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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8화 (8/250)

8화

흐르는 피를 흡수하던 흡혈나무는 더 참을 수 없는지 뿌리를 사람의 몸속에 박아넣었다.

죽은 사람의 피부는 하얗게 변해갔지만 흡혈나무는 오히려 피 빠는 속도를 늘렸다.

주술사가 그 모습을 보면서 손을 들며 외쳤다.

“특별한 걸 보여주마! 알블랄칼달불랄!”

주술사의 주문과 함께 흡혈나무는 피를 빠는 것 외의 행동은 멈추었다.

한 남자가 망치와 큰 못 같은 정을 들고 흡혈나무에게 망설임 없이 다가섰다.

그의 뒤로 사람들이 식수 보관소에 본 나무 용기 수십 개를 질질 끌고 왔다.

남자가 다가갔는데도 불구하고 얌전히 있는 흡혈나무를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나무의 약간 부풀어 오른 부분을 망치와 정을 이용해 찍었다.

- 콸콸.

흡혈나무로부터 투명한 액체가 쏟아졌다.

흡혈나무의 수액인 모양인데 김검천이 알고 있던 반투명한 붉은 색이 아니었다.

식수 보관소에서 본 식수라던 액체와 동일했다.

아마도 사람의 피를 흡혈하는 행위로 인해 달라진 것 같았다.

흡혈나무가 가만히 있는 건 주술사의 행동과 관련 있는 걸로 보였다.

사람 키만 한 나무 용기가 차는데도 액체는 계속 흘러나왔다.

사람들이 번갈아 가며 나무 용기를 바꾸는 모습을 보며 김검천이 속으로 확신했다.

‘한두 번 정도로 저렇게 익숙하게 행동할 수 있을 리가 없어. 아무래도 수십 번 이상 해온 듯 해.’

그것은 세이야도 같은 생각인 모양이었다.

세이야가 주술사에게 소리쳤다.

“네가 여태까지 내놓은 식수들은 흡혈나무에게 사람들의 혈액을 제공해서 얻어낸 거구나! 여기 모여있는 마을 사람들도 이걸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하고 있었고!”

주술사가 세이야를 비웃었다.

“켈켈. 그걸 이제 알았느냐? 네 아버지를 따르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이 몸과 한패라고.”

“그러면 그날이라는 건 이렇게 희생자를 바치는 날인 건가?

“대상이나 방법이 조금 다르지만. 원래 이렇게 죽이기까지 하지는 않거든.”

세이야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그러면 보통은 살려둔다는 말이네.”

“그야 살려두면 계속해서 피를 제공 받을 수 있는데 그냥 죽이면 아깝거든.”

세이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저게 인간이 할 소리인가.

“그동안 외부인이나 사람들을 이렇게 만든 건가? 사냥한 동물도 고통 없이 죽이는 법이다!”

“촌장도 그런 소리나 지껄이고 있었지.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한 번에 몰아서 죽여버렸고.”

“네가 죽였다고? 아버지는 고블린에 의해 죽었는데?”

“이 블러드트리를 보고도 모르나? 거기서 고블린을 만난 게 사고일 리가 없지”

“설마 주술로 고블린이나 흡혈나무 같은 괴물을 조정했다는 건가!”

“잠시동안 단순한 행동을 시키는 거라면 가능하거든. 완벽하게는 힘들지만.”

“그런 힘이 있다면 아버지와 협력해서 더욱 마을을 발전시킬 수 있었을 텐데!”

“이 힘을 왜 네 아버지랑 나눠야 하지? 혼자서도 부족한 게 권력이야. 자, 보거라!”

주술사가 나무 용기에 있는 액체를 나무 국자로 퍼서 사람들에게 마구 뿌렸다.

“와! 주술사님, 물 아시는구나! 역시 물은 인간의 피로부터 비롯되지!”

“저리 비켜! 이 구역 식수는 다 내 거야!”

눈앞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놔둔 채로 뿌려진 물에 환호하는 마을 사람들이었다.

세이야는 그저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네 놈들이 정말로 사람이냐?”

“촌장의 보호 아래 살아온 녀석답군. 사람의 본성은 이런 거야. 이 몸은 계기만 줬을 뿐이고.”

“네 녀석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래도 규칙과 규율이 존재하던 마을이었어! 다 네 탓이라고!”

“과연 그럴까?”

“그게 무슨 소리냐?”

“너도 이 몸이 하는 일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던 게 아니냐는 거다.”

“아니다! 실제로 몰랐다고!”

주술사가 콧방귀를 뀌었다.

“흥, 하긴 너는 애송이니까 그럴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촌장은 어떨까? 그를 따르던 자들은?”

“그래서 아버지는 사람들과 함께 다른 방법을 찾아 나선 것인가? 이걸 더 참을 수 없어서?”

