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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7화 (7/250)

7화

물론 이 자리에서 당장 뭔가를 할 생각은 없었다.

세이야의 입장도 고려해 줘야 했으니까.

자신과 달리 세이야는 이 마을에서 계속 살아야 하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자 세이야는 김검천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주술사에게 그런 소리를 들으시다니요.”

“괜찮아. 그런 녀석이 하는 말은 신경 쓸 가치도 없으니까. 그리고 내가 사과받아야 할 건 주술사지 네가 아니다.”

그보다 기왕 머무르게 되었으니 김검천은 못 들은 정보에 대해 더 듣기로 했다.

모든 걸 들을 시간은 없었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한 대부분의 정보는 얻어내었다.

날이 밝아오자 세이야가 투박한 나무통에 든 식수와 식량을 김검천에게 내밀었다.

세이야는 떠날 준비를 하는 김검천을 보며 고블린을 만나 죽음을 각오했을 때를 떠올렸다.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초월적 존재들은 그들이 아무리 빌어도 나타나지 않았다.

위기의 상황에 나타난 건 김검천 뿐이었다.

김검천이 사람이라고 하지만 감정적으로는 초월 존재 이상으로 마음에 새겨진 상태였다.

그것이 세이야가 수상할 정도로 김검천을 예의 바르게 대하는 이유였다.

더 나아가 세이야는 김검천이라는 존재 자체에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그에게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되고 싶을 정도로.

그렇기에 세이야는 김검천을 따라가고 싶었다.

촌장인 아버지와 믿을 만한 사람들이 모두 죽은 곳에서 도대체 뭘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성장한 이후 마을을 벗어난 적이 없었으니 벗어나는 걸 망설이는 것이었다.

김검천도 세이야가 신경 쓰이긴 했다.

그렇다고 김검천은 그를 향해 먼저 손을 내밀지는 않았다.

‘앞으로 이세계에서 내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함부로 손을 내밀 수도 없는 일이지.’

김검천은 식량과 식수, 그리고 검은 몽둥이까지 잘 챙겨서 집을 나섰다.

세이야는 그냥 헤어지기에는 아쉬웠는지 마을 외곽까지 안내해 준다며 따라나섰다.

그 둘이 집을 나서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마을 사람들도 그 뒤를 따랐다.

그렇게 마을 출입구까지 이동한 참이었다.

그곳을 지키고 있던 사람 중 남자 한 명이 뾰족한 나무 창을 김검천에게 들여댔다.

“어딜 가나?”

세이야가 재빨리 나섰다.

“무슨 무례한 짓이냐? 이분은 마을 사람도 아닌데 가시든 말든 왜 막아서는 것이지?”

막아선 자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일단 마을에 들어왔으니 그에 대한 처우는 우리들이 알아서 할 일이야.”

“누구 마음대로?”

“그야 주술사님의 마음대로다! 오늘부터는 넌 촌장의 아들이고 뭐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세이야가 나무 창을 밀어내면서 소리쳤다.

“김검천 님. 더 이상 상대할 가치도 없습니다. 그냥 가시도록 하시지요.”

“이 자식이 어딜 밀고 난리야?”

- 퍽.

세이야의 머리에 나무 창대가 몽둥이처럼 내려 찍혔다.

세이야가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네 놈이….”

“네 놈이 뭐? 아무것도 아닌 네가 주먹을 쥐면 어쩔 건데?”

이번에는 세이야에게 나무 창을 향하며 남자가 위협했다.

“이익…”

“아이고, 세이야님. 좋은 주먹은 두고 뭐하시나? 덤벼. 덤벼보라고.”

“제발 그만해! 그러다 다 죽어!”

“하하하, 죽긴 누가 죽는단 말이야?”

“나한테 죽는다는 말 같군.”

지켜보고 있던 김검천이 말없이 이죽거리는 남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남자가 급히 창을 돌려 김검천에게 향했다.

파워드슈츠를 장착한 김검천은 마을 사람들보다 머리 하나 이상으로 신장 차이가 났다.

그런 김검천에게 위압감을 못 느낄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김검천을 공격하기보다는 만만해 보이는 세이야에게 시비를 건 것이었다.

“뭐… 뭐야. 해보겠다는 거냐?”

김검천은 나무의 창날을 그대로 손아귀에 쥐었다.

- 끼이익. 콰득.

금속 소재인 나무 창날 부분은 박살 났다.

나무로 만들어진 창대 부분은 톱밥처럼 으깨져 바람에 휘날렸다.

으깨진 창을 멍하니 보는 남자에게 김검천이 시선을 맞추며 말했다.

“해보겠다면 어떻게 될지 아주 궁금해지는군. 혹시 네 머리는 창날보다 단단한가?”

