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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4화 (4/250)

4화

- 파지직!

몸속에서 발동된 백만 볼트의 전류는 큰 괴물의 눈을 하얗게 뒤집히게 만들기 충분했다.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발동된 것이라서 에너지도 크게 소모 되지 않았고.

큰 괴물은 전신에서 하얀 연기를 뿜어내며 다시 한번 바닥에 쓰러졌다.

“짜릿해? 새로운 맛이지? 알고 보면 평범한 신체가 최고라고. 너도 재생력만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당하지는 않았을텐데.”

김검천은 잠시 망설였다.

괴물에게 동정심이 든 게 아니라 처리 방법이 고민이었으니까.

덩치가 큰 녀석이라 주먹으로 한 곳을 부순다 해도 다른 부위가 바로 재생할 거 같았다.

“아, 갑자기 지긋지긋했던 나무가 좋아지려고 하는데.”

김검천은 주위에 널려있는 큰 나무들을 보며 흐뭇하게 중얼거렸다.

질리도록 보던 나무들이지만 유용하게 쓰일 것 같으니 지금은 고맙기까지 했다.

커다란 나무로 괴물을 납작하게 만든 김검천은 남아있는 작은 괴물을 향해 돌아보았다.

작은 괴물은 벌써 상처 재생이 끝난 건지 자리에 없었다.

큰 괴물을 처리하는 걸 보자 공격할 생각은 버리고 도망친 모양이었다.

김검천은 큰 괴물을 잡고 획득한 검은 나무 몽둥이를 어깨에 올렸다.

무겁긴 했지만 이세계에서 얻은 첫 번째 전리품이니 가지고 다녀볼 생각이었다.

이런 걸 보면 앞으로 괴물이 나오면 때려잡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

어차피 잡아야 하는 괴물인데 거기다 쓸 만한 물품까지 나온다니.

이거야말로 남는 장사 아닌가.

거기다 눈앞에는 잘 다져진 고기마저 있었다.

“잘 구우면 의외로 맛있을지도 모르겠는걸. 사람을 먹거리로 보는 녀석들은 반대로 먹힐 각오도 해야지.”

***

“음. 맛은 굉장히 안정적이야.”

김검천은 생존팩에 발화통을 넣으며 오랜만에 여러 가지 이유로 포식하게 된 배를 만졌다.

“미리내. 어떻게 생각해?”

[무엇을 말씀하시는 건지요?]

“아까 괴물들 말이야. 역시 나 같은 인간형을 처음 보았다면 망설임 없이 다가오지는 않았겠지?”

[처음 보는 생명체를 접하면 위험한지 어떤지 경계부터 하는 게 보통일테지요.]

“저렇게 본능이 넘쳐나는 괴물들이라면 더 그럴 테고.”

[물론 저 괴물이 이세계 먹이사슬 최상위계층이라서 그냥 접근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가능성은 충분해. 희망이 보일 정도는 되더라고.”

김검천은 전함으로 돌아가지 않고 좀 더 탐험해보기로 결정했다.

저런 이족보행 생명체를 본 것만으로도 여기까지 온 가치가 있었다.

설령 사람을 못 만난다고 할지라도.

식수는 아직 못 찾았지만 식량을 대체할 뭔가의 가능성은 보지 않았는가.

계속 진행하다 보면 식수와 식량 모두 한 번에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이제 마음속에 한 점의 망설임도 남아있지 않았다.

김검천은 지금보다도 더욱 더 이동하는 거리를 늘리기로 했다.

점차 나무의 높이가 낮아지고 농사를 지어도 될만한 평지가 가끔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3일 정도를 이동하자 좁고 짧지만 인위적으로 만든 길 같은 것이 찾을 수 있었다.

문제는 식수와 식량이 떨어져 가고 있는 것이었다.

혹시 식수를 찾을 수 있을까 해서 지면의 흙바닥을 파헤쳐 본 적이 있었다.

지면을 거의 어깨까지 파고든 손끝에 닿은 감촉은 단단한 돌바닥이었다.

보통은 용암이 식어 만들어진 것 같은 울퉁불퉁한 암석이 기반이었다.

