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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0화 (10/250)

10화

마을을 출발해 돌아가는 길은 생각보다는 순조로웠다.

왔던 길을 되짚어가는 셈이었기에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알고 있는 셈이었으니 말이다.

돌아가는 길에 흡혈나무, 블러드트리를 장작불로 삼은 것 외에는 별다른 일은 없었다.

마을을 떠난 지 10일정도가 지나 김검천은 함선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미리내는 마석을 임시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방법을 찾은 모양이었다.

파워드슈츠에 사용 중인 걸 빼고는 에너지가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다행한 일이었다.

김검천이 전함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미르여. 내가 돌아왔다!”

분화구 정상까지 겨우 올라온 세이야가 물었다.

“김검천 님. 인공지능인가 뭔가 하던 미리내가 함장님이라고 불렀잖습니까?”

“그랬었지. 뭐가 궁금하지?”

“함선으로 간다고 해서 숲 밖으로 갈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안쪽으로 이동해서요.”

”함선이라면 여기 있으니까.”

김검천이 분화구 한 곳을 가리키자 세이야가 고개를 여기저기 움직였다.

물론 그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선박이 보일 리 없었다.

“물 위도 아닌데 배가 어디 있다는 말씀인가요?”

“물 위에 뜨기도 하지만 이 함선은 꼭 물 위에만 있는 게 아니지.”

“수수께끼인가요?”

“아니, 네 눈 앞의 저게 그 함선이라는 거야.”

다시 한번 함선 미르를 짚어주자 세이야는 그제야 김검천이 말하는 바를 알 수 있었다.

작은 도시 크기에 필적하는 거대한 금속 덩어리의 모습을 본 세이야의 눈이 흔들렸다.

세이야는 입을 벌리며 전함을 보다가 김검천에게 물었다.

“저게 배라고요?”

“그러면 나무로 만들어진 배라도 기대한 건가? 저거야말로 내가 지휘하는 함선, 미르다.”

세이야가 갑자기 무릎을 털썩 꿇으며 김검천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김검천 님. 당신은 대체 누구십니까? 보통 분이 아니라는 건 짐작하고 있었습니다만…. 혹시 초월적 존재이십니까?”

김검천은 세이야를 일으켜 세웠다.

“초월적 존재? 그런 게 아니다. 난 김검천이다. 사람이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김검천 함장님은 이 미리내를 지배하시고 저 함선을 소유하시고 있을 뿐이랍니다.]

함선 내 최고 위치인 함장 역할을 수행 중이니 미리내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물론 그 말에 세이야의 오해는 더욱 깊어진 것 같았다.

“저런 거대한 존재를 뜻대로 다루실 수 있으시다고요?”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미리내.”

[전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김검천 함장님.]

“기왕이면 함선에 10만 명이 탑승할 수 있다는 말도 하지 그랬냐.”

[그러게요. 깜빡했군요.]

“네가 잊어먹었다는 말이 어울리는 존재냐?”

세이야가 함선 미르를 보고 놀라는 건 당연한 일이긴 했다.

지구연합 우주방위군의 수많은 함대 중에서도 현존하는 가장 큰 함선이지 않은가.

함선 미르를 보고 인류가 생존하기 위한 방주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으니까.

[학교 운동장에는 5천 명만 세워놓아도 꽉 차서 교문 밖까지 줄이 생길 정도니까요.]

“그것의 20배의 인원을 태우고도 남는 사이즈이니 처음 접하면 놀랄 만도 하겠지.”

[거기다 행성개조에 필요한 소재들과 탑승원들이 쓸 소모품, 장비까지 싣을 수 있지요.]

“거기까지. 아무튼 난 초월적 존재인가 뭔가 하는 게 아니다. 세이야.”

조용히 대화를 듣던 세이야가 여태까지 보였던 태도보다 더욱 정중하게 김검천에게 말했다.

