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 귀환, 그 후의 이야기 16화
“어떻게 할까요?”
요한의 옆에서 함께 넋을 놓고 있던 팀원이 정신을 차리며 질문을 던졌다.
“우리도 가자. 킹슬레이어를 한국에 침투시킨 죄를 저지르고 우리가 어찌 방관할 수 있겠나?”
“알겠습니다. 무슨 수를 쓰든 놈들이 자폭하지 못하게 막아 보….”
쿠웅!
킹슬레이어의 뒤를 쫓아가려는 요한 앞으로 비돈귀살 부부가 묵직한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내렸다.
“이봐요, 요원 양반.”
비대한 살집을 실룩거리며 주태란이 요한을 불렀다.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저희는 여러분들을 방해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다만, 저 끔찍한 인조인간들이 더 큰 피해를 만들어 내기 전에 우리 손으로 직접 없애려는 것뿐입니다.”
요한은 이미 며칠 전 한국에 들어왔고, 비밀리에 구천승과 서한광 등을 만나 오늘의 일을 대비한 준비를 했었다.
그래서 이미 비돈귀살 부부와도 안면이 있었다.
“그럴까 봐 말리는 거예요. 가봤자 도움도 안 될 거고, 가고 싶어도 아마…. 가지 못할 테니까 괜히 애쓰지 말라 이거죠.”
“네? 가고 싶어도 못 간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두 분께서 저희를 막겠다는 뜻입니까?”
“우리가 뭐 하러 막나. 정 궁금하면 한번 가 보던가.”
귀살객 장한구가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한마디 내뱉자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분께서 막을 생각이 없는 거면 저흰 이만 가보겠습니다.”
요한은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고는 팀원들과 함께 부스터를 가동시켰다.
부아아아아악
요한까지 총 아홉 명으로 구성된 특수 마공부대가 약 50여 미터를 날아갔을 때였다.
꽈광!
그들의 아래쪽에서 두터운 땅을 뚫고 거대한 뭔가가 포탄처럼 튀어 올랐다.
그건 금속으로 된 거대한 손이었다.
손바닥 하나의 크기가 거의 5미터가 넘는다.
“피해라!”
요한은 황급히 손바닥을 피해 회피기동을 했고, 팀원들과 함께 손바닥 우측으로 빠져나가려 했다. 그런데,
꽈광!
땅속에서 두 번째 손이 튀어나왔다.
이번에 튀어나온 손바닥은 그냥 막기만 하지 않고 요한과 팀원들을 움켜쥐려고 했다.
“뒤로 물러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은 요한은 어쩔 수 없이 후퇴하고 말았다.
그건 매우 훌륭한 선택이었다.
그들이 물러나자마자 땅은 더욱 커다란 진동을 일으켰고 이젠 머리와 몸통에 이어 다리까지 땅 위로 솟아 나온 거대한 벽 같은 존재가 전면을 막아버렸으니까.
그건 초대형의 골렘이었다.
그런데 요한이 알고 있는 골렘의 크기가 아니었다.
전체 높이가 약 40여 미터에 머리 크기만 8미터는 되는 것 같다.
마치 아파트 한 채가 앞을 떡하니 가로막은 듯한 느낌.
골렘은 양팔을 좌우로 쫙 펼쳐낸 채로 요한을 무섭게 노려봤다.
그 눈빛엔 요한을 절대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각오가 서려 있었다.
‘도대체 이 무시무시한 괴물들은 어디서 나타난 거지?’
요한은 눈앞의 골렘도 무서웠지만 앞서 목격한 두 마리 드래곤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컸다.
물론 그중 한 마리의 정체는 이미 안다.
케이시라는 이름을 지녔지만, 인간으로 폴리모프하여 인간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수호신, 대적룡 볼케스.
그녀가 드래곤으로 현신한 모습은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좀 전의 그 붉은 드래곤이 바로 케이시의 본체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래서 요한은 더욱 두려워졌다.
그런 드래곤을 두 마리나, 그리고 이 거대한 골렘까지도 부리고 있는 스무 살의 청년 한수호가 말이다.
요한이 골렘에게 가로막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 그 거대 골렘의 왼쪽 어깨 위로 작은 존재 하나가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 존재는 푸른 물결을 닮은 아쿠아빛 머리카락을 휘날리고 있었다.
“어머, 사툴란. 저 사람들 놀란 거 봐. 네가 무섭긴 엄청 무서운가 본데? 너처럼 덩치만 큰 순둥이가 대체 뭐가 무섭다고 저런다니? 푸흐흐흡!”