마그마에 건물의 콘크리트가 녹은 것처럼 구멍이 뚫린 것도 있었고 말이다.

“지하에 물이 있다해도 두꺼운 암반층을 뚫어야 나올 거 같어. 다른 곳은 이러려나.”

[아쉽지만 남은 파워드슈츠 에너지로는 그런 일은 힘듭니다.]

“그러게. 남은 동력원으로 차라리 식수 정화를 시도하는 게 나을지도 모를 정도야.”

파워드슈츠의 예비 배터리를 꺼내 충전하면서 확인해보니 저절로 나오는 소리였다.

이제 남은 배터리 여유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다 떨어지면 이세계 원주민과 만나도 몸짓으로 대화를 나눠야 할 판국이었다.

김검천이 평상시 착용하는 언어 변환기도 약간이나마 동력이 필요한 것이다.

언어 변환기가 남아 있는 이유는 지구 내에서 여전히 자국어를 쓰는 곳도 있어서였다.

이제는 지구 공용어를 쓴다고 해도 지역마다 변화되어 잘 이해하기 힘든 공용어도 있었고.

지구를 포함해 태양계 곳곳에서 몰려든 사람만 함 내에 10만 명이었다.

언어 변환기가 없다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려 들다가 전투 효율마저 떨어질 테니까.

김검천은 이 언어 변환기가 이세계에서도 통용되지 않을까 생각 중이었다.

제대로 된 번역이나 통역은 힘들더라도 의미라도 대충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게 어디겠는가.

“파워드슈츠 에너지가 다 떨어지면 대화가 아니라 생존할 수 있는지가 더 큰 문제겠지만.”

[걱정 마십시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검천 함장님이라면 꼭 성공하실 겁니다.]

“듣기 좋은 소리네. 마치 인간처럼 위로해주는 걸. 미리내.”

[아시겠지만 전 자기 의사로 감정 표현이 가능할 정도로 수준 높은 인공지능이니까요.]

“그보다 뭐랄까… 어?”

그때 김검천의 눈에 부드러운 흙바닥에 남아있는 발자국이 들어왔다.

에너지 팩을 갈아 끼운다고 시선을 아래로 내렸기에 겨우 발견할 수 있던 희미한 흔적이었다.

발자국에 발가락 모양은 보이지 않으니 분명 신발 자국일 것이다.

적어도 발에 인공적인 손길이 가미된 걸 착용할 지능은 있어 보이는 생명체의 자국이었다.

김검천이 착용한 신발 정도는 아니더라도.

이곳의 괴물들은 무기나 옷 같은 걸 장착하긴 해도 발에 뭘 신고 다니지는 않았으니까.

김검천은 기대에 부풀었다.

그는 발자국을 밟기라도 할까 봐 조심스럽게 행동하며 따라 나갔다.

한두 명이 아닌 여러 존재가 집단으로 이동한 모습이었기에 남겨진 흔적도 충분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흔적이 사라지면서 쫓아갈 방향을 짐작할 수 없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럴 수가. 하하하.”

김검천은 저도 모르게 웃었다.

웃음이라는 건 꼭 즐거운 순간에만 나오는 건 아닌 것이다.

그때 그의 망설임을 단번에 날려주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악!”

“저 소리는?”

[발성 구조의 발음으로 보아 인간과 유사합니다.]

“그렇군! 사람의 비명 소리인가!”

김검천은 전력을 다해 비명이 들리는 방향으로 뛰어갔다.

앞에 걸리적거리는 건 들고 있던 몽둥이로 모조리 박살냈다.

에너지고 뭐고 신경 쓰지 않고 후려쳐 가는 손길에는 한 점의 망설임도 없었다.

현장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였다.

- 쾅!

시야를 가로막는 나무를 박살내며 김검천이 등장했다.

가능하면 쓸데없는 전투를 피하려 들던 김검천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이세계에 대한 정보도 별로 없었기에 파워드슈츠의 에너지 고갈도 신경 쓰는 중이었고.

지금은 무리해서라도 겨우 얻은 단서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모두의 시선을 한눈에 끌면서 화려하게 나타난 김검천의 눈이 빛났다.

