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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34화 (34/250)

34화

- 쿠웅!

그 소리는 멀어져 가던 영주와 주술사 일행에게 들릴 정도였을 것이다.

소리만큼이나 일어난 충격파도 컸고.

코폴드에게 마지막 공격을 하려던 인간 사냥꾼들이 균형을 잃고 비틀대기에 충분했으니까.

“우엑! 흙이 입에 들어갔잖아?”

“뭐냐? 지진이야? 재해라도 일어난 건가?”

김검천이 흙먼지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재해는 아니지만 너희들에게는 재난 그 자체겠지.”

인간 사냥꾼들은 갑옷을 입은 김검천을 보자 흠칫했지만 금방 칼을 들었다.

상대가 기사로 보이긴 하지만 자신들 수가 많다는 걸 믿은 것이다.

방금 전까지 코폴드와 목숨을 걸고 싸웠기에 투쟁 본능이 날뛰는 이유도 있었고.

눈이 돌아가면 보이는 게 없는 것이다.

“뭐야? 이놈은? 갑자기 나타나서.”

“말해서 뭐하게? 일단 팔다리 하나 부러트려 놓고 시작하자고. 그러면 얌전해지겠지.”

“뭐해? 빨리 저걸 처리하자고.”

“맞아. 거기다 이런 곳에서 나타났으니 혹시 쿠퍼라는 녀석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 말을 들은 김검천이 입을 여는 대신 먼저 주먹과 발을 움직였다.

쿠퍼의 이야기로 상대가 인간 사냥꾼인지 알았으니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것이다.

- 우드득.

먼저 양팔의 뼈가 부러진 건 팔다리를 부러트리자고 주장한 인간 사냥꾼이었다.

다음으로 쿠퍼의 이야기를 꺼낸 자는 다리를 걷어차 다리뼈 숫자를 몇 배로 늘려주었다.

그리고는 덤벼드는 나머지 인간 사냥꾼들의 갈비뼈를 강타해주었다.

운이 좋으면 부러지는 게 아니라 금이 가는 정도로 끝이 날 것이었다.

마지막으로는 김검천에게 처음 입을 연 인간 사냥꾼을 남겨 두고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말해봐라.”

“그게 실은…”

입을 막 떼려고 하는 인간 사냥꾼의 눈동자가 열심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김검천이 활짝 웃어 보였다.

“너한테 물은 다음에 내가 뭘 할지 아냐?”

“그건 모르겠네요.”

“땅바닥을 구르는 녀석들에게 다시 질문을 할 거야.”

“저 녀석들 최소한 뼈가 부러진 것 같은데요?”

“대답할 수만 있다면 그만이지. 그런데 너와 저들의 대답이 다르면 내가 어떻게 행동할까?”

“어떻게 됩니까?”

“땅바닥을 구르고 있는 녀석들이 부러워지도록 만들어줄 거야.”

“성실하게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뭐든지 물어만 주십시오!”

인간 사냥꾼은 테이룬과 영주, 그리고 주술사에 대해 하나도 속이지 않고 모두 말했다.

혹시 몰라 다른 자들에게도 물었지만 거짓은 없어 보였다.

이야기를 다 들은 김검천이 손을 내저었다.

“좋아. 가보아도 된다.”

“정말로 살려 주시는 겁니까?”

“죽고 싶다면 못 해줄 것도 없지.”

“절대로 아닙니다. 그러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헤헤.”

순순히 털어놓은 인간 사냥꾼이 등을 돌려 몇 걸음 걸어 나가는 순간이었다.

김검천이 그를 불렀다.

“잠시만.”

“헉! 왜 그러십니까? 설마 그사이 마음이라도 바뀌셨는지요?”

인간 사냥꾼이 두려운 눈길로 김검천을 바라보았다.

김검천이 땅바닥에서 나뒹구는 사람들을 가리켰다.

“쟤들은 네 동료 아니냐? 갈 때 가져가라. 남 집 앞에 쓰레기 버리지 말고.”

“당연히 쓰레기는 잘 치워야지요!”

그렇게 인간 사냥꾼들이 사라지자 숨어서 지켜보던 세이야가 나왔다.

“저들을 저렇게 보내도 괜찮을까요?”

“쓰레기는 손대기 싫잖아. 마물의 숲에서는 저런 상태로 살아남기 쉽지도 않을 테고.”

“그래도 함선의 위치를 알게 되었으니 다시 올 수도 있잖아요.”

“이미 다른 자들도 이곳을 알고 있으니 다 처리하지 않으면 똑같아. 그런데 이상해. 함선이 거대한 건 알지만 마물의 숲은 그보다 더 광대하잖아.”

“아, 평범한 사람이라면 길을 잃고 헤매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

“저들처럼 이렇게 쿠퍼의 흔적을 따라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

“예. 사람 찾는 게 쉽다면 마물의 숲 안으로 피신한 자들은 벌써 모두 다 잡혀갔을 거고요.”

