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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31화 (31/250)

31화

김검천이 입가에 게거품을 물고 기절하려는 프리를 보고도 딱 잘라 말했다.

“아직 무슨 상황인지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로군. 그러고 보니 이마에 인장을 찍어야 노예라던데. 우리 노예는 이 근처에서 불에 달군 인장 있는 곳을 알고 있나?”

하얗게 눈이 돌아가려던 프리가 기절도 못 하고 정신을 차렸다.

“아닙니다. 아닙니다요. 뭐든지 말만 하십시오. 제발 노예의 인장만은!”

안 그래도 사람 생명의 가치가 낮은 이 세계였다.

심지어 노예는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으니 아니니 죽여도 돈 몇 푼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노예의 인장이 찍히는 순간 사람으로서 지위는 사라지고 물건이 돼버리는 것이다.

노예가 될 바에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악덕 상인인 프리가 생각할 정도였다.

김검천이 애원하는 프리에게 말했다.

“난 관대하다. 무조건 노예를 삼는다든가 하지는 않아. 그렇다고 내가 착한 것도 아니지. 너에 대한 처우는 하는 행동을 보고 결정을 할 거다.”

“옙! 뭐든지 말만 하십시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김검천님!”

“그러면 넌 앞으로 내가 필요한 정보와 물건을 알아서 조달해와. 특히 마석 등을 중심으로.”

“알겠습니다. 그러면 물건이나 정보 가격은 어떤 방법으로 지불하시겠습니까?”

김검천이 피식 웃었다.

말하는 걸 보니 아직 혼이 덜 난 모양이었다.

“지불이라. 그런 건 아다만임 검의 가격에서 빼주도록 하지. 정보는 덤으로 받도록 할거고.”

“그러면 제가 손해 보는 느낌입니다만. 아니, 손해거든요? 정보라는 게 돈이 되는 건데.”

“싫으면 노예가 되던가.”

“그러고 보니 예전부터 정보를 덤으로 드리고 싶었지요! 물건도 원가로 넘겨드리겠습니다!”

“노예가 되면 그런 고민도 안 해도 될 텐데 아쉽군. 아, 원가라니 일단 이 하급 마석들부터 가져가도록 하지.”

“대량 구매하셨으니 할인도 따로 해드리겠습니다!”

“음. 좋은 자세다. 앞으로도 잘 부탁하지.”

그 말을 끝으로 머리 위에 있던 마나가 프리의 목에 모이더니 목걸이 형태로 변했다.

이제 프리는 김검천이 풀어주지 않은 이상은 평생 동안 그의 말을 따라야 하는 것이었다.

스스로 계약을 해지하려면 아다만임 검 가치에 해당하는 재화를 김검천에게 줘야 했다.

프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불가능해 보였다.

세이야가 중급 마석과 몇 가지 물품을 들고 김검천을 따라나서다가 프리를 쳐다보았다.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멍하니 있는 모습은 마치 혼이 나간 것 같았다.

세이야가 그런 프리에 대해 간단히 평가했다.

“계약으로 흥한 자, 계약으로 망했네요. 저런 모습이니 조금 불쌍하다는 느낌도 드네요.”

“그건 일이 잘 풀렸으니 할 수 있는 소리다. 가져온 아다만임 검이 없었다면 저렇게 된 건 저자가 아니라 너일 수도 있었어. 그는 능력 이상으로 욕심을 부렸기에 저렇게 된 것이야.”

“그 말 대로네요. 저 때문에 이런 일을 겪게 해서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까지는 없다. 네가 아니었다면 당하는 게 나였을 수도 있었으니까.”

“다시는 저런 식으로 당하지 않을 거예요. 이런 경험은 두 번 다시 겪기 싫거든요.”

“그런 거지. 누구든 처음은 있는 법이니까. 다음번에는 실수하지 않으면 되는 거다.”

김검천이 세이야의 어깨를 두들겼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훌륭하게 성장할 재질이 보였다.

“그런데 김검천님. 저런 녀석도 거두시는 건가요?”

“좋아서가 아니라 정확히는 계속 굴리기 위해 옆에 둔 거야. 너희들과는 경우가 달라.”

“저 사람에게 문제가 생기면 상관하지 않겠다는 말씀 같기도 하네요.”

“그렇다고 봐야지. 내 사람은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그리고 저런 자가 생긴 건 우리에게 잘된 일이기도 해.”

“무엇 때문에 그러시는 거지요?”

“저자는 근처 영지에도 연결고리가 있다고 했지. 나중에 마물의 숲 밖에서 너희들이 거주할 곳이라든지 알아봐 줄 수도 있을 것 같으니까.”

