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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21화 (21/250)

21화

김검천은 그런 행동이 이해 안 가는 건 아니었다.

“하긴 사냥감을 두려워하는 사냥꾼은 없겠지. 물론 자신이 반대로 사냥당한다고 생각이 들기 전까지는 말이야.”

인간 사냥꾼들은 앞쪽에만 나타난 게 아니었다.

김검천과 쿠퍼가 있는 공터를 둘러싼 채 나타난 것이다.

도주하지 못하도록 두 겹으로 이루어진 포위망이었다.

쿠퍼가 앞뒤로 다급히 둘러보면서 말했다.

“김검천님. 포위당했습니다.”

“상관없어. 애초에 피할 생각도 안 했거든.”

“별 것 아닌 녀석들이라도 숫자가 이렇게 많으니 잘못하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100명정도는 자신했던 쿠퍼도 200명에 가까운 인원수를 보니 불안해진 모양이었다.

자신이 아니라 김검천이 걱정된 것 같아 하는 말이라서 기특해 보였다.

김검천이 느긋하게 앞뒤를 살피면서 입을 열었다.

“아까 그 녀석들은 자신들이 정찰대라고 했지만 미끼라고 부르는 게 적성에 맞는 것 같은데.”

“지금 너무 태연하신 거 아닙니까?”

“저런. 아쉽군. 이번 기회에 수천 명 정도는 만날 것으로 기대했는데.”

“김검천님!”

“쿠퍼, 너도 저런 녀석들을 상대로 무서운 건 아닐 텐데.”

“이 몸뿐이라면 겁날 게 무엇이 있습니까? 하지만 김검천님이 다치시기라고 하면 어쩝니까?”

“내가 너보다 강한 건 대충 알고 있을 텐데?”

“하지만 검이나 칼에는 눈이 없습니다. 괴물도 칼을 맞으면 죽는데 사람은 말할 것도 없지요.”

“내가 칼에 맞고도 죽지 않을 수도 있지. 난 리에와 다르니 과보호는 필요 없다고.”

“죄송합니다. 그만 옛날에 모시던 분이 생각나서 말입니다.”

“예전 일을 잊으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너무 과거에 잡혀 있어도 좋은 건 아니야.”

그렇게 대화 중인데 인간 사냥꾼들 중에서 한 명이 튀어나오더니 김검천을 향해 소리쳤다.

“이것들아! 우리가 나타났는데 뭐가 좋다고 둘이서 시시덕거리고 놀고 있냐?”

“뭔가. 인간도 되지 못한 자여?”

“뭐… 뭐라고?”

“귀가 막혔나? 인간 같지도 않은 것들이라고 했지. 그런 말을 다시 듣고 싶다니 취미 한번 고상하군.”

“건방진 자식이!”

“이 돌멩이보다도 하찮은 녀석들에게 시간을 할애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겨할텐데.”

김검천이 지면에서 튀어나온 손가락만 한 돌멩이를 발로 툭툭 건드리며 대꾸했다.

느껴지는 돌의 크기가 제법 마음에 들었다.

순식간에 무생물인 돌멩이 이하가 된 인간 사냥꾼이 화를 냈다.

“누가 돌보다도 못하다는 거냐!”

“그러면 어느쪽이 나은가 확인해 볼까? 물리적으로.”

“햐, 그딴 조그만 돌멩이로 뭘 하겠다는 거냐? 그런 걸 던지면서 반항이라도 할 작정이냐?”

김검천은 사냥꾼이 화를 내든지 말든지 돌 밑으로 발을 밀어 넣을 뿐이었다.

잠시 후 김검천이 발을 지면에서 치켜올리기 시작했다.

발이 점차 높게 올라갈 때마다 지면으로 빠져나오는 돌멩이의 크기는 점점 커져만 갔다.

조그맣던 돌멩이는 사실 사람 몸집만 한 큰 바위였던 것이다.

끝부분만 튀어나와 있었고 대부분은 땅속에 묻혀 있었던 것이고.

인간 사냥꾼에게 선물할 정도로 김검천의 마음에 들려면 이 정도 크기는 되어야 한 것이다.

마침내 바위 전체를 지면 위로 꺼내자 주위의 인간 사냥꾼들 얼굴이 모두 파랗게 변했다.

다섯 명은 달라붙어야 옮기는 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 크기의 바위였다.

그런 걸 김검천은 장난이라도 치듯이 발 하나만으로 바위를 꺼내든 것이었다.

김검천이 인간 사냥꾼을 향해 상냥하게 웃어 보였다.

“그러면 어디 한 번 반항을 시도해 볼까? 돌이 너무 작아서 화낸 거 같은데 이해해 줬으면 해.”

“아니야! 너무 커! 그런 게 가능할 리 없다고!”

“인간 사냥꾼님께서 입 밖에 내뱉은 말을 돌리면 되겠냐? 그러면 청소 시간이로군.”

김검천의 발이 뒤로 물러섰다가 바위를 향해 힘차게 뻗어 나갔다.