한 손으로는 입을 막고, 다른 손으로는 사툴란의 커다란 뺨을 마구 때리며 폭소를 터트리는 17살의 소녀.
그녀는 다름 아닌 세이렌의 여왕, 라라였다.
“쿠워어억?”
사툴란은 전에 비해 비상식적으로 거대해진 몸이었지만, 예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이 얼빵한 표정으로 라라를 비스듬히 내려다보며 왜 때리냐고 따졌다.
그 모습에 라라가 배시시 웃으며 작게 한마디 했다.
“계속 째려보면 네가 나 협박했다고 수호 오라버니한테 이른다?”
라라의 한마디에 바로 고개를 앞으로 돌려버린 사툴란.
녀석은 괜히 아무 죄도 없는 요한과 그의 팀원들을 노려보며 분노의 포효를 터트렸다.
“쿠우거!”
* * *
콰아아아아아아-
제로원과 제로투의 속도는 음속을 뛰어넘고 있었다.
이대로 몇 분만 지나면 서울 중심가에 도착이 가능했다.
“제로원. 뒤를 쫓는 놈들이 있다.”
제로원의 뒤에 바짝 붙어 날아가고 있던 제로투의 말이었다.
그는 방금 전 동료인 제로쓰리를 단숨에 소멸시킨 빛의 기둥이 너무 신경 쓰였다.
빛의 기둥이 사라지고 하늘에 뻥 뚫린 구멍 속에서 드래곤이 등장했으며, 그 드래곤은 지금 그들의 뒤를 바짝 쫓고 있었다.
그러니 그 드래곤이 곧 자신들을 향해서도 빛의 기둥을 쏘아보낼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안다, 제로투. 놈들은 신경 쓰지 마라.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너와 내가 동시에 핵 융합을 가동해 여길 통째로 날려버린다.”
“핵융합을 증폭시킬 작정인가?”
“우리의 목표는 대한민국의 심장부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히는 것이다. 이곳의 인간들은 수백만이 죽든, 수천만이 죽든 그건 우리가 상관한 바가 아니다.”
“…. 알겠다. 그럼 지금 바로 핵융합을 시스템을 너와 연동시키겠다.”
“연동을 허락한다.”
두 킹슬레이어의 대화가 끝났을 때였다.
[거기까지다, 이 몬스터보다도 못한 기계 자식들아!]
천둥 같은 음성이 울려 퍼지더니, 킹슬레이어 머리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림자는 정말 거대했다.
마치 섬 하나가 하늘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
킹슬레이어는 그 존재의 경고성을 무시하고 그대로 날아갔다. 하지만,
쿠와아아아아아아악!
어느샌가 킹슬레이어의 앞을 가로막은 압도적인 존재가 쏘아낸 브레스에 얻어맞아 쏜살같이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콰광. 꽝!
바닥에 박혀 들었던 킹슬레이어들은 곧장 땅 위로 솟아올랐고, 산처럼 거대한 드래곤이 자신들의 앞에 천천히 내려앉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몇 초 뒤, 킹슬레이어의 뒤쪽에도 거대한 존재가 내려앉았다.
뒤쪽의 은빛 드래곤은 앞을 가로막은 붉은 드래곤에 비해 크기가 작았지만, 뿜어내는 기세만큼은 거의 비슷했다.
“인간들의 일에 도마뱀이 왜 끼어들지?”
제로원이 겁도 없이 볼케스를 도마뱀이라 칭했다.
이에 볼케스가 발끈해서 한 번 더 강력한 브레스를 쏘아내려 했지만 한 사람의 음성에 흥분을 빠르게 가라앉혔다.
“도마뱀 맞는데, 뭘 그리 열받아서 그래?”
그 목소리는 볼케스의 목 위에 앉아있는 한 인간에게서 흘러나왔다.
[넌 여전히 재수 없는 놈이구나.]
볼케스는 커다란 눈을 흘겨 뜨더니 머리를 뒤로 확 젖혀 인간을 튕겨내 버렸다.
그와 동시에 볼케스의 거대한 육체가 스르륵 작아졌고, 170센티 정도의 붉은 머리 여인, 케이시의 모습으로 변했다.
케이시는 펑퍼짐하면서도 눈길이 가는 예쁜 개량한복을 걸치고 있었는데, 그 옷이 꽤 마음에 드는지 먼지가 묻지 않게 수시로 옷을 털어댔다.