“사람이다! 사람이야!”

김검천의 외침에 두 사람이 공포에 질린 모습으로 고개를 들었다.

성인 허리에도 닿지 않는 작은 괴물이지만 수십 마리에 둘러싸여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들은 금발 머리에 푸른 눈, 흰 피부를 지닌 듯한 사람들이었다.

제대로 못 씻어서 그런지 지저분해서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김검천은 약간 흥분해서 그런지 나오는 대로 말을 했다.

“모습으로 보니 서양인인가? 아니, 이세계에서 그런 구분이 있으려나? 아무튼 중요한 건 내가 사람을 만났다는 거지!”

“꼬불린! 꼬불린!”

“쿠볼닌? 뭐지. 이 작은 괴물들을 말하는 건가?”

김검천이 생존자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길 틈도 없었다.

“키익!”

“그쪽 키 작은 괴물은 왜 나에게 화를 내고 있는 것이려나. 아하!”

김검천이 시선을 살짝 내려보니 돌진하면서 박살 낸 나무가 보였다.

초록색 피부의 작은 괴물이 몇 마리 정도 나무 밑에 깔려서 죽음의 강을 건너는 중이었고.

괴물들은 맑은 날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김검천이라는 자연재해를 접한 것이다.

김검천은 갑자기 재난을 접한 괴물들이 불쌍하기까지 했다.

어쩌면 두 사람만 구해내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만약 작은 괴물 근처에 열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죽어 있지 않았다면 말이다.

역시 크기와는 상관없이 괴물은 괴물인 것 같았다.

김검천은 살짝 이를 드러내었다.

“이거 미안하게 되었네. 인사도 나누지 않고 이런 무례를 저지르다니 말이야. 내가 예의를 안 지켜서 화난 건가?”

“키익!”

“뭐라는지 하나도 모르겠군. 그러니 알아서 내가 앞으로 할 행동을 이해해주라고.”

- 깡.

“키에엑?”

김검천의 발밑에서 키 작은 괴물이 의아해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암살자처럼 기척 없이 다가온 괴물 한 마리가 김검천의 다리를 뾰족한 침으로 공격한 것이다.

파워드슈츠로 대부분의 신체를 감싸고 있는 김검천에게 그 정도 공격이 먹힐 리 없었다.

키작은 괴물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돌아가는 상황에 당황했다.

김검천은 더욱 당황하게 만드려고 작은 괴물을 향해 다리를 힘껏 차올렸다.

“키에엑!”

아까와 같은 소리지만 담긴 감정만큼은 정반대였다.

볼링공처럼 날아간 작은 괴물은 동료 괴물들을 덮쳤다.

“키에에에엑!”

모여 있던 작은 괴물들은 사이좋게 저세상으로 떠나갔다.

크기가 작아서인지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박살 난 녀석도 있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죽어버렸기에 나머지 작은 괴물들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김검천만이 앞으로 일어날 일을 명확히 알고 있을 뿐이었다.

“방금 소리를 들으니 너희들이 해온 일에 대한 대가를 받아 즐거운 모양이군. 좀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아, 너희들에게 거부권은 없으니 안심하고 즐기기만 하라고!”

상냥하게 미래를 통보해 준 김검천이 작은 괴물들을 향해 다가섰다.

2미터가 넘는 김검천이 다가서니 1미터에도 못 미치는 작은 괴물들은 본능적으로 두려움에 떨었다.

그중 그나마 큰 덩치에 얼굴에 붉은색을 묻힌 작은 괴물이 소리를 질렀다.

“키끽홉!”

작은 괴물들이 그 소리에 따라 두 무리로 나누어졌다.

보아하니 저 붉은 얼굴을 한 녀석이 이 괴물들 중에서는 지도자 격인 모양이었다.

명령을 받은 한 무리가 허리춤에서 나무 피리 같은 걸 꺼내 김검천을 노렸다.

가까이에서 싸우면 그를 도저히 이길 수 없으니 원거리 무기를 사용할 작정인 것 같았다.

