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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29화 (29/250)

29화

부딪힌 충격이 컸는지 겨우 일어서면서도 가죽 갑옷의 남자는 오히려 화를 냈다.

“뭐라고? 그런 곳에 멍하니 서 있는 네가 잘못인 것이지!”

“이런 곳? 사람이 잘 다니지도 않는 외진 곳에 서 있는 것이 문제라는 건가?”

김검천이 고개를 슬쩍 돌려보았다.

그가 서 있던 곳은 마차가 지나가도 될 정도로 넓었고 길 주변은 한산하기 짝이 없었다.

적어도 여기에 서 있다고 누군가 부딪힐 정도는 절대로 아니었다.

일부러 와서 부딪히지 않은 이상은 말이다.

“물론이지. 여기에서는 네가 누군가에게 부딪히지 않게 조심했어야 하는 거라고!”

“그러면 내가 너한테 우연히 부딪혀도 문제 될 것도 없겠군.”

김검천이 천천히 다가오자 살짝 겁을 먹은 가죽 갑옷의 남자가 말을 더듬었다.

“아니… 그건 알면서도 하는 거니까 잘못된 일이 아닐까?”

“아니지. 나도 우연히 너와 부딪힐 예정이 있을 뿐이니까.”

“잠깐만! 싸우자는 게 아니야. 그냥 위로비와 치료비만 내놓는 걸로 타협하지 않을래?”

“그게 목적이었나. 왜 시비인가 했더니 자릿세를 내라는 거였군. 사람을 봐가며 할 것이지.”

김검천이 고개를 숙여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그림자만으로 사람을 가릴 정도의 체구가 내려다보자 남자가 흠칫하면서도 입을 열었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었다.

“덩치 좀 크고 기사면 다냐? 우리 동료 중에서도 너처럼 마나를 쓰는 사람도 있다고!”

“마나를 쓴다니 대단한 동료군. 그러면 넌 어떤데?”

“어… 음… 아무튼 이 몸의 동료가 널 가만두지 않을 거라니까?”

“아하, 넌 별것도 아닌데 입만 살아 있는 거구나. 그러니 계속 동료만 찾는 거고.”

“아니야! 아니라고!”

“네가 자릿세를 받고 싶으면 나를 이겨보던가. 그러면 요구했던 돈의 100배도 줄 수 있지. 그러고 보니 마을의 규칙 중 하나는 서로 동의 아래 싸우는 건 괜찮다고 했었지?”

“그… 그건, 두고 보자! 동료에게 일러서 데려올 거라고!”

“다시 보게 되면 후회할 텐데?”

남자가 도망치자 김검천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 소동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었다.

방금 같은 일은 너무 흔해서 그런 건지도 몰랐다.

물론 사람들이 한쪽에 몰려 있는 걸 보니 또 다른 이유도 있는 것 같았다.

그곳에서는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일이 한창이었으니까.

사람들에게 배당표와 돈을 교환해 도박판으로 만든 사람도 있었다.

이 마을에서는 그런 일이 유희라도 되는 듯이 말이다.

심지어 그 사람들 중에서는 목걸이를 차고 있는 자들도 있었다.

모여 있는 사람들은 전부 피에 굶주리기라도 한 듯 외쳤다.

“죽여! 죽여버려! 용병이면 용병답게 싸워라!”

“너에게 걸었다! 잘 싸워라!”

“한방! 딱 한 방이야!”

“웃기지 마! 덩치가 전부는 아니라는 걸 보여줘!”

싸우고 있는 남자들 중 한 명은 평범한 키에 양손에 장검과 방패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그의 피 묻은 장검을 보니 이미 상대를 향해 공격을 몇 번 성공시킨 듯했다.

그를 상대하는 거한은 두 손으로 상반신만 한 전투용 도끼, 배틀 엑스를 들고 있었다.

덩치만큼 끈질겨서인지 장검에 찔려 피투성이인데도 여전히 싸우려고 드는 중이었고.

평범하게 생긴 남자가 방패 뒤로 장검을 감추며 도끼 든 거한에게 입을 열었다.

