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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7화 (17/250)

17화

“이런, 들켜버린 모양입니다. 말이 너무 많았나요? 말은 하다 보면 실수를 하는 법이니까요.”

“그보다 숨길 생각도 없어 보이던데. 아무래도 기사나 군인 같은 계열에 종사했던 모양이더군.”

“그 정도는 중요한 것도 아니니까요. 개인적인 일은 굳이 파고드시는 것 같지도 않고요.”

“프라이버시는 중요하니까. 위협이 되지 않는 이상은 알고 싶지도 않아.”

“정작 저희들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아셨지만 받아들이셨지만요.”

“그 정도 위협은 문제도 아니지. 아, 혹시 자신이 스스로 말하겠다면 못 들어줄 것도 없겠군.”

“그건 조금 더 지켜보고 이야기 드릴까 합니다. 저희는 언제 떠날지도 모르는 사람이니까요.”

“물론이지. 거기다 지금 필요한 건 그쪽의 비밀이나 무력이 아니라 대장장이의 실력이거든.”

“그런 역할은 맡겨만 주시지요. 그래서 제가 뭘 해야 합니까?”

“너무 성급하게 굴지 마. 어차피 할 일이니까. 일단 세이야와 이야기해서 잘 곳부터 만들지?”

“그러네요. 리에도 피곤할 테니 쉴 곳부터 마련하는 게 먼저겠군요.”

쿠퍼는 세이야와 대화하는 리에에게 다가갔다.

리에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활짝 웃고 있었다.

쿠퍼도 리에가 웃고 있으니 괜히 기분이 좋아져 물어보았다.

“리에야. 뭐가 그렇게 재밌니?”

“응! 아빠! 리에, 세이야 오빠랑 결혼할래!”

쿠퍼의 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커졌다.

그가 살아오면서 첫 번째 순위를 다툴 정도로 놀라운 소리를 리에의 입에서 들을지 몰랐다.

쿠퍼가 세이야를 향해 두 눈을 부릅떴다.

“응? 뭐라고? 결혼? 세이야! 이놈이 감히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누구를!”

세이야가 쿠퍼를 향해 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 얘가 그러는 거니 너무 신경 쓰지 마시지요.”

“그… 그런가? 하긴 리에는 커서 어른이 되어도 결혼 안 하고 아빠랑 같이 살 거라고 했거든.”

리에가 쿠퍼의 말에 혀를 내밀었다.

“그건 리에가 어렸을 때 이야기예요. 지금은 달라요. 세이야 오빠 잘생겨서 마음에 들어요!”

쿠퍼의 얼굴이 복잡하게 변해갔다.

사실 쿠퍼가 김검천과 같이 온 이유 중 일부는 리에의 말 때문이기도 했다.

떠나기 전 집 안에 들어갔을 때 리에가 쿠퍼에게 김검천 일행과 떠나고 싶다고 말한 것이다

망설이던 쿠퍼는 그렇게 김검천을 따라나서게 된 것이었고.

쿠퍼는 리에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드디어 이유를 알게 되었다.

“세.이.야!”

“잠시만요! 쿠퍼 아저씨! 리에가 좀 더 큰다면 저런 소리 안 한다고요! 그러니 진정하시죠?”

“진정하라고? 지금 인생에서 가장 침착하게 구는 모습이 안 보이냐?”

“먼저 망치부터 내려놓으시고 다시 말씀하시면 믿을께요!”

김검천은 떠들썩한 세 사람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좀 사람 사는 곳 같이 되었군. 4명은 되어야지.”

[저들 중 세이야는 곧 죽을 것 같으니 이제 곧 3명이 되겠네요.]

“사람이 모이면 서로 간에 다툼이 아예 없을 수는 없겠지. 미리 체험해 두는 것도 중요해.”

[하긴 경험이라는 건 뭐든지 소중한 법이지요. 저것도 세이야의 운명이겠지요.]

“안 죽는다니까. 그보다 미리내. 혹시 내가 없어도 네가 알아서 저 세 명을 등록시켜줘.”

[임시등록은 제가 한다고 해도 최종 확인은 김검천 함장님이 하셔야 합니다.]

“세이야는 내가 직접 승인하도록 할께. 그런데 전원이 들어온 후 전함 내부를 확인해 보았나?”

[가능한 곳은 모두 했습니다. 약간만 손을 대어도 고칠 수 있는 것들도 살펴보았고요.]