“하여튼 중국은 어딜 가나 골칫거리라니까? 이놈의 지긋지긋한 황사는 대체 언제 사라지려는지…. 쯧.”
케이시가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하는 사이, 그녀의 옆에는 어느새 훤칠한 키의 사내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새하얀 가면을 쓴 채 팔짱을 끼고 있는 사내.
그는 바로 한수호였다.
“황사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면 중국에 가서 발원지 자체를 없애버리던가.”
“흥! 내가 무슨 파괴에 미친 악룡이라도 되는 줄 알아? 그 커다란 땅덩어리를 어떻게 다 없애? 중국에 메테오라도 떨어뜨려라 이거냐?”
“우리한테 핵도 쏘는 놈들인데 메테오 하나 정도는 괜찮잖아?”
“지랄을 하세요.”
한수호와 케이시는 킹슬레이어를 앞에 두고 계속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아니, 둘 다 계속 이러고 있을 거예요? 그러다 저 말도 안 통하는 깡통 자식들이 자폭이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아까 들었잖아요? 핵융합을 증폭시키네 어쩌네 하던 거.”
이번엔 서은채가 한수호 옆으로 내려서며 두 사람을 구박했다.
그녀가 타고 온 은빛 드래곤은 어느새 작디작은 사막여우로 변해서 킹슬레이어 뒤쪽에 엉덩이를 붙이고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앞다리를 들어 혀로 할짝거리는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웠지만, 그 작은 녀석이 볼케스와 맞먹는 괴물이라는 사실은 킹슬레이어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연히 그냥 두면 안 되지. 여기서 저 두 녀석이 핵융합을 증폭한 채로 폭발하게 되면, 서울도 절반가량은 날아갈걸?”
케이시는 1년가량 지구에서 살아가며 핵에 대해 정말 많은 걸 연구했다.
그 결과 핵무기만큼은 절대로 흉내 내서도, 그리고 사용해서도 안 되는 악마의 무기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작정하고 자폭하는 걸 무슨 수로 막을 건데?”
한수호는 그렇게 물으면서도 그다지 걱정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음. 일단 고니 녀석이 드래고니안으로 변해서 저 두 기계 놈을 삼켜 버리는 거야. 그런 다음 내가 우주 공간으로 게이트를 열어서 고니가 거길 통과하면, 지구 밖에서 펑 하고 폭발할 거 아니야? 그럼 간단히 해결, 끝. 어때? 완벽하지 않냐?”
“으아앗! 케이시 언니! 그럼 고니는 어쩌라고요! 아무리 고니라도 그런 폭발에서는 살아남지 못한단 말이에요!”
서은채는 절대 그럴 수 없다며 방방 뛰었다.
저 멀리 킹슬레이어 뒤쪽에 앉아 있던 고니 또한 케이시의 말을 들었는지 온몸의 털을 곤두세우고 발톱까지 드러내며 캬악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 뭘 그런 걸로 다 흥분하고 그래? 폭발하기 전에 다시 고니로 변해서 게이트 타고 돌아왔을 때, 내가 다시 게이트 없애버리면 되는 거 아냐? 머리가 있으면 좀 생각이라는 걸 해라, 생각을!”
케이시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치자 서은채는 그제야 혀를 날름 내밀고는 배시시 웃었다.
“역시, 케이시 언니는 베려심이 깊다니까요?”
“아이고, 행여나. 케이시 사전에 배려심이란 단어는 없다에 인챈트 스톤 세 개 건다.”
이젠 한수호까지 아무말 대잔치에 끼어들었다.
그런 세 사람의 허황된 헛소리를 지켜보던 제로원은 더 이상 기다릴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딴에는 한수호가 핵 융합을 막기 위한 공격을 시도할 거라 생각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저런 바보 같은 인간들이 뭘 하든 상관하지 말고 임무에 충실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융합 가동.”
“연계 시퀀스 오픈.”
“출력 설정 100%.”
“예비 에너지까지 전량 가동.”
“카운트 다운 시작.”
“60. 59. 58…..”
갑자기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자 그제야 한수호의 시선이 킹슬레이어 쪽으로 향했다.
“내 말 맞지? 아무리 빨리 터져도 1분은 걸린다고.”
한수호는 이미 이들의 작동 시스템까지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지켜만 봤던 것.
사실, 한수호는 킹슬레이어가 핵융합을 시작하기 전에도 얼마든지 깔끔하게 제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건 대한민국을 세상에서 지우려고 한 악독한 자들에게 너무 자비로운 처사였다.
