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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5화 (15/250)

15화

물론 김검천은 상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해서 멍하니 있을 생각은 없었다.

단순히 뭔가를 찢는 행위로 보이긴 했지만 그의 본능 또한 위험을 감지했으니까.

더군다나 이런 상황에서 아무 이유도 없이 그런 행동을 취할 리가 없었다.

김검천이 짧게 대꾸했다.

“실드.”

- 부우웅.

파워드슈츠의 정면을 덮는 푸른 물결 같은 방패가 생겨남과 동시에 불꽃이 김검천을 덮쳤다.

실드에 화염이 직격했지만 곁에서 보기에는 김검천이 불타는 모습이었다.

그 광경을 목격한 쿠퍼가 경악했다.

“마법 스크롤? 평범한 인간 사냥꾼 따위가 가질 물건이 아닌데?”

김검천이 불꽃 마법을 관찰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방금 전 그게 마법이라는 건가? 양피지를 찢기만 해도 이런 공격이 발생하다니 흥미롭군.’

사냥꾼 대장이 불타오르는 김검천을 뒤로 하고 다시 마법 스크롤을 꺼내며 외쳤다.

“젠장! 적자야! 손해라고! 이 한 장을 사는데 사람을 몇 명이나 잡아야 하는 줄 알아?”

쿠퍼는 그를 멈추기 위해 손에 들린 망치를 사냥꾼 대장을 향해 집어 던지려다가 멈칫했다.

흠칫하던 사냥꾼 대장이 그런 모습을 보자 쿠퍼를 비웃었다.

“네 공격보다 이 마법 스크롤을 찢는 게 더 빠르니 그만둔 건가? 한심하군.”

사냥꾼 대장의 등 뒤로부터 김검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멈춘 건 너 때문이 아니라 뒤에 있는 나까지 맞을 것 같으니 손을 멈춘 거겠지.”

“헉! 설마? 스크롤의 화염 마법을 맞고도 살아 있다니!”

“마법이라는 게 확실히 따뜻해서 좋긴 하더군. 불 피울 때 발화통 대신 쓸 수 있겠던데.”

숨겨둔 비장의 마법 스크롤마저도 김검천에게 통하지 않자 사냥꾼 대장은 저항을 포기했다.

“잘… 잘못했소! 정말로 죄송합니다! 살려만 주십시오!”

“아까도 그렇고 말로는 뭘 못할까. 그런 의미에서 나도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주도록 하지.”

- 우드득.

김검천은 마법 스크롤을 찢기는커녕 들지도 못하게 사냥꾼 대장의 양팔을 부러트렸다.

이제 사냥꾼 대장은 무슨 짓을 꾸미고 싶어도 행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그 후 김검천이 쿠퍼를 향해 말했다.

“녀석의 처리는 그쪽에 맡기도록 하지. 자기 일은 자신이 처리해야 하는 법이니까.”

“고맙소. 그런데 도대체 당신의 정체는 뭐요?”

“정체라니?”

“놈이 사용한 마법 스크롤도 가볍게 막아낸 그걸 보고도 짐작 못 할 거 같소?”

“파워드슈츠의 실드 기능을 보고 하는 말이군.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되는 건가?”

“그건 왕국의 정규 기사들이나 착용하는 상급 마갑에서나 가능한 일이니 말이요.”

“혹시 내가 제국이나 왕국에서 나온 사람 같아 의심하는 모양이로군.”

김검천의 아무렇지도 않은 태도에 쿠퍼가 묘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그보다 기사들 중에도 10%나 될까 하는 상급 마갑의 착용자가 여기까지 온 이유가 뭡니까?”

세이야한테 듣자니 기사라면 일반 병사들을 지휘하는 계급이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기사는 보통 병사 10명의 전투력을 가졌다고 들었다.

그런 기사들 중에서도 다시 10% 정도만이 착용할 수 있는 게 상급 마갑인 것 같았다.

파워드슈츠라면 실드는 기본적인 기능인데 여기서는 꽤나 대단한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김검천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곳과는 연관이 없지요. 애초에 여기 온 이유는 대장장이를 구하러 온 것뿐이었으니까.”

쿠퍼가 잠시 김검천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런 곳에서 왔다면 우리들을 도와줄 이유가 없긴 하지요. 늦었지만 도와줘서 고맙소.”

“별말씀을.”

“그건 그렇고 다른 일을 하려면 그 전에 하던 일부터 마무리를 지어야겠지.”

쿠퍼가 사냥꾼 대장에게 다가섰다.

양손에 움켜쥔 쇠망치로부터 아직 덜 마른 핏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쿠퍼가 사냥꾼 대장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그러면 우리는 끈적끈적하게 최후의 대화를 나눠보도록 할까? 아까 뭐라고 입을 놀렸었지?”