다른 한 무리는 아직 살아남은 두 사람을 노리며 달려나갔다.

김검천의 정신을 분산시킬 작정으로 보였다.

정반대의 방향이라 김검천의 몸이 두 개가 아니라면 동시에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괴물치고는 나쁘지 않은 전략이었다.

그래서 김검천은 힘들게 몸을 움직이는 대신 양팔을 들어 올리는 걸 선택했다.

“사람은 도구를 쓸 줄 알고 달려 있는 팔도 두 개지. 안전장치 해제. 총탄 폭약형 선택. 암건 발동.”

말이 끝나자 들어 올린 한 팔에서 수많은 침이 불쑥 튀어나왔다.

침이라고 하지만 끝부분이 약간 뾰족할 뿐 전체적으로 둥근 형태였다.

마치 기관총의 총구처럼 말이다.

김검천은 작은 괴물들이 달려가는 쪽을 향해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으로 휘저었다.

그에 맞춰 팔에서 솟아난 총구의 침이 원형으로 돌아가며 작은 바늘을 발사했다.

이 암건 형태는 초당 75발 이상 나가는 실탄을 발사할 수 있었다.

- 퍼펑!

팔에서 발사된 바늘이 닿자마자 작은 괴물들의 몸이 터져나갔다.

암건에서 발사된 총알 역할의 바늘 자체에도 살상력이 있었다.

더군다나 폭약형의 탄약이기에 폭발하면 작은 규모로 광역 공격마저 가능했다.

상황에 따라 총알을 교체할 수 있는 암건은 다용도로 상황에 맞춰 운용될 수 있는 것이다.

불과 몇 초만에 한쪽 괴물 무리를 전멸시킨 김검천이 가볍게 입을 열었다.

작은 괴물들이 분 피리로부터 침이 날아와 방어할 작정이었다.

“실드.”

- 팅.

날아온 침은 전면 얼굴 부위에 생성된 방어막에 튕겨 사라졌다.

김검천 혼자서 작은 괴물들을 만났다면 장비를 사용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암건은 내재된 실탄이 소모되고 방금 시동한 실드 또한 에너지가 사용되는 장비니까.

“지금은 두 사람을 안전하게 구해내는 게 중요하니까.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겠지?”

[세상은 대가를 교환하는 등가교환의 법칙에 따르니까요. 구해주면 그들도 보답할 겁니다.]

“그러면 기왕 사용했으니 끝을 봐야겠지!”

수십 마리의 작은 괴물들을 모두 때려잡는 데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살아난 두 사람은 그동안 김검천을 바라보고 있었다.

멍하니 벌린 입에서 침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는 것도 모른 체 말이다.

방금 전까지 죽은 목숨이었다가 김검천의 도움으로 살아났으니 그럴만도 했다.

그것도 압도적인 무력으로 괴물들이 처리되는 걸 눈앞에서 목격했으니 말이다.

본의 아니게 두 사람의 관심을 한 몸에 모은 김검천이 입을 열었다.

소유하고 있는 언어 변환기가 제 역할을 다 하기를 바라면서.

“안녕하십니까. 원주민 여러분. 저는 지구연합우주방위군 소속 김검천 중령이라고 합니다. 괴물들은 모두 죽었으니 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괜찮으시다면 두 분이 사시는 곳에 같이 동행할 수 있겠습니까?”

김검천의 말에 서로 떨리는 눈빛을 교환하던 두 사람이 번갈아 입을 열었다.

“안녕하신가! 힘들고 불행한 아침. 난 세이야라고 하지!”

“우요! 폭력은 생명을 만든다! 그리고 난 밝은 기분이 든다!”

그 말을 들으며 살짝 웃어 보인 김검천은 언어 변환기를 어루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변환기 해석 잘하네. 넌 잘못 없어.”

[적어도 이해는 갈만큼 이세계 언어를 통역했으니 칭찬을 받을 정도입니다.]

“그러게. 다만 그보다 한가지 더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아.”

[그것이 무엇입니까?]

“생각해보니 내 말도 상대방에게 저렇게 들릴까 봐 걱정이 된단 말이지.”

김검천은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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