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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3화 (13/250)

13화

미리내는 이제 시야 안에 들어오는 좁은 지역 정도는 분석 가능하게 되었다.

함선 내 구역을 개방했기에 해당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넓은 지역은 아직 불가능했지만 차단문을 더 개방해 나간다면 가능할 것이었다.

[금속 소재로 된 덫들이 몇 개 놓여 있습니다. 세이야의 발목 정도는 가볍게 나가겠군요.]

“…미리내. 덫에 제 발목이 걸리기 전에 도와주실 거지요?”

[행성 원주민을 도와줄 이유는 없습니다만.]

김검천이 나섰다.

“미리내. 너무 냉정하게 굴지 마.”

[전 김검천 함장님에게만 도움이 되면 됩니다. 하지만 명령이시라면 따르겠습니다.]

“가능하면 명령이 아니더라도 도와주면 좋겠지만 말이야. 미리내. 덫이 있는 장소를 알려줘.”

[알겠습니다. 김검천 함장님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그러면 잘 들으세요. 하등생물님.]

미리내가 세이야에게 취하는 태도가 조금 도를 넘은 것 같았다.

김검천이 딱 잘라 말했다.

“미리내. 세이야에게 제대로 말해줘.”

[알겠습니다. 세이야. 잘 들어요. 덫은 시계 방향으로 존재합니다. 10개 정도가 있어요.]

“저기, 미리내.”

[이번에는 또 뭔가요. 귀찮게 하지 말아주세요.]

“시계가 뭔가요?”

[…집 주위로 원을 그리세요, 그 방향으로 덫이 놓여 있으니 발밑을 주의하면 될 겁니다.]

“아! 이해했어요!”

세이야가 조심스럽게 살피며 집으로 다가섰다.

미리내가 김검천에게 말을 걸었다.

[김검천 함장님. 승무원으로 삼으실 거면 확실히 약간의 지식 주입은 필요한 거 같습니다.]

“그렇지? 비상시에 원활한 대화가 안 되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그리고 지금 확인한 것인데 이세계에서 통신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응? 홀로그램 영상을 투영하는 것도 아니고 대화만 할 정도의 에너지는 이제 충분하잖아.”

[에너지 문제가 아니라 이 행성의 기후나 대기 특성으로 인한 통신 장애의 가능성입니다.]

“이곳이 지구와 비슷하지만 완전히 똑같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인가?”

[간단히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대충 무슨 말인지 알았어. 너와 통신이 끊어질 수도 있으니 만약을 대비하라는 거군.”

[그렇습니다. 아, 저기 문이 열립니다.]

세이야가 덫을 피해 무사히 집 앞까지 가자 창문 너머로 보고 있던 사람이 나왔다.

김검천은 대장장이를 찾아왔으니 나온 사람이 덩치가 큰 근육질 남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모습을 드러낸 건 이제 5살이나 될까 말까 하는 작은 여자아이였다.

세이야의 허리에 닿는 키에 하얀 피부인데 얼굴은 빨갛게 달아오른 게 열이 있어보였다.

김검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설마 저 사람이 대장장이라고? 말도 안 돼.”

[김검천 함장님도 육체가 10대의 그걸로 바뀌시지 않았습니까?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하긴 내 몸에 일어난 변화도 가능한 일인가 싶어. 그래도 저건 나이뿐만 아니라 성별마저 바뀐 거 아냐? 아니, 남자라고 안 했으니 여자일 수도 있는 건가?”

김검천이 고민하는 것처럼 세이야도 의외의 사태에 혼란에 빠진 모양이었다.

세이야가 알고 있는 사실은 이곳에 대장장이와 어른 몇 명이 있다는 것뿐이었으니까.

고민 끝에 세이야가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낮추면서 조심스럽게 물어 보았다.

10대 소년의 모습인데 30대 후반이라는 김검천의 일도 있었으니 혹시 몰라서였다.

“저기, 오랜만입니다. 세이야 입니다. 저 기억나십니까? 몇 년 전 만나 뵌 적이 있었지요. “

여자아이가 세이야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 보더니 집 안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아빠! 세이야라는 오빠가 아빠를 찾는 거 같아!”

“리에! 누가 오면 위험하니 혼자 나가지 말라고 했잖니.”

- 쿵쿵.

발걸음 소리가 멈추자 세이야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보았다.

