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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28화 (28/250)

28화

[세이야에게 사용한 지식 주입기는 한계가 명백한 장치입니다.]

“나도 알아. 그걸 이용한 다른 방도가 없냐는 거지. 무리하게 주입하면 안 되겠지?”

[그러면 몸에 이상이 생깁니다. 같은 장치 사용해봤자 기존 지식이 사라지니 쓸모없고요.]

“별수 없네. 나중에 차단문을 열게 되면 그때 다른 방법을 찾아보도록 할까.”

[김검천 함장님. 이미 말했던 것이지만 원주민에게 너무 많은 지식 주입은 위험합니다.]

“필요 이상의 지식 전수는 없을 거야. 함 내 모든 것들은 내 제어 아래에 있잖아.”

[그건 그렇습니다. 하지만 사용하려면 먼저 문부터 열어야겠네요.]

“먹을 것이 눈앞에 있는데 병에 담겨서 병뚜껑을 못 열어서 먹지 못하는 상황인 건가.”

[그렇다고 병을 깰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그래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요.]

“그건 그렇지. 일단 마을에 다녀와서 다시 생각해 보자고.”

김검천은 파워드슈츠의 수납공간을 가볍게 두들겨 보았다.

쿠퍼가 쓸 곳이 있을 거라고 이 안에 이것저것 넣어준 것이다.

부피가 큰 건 어쩔 수 없이 들고 간다해도 간단한 귀중품 정도는 수납할 수 있었으니까.

김검천 일행이 함선을 떠날 무렵 다른 곳에서 출발한 다른 자들도 있었다.

인간 사냥꾼 본거지로부터 말이다.

***

“크륵!”

사람들이 검과 창을 들어 열심히 베고 찔렀지만 트윈헤드 트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트윈헤드 트롤은 몸에 흐르는 푸른 피를 신경 쓰지 않고 마구 주먹을 휘둘렀다.

작은 동물들이 든 것에 맞는 게 좋은 느낌은 아니었지만 위협적이지는 않았으니까.

날뛰는 괴물에 의해 인간 사냥꾼들이 어찌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주술사가 뒤에 있는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들이 여기까지 오게 된 원흉인 테이룬과 영주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영주가 데려온 기사들과 종자들까지 따라온 상태였고.

물론 주술사가 가장 신경 쓰이는 건 무표정한 얼굴로 전장을 바라보는 테이룬이었다.

주로 주술사에게 말을 하는 건 짜증 난 듯이 참견하는 영주였지만.

지금만 해도 테이룬은 가만있는데 영주가 주술사에게 말을 걸었다.

“이 무능한 것들아.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냐? 그깟 괴물 하나 처리하지 못해?”

“영주님. 트윈헤드 트롤은 보통 괴물이 아닙니다.”

“흥, 저런 괴물 따위는 호위 기사 몇 명만 있어도 금방 처리할 수 있다!”

주술사는 기가 막혔다.

인간 사냥꾼들이 호위 기사 같은 능력이 있으면 보통은 이런 곳에 있을 리 없었다.

두목이나 간부처럼 나쁜 짓을 하는 게 더 좋거나 쫓기는 몸이니 또 몰라도.

주술사는 욕이 나오는 걸 참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호위 기사가 대단하면 저 괴물이나 처리하게 하시지요.”

“그러면 이 몸은 누가 지키나? 네 놈들이 한심하니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지!”

“실력자 대부분이 죽었기에 길잡이 역할이나 하라고 분명히 들었습니다만?”

주술사와 영주의 목소리가 높아지려는 무렵이었다.

테이룬이 딱 잘라 말했다.

“영주, 호위 기사를 보내 처리하도록 하시오. 시간이 없소.”

“아이고, 테이룬 경. 현명하신 말씀입니다. 저도 마침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요. 너희들!”

그러자 호위 기사 5명이 기다렸다는 듯 검에 마나 소드를 만들며 뛰쳐나갔다.

중급 기사 2명과 중급을 앞둔 하급 기사 3명이었다.

영주가 손바닥 뒤집듯 자기가 한 말을 바꾸는 것에 주술사는 어이가 없었다.

물론 제멋대로 사는 영주가 주술사의 노려보는 시선 따위를 신경 쓸 리 없었다.

테이룬의 시선이라면 또 모를까.

“테이룬 경. 이런 누추한 곳까지 직접 걸음을 옮기게 되어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이 모든 게 능력도 없는 저급한 것들 때문에 일어난 일이군요.”

“상관없다. 그보다 이동 속도가 느리니 앞으로는 기사도 인간 사냥꾼과 같이 움직이게 해라.”

