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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18화 (18/250)

18화

옆에서 호위를 서던 부하가 두목에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그에게 있어서는 두목이 중얼거렸다고 해서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잘 못 들었다고 그냥 넘어갔다가는 두목의 발길질에 뼈가 부러진 일도 있었으니까.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니다. 그보다 사람을 보충할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하는데 넌 어떠냐?”

“근처 영지라도 쳐들어갈까요? 어차피 변두리 영지니 주변에서 별 신경도 안 쓰잖아요.”

두목이 웃기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같이 죽을 일 있나? 하도 자주 이용해서 그런지 거기 영주가 아주 뱀처럼 독이 올랐더군.”

“흠, 영주로서는 영지에서 부려먹을 인력이 계속 줄어드니 그럴 만도 하겠네요.”

“그런 것치고는 우리에게 자주 의뢰를 넣는 단골손님이기도 하지만. 아무튼 사람이 부족해.”

“그래서 주술사를 이용해 사람들을 정기적으로 공급받으려고 한 것 아닙니까? 두목,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시 시도해 볼까요?”

“그 시간이 문제야. 마을 자체가 날아갔으니 짧은 기간 내에는 다시 만들기는 불가능해.”

“인간 사냥을 합법 취급을 하는 곳은 이 근방 정도니까요.”

“마물의 숲에서 사는 것들은 도망자나 범죄자밖에 없으니까 다들 모른 척 넘어가는 것이니까.”

“하려고 들면 다른 곳에서도 못할 건 없지만요. 적당히 해야 하니까 눈치를 봐야 해서 그렇지. 그런데 사람 수가 그렇게 모자랍니까? 일단 의뢰받은 곳에 사정을 말하고 거절하면 안 될까요?”

“그게 가능하면 이렇게 고민하겠냐? 이번 의뢰는 거부할 수 없는 건이라고. 인간들의 수를 못 채우면 이 몸까지 위험할 수가 있어.”

“헉! 그 정도로 고위 선에서의 의뢰입니까? 무슨 속셈일까요?”

“알아도 모른 척해라. 멍청아.”

“예?”

“너 같은 녀석이 그걸 안다고 해서 뭔가 달라지냐? 오히려 비밀 유지를 위해 목숨만 위험하지.”

“아이고, 두목님 말씀이 맞습니다요.”

두목이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거리다가 결단을 내린 듯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모두를 동원해 포위망을 만들어 마물의 숲을 훑어볼 필요가 있겠어. 물고기도 낚싯대보다는 그물로 잡으면 더 많이 걸리는 법이지.”

“예? 이제 곧 재해가 닥쳐올 듯한데 사람을 모아서 그런 일을 하시겠다고요? 위험한데요.”

“반대로 생각하면 녀석들도 재해가 닥쳐올 시기에 사냥꾼이 나타날 거라고는 예상 못 하겠지.”

“과연 두목님다운 생각이십니다!”

“얘들에게 준비하라고 일러둬. 준비가 끝나면 오늘 밤이라도 당장 출발하도록 하지.”

“어느 선까지 말입니까?”

“지금 한가한 녀석들은 다 끌고 나간다. 용병도 남아 있으면 데려와. 이 몸도 출진하니 말이야.”

“용병이야 돈 받고 하는 일이니 그렇다 치고 두목까지 직접 말씀입니까?”

“용병 놈들을 비싼 계약금 주고 조직에 데려왔으니 돈값을 하는지 봐야지.”

“하긴 그 녀석들도 일단 간부라는 직책을 맡아서인지 두목 말 외에는 듣지 않지요.”

“거기다 이번 기회에 좀 더 숲 안쪽까지 들어가 봐야 할 것 같거든. 대장장이 놈도 마침 그쪽으로 도망간 것 같으니까.”

“의뢰받은 대장장이가 좀 강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두목까지 나설 일은 아닌 거 같은데요.”

뭔가 마음에 걸린 두목이 고개를 내저었다.

“주술사에게 이야기를 들으니 기사급 정도의 무력을 가진 녀석도 있는 것 같아서 그렇다.”

“하급 기사 정도는 저희만으로도 충분합니다만.”

“아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중급 기사 정도 될지도 모르는 녀석도 있어.”

“하긴 혹시 도망이라도 가면 나중에 골치 아프니까요.”

“숲 안에는 별별 녀석들이 다 있으니 조심할 필요는 있지. 무엇보다 이번에는 실패하면 안 되니 직접 나서는 거다.”