사냥꾼 대장이 급히 고개를 숙이며 굽실거렸다.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저희에게 당신을 잡아 오라고 한 사람에 대해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그거야 당연히 궁금하지.”

“역시 그러시군요. 그러면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 해드리면 절 놓아 주시는 겁니까?”

“그래. 여기서 확실하게 벗어나도록 만들어 주지.”

“하하하. 역시 말이 통하시는 분이군요. 그것보다 왜 망치는 높이 드시는 겁니까? 불안하게.”

사냥꾼 대장이 쿠퍼가 치켜든 망치를 쳐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쿠퍼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벗어나게 해준다는 건 죽어 용서를 빌라는 말이다. 그게 널 살려둘 정도의 이유는 아니거든.”

“아… 안 돼!”

“돼!”

가슴팍이 움푹 들어간 채 자빠진 사냥꾼 대장을 무심한 눈으로 쳐다보던 쿠퍼가 중얼거렸다.

“이제 여기도 슬슬 떠나야 할 참인가. 설마 여기까지 쫓아올 줄이야. 지독한 놈들이군.”

김검천이 쿠퍼를 새삼스러운 눈초리로 살펴보았다.

수십 킬로는 충분히 될 만한 쇠망치를 양손으로 들고 사람을 때려잡다니.

대장장이라고 들었는데 오히려 기사 같아 보이는 모습을 보았다.

하긴 괴물이 넘치는 이런 곳에 살아야 하니 이 정도 신체 능력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었다.

다만 지금까지 행동을 보아 쿠퍼 또한 평범한 대장장이는 아닌 것 같았다.

김검천은 쿠퍼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도대체 어떤 놈들입니까? 혹시 짐작 가는 일이라도 있으신지?”

“도와준 일은 고맙지만 우리에게 관여하지 않은 게 좋을 거요.”

“혹시 저들 때문에 나나 세이야에게 피해가 생길까 봐 그러는 거라면 상관없습니다.”

“방금 일만 해도 당신이 강한 걸 알기에는 충분하지만 그런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요.”

“그게 내 제안을 거절한 이유인가 보군요. 그동안 다른 곳에 정착하지 않은 것도 그렇고.”

“말하자면 길고 복잡한 이야기니 그게 이유 중 하나라고 말해둡시다. 말하고 싶지도 않고요.”

“개인적인 일인가 보군요. 그보다 계속 여기 있을 겁니까?”

“아니요. 이제 여기도 떠날 거요. 이곳은 넓으니 이렇게 이동하며 살아도 버틸 수는 있소.”

“그렇다면 이렇게 계속 쫓겨 다니며 살려고요? 당신은 몰라도 다른 사람은 그러기 힘들 텐데.”

“다시 한번 말하지만 도와준 건 정말 고맙소. 하지만 우리 일은 그쪽이 알 바가 아니요.”

쿠퍼가 무뚝뚝한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김검천이 뭐라고 해도 마음을 바꾸지 않을 자세였다.

엉망이 된 집 근처 정리가 끝난 듯하자 세이야가 얼굴을 내미는 모습이 보였다.

집 뒤로 리에를 데리고 피한 상태였지만 그동안 계속 지켜본 것 같았다.

“김검천 님, 이제 다 끝난 모양이네요.”

“그렇다. 그 아이를 쿠퍼 씨에게 보내주도록 해.”

“그런데 이 리에라는 아이, 제법 열이 심하네요. 말은 안 했지만 꾹 참고 있던 모양인데요.”

안 그래도 처음 보았을 때 창백한 피부에 비해 얼굴에 홍조가 제법 많이 보이던 리에였다.

한적한 곳에 쿠퍼와 단둘이 같이 사니 아파도 아프다고 솔직히 말하지 않은 것 같았다.

아프다고 하면 쿠퍼가 리에를 걱정하면서 슬퍼할 테니 그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듯했다.

혼자 있으니 스스로 결정할 일이 많아 그런지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운 아이인 것 같았다.

잠시 후 나타난 리에가 살짝 휘청거리면서도 쿠퍼에게 달려가 안겼다.

“아빠! 무서웠어!”

“그래. 그래. 우리 리에, 무서웠지? 미안하구나.”

“아냐. 리에 힘냈어! 세이야 오빠도 잘 달래줬고. 그보다 아빠, 어디 다쳤어? 피가 묻어 있어.”

“아니다. 다쳐서 묻은 피가 아니니 걱정하지 말거라. 그보다 리에야, 여기도 떠나야겠구나.”

“으응. 알겠어. 준비할게.”

“미안하구나. 리에야. 이제 곧 그 재해가 시작될 시기도 다가오는데 말이다.”

“아냐. 아빠. 그러면 리에, 떠날 준비하고 올게!”

살던 집을 떠난다는 말을 들어도 익숙하게 행동하는 리에의 모습에 쿠퍼의 가슴이 아파왔다.