“누구 말씀인데 어기겠습니까? 그런데 한 명 정도는 제 호위로 돌려도 될까요?”

“지금 누가 네 옆에 있는지 기억해둬라.”

“생각해 보니 호위 따위는 필요 없을 것도 같군요.”

“그보다 사람을 너무 많이 동원한 것 같군. 인간 사냥꾼들은 그렇다 치고 종자들까지…”

테이룬은 영주가 벌인 행동이 마음에 안 들었다.

지금 벌이는 일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테이룬만 알고 있긴 했어도.

테이룬이 인간 사냥꾼들에게 이번 일을 맡긴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비밀은 사람이 적을수록 지켜지기 쉬운 것이다.

영주가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냥 평소처럼 녀석들의 본거지에 잠시 들리는 게 아니니까요. 마물의 숲으로 진입해서 제법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니 따로 그만한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준비했다는 물품 대부분이 영주를 위해 사용되는 것 같으니 하는 소리요.”

테이룬의 눈길이 닿는 곳에는 사람 수십 명은 들어갈 만한 대형 텐트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텐트 못지않은 부피의 짐들을 종자들이 운반 중이었고.

숲에서 어디다 쓰려고 동물 가죽을 씌운 의자나 화려한 비단옷을 챙겨온다는 말인가.

지적당한 영주가 어색하게 변명했다.

“죄송합니다. 나름 검소하게 꾸린다고 준비한 것입니다만….”

테이룬이 영주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좋소. 다만 저런 걸로 문제가 생기면 각오해야 할 거요.”

테이룬은 입을 다물고 기사들의 합공에 트윈헤드 트롤이 쓰러지는 모습을 눈에 담았다.

시간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에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후, 김검천인가 하는 녀석만 아니었다면 일이 이렇게 꼬이지는 않았을 텐데.”

***

김검천은 손등으로 귀를 문질렀다.

“누가 내 이야기라도 하나? 왜 이렇게 가렵지?”

동행하던 세이야가 지체 없이 대답했다.

“쿠퍼 아저씨 아닐까요?”

“하긴 함선 내에만 있어야 하는 쿠퍼가 나에 대해서 불평을 할 수도 있겠지…음?”

김검천은 세이야의 대답에 대꾸하다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남이 제 말을 한다고 느낄 때 귀가 가렵다는 말은 우리나라에서나 있는 표현이었다.

그런데 그걸 바로 알아듣고 대응하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김검천이 질문을 던지려고 하는데 세이야가 갑자기 속도를 내어 뛰쳐나가며 외쳤다.

“보세요. 저기가 자유의 마을이에요. 우리 빨리 가요!”

김검천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직 아이 같은 천진함이 남아있는 세이야였다.

‘뭐, 언어 번환기가 열심히 일해서 비슷하게 번역해 알려준 건지도 모르겠군.’

김검천은 세이야의 말대로 점차 윤곽을 드러내는 마을을 향해 걸음을 빨리했다.

예전 세이야가 살던 마을에 비하면 자유의 마을은 상대적으로 도시와 같아 보였다.

마을 주위를 둘러싼 벽도 사람 키 정도로 대충 세워진 통나무 울타리 따위가 아니었다.

4미터는 될 듯한 높이의 나무 벽과 통나무가 2겹으로 겹쳐져 있어 튼튼해 보였다.

저 정도면 괴물이 들어오는 건 물론이고 사람이 나가는 것도 힘들 것이었다.

세이야도 그걸 보며 놀랐는지 김검천에게 말을 걸었다.

“영지에 있는 성벽 같은 느낌인데요? 물론 성 쪽은 돌로 되어 있으니 더 튼튼하겠지만요.”

“이 정도면 트윈헤드 트롤도 쉽게 부수지는 못하겠군. 오우거 정도는 돼야 할 거 같은데.”

“사람이라면 부수기는커녕 벽을 넘어가기도 못할 거 같네요.”

벽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마을에 들어가려면 특정 구역의 출입문으로만 통과해야 했다.

세이야가 먼저 출입문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나무 벽 안쪽에서 한 사람이 나오더니 세이야를 묘한 눈초리를 보면서 물었다.

“꼬마야. 너 혼자서 여기에 온 거냐? 미아냐?”

“그건 왜 묻는데요? 여기는 신분 검사 같은 거 안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신분 검사가 아니야. 여기에 오기에는 아직 어린 거 같아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거지.”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요? 뭐, 말하자면 제 뒤에 계신 분하고 같이 왔는데요.”

“네 뒤? 헉!”

경비를 서던 사람이 김검천을 보고 깜짝 놀랐다.