“그걸 이제야 눈치채다니. 그래서 촌장이나 다른 사람들은 너에게 말을 안 한 거군. 순진하기 짝이 없으니.”

세이야가 축 늘어졌다.

더 이상 눈앞의 사람들에 대해서 한 점의 희망도 품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세이야가 힘 없이 입을 열었다.

“부탁이 하나 있어.”

“뭐지? 널 살려달라는 부탁만 아니면 들어줄 수도 있지. 그러면 물을 더 많이 얻거든.”

“김검천 님. 그분은 그냥 놔줘. 그냥 이 몸으로 만족하란 말이야.”

“아쉽지만 그건 안 되겠군. 오랜만에 보는 외부인이거든. 제물로 바치기에 적합해서 말이야.”

“멍청한 건 너야. 그러면 대참사가 일어날 거라고! 그분은 보통 사람이 아니란 말이야!”

“아, 그놈이 제법 강하다는 건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지. 그런데 뭐가 대수라는 거지?”

“뭐?”

주술사의 눈은 광기를 띄고 있었다.

“저들 중 몇 명 정도는 죽을 수도 있겠지. 그게 무슨 문제일까. 죽은 자는 다시 우리들의 식수가 될 텐데.”

마을 사람들도 동조했다.

“흐흐. 그러게 말이야.”

“사실 네 놈 얼굴은 보이는 것만도 싫다고.”

“누가 할 소리를? 다음 죽을 녀석이 너였으면 좋겠군.”

눈앞의 식수에 정신이 팔린 사람들의 말에 세이야가 눈의 초점이 흐려진 채 중얼거렸다.

“다들 미쳤어…”

김검천이 천천히 걸어 나오며 대답했다.

“그건 나도 동감한다. 그리고 미친놈에게는 매가 약이지.”

모여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김검천에게 쏠렸다.

김검천은 검은 몽둥이를 어깨에 진 채 주변을 둘러보다가 주술사를 향한 채 멈추었다.

그는 무뚝뚝하게 입을 열었다.

“누가 죽는다는 걸 알아도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겠지? 그러니 별로 무섭지 않은 걸테고.”

빈정거리는 말투에 주술사가 입술을 비틀며 주변 사람들을 가리켰다.

“그건 모르는 일이지.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 강하다는 걸 믿고 그렇게 나선 건가?”

“강한 걸 믿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믿고 나선 거다. 주술사.”

“바보 같군. 강하다고 해도 혼자서 우리 모두를 상대하려 들다니.”

상대가 17명 수준도 아니고 100명을 넘는 사람들이 김검천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정도 숫자라면 깔리기만 해도 보통 사람은 숨이 막히거나 뼈가 부러져 죽을 수도 있었다.

개인이 다수의 폭력을 이긴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김검천은 그런건 신경쓰지 않은채 오히려 두 팔을 활짝 벌리며 도발했다.

“해봐야 알 일이지. 내가 그런 것도 못하겠나? 고작해야 너희들이 상대인데.”

그러자 마을 사람들 중 두 사람이 망설임 없이 나무 창을 들고 나섰다.

마을 입구에서 김검천을 막아섰던 자들이었다.

쌓여 있는 감정이 있는 데다가 주위의 사람덕에 없던 용기가 생겨난 모양이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김검천을 향해서 건방지게 입을 놀렸다.

“시발. 이 새끼야. 얌전히 있을 것이지 이런 날이 벌써부터 올 줄은 몰랐…. 켁!”

김검천은 말을 하던 남자를 한 손으로 집어 근처 나무를 향해 던졌다.

- 우드득! 쿵!

팔다리가 부러진 남자가 축 늘어졌다.

없던 용기가 생긴다고 해서 갑자기 강해지는 건 아니었으니까.

김검천은 나무 창을 든 채 주춤하고 있는 나머지 한 사람에게 물었다.

“그러게. 잘 모르겠는데. 너도 저런 식으로 친절하고 자세하게 몸으로 알려줄 수 있을까?”

나무 창을 든 나머지 한 사람이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저기… 저 녀석은 아직 그쪽과 말을 하던 중이었는데요.”

“그래서 뭐?”

“아뇨. 그러니까 전 아직 잘못한 게 없다는 거지요. 헤헤. 그러면 전 이만. 아, 좀 비켜봐!”

나무 창을 든 사람이 사람들 사이로 모습을 감추었다.

김검천은 그냥 보내주었다.

“어차피 여기 있는 모두는 각오해야 할테니까.”

김검천이 고개를 살짝 돌리자 주변에 있던 마을 사람들이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방금 전 순식간에 박살 난 동료를 코 앞에서 보지 않았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제 김검천으로부터 가능한 한 멀어지려고 노력했다.

“뒤로 밀지 마!”

“아, 밀지 말라고.”

“아니, 밀지 말라고 할 것이 아니라 물러 서지마! 어차피 저놈 잡아야 하잖아!”