“확실히 기사급 무력을 가진 것들이 더 있을 수도 있겠군요. 현명하십니다.”

“그리고 누가 알아? 나간 김에 숲에서 제국의 황녀나 왕국의 왕자라도 잡을지도. 초월존재마저 있다는 소문도 있잖아.”

“하하. 진짜로 존재한다면 비싼 가격으로 팔 수 있겠네요. 모두에게 알리고 오겠습니다.”

“주술사 놈은 놔둬. 그런 건 데려가면 방해만 될 것 같거든.”

“알겠습니다. 집이나 지키라고 해두지요. 그게 주술사에게 딱 맞는 임무인 거 같군요.”

지시를 내리고 거처로 돌아온 두목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오랜만의 외출이니 그 김검천인가 뭔가 하는 놈이 즐겁게 해주었으면 하는군. 너무 약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상급 기사 수준은 되어야 이 몸의 적수가 될 수 있으니까.”

***

그 무렵 김검천은 파워드슈츠의 허리춤에 달려 있는 원통형 막대를 꺼내 들고 있었다.

쿠퍼가 진지한 얼굴로 그 앞에서 검은 몽둥이를 든 채 쳐다보고 있었다.

원통형 막대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솟구친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백열하는 빛의 검이 나타났다.

에너지를 집중해 만드는 파워드슈츠의 백병전용검, 광선검이었다.

- 위이잉.

광선검이 생겨나는 작은 소음과 동시에 김검천이 쿠퍼를 향해 빛의 검을 내려찍었다.

그 일격에는 일말의 망설임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았다.

“핫!”

- 치이익. 툭.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르며 쿠퍼가 들고 있던 검은 몽둥이의 일부가 떨어져 내렸다.

여기저기 떨어져 나간 검은 몽둥이는 이제 몽둥이라기보다 검 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다.

길이도 몽둥이의 형상을 했을 때와 비교하면 거의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고.

쿠퍼가 허리를 굽혀 떨어진 조각들을 주우며 들뜬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다만임이 잘리는 모습을 눈앞에서 목격하다니! 정말 흥분되는군요!”

“아다만임이 단단하긴 단단하군. 광선검으로도 수십 번이고 내려쳐야 겨우 잘려나가다니.”

“고작 수십 번이지요. 숙련된 대장장이도 평생을 바쳐야 이 금속을 무기로 바꿀 수 있거든요.”

쿠퍼는 김검천에게 공손한 태도로 두 손으로 검을 바쳤다.

김검천은 손을 내저었다.

“난 필요 없다. 내가 손을 쓴 이유는 네가 필요하다고 했기에 도와준 것뿐이야.”

“하지만 이 아다만임의 검은 다른 어떤 것보다 단단하고 튼튼한 대단한 무기입니다.”

김검천이 광선검을 들어 쿠퍼의 눈앞으로 휘둘렀다.

빛의 칼날이 스치지도 않았는데 쿠퍼의 눈썹을 살짝 태우고 지나쳤다.

빛처럼 보이는 광선검의 칼날은 암석이나 강철도 녹이는 초고온이 응축된 현상이었으니까.

김검천이 물었다.

“그 아다만임의 검이라는 게 이 광선검보다 대단하지는 않겠지? 몽둥이가 검이 된 건 이것의 힘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테니까.”

“아다만임의 검이 생겼다는 사실에 흥분해서 그만 깜빡했군요. 그건 그렇고 대단하네요.”

“광선검 말이로군.”

“처음 보았을 때는 김검천 님이 마스터 기사나 사용한다는 오러를 만들어 내신 줄 알았거든요. 아니, 어쩌면 오러도 이 정도 위력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오러?”

“마나의 응집체를 오러라고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들 중 하나라고 하더군요. 그런 오러로도 아다만임 무기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으니까요.”

“그건 모를 일이지. 애초에 나도 함선 내 자동 기계들이 멀쩡했다면 굳이 이렇게 광선검으로 금속을 깎지는 않았을 거야. 난 무슨 방망이 깎아 파는 사람도 아니거든. 그보다 마나의 응집체가 오러라고 했는데 마나와는 또 다른 건가?”

“마나가 인간 신체의 힘을 증폭해준다는 건 아시지요? 그게 한계에 달하면 오러가 되는 겁니다.”

김검천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세계에 대해 알아갈수록 새로운 게 튀어나오고 있었다.

“그래서 응집된 마나라고 한 건가. 그게 이 광선검 정도의 위력은 되나 보군.”

“세상에서 못 자를 게 없다고 할 정도로 강한 힘이니까요.”