파워드슈츠를 장착한 김검천만 한 덩치를 보고 평정심을 유지하기에는 힘든 모양이었다.

보통 마을은 아니라지만 수도의 경비병도 아니고 이런 곳을 지키는 자였으니까.

“마…마갑? 기사분 같은데 무슨 일로 이런 누추한 곳까지 오셨습니까?”

“기사든 아니든 난 이런 곳에 오면 안 되나?”

“아닙니다요. 가끔 기사 분들도 마을에 방문하시긴 하지요. 자자, 어서 들어가시지요.”

“시간 낭비 안하게 환영해줘서 고맙군.”

김검천이 먼저 들어서자 세이야가 지나가면서 그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지나쳤다.

둘이 모습이 멀어져가자 경비를 서던 사람이 투덜거렸다.

“젠장, 얘 혼자 왔으면 팔아치울까 했는데 기사랑 같이 오다니. 기사라도 해도 이 안에서 소동을 피우면 그때는 별수 없겠지만.”

김검천은 충분히 거리가 벌어져 있는 와중에도 그가 말한 내용을 다 들을 수 있었다.

미리내가 김검천에게 알려준 것이었다.

[기사라고 해도 이 안에서는 별수 없을 거라고 합니다.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네요.]

“여기서 이 정도 규모의 마을을 만들어 유지하고 있으니 뭔가 숨겨진 비밀 정도는 있겠지.”

[이 마을의 권력자는 근처 영지의 영주나 귀족 같은 자들과 인연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그런 비밀도 흥미 있지만 지금 중요한 건 필요한 물건을 구할 수 있나 없나 하는 거니까.”

마을 안의 지면이 대부분 나무판자 같은 걸로 덮여 있는 거리가 꽤 별나 보였다.

입구라지만 마물의 숲 안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마을이 번화해 보이는 건 이상해 보였고.

자유롭기는 한 것인지 낮인데도 술이라도 먹었는지 비틀거리며 걷는 사람이 보였다.

한쪽에서는 돈을 걸고 내기를 하는 자들도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목에 두꺼운 목걸이를 하고 있는 자들이었다.

옷차림이야 다양했지만 하나같이 삶에 대한 의지가 없어 보이는 게 특징이었고.

김검천이 세이야에게 말을 걸었다.

“저 사람들은 뭐지?”

“저도 마을에 대해 이야기만 들었지 실제로 온 건 처음이라서… 아, 목걸이를 보니 저들은 자유를 박탈당해 이 마을에서 가장 아래 계급인 자들이네요.

“자유의 마을에서 자유를 박탈당한 사람들이라니 모순적이군.”

“저들은 자신의 의지로 자기 자유를 처분한 몸이라더군요. 그래서 참견하기도 그렇고요.”

“마을의 두 번째 규칙과 관련 있는 건가. 서로의 동의가 있다면 뭐든 되는 모양이군.”

“그래도 노예보다는 조금은 낫지요. 노예는 이마에 불에 달군 인장부터 찍고 보거든요.”

“세이야, 너도 조심할 필요가 있겠다. 아까 경비병부터가 의심스럽게 행동했지.”

“하긴 이곳 사람들은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르지요.”

“자신의 자유를 너무 과신하는 자들이 모여 있는 곳인가. 세이야, 내 곁에서 멀리 떨어지지 마라.”

“가능한 주의할게요. 아, 저기 물건 파는 곳이 있네요.”

세이야가 근처의 주변 상점을 돌아다니며 가져온 돈주머니를 푸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는데 누군가가 뒤쪽에서 김검천을 향해 뛰어드는 모습이 보였다.

김검천은 알아챘지만 피할 가치도 느끼지 못했기에 그냥 서 있었다.

트윈헤드 트롤이 전력으로 달려들어도 충분히 힘을 겨룰 수도 있는 김검천인 것이다.

고작해야 사람 한 명이 달려오는 것 정도는 아무 문제 될 게 없었다.

- 퍽.

미미한 진동에 김검천이 고개를 돌려 보니 가죽 갑옷을 입은 어떤 남자가 땅에 뒹굴고 있었다.

김검천에게 힘껏 돌진해서 넘어트리고 했던 모양인데 타격을 입은 건 오히려 그였다.

김검천은 넘어지면서 어디를 크게 다쳤는지 낑낑거리는 그에게 다정하게 물어봐 주었다.

“보아하니 아픈 모양이로군.”

“당연하지! 보면 모르냐?”

“몸이 아니라 네 머리가 말이야. 그게 아니면 나를 향해 일부러 돌진할 생각은 못 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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