“쿠퍼의 실력은 잘 모르겠지만 단순한 보수작업으로 어느 선까지 수리가 가능할까.”

[잘하면 전함의 소형 무기 몇 가지 또한 활용할 수도 있겠더군요.]

“소형 무기인가. 어차피 운용 가능한 에너지가 많은 것도 아니니 그 정도로 만족하지.”

[현재는 주포 발사는커녕 기동도 못 시키니까요. 행성 파괴에는 에너지가 많이 들지요.]

“아니, 지금 그 정도 위력의 무기는 당장 필요 없거든? 그러다 다 죽어.”

***

임시로 내준 전투식량을 열심히 먹던 쿠퍼가 식사 후 김검천에게 다가왔다.

“그러면 무슨 일부터 해야 하는지 지시해주십시오.”

“며칠을 걸었으니 하루 정도라도 푹 쉬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데.”

“이제 곧 재해가 닥칠 시기가 오고 있으니 그 전에 바깥에서 할 일은 미리 해두고 싶어서요.”

“그러고 보니 아까 재해가 닥쳐올 시기라고 했었지. 폭풍이라도 오는 건가?”

“그런 셈이지요. 그래서 거처에 대한 걱정을 했었는데 이곳을 보니 안심해도 되겠더군요.”

“그런가. 그때는 위험하다니 지금이라도 작업을 시작하지. 쉬는 건 나중에 해도 되니까.”

***

김검천과 쿠퍼가 정비 작업에 들어갔을 무렵 다른 곳에서 그에 대한 말을 하는 자들이 있었다.

누군가 인간 사냥에 대한 보고를 들으며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마물의 숲 내 사람들을 제외하면 숲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근거지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곳은 이 근방 인간 사냥꾼의 본거지였다.

그곳에서 한 사람이 눈 아래의 사람을 쳐다보며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

“뭐라? 다시 말해봐라.”

무릎을 꿇고 있던 초라한 모습의 한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정체는 세이야가 살던 마을의 주술사였다.

괴물이 날뛰는 그 아수라장인 된 판국에 용케도 살아서 여기까지 온 모양이었다.

주술사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마을을… 접수하는 것에 실패했습니다. 저 외는 다 죽었고요. 죄송합니다. 두목.”

“하, 죄송하다면 끝인가? 그런 작은 마을에서의 일 하나 처리도 하나 못해? 이 무능한 놈이!”

“죄… 죄송합니다.”

두목이라 불린 자가 한심하다는 눈초리로 주술사를 깔아 보았다.

“능력도 별 것 없던 네 놈을 그 마을에 침투시켜 영향력을 키우는 데 얼마나 지원했는지 아나? 단 하나를 위해서였다! 인간들을 손쉽게 얻기 위해서! 그런데 일을 망쳐?”

“정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네가 마을에서 가장 가는 권력자가 된다면 정기적으로 인간을 공급받게 될 수 있었을 텐데.”

주술사가 있던 마을은 마물의 숲으로 도주한 사람들의 거주지 중에서는 제법 큰 편이었다.

그러니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는 자들이 모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사람 수가 많아지면 그만큼 자신만큼은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것이다.

위험한 곳일수록 더욱더 안전한 장소를 사람들은 원할 테니까.

그곳이 인간 사냥꾼들이 장악한 최악의 마을이라는 걸 모른 체 말이다.

두목이 소리치자 주술사는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의 옆에 서 있던 근육질의 남자가 차고 있던 칼에 손을 가져다 댄 것을 보아서였다.

주술사의 두목은 이 근방 인간 사냥꾼들을 통솔하는 사람이었다.

말 한마디로 주술사를 죽일 수도 있는 힘을 가진 게 두목이었다.

사람을 물건 취급하는 인간 사냥꾼 두목이 주술사의 목숨을 아까워할 리 없었다.

주술사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도 비슷한 종류의 인간 아니던가.

그렇기에 살려달라고 두목의 인정에다가 호소하지는 않았다.

“두목! 부디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제가 그동안 공급한 인간의 수만 해도 얼마입니까!”

“흐흠. 그러고 보니 네 실적이 나쁜 건 아니었지. 마을 촌장이 있을 때도 그 정도였으니까.”

“그 말씀 대로입니다! 당장은 무리겠지만 어떻게든 조만간 두목을 만족시켜드리겠습니다!”

- 툭툭.

두목의 손가락이 앉아있던 의자 손잡이 위를 가볍게 두들겼다.

