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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24화 (24/250)

24화

자신하던 공격이 김검천에게 통하지 않자 두목은 혼란스러워했다.

김검천은 그를 주시하면서 미리내를 불렀다.

“방금 저 녀석이 둘로 분리된 것처럼 보였는데 내가 잘못 본 건가?”

[본체에서 비슷한 형태의 에너지가 투영되었기에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 마나라는 것을 응용한 기술인건가. 녀석의 필살기 같은 걸로 보이는군.”

김검천의 생각대로 두목이 사용한 건 마나를 이용한 기술이었다.

분영술.

상급 기사 정도 마나량이 있어야 가능한 기술로 마나로 자신과 같은 형태를 만들어 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분신으로 상대의 시야를 혼란시키는 기법이었다.

모습은 완전히 똑같지는 않았지만 몇 초도 안 되는 순간적인 상황에서는 충분히 쓸 만했다.

더욱이 마나를 이용하기 때문에 마나에 예민한 기사일수록 위험한 기술이었다.

김검천에게는 통하지 않았지만.

마나 플레임 소드에 이어 분영술까지 통하지 않은 두목이었다.

그래도 그에게는 아직 믿을 수 있는 게 남아있었다.

두목이 목소리를 쥐어짜면서 말했다.

“네 놈의 방어력은 대단하군. 하지만 이 몸도 아직 마나 보호막이 있단 말이지.”

“그게 뭐 어떻다는 거냐?”

“우리 무승부로 하지 않겠나? 어차피 서로에게 피해를 못 줄 텐데 말이야. 시간 낭비 말자고.”

인간 사냥꾼의 두목다운 뻔뻔한 말이었다.

김검천이 대답했다.

“뭘 모르는 것 같은데 난 방어보다는 공격을 더 잘한단 말이지.”

“누가 속을 것 같으냐? 네 녀석의 공격은 이 마갑의 보호막을 뚫지 못한다는 건 이미 알아!”

“아까 공격이 전부가 아니거든. 그러면 누구 말이 맞나 볼까나. 총탄 폭약형 선택. 암건 발동.”

- 투투퉁.

미약한 소음과 함께 닿기만 해도 폭발하는 탄환이 두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두목은 피하기 곤란한 공격으로 보였기에 차라리 마나를 끌어 올려 방어하기로 마음먹었다.

- 퍼퍼펑!

탄환이 목표와 부딪혀 폭발하는 소리가 무수히 들려왔다.

잠시 후 자욱한 흰 연기가 걷히며 일렁거리는 푸른 구 안에서 들어있는 두목이 보였다.

수백발이 넘던 폭약형 총탄은 마갑의 보호막에 막혀 버린 것이다.

두목이 턱을 높이 쳐들며 입을 열었다.

“기습 공격인가? 하지만 이 상급 마갑의 마나 보호막 앞에서는 그런 공격은 소용없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 관통에 특화된 총알에도 멀쩡했는데 광역 공격용 총탄에 당할 리가.”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도 공격했다고? 도대체 무슨 속셈인 거냐?”

김검천은 두목의 의문에 답해주기보다는 암건이 달려 있는 팔을 살피면서 물었다.

“미리내. 남은 실탄은 어때?”

[폭약, 철갑형의 실탄 보유량 30% 미만입니다. 사용 자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역시 실탄은 들고 다녀야 하니 파워드슈츠에 많이 넣을 수 없는 게 단점이라니까.”

[그러면 다음 무기로 교체하겠습니까?]

“에너지 형으로 하지. 좋은 실험대상이 있으니 이번 기회에 다양하게 테스트해야지 않겠어?”

대놓고 말했으니 대화를 듣게 된 두목의 얼굴이 이그러졌다.

“실험대상이라고? 감히 누구한테 하는 소리냐?”

“실험대상이 싫으면 과녁이라고 해줄까? 미리내. 에너지 탄으로 교체.”

[암건 에너지 형으로 변환 완료. 에너지를 양팔에 집중합니다.]

- 위이잉.

파워드 슈츠 내부에 있던 에너지 팩으로부터 두 팔의 암건에 에너지가 공급되었다.

그러자 끝부분이 약간 뾰족했던 실탄과는 달리 총구가 둥글게 펴졌다.

김검천이 양팔을 들어 올리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암건 발동.”

암건의 시동어를 말하는 순간 하얗게 빛나는 탄환이 총구로부터 무수히 튀어 나갔다.

실탄을 사용할 때보다도 몇 배는 더 많은 총알의 수였다.

그것은 두목이 어딘가로 몸을 피하려고 해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탄환의 비였다.

실제로도 빛의 총알은 소나기처럼 마나 보호막을 연신 두들기기 시작했다.

- 타타타타탁--!

두목은 불안한 눈으로 마나 보호막을 살펴보다가 얼굴을 폈다.

수천 발은 될 듯한 빛의 총알이었다.

그렇지만 위력은 그에 못 미치는지 여전히 마나 보호막을 뚫지는 못하고 있었다.

불안감은 남아있었지만 두목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크게 웃었다.