“그렇습니까? 김검천 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니 그런 거겠지요.”

아직도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김검천이 세이야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치며 말했다.

“지내다 보면 알 테지. 그리고 날 너무 공손하게 대하지 마. 오히려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고.”

“알겠습니다. 김검천 님. 그러면 먼저 내려가 보겠습니다.”

세이야가 함선 미르가 묻혀 있는 분화구 구멍으로 내려갔다.

김검천도 이어서 내려가는 중에 미리내가 말을 걸었다.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세이야라는 원주민이 보이는 반응은 어쩌면 당연한 겁니다.]

“화재나 벼락, 지진 같은 자연현상, 즉 인간의 힘을 넘어선 뭔가를 경외한다는 느낌인가.”

[고블린이나 트롤 같은 괴물도 있는 세상이지 않습니까? 그런 게 있을 수도 있겠네요.]

“하긴 세이야가 말한 초월적 존재가 있다면 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

‘웜홀 속에서 일어난 일을 생각하면 분명 뭔가가 있긴 할 테니까.’

김검천의 생각까지는 알 수 없는 미리내가 말을 이었다.

[저 정도까지 거대한 함선이라면 신앙의 대상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지 않겠습니까.]

“결론만 말해.”

[전함의 힘으로 김검천 함장님은 신앙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의 반응을 보셨지요?]

“지구에서 사람들이 신적 대상을 대하는 것처럼 말인가. 종교같이?”

[살펴보니 세이야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걸 지시해도 따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너무 앞서 나가는 것 아냐? 갈 곳 없는 혼자 몸이니 나에게 의지하는 정도겠지. 그런 것보다 해야 할 거나 신경 쓰자고.”

김검천이 내려오자 세이야가 알려준 출입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이곳이 맞습니까?”

“잘 찾았네. 비켜봐. 해볼 게 있어.”

김검천은 출입문을 들어서기 전 만약을 대비해 먼저 안쪽을 살펴보았다.

눈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먼지만 쌓여 있을 뿐 어떤 생명체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며칠 비워둔 사이에 이상한 게 침입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김검천은 함선 내로 진입하자마자 바로 내부 방향 차단문으로 향했다.

문 앞에 선 김검천은 파워드슈트의 장갑을 개방해 에너지 팩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품속에서 마석을 꺼내 에너지 팩 옆 접속 회로에 끼워 넣었다.

미리내의 말에 따르면 이렇게 하면 마석을 대체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이렇게 무식한 방법이 가능한 건 미리내의 도움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미리내가 파워드슈츠를 조정해 기능을 변경한 것이다.

어떻게 마석의 에너지를 사용 가능하게 했는지 궁금했던 김검천이 물어보긴 했다.

들었던 답변은 기술장교가 살아서 돌아온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그래서 김검천은 그 부분은 미리내에게 전적으로 맡기기로 하고 편하게 마음먹었다.

‘미리내가 있는데 내가 모든 걸 다 알 필요는 없겠지. 당장 사용할 것만 알아두자고.’

마석을 이용하면 한 번에 그 에너지를 방출해 파워드슈츠의 힘도 증강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렇기에 내부 차단문을 열 수 있다는 가능성도 생긴 것이고.

문제는 그 방법을 쓰면 파워드슈츠에 과부하가 걸려 망가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기에 이번 기회에 성공하지 않으면 언제 다시 시도할 수 있을지 몰랐다.

“잘 부탁한다. 세이야, 미리내.”

“말씀만 하십시오.”

[생각보다는 가능성이 높은 편이니 안심하십시오.]

“마음을 놓는 건 성공하고 나서 할 일이지. 그러면 시작한다! 하압!”

- 위이잉. 철컥.

접속 회로와 마석이 연결되며 파워드슈츠가 은은하게 빛났다.

기합과 함께 파워드슈츠의 인공 근육이 두 배로 두꺼워졌고.