“이제 마무리를 지을 때군. 맞지도 않는 도끼 따위는 들고 다닐 무기가 아니라니까.”

“그딴 이쑤시개 같은 검에는 몇 번 더 찔려도 끄떡없다. 하지만 넌 한 번만 맞으면 죽지!”

무기를 든 두 남자가 상대의 목숨을 노리고 돌격했다.

도끼가 내리쳐지고 방패 뒤에 숨겨진 검이 뛰어올랐다.

“끄악!”

“크하하!”

비명과 환호는 오직 한 사람을 위한 것이었다.

장검은 거한의 배를 관통하고 등 뒤로 튀어나왔다.

내려친 도끼는 빗나가 죄 없는 땅바닥을 찍었을 뿐이었다.

비명을 지른 거한이 마침내 움직임을 멈추자 남자가 관중을 향해 뒤돌아서며 소리쳤다.

“봤지! 도끼 같은 건 안 맞으면 그만이라고! 역시 무기는 검이 최고지!”

“우와와!”

“최고다!”

남자가 두 손을 번쩍 들고 관중들의 환성을 만끽했다.

몸이 장검에 찔린 거한의 손이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거한은 장검에 관통당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었다.

- 쾅!

거한의 움켜쥔 양 주먹이 그대로 남자의 머리통을 내려찍었다.

남자는 그대로 목이 부러진 채로 쓰러졌다.

거한이 입에서 피를 흘리며 웃었다.

“흐흐흐, 다들 잘 보았지? 제대로 된 무기는 한 번만 제대로 맞아도 죽잖아…”

말을 끝낸 거한도 그대로 쓰러져서 움직임을 멈추었다.

관중들이 거칠게 소리쳤다.

“뭐야, 둘 다 죽은 거야?”

“그러면 내기는 어떻게 돼?”

“어떻게 되기는. 승자가 아무도 없으니 돈은 주최자가 먹는 거라고. 야! 판돈 쓸어라!”

“뭐? 이런 멍청한 놈들. 너희들 때문에 돈만 날렸잖아!”

사람들이 투덜거리면서 사방으로 흩어져갔다.

이곳에서 사람이 죽은 건 단순히 구경거리에 불과하다는 듯한 태도였다.

사람들이 모여 쓰러진 남자와 거한을 모두 들고 이동했다.

‘자유’라는 글자가 적힌 옷을 보아하니 마을 내에서의 일을 처리하는 자들로 보였다.

두 사람이 흘린 피가 나무 바닥 위 여기저기에 고일 정도였으니 할 일이 많아 보였다.

잠시 후 근처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온 세이야가 다가왔기에 김검천은 고개를 돌렸다.

“김검천님. 기다리셨지요?”

“아니다. 마을의 첫째 규칙이라는 게 얼마나 쓸모없는 것인지 확인할 수 있었으니 말이야.”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가게 안에서 물건을 산다고 정신이 없었거든요.”

“뭐가 일어났는지는 저기에 있는 피만 봐도 알 수 있을 거… 음?”

김검천이 가리킨 곳은 그저 나무가 깔린 바닥에 불과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곳과 다른 곳에 피가 고여 있는 걸 김검천이 두 눈으로 목격했었다.

세이야와 대화하기 위해 잠깐 시선을 돌렸을 뿐인데 그사이 깔끔해진 것이다.

방금 전 마을의 사람들이 바닥을 청소한 것도 아니었다.

김검천뿐만 아니라 세이야의 눈에도 깔끔하게 정리된 나무 바닥밖에 보이지 않았다.

“김검천님. 제 눈에는 나무가 깔린 바닥밖에 안 보이는데요?”

“나도 그렇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피가 고여 있을 정도였는데 이제는 깨끗해졌군.”

세이야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입을 열었다.

“혹시 클린 마법 때문이 아닌가 하네요. 청소 전용 마법이 따로 있거든요.”

“그런 마법도 있는 건가. 알아서 지저분한 걸 치워주기라도 하는가 보군.”

“간단한 마법이라서 많이 쓰거든요. 마을 바닥이 나무인 이유가 그것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특정 소재를 이용하면 마법을 더 쉽게 사용하고 쓰이는 마나도 절약되거든요.”