“하하하! 역시 마나 보호막이야! 꽤 대단한 공격 같지만 이 몸을 어찌하지는 못하는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공격은 이제부터 시작인데 말이야.”

“흥! 네 공격 따위는 전혀 소용없는 게 안 보이나? 이 몸은 꼼짝도 안 하고 있는데 말이지!”

김검천은 대답으로 두목에게 그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단순한 웃음에 불과했지만 두목은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인간을 노예처럼 부리던 그였지만 김검천이 그를 보는 시선은 더 냉철해 보였다.

두목이 발작하듯이 소리쳤다.

“도대체 무슨 의미냐! 그 미소는!”

김검천이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자신의 최후가 어떻게 될지 꼭 말로 듣고 싶다니. 취향이 한번 독특하다고 생각했거든.”

“헛소리! 이 몸의 마나 보호막에 네 공격 따위는 단순히 지나가는 소나기에 불과하다!”

그렇게 소리치고는 있지만 두목의 말소리에는 자신감이 없었다.

여전히 공격이 이어지고 있기에 마나 보호막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마나 보호막을 펼치고 있기에 이동하는 것조차 힘든 것이다.

쏟아지는 에너지 탄환 때문에 마나 보호막을 벗어날 수가 없어서였다.

자기 손으로 우리 속에 갇힌 꼴이 되어 버린 두목을 향해 김검천이 입을 열었다.

“소나기라? 마갑이라는 것도 결국은 마석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아 구동되는 물건일 텐데.”

“상급 마갑에 사용되는 마석은 반영구적으로 기동되는 만큼 에너지가 부족할 일은 없다!”

“평범하게 사용하면 그렇겠지. 그런데 네가 말한 소나기가 계속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물방울도 오랜 시간을 두고 계속 한 점으로 떨어져 내리면 바위에 구멍도 뚫어. 에너지 탄환이 물방울이라면 마나 보호막은 바위 같은 것이지. 그러면 서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문제겠지. 그런 의미에서 어느 쪽의 에너지가 더 많은지 한번 비교해 보고 싶지 않은가?”

김검천이 무슨 의도로 말을 했는지 드디어 이해한 두목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설마 이 마나 보호막이 사라질 때까지 공격을 계속 퍼붓겠다는 건가?”

“정답이야. 조금 틀렸긴 하지만 그 부분은 내가 직접 네 몸으로 알려주도록 하지.”

“아… 아니다! 그런 건 필요 없다!”

“호의를 사양하지 말라고. 정답을 맞힌 너에게 어울리는 최후가 기다리고 있으니. 미리내.”

[에너지 출력 상승. 탄속 증가. 탄환 구경 변경.]

김검천은 총구가 달린 양팔의 방향을 겹치도록 만들었다.

마나 보호막의 한 곳을 향해 발사되는 탄환을 집중시키려는 것이었다.

그렇게 공격 당한 마나 보호막의 한 곳이 서서히 푸른 기운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상급 마갑의 마나 보호막이라고 해도 역시 버티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모양이었다.

김검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급 마갑의 공격력과 방어력이라는 건 이 정도 수준이로군. 세이야가 파워드슈츠를 입어도 두목 정도의 수준이라면 해볼 만하겠는데.”

[세이야는 먼저 파워드슈츠 걸음마부터 떼는 훈련부터 해야 할 텐데요.]

“지금 못하는 것보다는 세이야의 가능성을 봐야지.”

김검천이 뭐라고 하든지 지금 두목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마나 보호막이 실시간으로 사라져 가는 것을 목격하는 중이었으니까.

두목은 마나 보호막이 뚫리는 순간에서도 어떻게 할 방도가 없어 비명만 질러야 했다.

“으아악! 이건 꿈이야! 꿈이라고!”

“하나 좋은 걸 알려줄까? 꿈은 이루어진다고.”

“이 자식이---!!”

안 그래도 힘든 와중에 분노에 정신마저 팔리자 마나 보호막은 제 역할을 할 수가 없었다.

마나 보호막이 사라지는 순간 무수한 에너지 탄환이 두목을 덮쳤다.

마나 보호막뿐만 아니라 상급 마갑이라고 해도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 캬캬캬캬컁!

“으아악!”

두목이 쓰러지자 김검천이 주변을 슬쩍 둘러보았다.

에너지 탄환에 나무든 바위든 다 박살 나버렸기에 모두 평지처럼 변한 상태였다.

그런 만큼 인간 사냥꾼이 만든 포위망 같은 건 남아있을 리 없었다.

[에너지 15% 이하 경고. 일반 파워드슈츠 정도로 파워를 내려 절약 모드로 이행합니까?]

“그 정도로 많이 소모되었어?”

[에너지를 사용하는 탄환을 마음껏 발사했으니까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래도 이 파워드슈츠 에너지 용량은 일반 파워드슈츠 에너지 팩보다는 몇 배나 크잖아.”

[그런 식으로 계산해 보아도 일반 파워드슈츠 에너지 용량의 60% 미만에 불과합니다.]

“거기다 다른 에너지 팩을 예비로 들고 왔는걸?”

