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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20화 (20/250)

20화

김검천은 그 위기에 대한 해답을 한마디로 줄였다.

“공기 분사.”

- 푸슉.

파워드슈츠의 발밑으로부터 고압의 압축공기가 분출되며 김검천은 잠시 공중에 멈추었다.

중력을 거스르는 반중력장치가 아니더라도 이렇게도 파워드슈츠를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파워드슈츠의 압축공기는 사람을 날릴 수도 있을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단 말이지. 우주에서 쓰이는 이동방식이지만 지상에서도 유용한데?”

김검천은 아래로 지나치려는 나무를 양 발 사이로 잡아챘다.

그리고는 몸을 뒤집어서 나무를 잡고 양 팔에서 압축공기를 분출하며 지상으로 떨어졌다.

오우거는 자신에게 떨어지는 물체를 보자 무의식적으로 방어 자세를 취했다.

본능적으로 하늘에서 추락하는 공격에서 피할 수 없다는 것 깨달은 것이다.

덩치가 큰 만큼 오우거의 공격 범위는 넓었다.

그 말은 대충 공격해도 얻어맞기에 좋게 덩치가 크다는 말인 것이다.

김검천이 오우거를 향해 떨어져 내리며 힘껏 나무를 내려쳤다.

“이거나 먹어라! 나무나무나무!!

“우워!”

- 쿠쿵.

김검천이 얼마나 힘껏 내려쳤는지 사람 몸통보다 더 두꺼운 나무가 단번에 박살 났다.

오우거가 양팔로 머리를 막았지만 땅바닥에 움푹 박혀 들어갈 정도의 힘이었다.

트윈헤드 트롤 때보다도 더욱 강한 힘으로 내려쳤으니 그럴 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우거는 그다지 피해를 입은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쿠퍼가 옆에서 외쳤다.

“김검천님! 오우거는 트롤 같은 재생력은 없지만 괴력만큼 가죽이 단단하기로 유명합니다!”

쿠퍼는 김검천이 오우거와 싸우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고블린을 박살 내고 있었다.

오우거가 식후 간식으로 먹으려고 몰고 온 고블린이 일행을 공격해 왔던 것이다.

“이런 나무를 가지고는 열심히 패도 안 죽는다는 건가?”

“적어도 돌멩이 정도는 단번에 벨 수 있는 공격은 되어야 오우거에게 상처라도 입힙니다! 기사가 마나를 집중해 만드는 마나소드의 파괴력 이상이 필요하다는 거지요!”

“강한 괴물이라고 하니 그만한 대우를 해줘야겠군.”

- 부우웅.

김검천이 꺼낸 검의 자루로부터 푸르게 일렁거린다 싶더니 백열하는 빛의 기둥이 뻗어 나왔다.

파워드슈츠의 근접전 병기, 광선검이 시전 되는 모습이었다.

김검천은 광선검을 사선으로 쥐고 오우거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광선검이 땅에 닿자 흙과 돌들이 녹으며 용암처럼 걸쭉하게 변했다.

그 모습을 본 오우거가 서둘러 지면으로부터 발을 빼려고 들었다.

두꺼운 나무가 박살 날 정도로 강한 충격을 받아 그런지 생각처럼 민첩하게 움직일 수 없었다.

오우거는 자신의 최후를 예감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쿠오옹!”

“시끄러. 주변에 민폐야.”

김검천이 오우거의 사타구니부터 가슴팍까지 힘껏 광선검을 그어 올렸다.

오우거는 가슴사이로 튀어나오는 빛의 칼날을 보면서 허무한 눈빛을 지었다.

오우거는 그대로 지면에 쓰러졌는데 상처로부터 피가 흘러내리지 않았다.

광선검에서 나온 초고온의 열기로 인해 베인 상처가 봉합되어버린 것이다.

김검천은 광선검을 허리춤에 다시 장착한 후 쿠퍼를 보며 말했다.