김검천은 그대로 파워드슈츠의 손가락을 손잡이와 문 아래쪽에 박아넣었다.

- 끼이익!

금속과 금속이 마찰하는 소리가 귓가에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그렇게 한참 잡아당기자 파워드슈츠를 입은 김검천 체구의 절반 정도로 문이 열리긴 했다.

김검천이 들어갈 만한 공간은 도저히 만들어 낼 수 없었지만.

거기다 강제로 열린 문은 다시 닫히려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었다.

파워드슈츠도 붉은빛이 점멸하며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보니 한계에 달한 모양이었다.

그때 필사적으로 문을 당기던 김검천이 소리쳤다.

“세이야, 지금이다!”

“예!”

김검천의 신호에 맞춰 세이야가 재빠르게 열린 문을 통과했다.

파워드슈츠를 입은 김검천이라면 통과하기 불가능한 틈이었지만 세이야라면 가능했다.

[장비를 정지합니다.]

- 쾅! 쾅!

파워드슈츠가 미리내의 경고음과 동시에 폭발음을 내며 작동을 멈추었다.

마석은 파란빛이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

세이야가 마석이 힘이 다해간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래도 어딘가 쓸모는 있을 거 같아서 챙겨두었다.

힘이 다한 것도 없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는가.

김검천이 고장 난 파워드슈츠를 조심스럽게 벗으며 중얼거렸다.

“잘못했으면 내 손가락도 같이 날아갈 뻔했네? 역시 장비를 움직일 때는 안전이 제일이지.”

[병사용 파워드슈츠로 이정도까지 움직여 준 건 대단한 겁니다. 마석이 확실히 쓸만하군요.]

“동력실에 진입하기 전까지 에너지원 대체 방법이 생겨나서 좋군. 그런데 그 녀석 괜찮을까?”

[세이야라면 괜찮을 겁니다. 저도 살펴본 결과 생명체라고는 보이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차단문 너머로 총 한 자루도 없이 비무장 상태로 보낸 건 좀 그렇군.”

[어차피 있는 장비라고는 작동 불가능한 파워드슈츠밖에 없으니까요. 자원하기도 했고요.]

“그래도 차라리 내가 넘어갈 걸 그랬나 싶어.”

[무슨 말씀을요. 김검천 함장님은 좀 더 자신을 아끼실 필요가 있으신 거 같네요.]

“세이야가 들으면 섭섭하겠는 걸? 그는 괜찮고?”

[김검천 함장님은 저를 다룰 수 있으신 유일하신 분이십니다. 비교할 수 있을 리가 없지요.]

“미리내. 그 발언은 네가 사람의 생명을 경시하는 것처럼 들려 조금 위험한 거 같… 응?”

김검천이 급히 뒤로 물러서며 전투태세를 취했다.

내부 차단문이 흔들리는 걸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안에서 세이야가 나타나면 다행이지만 다른 게 나오면 싸워야 할지도 몰랐다.

김검천은 세이야의 무사를 빌며 차단문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 위잉.

차단문이 열리면서 나타난 건 환한 표정의 세이야였다.

김검천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안도했다.

그가 예상한 최악의 경우는 세이야가 함 내 다른 승무원처럼 괴물로 변해 나타나는 것이었다.

웜홀 때의 기억이 아직 김검천의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세이야를 죽여야 했을지도 몰랐는데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다.

세이야는 김검천이 고민하는 걸 알 리 없었기에 웃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김검천 님! 말씀하신 대로 단추를 누르면서 차단문을 수동으로 조작하니 문이 열렸습니다!”

“튀어나온 단추를 보니 일단 누르고 싶었지?”

“수상할 정도로 손이 근질거리더군요. 그러면 들어오시지요.”

김검천은 들어가기 전 차단문을 고정하려다가 행동을 멈추었다.

세이야가 갑자기 움직임을 정지한 김검천의 모습이 이상하게 보인 모양이었다.

“김검천 님.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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