“히이익!”

김검천이 앞으로 한 발짝 걸어 나가자 남자는 창을 버리고 급히 뒤로 물러서다가 넘어졌다.

다른 자들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김검천에게 창을 겨누었다.

“멈… 멈춰라!”

“안 멈추면?”

“주술사님의 명령이시다! 그분이 명령하신 걸 지켜야 한다!”

“주술사가 대단하긴 하군. 죽기 직전에도 부모님이 아니라 주술사를 찾다니.”

김검천이 다시 한 걸음을 걸어나갔다.

그러자 창을 든 사람들은 세 걸음을 후퇴했다.

그들은 곧 울상을 지었다.

나무 장벽에 막혀서 뒤로 도망가지도 못하게 된 것이다.

그때 세이야가 나섰다.

“김검천 님. 부디 저들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검천이 세이야를 내려다보았다.

“넌 화가 나지도 않느냐? 그런 취급을 받고도. 그보다 이제부터 네가 마을에서 어떤 대우를 받을지 내가 봐도 알 것 같은데.”

세이야가 움켜쥔 주먹을 풀면서 힘없이 입을 열었다.

“…이걸로 마을 사람들에 대한 생각은 정리되었습니다. 죽은 아버지를 생각한 마지막 배려라고 해두지요. 이제 이들과는 남입니다.”

“그렇군. 어이, 너.”

김검천이 눈앞에 있는 사람을 불렀다.

“옙! 부르셨습니까!”

“주술사가 뭐라고 했지?”

“내일 밤, 그날까지 마을에서 내보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막아선 거고요.”

“이틀 후인가. 그날이 뭔지는 몰라도 그 정도는 기다려 주지. 일단 돌아가도록 하지. 세이야.”

“예. 김검천 님.”

“좀 더 머물러야 할 거 같은데 괜찮겠나?”

“물론입니다! 내키시는 대로 머무르셔도 상관없습니다! 평생이라도요!”

“아니, 그러면 내가 곤란한데. 아무튼 좀 더 신세를 지도록 하지.”

김검천과 세이야가 등을 돌려 다시 마을 중앙에 있는 집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보던 한 남자가 소리 죽여 중얼거렸다.

“씨발. 그날이 오면 죽을 놈이 잘난 척은. 그때 가능하면 고통스럽게 죽으면 좋겠네.”

“그래도 보통 녀석은 아닌 거 같으니 쉬운 일은 아니겠어. 저 녀석 나서니까 무섭더라고.”

“저놈도 저놈이지만 그 때는 세이야도 같이 처리하자고. 방해할 사람도 없으니까.”

“그동안 촌장 때문에 마음대로 못 살았었지. 이제 그들이 다 죽었으니 누가 우릴 말리겠어?”

“주술사님의 말을 안 듣는 놈들은 이 마을에 필요 없지.”

“유일하게 저놈 편을 들던 녀석은 지금쯤 후회하고 있을 걸. 크크크.”

음침하게 웃는 마을 사람들을 뒤로하고 김검천과 세이야는 집으로 돌아왔다.

둘은 간단한 저녁 식사 후 각자 방으로 물러갔다.

김검천은 손님용 방에 들어가 잠시 눈을 붙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김검천의 머릿속을 울리는 소리가 있었다.

[알람 시간입니다. 김검천 님.]

“벌써 그런 시간인가. 고마워. 미리내.”

[별말씀을요. 지금은 겨우 이런 정도밖에 도움이 안 되네요.]

이 시간이라면 세이야도 잠자리에 들었을 것이다.

“지금은 그걸로도 충분해. 그보다 오늘은 밤 운동하기 좋은 날 같지?”

[금지구역으로 가실 생각입니까?]

“가수면 모드였는데 대충 듣기는 한 모양이네. 내일 밤까지 기다리는 건 내 성미에 안 맞아.”

[전부는 다 못 들었지만요. 그런데 그들과 기다린다고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김검천이 피식 웃었다.

“난 날 적대하며 죽이려고 드는 적과 한 건 약속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전 김검천 함장님이 약속을 어기는 걸 본 적이 없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은 사람들과 약속했으니 지켜 온 거야. 짐승하고는 약속 같은 거 안 하잖아.”

김검천은 세이야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주술사가 막아둔 마을의 금지구역이었다.

밤이라서 그런지 마을 내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검천은 금지구역을 막아둔 장애물을 뛰어넘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제의 위치와 다르게 장애물이 움직인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기분 탓이 아닙니다. 실제로 10cm정도 오차가 발생해 있습니다.]

“미리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누가 지나간 모양이군.”

김검천이 금지구역을 지나 작은 길을 따라가는데 나무로 가득 찬 숲이 나타났다.