[아까 받은 충격으로 에너지 팩에 흠집이 생겼습니다. 연결 시 폭발 가능성이 생겼고요.]

“이제는 에너지 팩이 아니라 에너지 폭탄이라고 불러도 되겠네.”

[그러니 남은 에너지 팩들은 버리고 가시는 게 좋을 겁니다.]

“전투는 가능하겠지?”

[이동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빼면 십여 분 정도의 전투까지는 괜찮을 겁니다.]

“그러면 아까 같이 이것저것 실험하는 건 무리겠네.”

쿠퍼가 다가와 아는 척했다.

“그래도 두목도 해치웠고 인간 사냥꾼 녀석들도 싸울 기색이 안 보이니 다 끝난 거 아닙니까?”

“쿠퍼, 해치웠다는 말을 하면 안 되거든.”

[그렇습니다. 보통 그런 말을 하면 적이 부활하거든요.]

쿠퍼가 활짝 웃었다.

“농담도 잘하십니다. 김검천님의 그런 공격에 살아남을 리가 없잖습니… 어라? 살아 있네요.”

김검천이 시선을 돌리자 바닥에서 꿈틀거리던 두목이 자리에서 일어서는 게 보였다.

“그 고스트인가 좀비인가 하는 언데드 류의 괴물이 된 것 같지는 않은데.”

[마갑이 대부분의 피해를 막아냈기에 아직 살아 있는 걸로 추정됩니다.]

머리처럼 개방된 부분은 마갑을 낀 손으로 에너지 탄을 막은 모양이었다.

살아 있다고 해도 중상을 입은 상태라 김검천은커녕 쿠퍼에게도 못 이길 것으로 보였지만.

김검천이 두목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아직 살아 있었나? 마갑이라는 게 나름대로 쓸 만한 물건이긴 하네.”

“네 놈들이 감히… 이 몸을 죽이지 않은 걸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 몸으로는 마물의 숲을 벗어나기도 힘들어 보이는데. 직접 손을 써서 안 죽여도 말이야.”

“크크큭. 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야겠지.”

“다른 사람이라고?”

“아까 인원 정도가 인간 사냥꾼 전부라고 생각했었나? 마침 올 때가 된 거 같군! 나와라!”

두목의 목소리가 사라지기 전 다시 수백 명의 인간 사냥꾼들이 숲에서 튀어나왔다.

그걸 보자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도망가려는 자세를 취하던 자들도 다시 되돌아오고 있었다.

두목이 거칠게 소리쳤다.

“회복약, 포션… 아무거나 가져와! 하나는 챙겨왔을 텐데?”

부하 한 명이 급히 달려와 대답했다.

“두목. 오면서 간부 한 분을 만났는데 급하다고 다 챙겨가셨는데요? 중독되었다고요.”

“뭐라고? 그놈이 살아 있었나? 큭!”

서 있기도 힘든 두목이 인상을 찌푸렸다.

“뭐, 좋아. 회복이나 그 놈은 나중에 처리하도록 하지. 먼저 저놈들을 없애도록 해라!”

“예! 두목!”

쿠퍼가 몰려드는 인간 사냥꾼들을 보며 김검천에게 물었다.

“아까보다 더 힘든 상황인데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곤란하군. 파워드슈츠 에너지도 별로 없는 데다가 실탄도 바닥났거든. 이대로 싸우다가는 놈들을 다 해치우지도 못하고 파워드슈츠의 에너지가 다 떨어지겠지. 설사 해치워도 돌아갈 정도의 에너지는 확실히 안 남을 것 같군.”

[김검천 함장님. 특수형 무기 장비가 남아있긴 합니다.]

그때 주변을 살피던 쿠퍼가 갑자기 소리쳤다.

“비가… 비가 내린다! 재해의 시작이야!”

하늘에서 강한 바람과 함께 축축한 액체가 떨어져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 말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는지 인간 사냥꾼들 중 한 명이 손바닥을 들어보았다.

손바닥으로 물방울이 떨어져 내리는 게 느껴졌다.

모여 있던 사람들 전부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진짜로 비가 오는데?”

“재해가 예상보다 빨리 시작되었어!”

“생각보다 일찍 온 재해라면 몇 시간 정도면 그칠 거라고. 이건 장마 전 소나기 같은 거니까.”

“누가 그걸 몰라? 당장 그 몇 시간 동안을 못 버티는 게 문제잖아! 여긴 밖이라고!”

김검천은 생각보다도 더 격한 인간 사냥꾼들의 반응에 의아해했다.

폭풍 같은 자연재해는 신경 쓰이는 건 당연했다.

보통 사람들이 감당해 내기에는 강대한 힘 아닌가.

하지만 쿠퍼나 두목까지 그러는 건 김검천으로서도 의외였다.

당장이라도 죽음이 그들을 데려가기 위해 찾아온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잠시 후 김검천도 비를 맞기 시작하자 그들이 공포에 질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빗방울이 지면으로 굴러떨어지지 않은 채 파워드슈츠에 붙어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김검천이 알고 있었던 평범한 비가 아니었다.

여기는 이세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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