- 쾅!

사람 발이 바위와 부딪혔는데 오히려 바위의 한구석이 움푹 들어간 채 하늘을 날았다.

날개가 없는 물체라도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것처럼.

추락하는 것도 날개 없는 것들의 공통점이었지만.

“으아악!”

“으악!”

“…”

자신보다 더 큰 바위가 날아들자 인간 사냥꾼들은 포위망이고 뭐고 살기 위해 일단 튀었다.

그나마 도망칠 수 있었던 건 바위와의 매서운 포옹을 피한 자들뿐이었다.

바위가 날아간 방향에 있던 자들은 마지막 비명을 지르거나 그것도 못한 채 깔려버렸다.

단번에 수십 명을 그들이 있어야 할 곳으로 보낸 김검천이 남은 인간 사냥꾼들에게 말했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청소해볼까 하거든? 대청소는 가끔 해주는 게 청결 유지에 좋으니까. 깨끗해지면 기분도 좋아진다고.”

김검천의 기분과는 반대로 인간 사냥꾼들은 죽을 맛이었지만 말이다.

김검천의 첫 공격이 충격으로 다가왔는지 도발적인 말에도 사냥꾼들은 움찔거릴 뿐이었다.

그런 소극적인 태도가 마음에 안 든 인간 사냥꾼이 있던 모양이었다.

“뭐하고 있는거냐? 이런 쓸모없는 녀석들. 비켜라!”

서 있던 인간 사냥꾼 등 뒤로부터 거친 소리가 나더니 사람들이 길을 만들었다.

열린 길을 따라 세 명의 인간 사냥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 중 얼굴에 이상한 문양을 한 자가 인간 사냥꾼들을 지배하는 두목인 모양이었다.

쿠퍼가 다가와 속삭였다.

“조심하십시오. 저 세 녀석들은 여기 널려 있는 것들과는 다른 기세를 풍깁니다.”

“여기 있는 자들과는 다른 것 같긴 해. 이런 느낌은 저자들이 마나를 쓸 줄 알기에 드는 건가?”

“그걸 알아보시다니 대단하시군요. 특히 가운데 있는 저자는 강한 느낌이 듭니다.”

김검천과 쿠퍼가 말하는 도중 세 명 중 거구의 장한이 나오며 외쳤다.

그는 쿠퍼 못지않은 근육과 체격을 가진 자였다.

“이 몸은 이들을 거느리는 간부다. 너! 이런 짓을 하고도 그냥 넘어갈 줄 알았냐?”

그가 가리킨 건 양손에 피가 묻은 금속 망치를 들고 터질 듯 한 근육을 자랑하는 쿠퍼였다.

지금 일어난 일은 대부분 김검천이 한 것인데 말이다.

쿠퍼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황당해했다.

“엥? 이쪽은 그냥 정찰대 몇 명만 때려잡았을 뿐인데?”

“어?”

“에?”

거한을 비롯해 인간 사냥꾼들의 간부로 보이는 나머지 두 명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쿠퍼만 한 덩치의 거한이 소리쳤다.

“설마 저기 있는 덩치만 큰 꼬마가 이런 짓을 했다고? 두목, 믿어집니까?”

김검천이 입을 열었다.

“꼬마는 그쪽 아닐까.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조그만 녀석이.”

“뭐라? 이 자식이! 이걸 맞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나 어디 볼까?”

거한이 곤봉 모양의 금속 철퇴를 휘두르며 발끈했다.

덩치도 그렇고 하는 행동도 그렇고 여러모로 쿠퍼와 비슷한 녀석이었다.

그래서인지 쿠퍼가 싸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지 김검천에게 부탁을 해왔다.

“김검천님. 괜찮으시다면 제가 저 녀석과 겨뤄보고 싶습니다.”

“괜찮은 적수라도 본 듯한 얼굴이로군.”

“제 손에 들린 망치와 저놈이 든 철퇴. 무기도 그렇고 체격도 비슷해 보이니까요.”

김검천이 거한과 쿠퍼를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것도 좋겠지. 다만 저 녀석이 움직이면 너도 싸움에서 빠져라.”

김검천이 턱으로 3명의 간부 중 두목으로 보이는 자를 가리켰다.

거한의 절반도 안 되어 보이는 중년 얼굴의 키 작은 간부와 또 다른 모습이었다.

전신을 망토로 두르고 있던 그는 뺨에 이상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는데 기묘한 느낌이었다.

쿠퍼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는지 김검천을 향해 대답했다.

“아까 강해 보인다고 한 녀석이군요. 그래도 제가 저런 녀석을 못 이길 거 같이 보이십니까?”

“그거야 모를 일이지.”

“그러면 왜 피하라고 하시는 겁니까?”

“너와 실력이 비슷해 보여서. 실력이 별 차이가 없으면 이긴다고 해도 피해가 크니까.”

쿠퍼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말씀은 그냥 본 것만으로도 저 녀석들과 제 실력을 비교하실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건…나도 잘 모르겠군.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그건 몇 번이고 죽어가며 상대했던 괴물과의 전투덕분이었다.