받은 만큼 돌려주어야 했다.
그래서 일부러 킹슬레이어가 넓은 공터가 있는 이곳까지 날아오기를 기다렸으며, 여기서 핵융합을 가동해 폭발을 진행하도록 모든 상황을 유도한 것이다.
“47. 46. 45. 44….”
제로원은 계속해서 카운트 다운을 이어갔다.
그러자 한수호가 드디어 앞으로 나섰다.
한수호의 움직임에 제로원과 제로투는 나란하게 서서 생존에 필요한 생명 에너지까지 모두 투입해 방어막을 만들어 냈다.
지이이이잉-
지징. 징!
킹슬레이어를 중심으로 반경 10미터가 두께 2미터가 넘는 마나장막으로 뒤덮였다.
그건 한 겹이 아니었다.
1센티짜리 방어장막이 200겹으로 휘감겨 있기 때문에 힘으로 뚫어낼 수는 있어도 모든 장막을 깨부수려면 최소 1분은 필요했다.
“네가 아무리 강해도 폭발 전에 방어막을 깨부수는 건 불가능하다.”
제로원이 한수호를 노려보며 한 말이었다. 그러자 한수호가 피식 웃었다.
“웃기는 놈들이네. 내가 언제 니들 공격한데?”
한수호는 킹슬레이어가 만들어 낸 장막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반쯤 고개를 돌려 케이시에게 물었다.
“이놈들이 만들어진 장소가 어디라고?”
“네바다주 51구역. 정식 명칭은 그룸레이크 공군기지고 좌표는…. XXX.XXXXX.”
케이시는 미리 파악을 해 두었는지 정확하게 좌표까지 알려주었다.
그러자 한수호가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말을 걸었다.
“너도 들었지? 정확하게 해당 좌표의 상공 1킬로미터 지점으로 연결해.”
그의 말이 끝난 순간, 한수호와 케이시, 그리고 서은채의 귀로만 무뚝뚝한 누군가의 음성이 흘러들어 갔다.
-좌표 확인했다. 대신 플러스 마이너스 1미터 정도의 오차는 있으니 감안해라.
그건 바로 월의 음성이었다.
지금은 한수호의 전투영역에 있지만, 세계수와 한 몸이 된 터라 영역 밖의 사람들과도 자유롭게 의사소통이 가능해진 것.
“정확히 10초 남았을 때 터널 열어.”
-알겠다.
거기까지 대화가 이루어졌을 때, 제로원의 카운트 다운은 이미 20 아래로 떨어져 있었다.
“18, 17, 16….”
“시간 엄청 안가네.”
“15, 14, 13….”
“아직도 13이야?”
“12, 11, 10….”
“지금!”
실없는 소릴 내뱉던 한수호가 한마디 외치자,
즈아아아아앙-
한수호가 서 있던 자리 바로 뒤의 허공에 지름 3미터 크기의 동그란 구멍이 뻥 뚫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구멍 너머로 미국 네바다주에 위치한 51구역의 공군기지가 고스란히 들여다보이고 있었다.
그건 마치 51구역 상공에서 구멍을 통해 아래로 내려다보는 형상이었다.
미국 최고 보안지역이나 다름없는 곳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구멍 때문에 51구역 전체로 커다란 알람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웨에에에에에엥-!
51구역의 알람음이 이곳까지 생생하게 들리고 있었다.
“7, 6, 5, 4….”
카운트 다운은 이제 거의 막바지.
한수호는 눈짓으로 케이시와 서은채를 먼 곳으로 물렸고, 정면을 향해 오른팔을 쭉 뻗어냈다.
손은 활짝 펴진 상태로 킹슬레이어가 만들어낸 200겹의 마나장막 위에 살포시 대어졌다.
“3, 2, 1…. 0.”
드디어 카운트 다운이 끝났고,
“이것으로 우리는 사명을 다했다.”
제로원이 유언처럼 한마디를 남겼을 때, 두 킹슬레이어의 몸에서 눈부신 빛무리가 뿜어져 나왔다.
버언-쩍!
빛은 짧고 강렬하게 사방으로 뿜어졌다.
일순간 주변의 공기가 한 점으로 확 압축되는 듯하더니,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크게 진동했다.
우르르르르르릉!
진동과 더불어 엄청난 파동까지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그리고,
꽈과과과과과과광!
그 어떤 무기도 따르지 못할 정도로 거대하고 강력한 폭발이 일대를 단숨에 집어삼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