“예? 설마 저희들을 버리시려는 건가요?”

세이야가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너희들을 버리려는 게 아니야. 이곳이 고향이니 평생토록 내 곁에 있을 수 없는 경우도 생각한 거지. 언젠가 나도 집으로 돌아갈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미리 준비를 해두라는 건가요?”

“생각하지도 못한 사고 때문에 끔찍한 기억만을 남기고 헤어지는 것보다는 낫거든.”

김검천의 머릿속에서 마지막 인사도 못 한 채 사라진 함선의 사람들이 떠올랐다.

웜홀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그런 일을 겪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을 것이었다.

김검천이 말을 이었다.

“지금 당장 작별이라는 것도 아니니까.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거지.”

“그건 그러네요. 하지만 전 평생 동안 김검천님 곁에 있을 건데요?”

[이 원주민이 잘도 뻔뻔한 소리를 하는군요. 평생 곁에 있는 건 바로 저입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둘 다 경쟁하지 말아 줄래?”

그렇게 김검천이 둘을 말리는데 멀리서 누가 소리쳤다.

“형님! 저놈입니다. 저놈! 감히 우리 패거리를 별 것 아닌 것처럼 취급했다고요! “

그 말에 김검천은 짚이는 구석이 있어 슬쩍 돌아보았다.

생각대로 그곳에는 아까 시비를 건 가죽 갑옷의 사람이 소리치고 있었다.

그 옆에는 상반신을 가린 금속 갑옷을 장착한 남자가 팔짱을 끼고 있었다.

아마도 마나를 쓴다는 사람이 이 자인듯했다.

김검천은 우선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오랜만이야.”

“응, 오랜만…은 무슨! 이제 와서 친근한 척 굴어도 용서해줄 생각 따위는 없다고!”

“네가?”

김검천이 전력을 다해 진심으로 물어봐 주었다.

“아… 아니. 우리 형님께서 말이지!”

가죽 갑옷의 사람이 뒤로 물러서고 금속 갑옷의 남자가 나섰다.

“너냐? 귀여운 동생을 괴롭힌 게.”

김검천이 가죽 갑옷의 사람을 바라보았다.

못 생기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잘생긴 것도 아니고 깨끗한 모습도 아니었다.

“넌 저게 귀여워 보이냐? 취향 한 번 별 난 녀석이로군.”

“네 이놈! 무슨 말을 그렇게 심하게 하냐?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라고!”

가죽 갑옷의 사람이 슬픈 어조로 말했다.

“형님… 사실 절 그런 눈으로 보셨던 거군요…”

“이 자식아! 복잡해지니까 넌 끼어들지 마! 지금 누구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지 알고나 있냐?”

“죄송합니다!”

큰소리를 질러서인지 금속 갑옷의 남자는 바로 화가 풀린 모양이었다.

침착함을 되찾은 그가 다시 말을 걸었다.

“과연 동생이 부탁한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군. 너처럼 열 받게 하는 녀석은 처음이다.”

“그거야 당연히 빡치라고 한 소리니까.”

“사람하고 대화할 때는 평범하게 하라고…”

“너희들의 목적이 뻔한데 좋은 말을 하는 게 더 수상해 보이지 않을까.”

“잠시 후 네가 발밑에 굴러다닌다면 싫어도 듣기 좋은 말을 하도록 만들어주지!”

“애초에 굴러다닐 일은 없으니 그런 걱정 안 해줘도 되거든.”

“대화는 그만해야겠군. 이럴 때는 말 같은 건 필요 없는 법이다!”

“네가 말문이 막히는 게 아니라?”

“이 자식이!”

화를 참지 못한 금속 갑옷의 남자가 허리춤에서 잘 정련된 검을 꺼내 들었다.

검집에서 능숙하게 검을 뽑는 걸 보니 제법 솜씨는 있어 보였다.

그러니 가죽 갑옷의 사람이 무력 담당으로 데려왔을 것이다.

금속 갑옷의 남자는 검을 뽑았는데도 태연히 있는 김검천이 별로 마음에 안 든 모양이었다.

“태연한 모습이로군. 마갑을 믿고 그런 태도를 보이는 건가. 기사란.”

“넌 기사가 아닌데도 마나를 쓸 수 있다는 건가.”

가죽 갑옷의 사람이 우쭐거렸다.

“우리 형님은 기사 따위가 아니라 이 근처 길드에서 잘 나가는 용병이시다! 기사 같은 건 장식일 뿐이지.”