“쿠퍼. 그쪽은 아직 인가? 힘들면 도와줄까?”

“별말씀을. 오우거도 아니고 고블린 따위를 상대하며 도와 달라 할 수는 없지요!”

쿠퍼가 양손에 쥔 쇠망치를 미친 듯이 휘둘렀다.

사람이 방패를 들어도 방패 채로 으깨버리는 위력인데 고블린이 맨몸으로 견딜 리가 없었다.

“꼬엑!”

마지막 고블린이 쓰러지자 쿠퍼가 쇠망치 대신 단검을 들었다.

여태까지 보아온 것이 있던 김검천이 쿠퍼가 뭘 할지 말했다.

“마석을 찾으려는 건가?”

“사실 이게 기본입니다. 괴물은 사람을 공격하고 사람은 괴물을 잡으면 마석부터 찾지요.”

“그래도 필요한 건 챙기려고 드는군. 리에의 약초부터 구하고 볼 것 같았는데.”

“사실 약초만 확실히 구할 수 있으면 차라리 기절한 상태가 나을지도 모르니까요.”

“어째서 그런가?”

“리에는 깨어있을 때 항상 고통을 겪는 상태입니다.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이 두통부터 시작합니다. 그래서 그걸 내색하지 않기 위해서 평소에 더 활기차게 사람들을 대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고요.”

“그래서 의식을 잃고 있는 지금이 더 낫다는 거군. 치유할 방법이 없는 건가?”

“이세계의 어떤 인간 의사라도 고칠 수 없는 병입니다. 불치병인 것이지요.”

“지금 찾아가는 약초는 의식을 잃었을 때 깨우는 정도밖에 못 하는 건가?”

“의식을 잃었을 때 사용하면 고통도 줄여주기도 합니다. 사실 리에의 그건 저주인지 축복인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쿠퍼의 이상한 말에 김검천이 고개를 갸웃 렸다.

“건강하게 뛰어놀 나이에 그런 고통을 겪는다면 저주겠지. 그래도 당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이라도 알고 있으니 다행이로군. 의료실만 개방된다면…”

쿠퍼는 김검천이 말하는 의료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김검천이 그를 걱정해서 하는 소리라는 건 알 수 있기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날이 오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그러면 그날이 오기 전까지 우리를 위해 마석을 열심히 채취하도록 해야겠군요.”

“그렇군. 이제 우리라고 부르는 건가. 쿠퍼.”

김검천이 웃어 보이자 쿠퍼가 움찔하며 변명을 내뱉었다.

어느새 쿠퍼도 김검천과 한 집단의 일원이라는 분위기에 물들어 버린 모양이었다.

“떠나기 전까지는 공동체의 한 사람으로서 할 일을 다 할 생각이니까요.”

“아, 그러고 보니 마석은 확실히 얻기 힘든 것 같더군. 잘 안 나오던데.”

김검천이 슬쩍 말을 돌렸다.

본의 아니게 본심을 내보인 쿠퍼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서였다.

김검천의 말에 쿠퍼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그 또한 마석 수급에 의아함을 느끼고 있어서였다.

“여기까지 오는데 얻은 건 1개가 고작이었으니까요. 그것도 손톱만 한 것이었고요.”

“여기 고블린에게서도 안 나왔군. 이제 저기 쓰러진 오우거에서 나올지 기대해 보자고.”

“마석도 마석이지만 이상하군요. 오우거는 이런 외곽에서 볼 만한 괴물이 아닌데 말입니다.”

쿠퍼가 오우거로 이동해 힘껏 단검을 꽂아 넣었는데 칼이 박히지 않았다.

잘 정련된 금속 단검이기는 하나 오우거의 가죽을 뚫기에는 무기의 예리함이 부족한 것이다.

그걸 본 김검천이 광선검으로 도와준 후에야 겨우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잠시 후 쿠퍼가 마석 하나를 손에 쥐고 어두운 얼굴로 일어섰다.

