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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5화 (5/250)

5화

살아남은 사람들은 김검천에게 감사 인사를 한 후 주변을 둘러보며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일행 중 두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죽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세이야라고 말한 사람의 아버지도 이 자리에서 희생당한 모양이었다.

그들은 잠시 기도를 올리더니 죽은 사람들을 한곳에 모았다.

그리고는 땅바닥에 굴러다니던 삽 같은 도구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김검천도 그들을 거들어 주었다.

사람 어깨까지 오는 깊은 구덩이를 만들자 두 사람은 다시 김검천에게 감사를 표했다.

사람들을 한 곳에 묻었는데 무덤을 따로 만들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기에 내린 결정 같았다.

어쩌면 그게 그들의 관습인지도 몰랐고.

곧이어 그들은 시체의 머리를 향해 칼을 내밀어 머리카락을 잘랐다.

김검천은 그들이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하긴 저 시체들을 모두 들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지. 시체 한 구만 해도 60킬로는 될테니.’

한 사람도 아니고 열 명을 넘어가니 모두의 시체를 운반할 수는 없는 노릇일테고.

그러니 일단 머리카락만이라도 그들의 가족에게 우선 돌려줄 생각같아 보였다.

두 사람은 일단 일이 끝나자 이번에는 작은 괴물들에게 달라붙었다.

‘죽은 괴물을 상대로 복수라도 할 셈인가?’

두 사람은 무표정한 얼굴로 꼬불린인지 뭔지 하는 작은 괴물들을 처리했다.

그중 한 사람이 얼굴에 붉은 도형이 그려져 있던 괴물로부터 작은 푸른 돌을 들어 올렸다.

스스로 푸른 빛을 내는 신기한 물건이었다.

두 사람이 기뻐하며 소리쳤다.

“마아석! 마아석!”

“마아석? 어감은 좋군. 이걸 찾기 위해서 칼을 든 거였던 건가.”

김검천이 적응이 안 되는 단어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데 그 돌을 가지고 한 남자가 다가왔다.

“마아석!”

김검천에게 경외심을 느끼는지 조심스러운 행동이었다.

하긴 사람들을 도살하던 괴물들을 압도적인 무력으로 처리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으슥한 곳에서 2미터가 넘는 거구를 대하고 있는 것도 한몫 했을테고.

김검천은 그가 준 돌을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품속에 넣었다.

‘호의로 준 거 같은데 일단 가지고 있도록 하지. 위험한 물건이면 주지도 않았을테지.’

김검천의 눈길은 작은 괴물로부터 다른 푸른 돌을 발견해 소중히 여기는 둘에게 머물렀다.

그에게 준 돌에 비해 더 작고 색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데도 굉장히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김검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돌이 귀중하긴 한 모양이군.”

그걸로 둘이 여기서 할 일은 끝난 것 같았다.

김검천을 향해 한 방향을 가리키며 손짓을 했으니까.

아무래도 같이 가자는 의사 표시 같았다.

안 그래도 그들과 동행하고 싶던 참이었으니 잘된 일이었다.

***

그렇게 길을 이동하면서 그들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약 50킬로 정도 떨어진 거리에 저 두 명이 사는 집단이 거주하는 모양이었다.

산길을 타는 셈이기도 하니 거의 하루 정도 걸리는 거리인 것이다.

이동하면서 두 사람과 보낸 건 김검천에게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

좋든 싫든 간에 같이 이동하는 동안 그들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언어 변환기에 그들의 언어를 보충해 더 나은 대화를 시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검천. 도움!”

“뭐야, 내 도움 돌려줘요! 아, 힘찬 회피다!”

이렇게 들리던 대화 내용이 그들의 거주지에 도달할 쯤에는 평범하게 들릴 정도는 되었다.

그들과 나누는 일상적 이야기 같은 건 문제 없을 정도가 된 것이다.

잠시 패치를 통해 업그레이드하면 더 나아질 것이었고.

성능향상을 위해 김검천은 잠시 언어 변환기 기능을 정지시켰다.

그런 후 그들의 말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니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심한 사투리를 듣는 것처럼 이해할 것 같지만 이해하기 힘든 느낌인 것이다.

변환기를 통해 하루 종일 들어서인지 어딘가 익숙한 느낌의 언어 같긴 했지만 말이다.

업그레이드로도 언어가 모두 통역 되지는 않겠지만 그거야 천천히 해결하면 될 일이었다.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언어는 아무래도 지구의 영어 같은 어순을 따르는 것 같지?”

[그렇읍니다. 영어와 비슷하기는 한 것 같군요.]

“응? 그렇읍니다라니.”

[그치만… 죄송합니다. 언어 변환기 오류로 잠시 제 언어 모듈에 버그가 생겼습니다.]

“여하튼 이제라도 제대로 대화가 가능한 거 같아서 다행이야.”

[만약을 위해 언어 변환기 없이도 저들의 언어를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습니다.]

“알아둬서 나쁠 건 없겠지.”

언어 변환기를 못 쓰는 동안 간단한 요구 정도는 손짓과 몸짓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마을이 나무 너머로 보일 정도로 가깝게 다가왔다.