김검천이 입가를 들어 올리며 금속 갑옷 남자에게 말했다.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싸우던 녀석들도 그렇고 용병들은 다 이렇게 제멋대로 인가 보군.”

“그러니 용병이지! 규칙에 얽매일 거 같으면 뭐 하러 용병 같은 걸 하고 있을까? 그럼 간다!”

“잠깐.”

“또 뭐냐?”

“마을의 규칙만큼은 따라야 할 거 같은데. 내가 언제 너와 싸운다고 동의하기라도 했나?”

“그…그건 그렇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돈 내놔.”

“어?”

“돈을 내놓으면 싸우기로 동의해 주도록 하지.”

“왜 싸우는데 이쪽이 돈까지 줘야 하는데!”

“아니면 마을 규칙을 어겨보던가.”

금속 갑옷 남자가 몸을 떨었다.

언젠가 마을 규칙을 어긴 자신 정도의 실력자가 마을의 노예가 된 게 기억난 것이다.

“그건 절대로 싫다!”

“그러니 돈을 주면 너희들이 심한 일을 안 당하게 싸움에 동의해 주겠다는 거다.”

“논리적으로는 네 말이 맞는 것 같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인데…”

“결투에서 이기면 상관없는 일이다. 그러면 준 돈을 모두 회수할 수 있으니까.”

“그건 그렇네. 야! 돈 넘겨줘라!”

금속 갑옷의 남자가 돈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김검천에게 내밀었다.

김검천이 고개를 내저었다.

“이걸로는 못 해주겠는데? 너무 적어.”

“2골드면 한 달 생활비인데 모자라다니. 그러면 얼마면 해줄 거요?”

“4골드.”

“그러면 공평하게 3골드로 합시다.”

“4골드.”

“돈주머니에는 3골드 50 실버밖에 없소!”

“4골드.”

“젠장, 말이 안 통하는군. 어차피 되돌려 받을 돈! 얘들아! 다들 주머니 털어라!”

그의 말에 일행들이 가지고 있던 바지 속주머니까지 털었다.

심지어 가죽 갑옷의 사람은 신고 있던 양말까지 턴 비상금까지 내밀었다.

김검천은 직접 받을 생각은 하지 않고 세이야에게 눈짓을 했다.

세이야가 눈치 빠르게 돈주머니를 꺼내 돈을 회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검천이 말했다.

“좋아, 고맙군. 4골드.”

“고마울 것 없다. 승리하면 네 놈들 돈주머니를 탈탈 털어 줄 테니까!”

“힘내는 게 좋을걸. 세이야의 돈주머니 안에는 100골드도 넘는 돈이 들어 있다고?”

“흐흐흐. 좋은 정보로군. 그 보답으로 죽이지는 않으마. 팔 하나 정도로 용서해주지.”

“그것 정말 고마운 말이로군. 그런데 네 정도 실력 정도로?”

“흥, 아직도 그런 소리를 하는가? 눈 크게 뜨고 이 검을 잘 보기나 해라!”

김검천이 큰소리치는 그 자의 검을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푸른 안개가 맴도는가 싶더니 마나가 보일 듯 말 듯할 정도로 검을 살짝 덮었다.

별 것 아닌 마나 소드로 보였지만 큰 소리를 친만큼 뭐가 더 일어날지 몰랐다.

김검천이 기대하고 있는데 금속 갑옷의 남자가 힘이 빠진 목소리로 외쳤다.

“헉헉, 보았느냐? 이 검에 서린 마나를! 이게 바로 마나 소드다!”

“응…? 그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였냐?”

“그렇다! 하급 기사는 되어야 가능하다는 마나 소드지! 어떠냐! 이제 후회해도 늦었다!”

그것은 마나를 사용했다기에는 너무 미약했고 약해 보였다.

마나 플레임 소드처럼 타오르는 불꽃같이 존재감이 있지도 않았다.

그냥 놔둬도 태양 아래 녹아내릴 살얼음을 보는 기분이 들 뿐이었다.

“미리내. 이건 순전히 내 느낌이지만 저건 마나 플레임 소드라는 것보다 훨씬 더 약해 보이거 맞지? 하급 기사가 쓰는 마나 소드라고 말하기도 했고.”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여태까지 겪은 마나의 힘을 계산해 예측해 보았습니다.]

“결과는?”

[저건 지금 것은 물론이고 처음 장착했던 파워드슈츠도 못 뚫는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상급 마갑을 착용한 두목의 마나 플레임 소드에도 멀쩡했던 게 자신의 파워드슈츠 아닌가.

마나 소드 정도로 저렇게나 좋아하다니.

김검천은 갑자기 상대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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