어느정도 본능적으로 상대의 강함을 예측 가능하게 몸에 각인된 것이었다.

“마스터급 기사 정도가 되면 보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실력을 알아챌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난 마나 같은 건 익힌 적도 없다니까.”

“일단 말씀하신 건 기억해 두겠습니다. 그러면…”

- 쿵!

거한이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철퇴를 지면에 내리찍었다.

“뭐하는 거야? 싸우자는 거냐. 말자는 거냐. 뭘 의논하는지 몰라도 너희들 도망갈 길은 없다.”

“흥, 누가 도망간다는 거냐? 네 놈이나 꼬리를 말고 도망가지나 말라고!”

쿠퍼가 양 손에 망치를 쥐고서 나섰다.

거한은 그제야 쿠퍼가 덩치뿐만이 아니라 무기도 자신만 한 걸 쓰는 걸 알 수 있었다.

거한의 철퇴가 망치보다 조금 더 크고 길긴 했다.

굳이 차이점을 찾는다면 쿠퍼는 양 손잡이라 무기를 2개 쓴다는 것이다.

쿠퍼가 히죽 웃었다.

“오, 이 몸의 무기들을 보니 겁나나? 하긴 이 귀여운 녀석들을 맛보면 다들 조용해지더라고.”

“흥. 무기를 하나 정도 더 다루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한 번이라도 맞추면 그만이니까.”

거한이 먼저 쿠퍼를 향해 양손으로 무기를 잡은 채 돌격했다.

쿠퍼가 망치 2개를 가슴으로 끌어 올려 자세를 취하며 소리쳤다.

“선제공격인가? 겁이라도 먹은 모양이야. 덩치가 아깝군.”

“지금은 제멋대로 입을 연다만 죽으면 입 자체를 못 열 테지!”

“사냥꾼이 말대꾸? 네가 먼저 죽으면 한 30년쯤 후 침대 위에서 한 번쯤 생각해보도록 할까나!”

“하압!”

돌진하던 거한이 하늘 높이 들어 올린 철퇴를 쿠퍼의 머리를 향해 힘껏 찍어 내렸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공격이지만 힘을 실어 공격하기에는 가장 적합한 자세였다.

그만큼 공격의 파괴력도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돌격하는 속도에 철퇴의 무게를 실어 거한의 힘이 담긴 공격의 파괴력은 대단했다.

이제까지 거한이 상대한 자들은 방어를 하든 말든 관계없이 이 공격에 머리가 부서져 나갔다.

겨우 그 공격을 피해도 이어서 옆으로 후려갈기는 거한의 다음 공격에 쓰러졌고.

그렇기에 쿠퍼가 방어 자세를 취하자 거한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방어를 하더라도 내려치는 공격을 하는 쪽이 더 유리했기 때문이었다.

- 까앙!

두 명의 거구와 세 개의 무기가 부딪치며 불똥이 튀었다.

충격을 받은 쿠퍼가 이를 꽉 물었는지 입가에 피가 흐르고 근육이 파열하듯이 부풀어 올랐다.

거한의 눈이 정면에서 공격이 막힌 걸 믿을 수 없기에 커다랗게 떠졌다.

어찌 되었든 간에 쿠퍼가 거한의 공격을 정면에서 막아 낸 것이다.

십자 형태로 2개의 망치를 기울여 공격을 막아낸 쿠퍼가 입술을 비틀었다.

“이제는 네 차례로군. 이걸 맞고서 울지나 마라!”

“헉! 아직도 이런 힘이?”

쿠퍼가 지면을 박차며 힘을 겨루고 있던 거한을 힘껏 밀었다.

거한은 비틀거리며 중심을 잃었다.

쿠퍼의 망치는 거한의 좌우 방향 모두를 노리며 휘둘러졌다.

- 퍽! 우드득!

망치는 결국 거한의 가슴에 적중해 뼈가 부서지는 소리를 내게 만들었다.

왼쪽의 망치는 겨우 피했지만 오른쪽 방향으로 날아드는 망치는 피할 수 없어서였다.

뼈가 부서진 거한은 더 이상 철퇴를 들고 있을 수도 없는지 떨어뜨렸다.

거한은 쿠퍼에게서 멀어지고 싶은 모양인지 2명의 간부가 있는 방향으로 계속 뒷걸음쳤다.

승리를 앞둔 쿠퍼가 신이 나서 거한에게 달려들었다.

“벌써 끝이냐? 이 몸의 입에서 피를 나게 한 대가는 치러야 하지 않겠나!”

거한은 계속 뒷걸음쳐 쿠퍼와 거리를 벌리려고 들었다.

그렇게 뒷걸음치던 거한의 건장한 신체가 어느새 마르고 키가 작은 간부의 모습을 가렸다.

- 슉.

그 순간 녹색으로 물든 단검 2자루가 쿠퍼를 향해 날아들었다.

거한의 양쪽 옆구리를 베며 튀어나온 기습 공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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