언어 변환기도 업그레이드가 끝나 확인중에 김검천에게 세이야가 다가왔다.

세이야는 20대 초반의 얼굴로 보였다.

서양인과 같은 체질이라면 보는 것보다 실제로는 더 어릴 지도 몰랐다.

세이야가 김검천을 향해 공손히 말했다.

“죄송하지만 양해 부탁드릴 일이 하나 있습니다. 지구연합우주방위군 소속 김검천 중령님.”

“김검천이라고 하면 충분합니다. 부탁이 뭡니까?”

그 말에 세이야는 펄쩍 뛰었다.

“갑옷까지 차려입으신 걸 보니 기사나 귀족 같은 높으신 분 같으신데 저희들에게 그렇게 말씀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파워드슈츠… 아니, 갑옷 맞습니다. 그래도 하대하라고 하시는 건 조금…”

김검천은 파워드슈츠에 대한 건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기사나 귀족이라. 번역되어 나온 말이라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무슨 뜻인지는 알 것 같군.’

이세계는 중세시대 같은 계급제 사회 같다고 보면 될 것 같았다.

계급이 있으니 세이야가 이렇게 나오는 것일 테고.

생각대로 세이야가 고개를 낮추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오히려 하대 해주시는 게 마음 편합니다. 저 사람도 그럴 테고요.”

김검천의 망설임은 짧았고 결단은 빨랐다.

“정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알겠다.”

“감사합니다! 역시 김검천 님은 그런 말투와 행동이 어울리십니다!”

존댓말을 들을 때보다 하대할 때 더 기뻐하는 모습이라니.

이곳 사람들은 누군가의 명령을 따르는 게 익숙한 모양이었다.

하긴 김검천은 10만 명의 인원 중에서도 10위권은 몰라도 20위권 내에는 충분히 들었다.

지금은 본의 아니게 서열 1위가 되었고.

군인이기도 했으니 세이야의 말대로 누군가를 부리는 것이 몸에 배어있는 건 당연했다.

김검천이 편하게 입을 열었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려던 거지?”

“예. 실은 저희 마을 사람들은 외부인을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그러니 약간의… 아니, 무례를 저지른다고 해도 가능하면 넘어가 주셨으면 합니다.”

“나는 관대하다. 그 정도는 이해해주도록 하지.”

지금의 김검천은 누가 주먹을 휘두른다고 해도 웃으며 넘겨줄 수 있는 기분이었으니까.

받아넘긴 후에 상대를 때려잡는 건 별개의 문제였지만.

도착한 세이야의 마을은 주변에 나무 장벽으로 둘러싸여 방어벽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드디어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 도착했다. 식수와 식량 문제는 해결되었군.”

[남은 건 동력원정도인데 이곳에 파워드슈츠의 에너지원이 될만한 것이 있을까요?]

“뭔가 있으면 좋겠네.”

김검천은 넘겨받은 푸른 돌을 만지작거렸다.

스스로 발광 중인 푸른 돌은 만지면 만질수록 몸에 힘이 솟는 듯한 기분이었다.

푸른 돌을 좀 더 관찰하려고 하는데 세이야가 다가왔다.

“김검천 님. 이제 마을이니 미리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 그런데 다른 한 사람은 안 보이는데 어디 갔어?”

“먼저 보내서 알리도록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김검천 님을 공격할지도 몰라서 말이지요.”

“그러면 큰일 나겠는데.”

“마을 사람들이 큰일나겠지요. 그래서 사람을 보낸 거고요.”

“외지인인 내가 할만한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화 전 공격부터 하는 건 제대로 된 것 같지는 않은데.”

“아뇨.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다만 그런 사람들이라도 그냥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서 노력 중이었지요. 그것도 한계에 달했지만요.”

세이야는 냉소적으로 대답했다.

뭔가 자기 마을 사람들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김검천은 여기서도 마음 놓고 파워드슈츠를 벗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입구를 지키는 사람들이 보였지만 앞서 연락을 받은 모양이었다.

김검천과 세이야를 보고도 제지하거나 싸우려 들지는 않았다.

마을로 들어서자 어디선가 까마귀가 우는 듯한 소리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캴캴. 세이야인가. 촌장님과 그 일행들은 모두 어디 갔고 혼자만 마을로 돌아오셨나?”

김검천이 말소리가 나는 방향을 돌아보았다.

지저분한 머리에 날카로운 이빨의 목걸이를 한 시커먼 문양이 그려진 중년 남자가 보였다.

세이야가 목소리를 높였다.

“주술사. 그건 네가 참견할 일이 아니다.”

“흥. 너 또한 촌장의 아들이라고 해서 주술사의 일에 참견할 수 있는 게 아니지. 고귀한 피를 지니셨다고 해도 말이지.”

“주술사? 실제로는 주술이나 마법을 알고 있는 수준에 불과하면서 주술사라고 자칭하다니.”

“네가 어찌 이 몸의 위대한 힘을 알아보겠나. 누구 덕에 이곳에서 아직까지 살아남았는지?”