자주 이사하는 것이 당연한 듯 리에가 행동하는 게 괴로웠기 때문이었다.

그도 좋아서 거주지를 자주 바꾸는 게 아니었다.

오늘 같은 일을 겪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리에가 자리를 뜨자 김검천이 쿠퍼에게 다가왔다.

쿠퍼가 같이 가자는 말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기라도 하듯이 시큰둥하게 입을 열었다.

“또 뭐요? 뭐라고 해도 우리는 당신을 안 따라갈 거요.”

“오지 않겠다는데 강요할 마음은 없지요. 대신 이건 받는 게 리에에게 좋을 거니까요.”

“이게 뭐요?”

김검천은 파워드슈츠의 생존용 팩에 있던 알약과 몇 가지 구급 물품을 넘겨주었다.

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비상용 의료 수단으로서는 가장 나은 물건이었다.

쿠퍼가 받은 게 뭔지 몰라서 가만히 눈만 깜빡이고 있자 김검천이 설명해 주었다.

“이건 치료용 알약으로 두통, 소화제, 그리고 이건 해열제요. 비상시에 쓰면 좋지요.”

“약이라고 했소? 약초처럼 생기지는 않았는데 신기하군. 다른 곳에서 쓰이는 약인가 봅니다.”

쿠퍼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거절하지는 않고 김검천이 준 것을 그대로 품속에 넣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검천과 세이야는 리에를 위험에서 구해주고 보호해 주었다.

일을 벌일 거면 아까 전 쿠퍼가 인간 사냥꾼과 싸울 때 저질렀으면 그만이었다.

이제 와서 이런 방법으로 해를 끼는 것이 아니라.

넘겨준 걸 알려준 김검천은 투명한 캡슐형의 해열제를 가리켰다.

“이걸 식후에 1봉지씩 리에에게 먹이면 얼마 후 열이 내릴 거요. 리에가 잘 참고 있더군요.”

“리에가 열이 있다고요?”

쿠퍼가 놀라는 모습은 그가 리에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저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서 아이에 대해서 신경을 못 썼던 모양이었다.

주변에 좀 둔감한 성격 같기도 했고.

쿠퍼가 리에를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서자 김검천도 다시 함선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렇게 몇 발자국 걸었을 때였다.

갑자기 집 안에서 쿠퍼가 튀어나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잠깐만!”

“무슨 일이지요? 이제 서로에게 용건은 없을 텐데.”

“그게… 젠장! 정말 같이 가도 되는 거요? 앞으로도 이런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말했잖소. 저런 놈들 같은 건 몇 백, 몇 천 명이 몰려와도 괜찮다고.”

“뻔뻔스럽지만 이렇게 받아 준 다음에 우리가 필요하다고 하면 언제든 떠나도 되는 거요?”“

“들어 올 때는 자유지만 나갈 때는 자유가 아니요.”

“크흑, 역시…”

“나갈 때는 간다고 작별 인사는 반드시 해야 하니까 말이요. 그게 규칙인 거요.”

“아! 그런 정도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요.”

“다만 내 밑에 들어오겠다고 한 이상 떠나기 전까지는 내 부탁을 들어줘야 합니다.”

“보호를 받는 이상 따르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요. 좋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말투가 바뀌었군요.”

“집단에 소속된 이상 명령 체계가 확실한 게 좋으니까요.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이런 곳이라면 더욱 그렇고요.”

말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군대처럼 수직적인 계급 집단에서 생활을 오래 한 걸로 보였다.

군인들은 나이가 아니라 계급이나 위치로 윗 사람을 결정하니까.

낯선 남자로부터 익숙한 느낌이 들다니.

김검천 또한 군인이었기에 그런 기분이 드는 건지도 몰랐다.

‘대장장이가 되기 전 그런 집단에 속해 있던 모양이군. 말 안 해도 알 수 있는 게 있는 법이지.’

세이야의 예도 있기도 했기에 김검천은 결정을 빨리 내렸다.

“그러면 앞으로 말을 편하게 하도록 하지.”

“예. 그게 이쪽도 편합니다.”

“아, 그리고 혹시나 해서 미리 말해두는데 난 겉보기에는 이래 보여도 사실은 30대 후반이야.”

쿠퍼가 김검천의 말을 듣자 경악했다.

“헉! 육체가 재구성되셨다니… 갑옷도 그렇고, 설마 상급을 넘은 마스터급 기사입니까?”

김검천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마나와는 무관해.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지.”

“아, 그러셨군요. 어쩌다 보니 마스터가 되신 기사라니. 존경합니다.”

“아니라니까? 당신도 사람 말 좀 들어!”

김검천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쿠퍼가 다른 의미로 무서워졌다.

이러다가 저 얼굴의 쿠퍼도 세이야처럼 행동할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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