좀 떨어진 곳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 또한 들려왔다.

“뭔가 있는 것 같아. 금지구역이라 하니 숨겨둔 게 있겠지. 그런데 소리가 울려 퍼져서 방향 잡기가 힘든데.”

[아쉽지만 지금 파워드슈츠의 장비로는 힘듭니다.]

“그러면 눈을 쓰는 수밖에. 미리내. 밤이라서 잘 안 보이니까 슈츠의 야간 모드 가동 부탁해.”

[야간 모드 발동. 갑자기 시야가 밝아지는 걸 대비해 빛 입자 광량 조절은 해두었습니다.]

파워드슈츠의 몸통 부근부터 시작된 적외선의 붉은 빛이 번뜩였다.

곧이어 김검천 눈 안에서 하얀 문양이 나타나더니 어두운 밤이 대낮처럼 환하게 보였다.

적외선 모드라서 녹색으로만 보이는 세상이었지만.

“관광하러 온 게 아니니까 이 정도면 충분하지. 싸우기에는 말이야.”

[사병용 파워드슈츠 기능의 야간 모드로는 이 정도가 한계니까요.]

“뭐, 없는 것보다는 낫지. 그래도 여전히 찾기 힘든데. 흔적이 희미해.”

[그러면 좀 더 개입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전 재충전 시간을 가져야 하겠지만요.]

미리내의 말이 끝나자 지면의 일부가 빛나기 시작했다.

사람이 걸어간 발자국의 흔적이 발광하는 것이었다.

“미리내.”

[….]

“다시 가수면 모드에 들어간 건가? 수고했어.”

감사의 마음을 전한 김검천이 10여 분 정도 이동했을 무렵이었다.

빽빽이 들어찬 나무 너머로 인위적으로 보이는 밝은 빛을 발견했다.

김검천이 만약을 대비해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김검천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가슴에 피를 흘린 채 나무에 묶여 있는 사람이었다.

얼굴이 눈에 익어서 잘 살펴보니 세이야와 함께 구출했던 사람이었다.

마을로 돌아온 뒤로 얼굴을 볼 수 없었는데 이곳에 있었던 것이다.

그의 옆에는 횃불을 든 사람들과 피에 젖은 단검을 들어 올리고 있는 주술사가 서 있었다.

주술사는 건장한 남자 두 명이 세이야를 무릎 꿇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김검천은 흠칫했다.

세이야의 성격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적극적인 모양이었다.

‘내가 잠든 사이에 먼저 주술사에 따지러 찾아갔었군. 그래서 주술사 녀석은 무슨 일을 벌이려고 하는 거지?’

세이야도 주술사가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되는 것 같았다.

“주술사!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당장 그 사람을 놔줘!”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가. 그날이면 어차피 제물이 될 텐데 그의 순번이 좀 빠를 뿐이야.”

“제물이라고? 죽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그냥 죽이는 건 아니다. 말로는 잘 이해가 안 되겠지. 그러니 오늘은 구경이나 해. 저 자에게 일어나는 일을.”

그 말에 주변에 있던 마을 사람들이 환호를 질렀다.

“우효!”

“이얏호!”

“피의 축제다!”

이 자리에 있는 인원이 백여 명쯤 되는 걸 보니 아무래도 마을 내 사람들은 다 모인 것 같았다.

하는 행동을 보아하니 주술사의 강요가 아닌 자기 의지로서 참여한 것 같았다.

김검천과 세이야, 그리고 가슴에 피를 흘리고 있는 사람만이 본의 아니게 참가한 셈이었다.

광기 어린 분위기에 압박당한 세이야가 겨우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을 꾸미는 거지?”

주술사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세이야에게 말했다.

“그동안 이 몸이 식수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해 오지 않았나? 그걸 보여주려는 거지. 이런 건 두 번 다시 보기 힘들 테니 잘 관찰하라고.”

주술사가 피 묻은 단검을 높이 치켜세우더니 피를 흘리던 사람의 가슴을 깊게 찔렀다.

김검천이 미처 손 쓸 틈도 없었다.

“으악!”

그의 마지막 비명이 울려 퍼지자 마을 사람들은 두 팔을 벌리며 환호했다.

“죽여라!”

“피다! 피가 난다요!”

“저거야말로 진실로 고귀한 피지! 우리들을 위해 희생한 피니까. 케케케.”

그의 가슴에서 흐른 피는 바닥을 흐르는가 싶더니 금방 자취를 감추었다.

지면에 있던 나무뿌리가 흐르는 혈액을 흡수하고 있었다.

그 뿌리는 살아있는 듯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 자리에 있는 건 평범한 나무가 아니었다.

흡혈 나무가 희생당한 사람의 피를 마시고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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