“한 번쯤 비교해 보고 싶군. 그리고 이야기를 듣자 하니 궁금한 게 하나 생겼는데?”

“뭐든 물어보시지요.”

“그 오러라는 힘을 다루는 마스터급 기사, 그리고 마갑이라는 갑옷이 있는데 이 세계 사람들은 왜 괴물들에게 당하고 살고 있는 거지?”

“무슨 의도로 말씀하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가. 그러면 우선 기사에 대해 조금 알기 쉽게 설명해 보겠나?”

“기사는 하급, 중급, 상급 그리고 급수를 초월한 마스터의 등급이 존재합니다. 같은 등급이라고 해도 그 속에서 또 나뉘긴 하지만요.”

“그러면 일단 가장 약한 하급 기사의 전투력은 어느 정도지? 고블린을 예를 들어보지.”

“하급 기사라도 해도 고블린 열 마리 정도는 해볼 만할 겁니다. 징집되어 약간이나마 훈련받은 병사 10명의 전투력이지요.”

“트윈헤드 트롤정도라면? 고블린은 상대도 안 되는 것 같던데.”

“중급 기사가 몇 명 정도 목숨을 내놓으면 가능할 테고 상급 기사라면 해볼 만할 겁니다.”

김검천은 머릿속으로 상급 기사의 전투력을 예상해보았다.

지금까지 들은 바로는 사병용 파워드슈츠와 상급 기사의 마갑은 비슷한 점이 많았다.

다만 기사는 마나의 힘을 이용해 인간의 신체능력을 능가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아직 직접 싸워본 적은 없지만 상급 기사 전투력이라면 지금의 김검천 정도가 아닐까 싶었다.

김검천이 다시 물었다.

“상급 기사의 비율은 어떻게 되지?”

“작은 나라나 공국이라면 상급 기사가 열 명도 안 됩니다. 마스터 기사는 말할 것도 없고요.”

“적은 편이라는 건가?”

“상대적이지요. 제국이나 큰 왕국의 경우에는 상급 기사가 백 명도 가볍게 넘는다고 하더군요.”

“미묘한 숫자군. 제국이나 큰 왕국의 수는 많지 않겠지?”

“그렇지요. 그런데 이게 아까 사람들이 괴물들에게 당하는 이유와 관계가 있습니까?”

“난 원래 이 세계 사람들이 괴물들에게 당하는 이유가 저항할 힘이 없어서 그런 줄 알았거든. 들어보니 무작정 당할 정도는 아닌 거 같아서 말이야.”

“각 나라의 수도나 수도와 연결된 대로 쪽은 안전한 편이라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이거든. 보통은 수도 주변을 안정화 시킨 후에는 남은 인력들을 지방으로 파견 보내서 사람들을 보호해야 하는 게 기본 아닌가?”

지구에서도 높으신 분들의 권력 다툼에 피해가 안 생기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사람의 생명이 달린 문제같은 게 생기면 다들 겉으로나마 생각하는 척은 해주었다.

쿠퍼가 김검천의 말에 묘한 표정을 지었다가 정색을 했다.

“죄송합니다. 힘을 가진 사람이 약한 사람을 배려하는 말을 듣는 건 정말 드물거든요.”

“이게 보통이 아니라?”

“제가 높으신 분들에게 그런 소리를 들은 건 손가락으로 셀 수도 있을 정도거든요.”

“그 정도로 이세계의 사람의 지위는 낮다는 건가.”

“다른 대륙은 모르겠는데 적어도 이곳은 그렇습니다. 괴물이 습격해오면 사람을 미끼로 던져줄 정도니까요. 높으신 분에게는 물건같이 여겨지겠지요.”

“그래도 사람이 사는 세상이다. 사람이 위험에 빠져도 괴물을 처리할 생각은 안 하는 건가?”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예전부터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 다들 포기한 거겠지요.”

“지금부터라도 괴물을 하나씩 잡아 죽이면 될 것 같은데.”

“글쎄요. 왕국이나 심지어 제국마저도 손을 놓은 일입니다. 그건 초월적 존재들도 못할걸요?”

김검천은 쿠퍼의 말에 잠시 의문이 들었다.

쿠퍼 정도의 전투력을 가진 사람도 괴물 소탕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없어보이다니.

괴물에 대해 저항을 포기하는 것이 몸에 익은 것 같이 보이지 않는가.

어릴 적부터 그게 당연한 듯이 세뇌라도 당한 모습이었다.

이세상은 마치 그런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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