김검천이 물었다.

“마석을 발견한 모양인데 좋아하지 않는군. 무슨 문제라도?”

“오우거에 나오는 마석은 보통 이것보다 좋거든요. 역시 뭔가 이상합니다.”

“괴물이나 마석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가… 음? 쿠퍼, 조심해라!”

김검천이 경고를 하자마자 수풀이 부스럭거리더니 어떤 사람이 뛰쳐나오며 비명을 질렀다.

“사… 살려줘!”

튀어나온 사람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쿠퍼가 그 사람에 다가가며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지?”

“놈들이…놈들이 온다고!”

“놈들이라면 설마 인간 사냥꾼들?”

쿠퍼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진다고 생각되는 순간 김검천이 쿠퍼의 뒷덜미를 낚아챘다.

키가 2미터에 달하고 100킬로 몸무게의 쿠퍼를 김검천은 한 손으로 가볍게 들어 올린 것이다.

갑자기 당한 김검천의 격렬한 손길에 쿠퍼가 저도 모르게 혀를 빼물었다.

“쿠엑? 왜 그러십니까?”

“이런 날씨에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그물을 조심해야 하는 법이거든. 앞을 보라고.”

쿠퍼의 눈앞에는 그물에 깔려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리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잡히면 벗어나기 힘들도록 그물망에 사람 피부를 파고들도록 만든 칼날이 달려있었다.

거기에 더해 그물의 각 끝부분에는 무거운 금속 덩어리가 달려있었다.

보통 사람 같으면 그물 속에 잡히면 그냥 놔둬도 벗어날 수 있을까 의문인 포획 장비였다.

곧이어 가운데만 남기고 머리 양쪽을 밀어 버린 모히칸 헤어스타일을 한 자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나타나자마자 그물 속에 있던 사람을 몽둥이로 후려갈겼다.

“크헉! 살…살려줘!”

남자가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꼼짝도 못하게 되자 모히칸 머리를 한 자들이 웃었다.

“흐흐흐. 안심하라고. 그물 속은 안전하니까. 아니, 이미 죽었나? 어찌 되었든 잡았다!”

“잡긴 뭘 잡아. 저기 있는 덩치는 못 잡았잖아?”

“애초에 잡으려고 든 건 저 한 놈이었으니까. 저 거구의 남자 놈은 덤이라고.”

“오. 여기에도 인간이 두 마리나 있네?”

“그러니 항상 감사하십시오. 이것들아. 예상외 수익이니 우리가 슬쩍해도 두목은 모를걸?”

“덤은 항상 진리지. 그러면 잘 먹겠습니다!”

모히칸 한 명이 들고 있던 칼을 휘두르며 쿠퍼에게 덤벼들었다.

쿠퍼가 짊어지고 있던 짐을 모히칸에게 던졌다.

모히칸은 시야를 가리는 짐덩이를 향해 그대로 칼을 휘둘렀다.

자기 딴에는 짐을 반으로 가를 생각인 것 같았다.

하지만 짐의 내용물은 그의 생각보다 무겁고 단단했다.

- 깡!

“까앙? 으악!”

칼은 짐 덩어리를 가르기는커녕 오히려 반 토막 난 채로 바닥에 떨어졌다.

짐 덩어리는 그대로 날아가 달려든 모히칸을 깔아뭉갰다.

짐에 깔린 모히칸이 입에서 하얀 게거품을 뿜어내는 걸 보니 최소한 기절한 모양이었다.

쿠퍼는 기절한 모히칸에게 다가갔다.

다른 모히칸들은 짐에 깔려 당한 동료가 어이가 없었는지 그냥 쳐다보고만 있었다.

쿠퍼는 짐에서 금속 망치 2개를 꺼내 양손에 쥐면서 대꾸했다.