그곳에는 익숙한 얼굴의 대장장이가 자리 잡고 있었다.

건장한 근육질의 덩치에 얼굴에 살짝 화상 자국이 보이는 대머리 중년 남자였다.

왼 팔에 금속 소재의 철갑을 두르고 있던 대장장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세이야라면 그 마을 촌장의 아들인가."

"절 기억하시고 있으셨군요.“

“물론이지. 이런 곳에서도 멀쩡한 사람을 보는 건 드문 일이니까. 그런데 무슨 일이지? 인사나 하려고 여기까지 찾아올 정도로 친근한 사이는 아니었는데.”

“다름이 아니라 예전에 했던 제안을 하려고 왔습니다.”

“영입 제안 말인가. 거절한다. 이 몸이 가장 좋아하는 건 그런 제안을 거절하는 것이지.”

“말을 끝까지 들어보시지요.”

“들어볼 것도 없어. 네 마을은 살만한 곳이 안 되니까 생각이 변할리 없다고.”

“그러니까…”

“그냥 돌아가라고 했지?”

세이야가 압박에 밀려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자 나무 뒤에서 지켜보던 김검천이 나섰다.

“잠깐. 그 마을이 사라졌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요.”

“당신은 누구요?”

쿠퍼도 2미터에 가까운 덩치였다.

하지만 이번 파워드슈츠를 장착한 김검천은 그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컸다.

병사계급 중 가장 나은 분대장급 장비라서 일반 병사급보다도 더 커서였다.

성인이 된 후 사람을 향해 고개를 들어 볼 일이 없던 쿠퍼는 김검천의 등장에 긴장했다.

쿠퍼가 딸인 리에를 자신의 등 뒤에 감추며 앞으로 나섰다.

리에는 쿠퍼의 뒤에서 고개만 내밀고 지켜보고 있었다.

세이야가 묘한 대치 상태를 눈치 채고 급히 입을 열었다.

“쿠퍼 씨. 이분은 김검천 님이십니다. 지구연합 우주방위군 소속의 함장님이시지요.”

“지구 뭐라고?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높으신 분 같이 들리는군. 그래서 원하는 게 뭐요?”

“간단히 말하자면 마을이 아니라 우리 일행에 영입하려는 거라는 말이지요.”

“크흠. 그런 말이었소? 세이야. 진작 말하지 그랬냐.”

“아니, 쿠퍼 씨. 제가 말하려고 했는데 말을 안 들으셨잖아요?”

세이야가 툴툴 거리는데 쿠퍼가 잠시 고민을 하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그건 들을 필요도 없었거든. 다만 이번도 거절하겠소. 우리 둘이 살아도 충분하니까. 음?”

- 철컥!

“키익--!”

갑자기 등 뒤에서 강철 덫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동물의 소리가 들려왔다.

슬쩍 돌아보니 고라니 닮은 네발 달린 동물이 덫에 잡혀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쿠퍼가 문 옆에 놓여 있던 육중한 쇠망치를 들어 그대로 내던졌다.

“으악!”

세이야가 기겁을 하며 허리를 숙였다.

- 퍽!

둔중한 소리와 함께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된 동물이 쓰러졌다.

쿠퍼가 리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오늘은 네가 가장 좋아하는 고니 고기 요리란다?”

“와! 리에는 꼬기가 좋아요! 꼬기!”

리에의 반응에 쿠퍼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이렇게 주변에 먹을 것도 나름대로 풍족한 편이고 사람과 싸울 일도 없으니 마음도 편하오.”

“하지만 괴물이 습격하거나 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쿠퍼가 문 옆에서 활을 들어 보였다.

문 옆에서 뭐가 계속 튀어나오는 게 무서운 느낌이 들 지경이었다.

쿠퍼가 단검을 허리춤에 찬 채로 덫에 걸린 동물에게 다가섰다.

“고블린같은 괴물 따위는 집 안에서 활만 몇 번 쏴줘도 끝이요. 말했잖소. 알아서 할 수 있다고.”

“고집이 세시군요.”

“자기 소신이 있다고 생각하시죠. 높으신 양반.”

김검천이 보아하니 몇 마디 말로는 도저히 설득이 불가능한 상태로 보였다.

쿠퍼를 만났을 때 옆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는 게 기억난 세이야가 질문을 던졌다.

“쿠퍼 씨. 그러고 보니 부인께서는 어떻게 되신 건가요?”