“그래야 반영구적으로 마법을 쓸 수 있다는 말인가. 바닥이 나무인 게 흔한 일이 아니었군.”

“저도 경험이 많은 건 아니지만 집 안도 아니고 마을 안 지면을 나무로 깐 건 처음 보았어요. 수도 성벽 안 도시의 바닥은 돌로 깔려져 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요. 그보다 김검천님. 마석이 있는 가게를 발견했는데 같이 가보실래요?”

“잘했다. 세이야. 다른 것도 중요하지만 이곳에 온 건 마석이 가장 큰 이유이니까.”

“헤헤. 그러면 제가 먼저 흥정해 볼게요. 말만 잘하면 좀 싸게 구할 수 있는 것 같더라고요.”

“마석의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니까 가능하면 흥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좋은 생각이로군.”

“저에게 맡겨만 주세요! 아예 가게를 탈탈 털어 마석을 구해볼 테니까요.”

가지고 있는 돈을 다시 한번 확인하던 세이야가 가게로 달려갔다.

그를 따라 김검천이 들어간 가게 안은 여러 가지 신기한 물품들이 잔뜩 놓여있었다.

유리병 안의 걸어 다니는 돌멩이부터 새장 안에서 갇힌 채로 날아다니는 불꽃까지.

마석도 파는 가게라서 그런지 이곳에서 판매되는 물건도 보통은 아닌 것 같았다.

물건을 간단히 살핀 김검천이 안으로 들어서니 세이야가 가게 주인과 대화 중이었다.

번질거리는 카운터 위에는 수정구 하나와 거래 물건 같은 마석 부스러기들이 놓여있었다.

세이야가 황당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런 마석 조각 1개에 2골드요? 2골드면 4인 가족 1달 생활비라고요. 실버나 쿠퍼도 아니고.”

“손님. 아껴 쓴다면 1달 생활비로 2골드 정도겠지요. 좀 쓴다 싶으면 4, 5골드는 나올 텐데요.”

“그런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이런 건 고블린을 잡아서 나온 마석 품질도 못 미친다고요.”

“누가 뭐랍니까. 손님이 꺼낸 돈으로는 이런 것 정도 밖에 못 산다는 말이지요.”

“돈이면 된다는 말이네요. 이래도요?”

세이야가 가지고 있는 돈주머니를 카운터에 올린 후 입구를 풀어헤쳤다.

돈주머니 속에 있는 두둑하게 들어 있는 골드와 실버가 누렇고 하얀빛을 발했다.

100골드는 충분히 되어 보였다.

그 돈은 세이야가 마을을 나설 때 들고나온 전 재산이었다.

카운터 위에 쌓인 돈을 본 가게 주인이 흐뭇하게 웃었다.

“진작 보여주시지요. 그러면 이런 쓰레기들을 안 보여 줬을 텐데. 밖에 놔둔 건 훔쳐 가기 힘들거나 싼 물건밖에 없거든요. 여기에는 워낙 도둑이 많아서 말입니다.”

가게 주인이 카운터 밑에서 상자 하나를 꺼내 열어 보였다.

그 안에는 거의 손가락 한 마디 이상 되는 마석들이 푸른 기운을 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이야는 고개를 저었다.

“평소라면 이 정도로 만족했겠지만 지금은 더 좋은 게 필요해요.”

“이걸로도 안 된다고요? 이 정도면 하급은 될 텐데. 도대체 어느 정도를 원하는 거요?”

세이야가 김검천이 오우거로부터 얻어낸 약간 둥근 모양의 마석을 꺼내 들었다.

오우거에게 얻은 마석치고는 품질이 나빴지만 그래도 꺼낸 하급 마석들보다는 훨씬 나았다.

“적어도 이것보다는 좋은 게 필요합니다. 이것과 꺼낸 돈을 다 합치면 충분하겠지요.”

“이 크기에 진한 푸른빛이라면 아슬아슬하지만 중급은 될 테고 거기에 돈까지. 물론입니다.”

세이야가 자신 넘치는 표정으로 김검천을 돌아본 후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것보다 좋은 물건은 있나요?”

