다.”

“그러니 킹슬레이어 세 기를 모두 대한민국으로 보내서 끝장을 내라 이거네.”

“진심이십니까?”

“요한 사령관은 내가 농담을 하는 걸로 보이나?”

“수천만명이 목숨을 잃을 겁니다.”

“이미 우리는 핵까지 쐈네. 그 시점에서 되돌릴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지. 사령관은 대한민국의 마공사들 손에 우리 국민이 목숨을 잃길 바라는 건가?”

제프리는 미국을 지켜야 한다는 잘못된 신념으로 대한민국이라는 마공 강국을 지구 상에서 없애버리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우리가 시작했으니 끝도 우리가 내는게 맞겠지.”

애초에 마공사 이동금지법을 발의한 나라가 미국이었다.

일본을 부추기고, 러시아를 끌어들였으며, 중국의 자존심을 자극해 그 말도 안되는 조약을 통과시킨 것이다.

“아직 평화적으로 해결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과연 그럴까?”

제프리 국방부 장관의 회의적인 반응에 요한은 어떡하면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내가 직접 대한민국으로 날아가 협상을 제안해야 하나?’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늦었다.

암 포스를 투입해 암살 작전을 시도하기 전이면 모를까, 이미 그 작전은 실패로 돌아간 상황에서 협상이 먹힐리가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회의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비서관이 황급히 뛰어들어왔다. 그리고 제프리에게 귓속말로 뭔가를 속삭였다.

비서관의 말에 제프리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 영상, 당장 틀어보게!”

“알겠습니다.”

비서관은 제프리 옆자리에 앉아 패널을 조작했다. 그러자 회의 탁자 중앙에 커다란 홀로그램 화면이 떠올랐다.

“5분 전, 중국에서 전 세계를 상대로 내보낸 성명입니다.”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화면에 영상이 하나 틀어졌다.

영상은 현 시점에서 중국 최고 권력자라 볼 수 있는 국무원의 부총리 왕하이쥔을 보여주고 있었다.

왕하이쥔은 마이크가 놓인 단상에서 뭔가를 단단히 결의한 듯한 표정으로 성명문을 읽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은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을 국제 사법 재판소에 기소하는 바이다. 특히, 미국은 마공사 이동 금지법이라는 당치 않는 조약을 내세우며,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의 동의를 강요하였다. 이는 명백한 국가적인 침략 행위이며, 우리 중화인민들을 무시한 처사이다. 이 자리를 빌어 중화인민공화국은 대한민국에 깊은 사과의 말을 전하며, 핵을 사용한 행위 또한 미국의 협박에 의한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성명의 내용은 회의실의 모두를 충격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이,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린가!”

“중국이 드디어 미쳤군!”

“다 같이 힘을 합쳐도 모자를 판에 혼자만 살겠다고 발버둥을 치다니!”

미국의 최고 권력자들은 기가막힌듯 화면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분노를 터트렸다.

그러는 중에도 왕하이쥔의 음성은 계속 이어졌다.

[….. 이는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려는 미국의 야망임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은 미국이 모든 핵무기를 폐기하고 대한민국에 진신어린 사과를 할 것을 정식으로 요구하는 바다. 우린 말로만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는 정확히 120시간을 줄 것이며, 그 시간 안에 모든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을 시, 중화인민공화국의 붉은 전사들이 직접 폐기에 나서게 될 것이다. 혹시라도 또 다시 핵 무기가 발사되는 일이 발생한다면, 미국은 수백, 수천만의 목숨으로 그 죄값을 치르게 될 것이다.]

왕하이쥔은 미국에 거의 선전포고를 하고 있었다.

모든 잘못을 미국에 떠넘기고 중국은 대한민국을 도운 협력국으로 살아남으려는, 눈에 빤히 보이는 책략이었다.

꽝!

“도무지 참을 수가 없군! 당장 왕하이쥔에게 연락을 취하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도 안되는 성명을…..”

“장관님. 성명을 낸 건 중국만이 아닙니다. 이건 일본의 성명입니다. 거의 동일한 시간대에 이루어졌습니다.”

[우리 대 일본제국은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을 국제 사법 재판소에 기소하는 바이다…..]

영상에선 일본의 부총리가 성명문을 읽고 있었는데 그 내용이 중국의 것과 놀랍도록 똑같았다.

몇 몇 단어만 살짝 바뀌고,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려는 주최가 미국이 아닌 러시아로 바뀌어 있을 뿐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제프리는 지금의 이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인이어로 누군가의 보고를 받고 있던 비서관이 갑자기 사색이 되어 버렸다.

“이, 이럴수가!”

그는 황급히 패널을 조작했고 또 다른 화면 두 개를 띄웠다.

화면엔 러시아의 국방부 장관인 로마노프가 등장해 있었고, 앞선 두 사람과 동일한 모습으로 성명문을 발표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놀라운건 다른 하나의 영상이었다.

그 영상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제프리 국방부 장관이었다.

“내가 왜 저기에….?”

제프리는 당혹스러웠다.

자신은 어떤 카메라 앞에서도 성명문을 낭독한 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영상 속의 제프리는 왕하이쥔이나 일본의 부총리, 그리고 로마노프가 말하는 내용과 동일한 성명문을 읽고 있었다.