주술사의 눈동자가 그 손가락의 움직임을 열심히 뒤쫓았다.

고민하는 손가락이 멈추는 순간 주술사의 운명도 결정될 예정이었으니까.

- 탁.

두목의 손가락이 멈추자 주술사의 움직임도 멈추었다.

주술사의 눈동자가 서서히 움직이는 두목의 입가에 머물렀다.

“좋아. 일단은 살려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두목!”

“너무 좋아할 것 없다. 나중으로 처벌을 미뤘으니까. 그보다 어떻게 된 것인지 제대로 말해봐.”

“제가 주술로 블러드트리와 고블린을 조종해 마을을 장악했다고 보고는 드렸습니다.”

“너 같은 삼류 주술사도 마석을 이용하면 그 정도까지는 가능한 것 같더군. 그래서?”

두목의 빈정거림에 자존심이 상한 주술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지금 두목에게 반박하기라도 하면 주술사의 목은 몸과 이별을 고해야 할 것이었다.

주술사는 억지로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김검천인가 뭔가 하는 덩치 큰 기사가 나타나더니 저희 일을 모두 망친 것이지요.”

“망친 건 네 계획뿐이겠지. 그 김검천이라는 녀석에 대해 더 말해봐라. 기사라고?”

“마갑 같은 걸 장착했으니 기사겠지요. 사람이든 제가 고블린이든 당할 수가 없었거든요.”

“네가 기사인지 아닌지 알기나 하나 의문이로군. 마갑인지 갑옷인지 제대로 구별도 못 하는데.”

“그래도 백여 명의 마을 사람과 그 이상의 고블린들마저도 못 당하던 자였습니다.”

그 말에 두목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마물의 숲에 사는 일반인이라면 병사 실력은 될 것이야. 그런 자들을 백여 명이나? 거기다 고블린까지 처리했다고? 그런 실력자가 마물의 숲으로 추방당했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다!”

“아, 두목님. 그자가 마을 사람들과 고블린을 모두 죽였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그가 직접 손을 쓴 건 앞으로 나선 몇몇 사람들과 고블린을 잡았을 뿐이니까요.”

“그 말은 겁에 질려 다들 김검천인가 하는 녀석이 뭘 하든 간에 꼼짝도 못 했다는 건가?”

“예. 그다음 전 공격을 당해 기절했다가 깨어났더니 마을은 이미 괴멸 상태였지요.”

머리를 짚은 두목이 다시 자리에 앉으며 한숨을 쉬었다.

주술사의 말이 두목으로 하여금 괜한 짐작을 하게 만든 것이다.

“진짜 멍청한 이야기야. 그놈이 한 일은 그냥 기선 제압 후 널 처리한 게 끝이라는 말이군.”

“하지만 녀석은 정말로 강했습니다!”

“강하긴 강했겠지. 단번에 몇 명을 박살 내서 함부로 못 움직이게 만드는 것도 실력이니까.”

“그러면…”

“닥쳐라!”

“예?”

“결국 이 모양이 된 건 네가 부리는 괴물들과 사람들이 서로 죽이고 죽여 버렸다는 말 아닌가!”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넌 더 이상 입을 열지 마라!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죽여 버리고 싶으니까 말이야. 꺼져!”

두목은 주변을 맴도는 모기라도 내쫓듯이 거칠게 손을 내저었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주술사가 문밖으로 나서면서 나직이 웃었다.

일단 자신의 목숨도 건진 데다가 두목을 보니 무슨 행동을 취할지 대충 짐작할 수 있어서였다.

“흥. 김검천이라는 자와 싸우면 네 놈이라고 별수 있을 거 같으냐? 차라리 잘 되었군. 잘하면 이곳의 권력을 이 손에 쥘 수도 있겠어.”

기왕이면 둘 다 싸우다 죽어주면 주술사 자신에게는 이익인 것이다.

잘하면 주술사 자신이 인간 사냥꾼의 두목이 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정신이 없어 김검천이 트롤을 일격에 잡은 이야기는 미처 못 했는데 오히려 잘한 것 같았다.

***

두목은 주술사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지 관심 없었다.

그가 고민하는 건 어떻게 하면 사람을 구해올 수 있냐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높으신 분에게서 받은 의뢰마저 실패한 참이었던 것이다.

두목이 소리 죽여 중얼거렸다.

“더 이상 실수한다면 우리들 목숨도 위험해. 아니, 못 잡아 온 사람 수만큼 우리가 끌려갈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이대로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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