“물론이지요. 마침 좋은 마석이 들어왔는데 주인이 될 자가 온 것 같군요.”

가게 주인이 뒤편에 있는 상자를 하나 치우더니 금고 하나가 드러났다.

가게 주인이 짧게 외쳤다.

“오픈!”

-달칵.

마법에 걸린 금고였는지 문은 저절로 열렸다.

가게 주인은 그 안에서 다시 소중하게 보관된 상자 1개를 꺼내 들었다.

상자를 열자 오우거에서 얻은 마석보다 더 제대로 된 중급 마석이 보였다.

세이야가 가게 주인에게 말했다.

“일단 이 정도면 되겠네요. 그런데 혹시 마법사인가요? 금고 열 때 주문도 외우셨고요.”

“마법사는 아닙니다. 금고가 마법 도구라서 가능한 일인 것이었지요. 마석이 진짜인가 의심스러워 그런 말을 한 건 이해가 됩니다.”

“예. 평범한 돌멩이에 빛나는 마법을 걸어 마석이라고 속이는 자들이 있어서 말이지요.”

“무슨 소리인지 압니다. 다른 곳에서는 가게가 속한 길드나 영주에게 항의라도 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사기를 쳐도 들키지 않으면 아무 문제도 없으니까요.”

세이야와 가게 주인의 시선이 마주쳤다.

여기서는 속는 자가 바보인 마을인 것이다.

먼저 입을 뗀 것은 세이야가 아닌 가게 주인이었다.

“별수 없군요. 그러면 제가 한 발짝 양보할 수밖에요. 이 계약용 마법 양피지를 사용하지요.”

“계약용 마법 양피지라면 해당 조건의 계약은 무조건 이행해야 한다는 그것 말이군요.”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양피지의 마법이 어긴 자를 공격하니까 죽기 싫어서라도 지켜야지요. 안 죽더라도 저주를 달고 다니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요.”

세이야는 계약용 마법 양피지를 사용한 경험은 없지만 들어본 적은 있었다.

세이야가 미심쩍은 눈초리로 물었다.

“그 마법 양피지 하나에 하급 마석 1개 가격은 될 텐데요? 그걸 공짜로요?”

“여기서 중급 마석을 살만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이걸 팔면 그래도 충분히 남지요.”

“좋아요. 계약하지요. 그러고 보니 성함이?”

“프리라고 합니다.”

세이야와 프리가 마법 양피지에 손을 올려두고 입을 열었다.

서로의 동의가 없으면 계약용 마법은 발동하지 않았다.

“세이야는 오우거의 마석과 가지고 있는 모든 돈을 거래로 넘긴다.”

“프리는 세이야가 마석과 모든 돈을 넘겨주었을 때 꺼낸 중급 마석을 거래로 넘긴다.”

“누군가 계약을 어겼을 때는 해당 거래 물품을 그냥 넘겨주도록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둘 다 어떤 일을 당해도 무방하다.”

“동의합니까?”

“동의합니다.”

둘이 말을 끝내자 프리가 양피지를 찢었다.

- 찌익.

양피지에서 나온 푸른빛이 세이야와 프리의 머리 위에 감돌았다.

이제 계약이 끝날 때까지 마나의 힘이 계약을 주관할 것이었다.

프리가 먼저 중급 마석이 담긴 상자를 세이야에게 넘겼다.

세이야도 마석과 돈주머니를 프리에게 넘겼다.

그때 프리가 세이야에게 별 것 아니라는 듯 말을 걸었다.

“아차, 그러고 보니 거스름돈으로 실버 하나만 먼저 챙겨가 주시겠습니까?”

“예. 그럴게요.”

세이야가 별생각 없이 돈주머니에 손을 가져가는 순간이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김검천이 급히 말했다.

“세이야, 돈주머니에서 손을 떼라.”

처음 보는 광경이라 그런지 주의 깊게 지켜보던 김검천이었다.

양피지에서 나온 푸른빛은 여전히 세이야와 프리의 머리 위에 감돌고 있었다.

세이야가 돈주머니에 손을 넣어 실버 하나를 집어 드는 순간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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