“그거야 당연히 촌장이신 아버지 덕분인 것이다. 식량도, 식수도, 이 마을도 모두!”

“웃기는군. 그가 한 일은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지 못했지. 이 몸이 아니었다면 여기 사람들은 다 죽었을 것이야.”

보아하니 촌장과 주술사, 두 사람 간의 힘겨루기라도 하던 모양이었다.

촌장의 아들인 세이야는 당연히 주술사와 적대하고 있었고.

주술사가 김검천을 돌아보더니 누런 이를 드러내며 괴물처럼 웃었다.

마치 먹음직한 싱싱한 고기를 감정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켈켈켈. 그래도 한 가지만큼은 잘한 것 같구나. 그날이 오기 전 외지인을 데려오다니 말이야. 마을 사람들을 생각하기는 하고 있는 모양이구나.”

“그럴 생각으로 모셔온 게 아니다. 이분은 곧 떠나실 테니까. 알았나? 주술사!”

“클클. 그거야 네 생각일 뿐이지. 촌장이 마을에 있다면 또 모를까. 아, 너 혼자 돌아온 걸 보니 모두 죽은 모양이지?”

“…모두를 위해 희생하신 거야. 그건 쓸모없는 죽음이 아니었어.”

“아아, 그건 알 바 아니지. 이 몸을 말릴 자는 없어졌다는 게 더 중요한 거니까.”

“주술사 네 놈이…”

“아직도 그런 태도인가? 이제 네 말을 들어줄 사람은 이곳에 아무도 없다. 네 아버지인 촌장마저 죽었잖는가?”

세이야가 이를 악물었다.

주술사가 등을 돌려 멀어져가며 입을 열었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소중하게 다뤄줄 테니 안심하라고. 이제부터는 네 몸이나 챙기시지.”

주술사가 사라지자 겨우 진정한 세이야가 김검천에게 말했다.

“못 볼 꼴을 보여드려서 죄송합니다. 일단 제 집으로 가시지요. 누추한 곳이지만 쉴 수는 있습니다.”

세이야의 안내를 받아 이동하는 김검천을 향해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김검천을 향해 혀를 내밀어 입술을 적시는 자들도 있었다.

김검천은 예의라는 게 뭔지 알려주려 하다가 세이야의 부탁이 생각나서 일단은 무시했다.

세이야는 마을 중앙 근처에 있는 나무로 만든 집으로 데려갔다.

마을 안에서는 유일한 2층 집으로 보였다.

집 안에 있는 식기나 식탁 같은 가구들도 모두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다.

주방처럼 식탁이 있는 근처 의자에 앉자 세이야가 물과 말린 고기, 그리고 과일을 내왔다.

김검천은 식수와 식량이 반가웠지만 먹어도 되는지 잠시 망설여졌다.

이세계에서 난 것을 처음으로 먹어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물론 괴물의 맛은 안정적이긴 했지만 그 때는 식량 자체를 구할 길이 없을 상황이었으니까.

세이야가 그런 김검천의 생각을 알아챘는지 내온 것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걱정 말고 드시지요. 모양은 이래도 독은 없답니다. 우선 제가 먹어 보지요.”

“아니, 그것 때문에 그런 게 아니다. 뭐, 어차피 먹고 마셔야 할 일. 지금이 그 순간이군.”

세이야가 대답하기 전 김검천은 물을 먼저 마셔보았다.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이어 고기와 과일을 먹던 김검천은 잠시 눈썹을 찡그렸다.

세이야가 살짝 웃었다.

“맛이 없지요? 이곳에서는 소금이나 향신료를 구하기 힘들어서 말입니다. 고기도 그냥 연기로 처리한 보존식에 불과하거든요.”

“그것보다 과일은 달콤한 줄 알았거든.”

“쓴맛이 나긴 해도 물이 부족한 이곳에서는 고기보다 귀한 몸이지요.”

“고기는?”

“위턱 송곳니가 엄니처럼 발달한 네발 동물, 고니의 훈제 고기입니다. 이곳에서는 그나마 만만히 먹을 수 있는 것이지요.”

고라니 같은 동물의 고기라고 생각하면 편한 것 같았다.

식사 후 김검천은 세이야에게 급한 대로 몇 주간의 식량과 식수에 대한 보충을 약속받았다.

나중에 식량과 식수를 확보할 방법을 알게 되면 김검천이 직접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급한 일을 처리한 김검천은 편한 자세로 쉬려고 하는데 세이야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주술사를 마주칠 줄은 몰랐습니다.”

“네가 미안할 건 없다. 네가 호의로 날 데려왔다는 건 정도는 알거든.”

“하지만 주술사가 기분 나쁘게 만들지 않았나 싶어서요.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만 해도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괜찮다니까. 정 그렇다면 사죄의 의미로 이곳에 대한 상황을 알고 싶군.”

“그걸로 괜찮으시겠습니까?”

“그 주술사라는 녀석과 별로 좋은 관계가 될 것 같지는 않거든. 그러니 정보를 얻고 싶은 거지.”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혹시라도 나를 공격하려 드는 자들은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지. 그게 누구든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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