“그때 자네와 헤어진 뒤로 몸이 약해서 그런지 리에만 남겨 두고 그만…”

“그렇게 된 거였군요.”

이 근처에서 무덤같이 보이던 게 그것이었던 것 같았다.

쿠퍼가 무뚝뚝하게 입을 열었다.

“아무튼 만나서 반가웠소. 사람 자체를 보는 게 싫은 건 아니니까. 그러면 잘 구경했으니 이만 가주시겠소?”

동물을 짊어진 쿠퍼가 말을 끝내자 마자 리에를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서며 문을 닫았다.

뭐라고 말 한마디 못 건넬 정도로 깔끔한 동작이었다.

그 모습에 김검천이 살짝 웃었다.

“확실히 세이야가 본 대로의 사람이로군.”

“죄송합니다. 김검천 님. 여기까지 왔는데 쿠퍼 씨가 거절할 줄은 몰랐습니다.”

“합류하고 말고는 그가 정할 일이니까. 네가 미안해할 건 없다.”

“예. 오늘만 날인 건 아니니까요.”

“세이야. 너도 제법 끈질긴 편이구나.”

“금방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러면 일단은 돌아가도록 하지.”

쿠퍼의 집이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될 무렵 김검천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잠깐만. 세이야. 방금 그 대장장이가 이곳에 남은 사람은 자신과 딸, 두 사람뿐이라고 했지?”

“무덤으로 보아 같이 있던 일행들은 다들 죽은 것 같으니까요.”

“이상하군.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여기서 다른 사람의 기척도 느낀 것 같거든. 미리내.”

[우리 일행과 저 두 사람을 제외하고도 다른 사람이 이 근처에 있는 건 맞습니다.]

세이야가 나무 뒤로 몸을 숨기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혹시 그들인가?”

“그들이라고?”

“인간 사냥꾼들인지도 모르겠군요. 사람을 사냥하는 걸 즐겨서 이런 곳에도 출몰하거든요.”

김검천도 세이야처럼 몸을 감추고 목소리를 낮춰 대답했다.

“그냥 듣기만 해도 나쁜 놈들 같군.”

“나쁜 놈 같은 게 아니라 악마 그 자체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잡아서 팔아먹는 자들이니까요.”

“당해 본 적이 있는 모양이지?”

“사는 마을이 직접 습격당한 적은 없습니다. 그들에게 습격당한 사람들은 가끔 만났지만요.”

“표정을 보니 좋은 만남은 아니었던 것 같네. 사람들을 사냥하는 걸 즐기는 놈들인가 보군.”

“그것도 아이든 노인이든 가리지 않고요. 사람이 죽어도 놀이로 생각하는 놈들입니다.”

“혹시 소규모 무리인가? 백여 명 정도 인원의 마을은 습격하지 않는다는 걸 보니.”

“잘은 모르지만 10명 전후로 움직이는 것 같더군요. 많아도 5명 이하만 공격하는 듯 합니다.”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특히 강한 자들이로군. 여기도 좋은 먹잇감이겠어.”

“그런데 이상하군요. 보통은 이렇게 깊은 곳까지 사냥하러 오지는 않는데요.”

“당장 그런 걸 알아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군. 저자들이 눈에 보일 정도로 가까우니까.”

김검천의 말에 세이야가 더욱 기척을 숨겼다.

쿠퍼의 집을 향해 나무 사이로 지저분한 복장을 한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튀어 나와 서였다.

그중에서 그나마 깨끗하고 가슴 부위에 가죽 갑옷을 착용한 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거기 너희 3명. 혹시 사냥감들이 도주할지도 모르니 집 뒤로 가서 대기하고 있어라.”

“알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3명이 빙 돌아서 집 뒤로 돌아가려고 별 생각 없이 텅 빈 공간에 발을 내디뎠다.

몇 발자국이나 걸었을까.

함정이 작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철컥!

“으아악!”

“켁!”

“헉?”

집 뒤로 돌아가던 2명이 비명을 질렀다.

수풀에 숨겨져 있던 덫에 다리가 걸렸기 때문이었다.

나머지 1명은 식은 땀을 흘리며 그 자리에 멍청한 모습으로 굳어버렸다.

그들의 대장 격인 가죽 갑옷을 입은 남자는 부하들이 당한 걸 보고도 별 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뭐해? 빨리 움직이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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