[….중국에는 정확히 120시간을 줄 것이며, 그 시간 안에 모든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을 시, 미국의 영웅들이 직접 폐기에 나서게 될 것이다. 혹시라도 또 다시 핵 무기가 발사되는 일이 발생한다면, 중국은 수백, 수천만의 목숨으로 그 죄값을 치르게 될 것이다.]

왕하이쥔이 발표한 성명문에서 미국이 중국으로 바뀌었을 뿐 내용이 판에 박은 듯 똑같았다.

네 개의 영상. 그리고 네 개의 성명문.

중국은 미국을 공격했고, 일본은 러시아를, 러시아는 일본을, 그리고 미국은 중국을 공격했다.

우우우웅.

지이이이잉.

갑자기 사방에서 진동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최고위 권력자들의 핸드폰으로 사방에서 연락이 날아들고 있는 것.

그들은 상기된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

통화 내용은 대부분 비슷했다. 대체 제프리 국방부 장관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성명문을 발표했냐는 것이다.

그들은 서둘러 성명문을 발표한 건 제프리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상황은 조금도 수습되지 않았다.

그때, 알렉산드로 요한이 입을 열었다.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무엇을 말인가? 또 엉뚱한 소릴 할 생각이면 그만 두게.”

제프리는 지금의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지를 몰라 미칠 지경이라 요한의 헛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말에는 신경을 안 쓸수가 없었다.

“이 사태를 일으킨 건 대한민국이 분명합니다.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능력을 지닌 마공사가 네 개의 국가를 도발하고 있다 이말입니다!”

“대한민국이 어떻게?”

“대체 무슨 도발을 말하는 거요?”

“그런 조그만 나라가 어찌 감히!”

최강국 미국의 절대 권력을 쥔 정치인들의 어리석은 외침에 요한은 홀로 탄식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후….. 다들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저 영상들은 진짜가 아니라 누군가의 마공능력으로 만들어진 가짜입니다. 영상들이 하나같이 동일하게 요구하는 것이 있죠. 바로 핵무기의 폐기입니다. 우리가 그걸 실행하지 않을 시, 정말로 수많은 인명의 목숨을 빼앗겠다고 경고하는 겁니다.”

“저 영상을 조작한 건….. 한수호. 그 자로군.”

제프리도 이제야 눈치챘다.

하지만 한낱 인간에 불과한 한수호가 어찌 혼자서 저런 엄청난 일을 벌일 수 있단 말인가?

제프리는 대한민국의 마공사들이 단체로 이번 일을 벌인 거라고 생각했다.

“장관님. 핵을 폐기해야 합니다. 이건 한수호가 우리에게, 아니 우리 사대 강국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요한이 심각한 어조로 의견을 냈다. 하지만, 제프리는 그의 의견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마지막 기회? 그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린가? 저런 거짓 영상을 만들어 세계에 뿌렸다는 건 그만큼 자신이 없기 때문이겠지. 괜히 겁을 줘서 우리 스스로 꼬리를 내리게 만들려는 뻔한 수작이 분명하네.”

“장관님! 절대 그런 가벼운 수작질이 아닙….”

“그만하게. 우리 미국의 마공 사령관이라는 사람이 이리 겁이 많아서야 어찌 일을 맡기겠는가? 더 이상 미국을 약하게 만드는 말을 꺼낸다면 그 자리를 박탈하겠네.”

제프리는 도무지 요한의 말을 믿지 않고 있었다.

그건 킹슬레이어라는 최종병기가 뒤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었다.

“저를 내쳐도 상관없습니다. 정말로 미국의 미래를 위한다면 당장 핵을 폐기하고 우리 모두 대한민국으로 날아가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우리 미국을, 미국의 국민을 지킬 최후의 방법….”

꽝!

제프리가 탁자를 세개 내리치며 요한의 입을 막았다.

“알렉산드로 요한 사령관. 지금 당장 자네의 직위를 박탈하겠네. 그러니 이 회의실에서 나가주게.”

“장관님. 제 말을 끝까지 들어 주셔야 합니다!”

“뭣들 하는가! 어서 요한을 밖으로 내보내란 말이야!”

제프리의 외침에 두 명의 보안요원이 요한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 상황에서도 요한은 자신의 할말을 끝까지 내뱉었다.

“성명문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구에서 사라지는 건 우리 미국이 될 겁니다!”

하지만 제프리는 물론, 회의실 안의 그 누구도 그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사실 요한은 이곳의 멍청한 인간들을 모두 죽여버릴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미국 펜타곤 소속의 마공사 서열 1위가 정치질로 얻어낼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차마 이들을 죽일 수가 없었다.

이들을 죽이는 건 쉽지만, 그렇다고 권력자들의 사고 자체가 바뀌는 건 아니었다.

그저 사람만 바뀐 채로 이들과 똑같이 멍청한 짓을 반복할게 뻔했다.

‘하…. 내가, 이 요한이 조국을 버리는 날이 올 줄이야.’

요한은 이런 자들이 권력을 잡고 있는 이상 미국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음을 진작에 깨달았다.

그래서 남몰래 미국을 떠나 새롭게 정착할 곳을 찾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 발로 나가겠다.”

요한은 가벼운 동작으로 보안요원의 팔을 풀어냈다. 그리고 회의실 안의 사람들을 쭉 훑어봤다.

“현명한 결정을 내리길 바라겠습니다. 그럼 이만.”

요한이 태도를 확 바꾸며 한 말에 제프리가 움찔했다.

왠지 이대로 요한을 놓치면 안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

하지만 요한이 회의실을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제프리 국방부 장관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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