“넌 사람들 뒤에 있으니까 그러는 거지. 자리 바꿔서 네가 앞에 나서볼래?”

“제발 그만해! 너무 무서워!”

“이 새끼가? 너만 무서운 줄 아냐?”

마을 사람들의 추태를 보던 주술사의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졌다.

고작해야 김검천이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저렇게 겁에 질리다니.

그 많은 사람들이 힘도 못 쓰고 겁에 질린 양 떼마냥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답답해진 주술사의 목소리가 저절로 높아졌다.

“이 한심한 것들! 상대는 고작해야 한 명뿐이다! 그거 하나 못 잡느냐?”

“주술사님… 그치만 상대가 너무 강합니다요.”

“이런 것들을 믿고 있었다니…”

주술사는 김검천이 자신을 향해 오고 있었기에 더 속이 터지는 기분이었다.

김검천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기에 그가 받는 압박감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주술사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김검천이 입을 열었다.

“남들 숨어있다가 정작 내 앞으로 나와보니 어떤가? 쓰고 있던 가면이 벗겨지고 있는데.”

몸을 부들거리던 주술사가 두 팔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날 물로 보지 마!”

“물은 귀하기라도 하지. 넌 쓰레기잖아. 재활용도 안 되는.”

“네 놈이 감히! 이 몸의 위대한 주술을 보여주마! 오라! 종이여!”

“키아악!”

나무 사이로 작은 괴물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마을 사람들 숫자를 넘어서는 수백 마리의 고블린 무리였다.

마을 사람들도 주술사가 부른 고블린은 그리 익숙한 모습은 아닌지 웅성거렸다.

“으악! 이건 뭐야?”

“주술사님이 불러내신 고블린이야. 그러니 괜찮겠지.”

“그런가. 주술사님이라면 어쩔 수 없지.”

“하긴 괴물이면 어때. 저 무서운 녀석만 해치워주면 그만이지. 우리를 공격하는 것도 아니고.”

김검천이 피식 웃었다.

이미 경험해 봐서 알고 있지만 저 괴물의 공격따위는 자신에게 통하지 않았다.

그의 공격은 고블린에게 잘 먹혔고.

결과는 뻔한데 그걸 모르는 마을 사람들이 안도하고 있는 모습이 웃겼다.

김검천은 어느새 세이야를 잡고 있던 두 사람에게 다가가 그들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아무 망설임 없이 고블린을 향해 투척했다.

“으악!”

“키엑?”

“쿠엑!”

인간 투척기의 공격에 단번에 고블린 수십 마리가 여기저기 박살났다.

기세 좋게 나타난 고블린들이 단번에 도망갈 기색을 보일 정도로 위력인 것이다.

조금만 더 공격하면 주술사의 부름이고 뭐고 도망가려는 모습을 보일지도 몰랐다.

김검천이 피식 웃었다.

“이게 다인가? 빨리 끝내고 돌아가서 자고 싶을 정도로 시시해.”

주술사는 이제 눈에 보일 정도로 몸을 떨고 있었다.

화가 나서인지 공포에 눌려서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네 놈 따위가, 네 놈 따위가 주술의 위대한 힘을 무시하다니!”

“주술은 몰라도 넌 하찮거든? 그보다 그렇게 몸 흔들면 싸우기도 전에 숨넘어가겠다.”

“큿. 원래라면 널 내일 처리할 작정이었지만 기왕 피를 볼 일이니 오늘 못할 것도 없겠지.”

“아직 남은 수단이 더 있나? 저런 멍청이 같은 괴물이 늘어난다고 해봤자 소용도 없겠지만.”

전신을 흔들던 주술사가 목에서 피를 토하듯이 크게 외쳤다.

“이 무서운 존재를 봐도 인간 따위가 건방지게 굴 수 있을까? 지금! 이 종의 소원을 들어주소서!”

주술사의 외침에 김검천은 잠시 긴장했다.

고블린을 종처럼 부리던 이번에는 주술사가 자신을 종이라고 칭한 것이었다.

뭐가 나타날지는 몰라도 저 자신감의 반만큼만 되어도 강한 괴물이 등장할 거 같았다.

“크르륵!”

괴성을 지르며 나타난 건 머리가 2개 달린 푸른 피부의 인간형 괴물이었다.

신장이 3미터는 되어 보여 김검천보다도 훨씬 커 보였다.

주술사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어떠냐! 이 몸의 주술 위력이. 무섭나? 트윈헤드 트롤을 눈앞에 두니 아까처럼 건방지게 입도 못 놀리고 있구나. 흐흐흐.”

주술사의 말과 달리 김검천이 입을 다문 건 공포에 질려서가 아니었다.

트윈헤드 트롤이라는 게 어디선가 많이 본 괴물 같아서 기억을 되살리는 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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