“이것들이 잘 먹긴 뭘 잘 먹어? 앙? 안 그래도 심란하던 참인데 화풀이하게 잘 걸렸다! 살풀이를 해주마!”

리에를 걱정하는 동안 속에 쌓인 게 제법 있었던 모양이었다.

쿠퍼가 사람 상반신만 한 금속 망치를 가볍게 휘두르자 모히칸들이 움찔했다.

그중 한 명이 뭔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어이. 저 녀석 혹시 4조가 의뢰받고 잡으러 갔다는 대장장이 아니야? 비슷하게 생겼는데.”

“비슷한 게 아니라 그놈이 아닐까?”

“그럴지도. 아무튼 위험한 놈 같은데.”

“생김새로 따지면 저놈이 우리보다 더 나쁜 놈 같지 않아?”

“그러게. 저런 덩치를 가진 대머리 대장장이가 흔한 것도 아니고. 허억!”

금속 망치가 수평으로 회전하며 모히칸들에게 날아들었다.

- 퍽! 퍼퍽!

모히칸 두 명이 금속 망치의 머리와 자루 부분에 맞아 단번에 절명했다.

“히익!”

“한 번 투척으로 두 사람이나!”

“도… 도망가야 하나?”

금속 망치 투척 한 번으로 두 명의 모히칸들을 잡은 쿠퍼가 으르렁거렸다.

“누가 대머리냐! 이 잡놈들아!”

“아니, 머리가 없으니까 대머리라고 했을 뿐인데…”

“머리가 좀 없긴 하지만 대머리가 아니다! 일하는 데 방해되니까 밀었을 뿐이라고!”

“그러니까 왜 우리에게 화를 내는 거냐고!”

억울하다고 항변하는 것에 대한 대답은 그의 입가로 떨어져내린 금속 망치였다.

“켁!”

“또 입을 열 사람이 있나?”

또 한명을 잡은 쿠퍼가 붉게 번들거리는 눈으로 나머지 인간 사냥꾼들을 노려보았다.

“뭐야, 저거… 무서워…”

“4조가 전멸당한 이유가 있었어! 하지만 이걸로 이겼다고 생각하지 마라! 우리들은 정찰대일 뿐이야. 본대가 근처에 있다고!”

쿠퍼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그게 뭐 무슨 상관이냐! 여기 없는 본대가 너희들을 살려주는 것도 아닐 텐데. 이거나 먹어라!”

“끄악!”

“살려줘!”

두 마디의 비명을 끝으로 입을 열 수 있는 인간 사냥꾼은 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쿠퍼가 땅에 떨어진 금속 해머를 집어 드는데 김검천이 다가왔다.

“쿠퍼.”

“왜 그러십니까?”

“놈들의 소원이 이루어진 것 같아서. 사람들이 다가오는 소리가 이 거리에서도 들리는 걸 보니 제법 인원이 많은 것 같군.”

“흥! 얼마든지 오라고 하십시오! 이런 녀석들 정도라면 100명 넘게 몰려와도 겁날 게 없지요!”

쿠퍼가 양손에 금속 망치를 잡은 채 전투태세를 취하는 걸 보고 김검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1만 명의 군대를 앞에 두고도 싸우려고 드는 역사 속의 장수 못지않은 모습이었다.

실제로 1만 명을 이기는 건 무리겠지만.

‘역시 전직이 군인이나 전투계열이었던 모양이야. 아니면 여기 대장장이는 원래 이런 건가? 뭐, 대장장이의 일도 잘하고 있으니 다른 것도 잘하면 좋은 거지. 나도 슬슬 움직여 볼까.’

인간 사냥꾼들이 말한 본대가 온다면 쿠퍼 혼자서는 힘들지도 몰랐다.

김검천은 자신이 나설 때를 위해 파워드슈츠의 상태를 확인하며 주위를 살폈다.

사실 주의를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인간 사냥꾼들은 자신들의 기척을 전혀 숨길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나타나기 시작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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