“그러니 저들이 말한 것 외에 뭔가 다른 게 있는 느낌이 들어. 그걸 떠나서 일단 함선의 위치가 들켰다는 것도 사실이니까.”

주술사가 사용한 마법 장비에 대해서는 일개 인간 사냥꾼들은 몰랐다.

그래서 김검천은 쿠퍼가 들킨 일에 대해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생각해 둔 건 있지만 그건 최악의 경우에 사용해야 해. 그보다 이 녀석은 왜 여기서 인간 사냥꾼과 싸우고 있던 거지?”

무릎을 꿇은 김검천이 쓰러져 있는 코폴드를 대충 살펴보았다.

인간 사냥꾼에게 상처를 입긴 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 보였다.

그러니 다른 요인으로 힘이 다해 쓰러진 게 아닌가 싶었다.

자세한 건 좀 더 살펴봐야 알 것 같았다.

인기척이 느껴지자 코폴드는 힘들게 눈을 떠 김검천을 바라보았다.

김검천은 괴물치고는 얌전한 모습에 어디선가 본 코폴드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간식용으로 가지고 있던 육포 하나를 코앞에 내밀어 보았다.

코폴드는 열심히 꼬리를 흔들며 내민 육포를 얌전히 받아먹었다.

그 행동에 김검천은 이 코폴드를 어디서 만났는지 기억해냈다.

“육포를 처음 먹어 본 건 아닌 모양이야. 아마 우리들을 따라다니던 코폴드 같은데.”

“왜 이런 곳까지 왔을까요? 이런 곳에 육포 냄새라도 배어있는 걸까요?”

“어쩌면 날 찾아 왔을지도 모르지. 내 냄새가 가장 배여 있던 이곳에서 기다린 건지도.”

“코폴드는 후각이 인간의 거의 1만 배는 된다고 하니까 불가능한 건 아닌 거 같아요.”

“그것도 혹시 학계의 정설이냐?”

“증명할 길은 없으니 가설로 취급되고 있지만요. 그런데 이 코폴드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무슨 말이지?”

“코폴드는 얌전하다고 하지만 괴물이라고요. 무슨 뜻인지 아실 거예요.”

김검천은 잠시 코폴드를 내려다보다가 일어서며 고민에 빠졌다.

확실히 혼자 몸이라면 코폴드를 함선 내에 데려가도 자기 선에서 처리될 일이다.

하지만 함선 내에는 김검천만 있는 게 아니었다.

쿠퍼와 세이야는 자기방어가 가능하니 그렇다 치더라도 리에를 위협할 수 있는 것이다.

코폴드가 리에를 물지 않을 확신이 필요했다.

집에서 키우는 개라 해도 상대가 주인이 아닌 이상은 확신할 수 없는 노릇이다.

개는 본능적으로 집단에 속한 존재를 계급으로 나누기 때문이었다.

세이야에게 들은 코폴드도 그런 개과 동물과 비슷한 습성을 가졌고.

그런데 개도 아닌 괴물을 함선 내에 들이겠다니.

세이야가 걱정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코폴드를 보니 예전에 키우던 개가 생각나던 김검천은 바로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김검천이 생각에 잠겨 있는데 함선 안에서 쿠퍼가 나와 옆에 섰다.

“김검천님. 돌아오셨군요. 세이야, 너도 멀쩡한 얼굴이로구나.”

세이야가 품속에서 따로 챙긴 리에의 약재료를 꺼내 쿠퍼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멀쩡해서 불만이신 거 같은데요. 이거 사러 가서 그 마을에서 고생 많이 했다고요.”

“네가 가길 잘했는데? 덕분에 여기서 편안히 잘 쉬었거든.”

“쿠퍼 아저씨. 다음번에는 아저씨가 자유의 마을에 가보실래요?”

“허나 거절한다. 함선 안에서 휴식하는 게 좋더라고. 그보다 이건 뭡니까? 코폴드?”

김검천이 입을 열었다.

“마침 잘 되었군. 쿠퍼. 네 생각을 듣고 싶다. 코폴드란 괴물에 대해서 말이야.”

“코폴드라면 괴물 중에서는 먼저 사람을 공격 안 하는 신기한 녀석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건 알아. 그게 아니라 만약 이 코폴드를 함선 내에 들인다면 어떨지 네 생각을 듣고 싶어서야.”

쿠퍼가 망설이다가 말했다.

“김검천님이 원하신다면 저야 당연히 따르겠습니다만 리에가 마음에 걸리는군요.”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가 보군. 이렇게 놔둘 수는 없으니 결정을 내리긴 해야 하는데…”

김검천이 생각에 잠긴 채 걸으면서 고개를 들어보았다.

하늘에 떠 있는 붉고 푸른 태양이 평소보다 더 붉은 기운이 더 많이 느껴졌다.

김검천이 고민 중인데 갑자기 쿠퍼가 기겁을 하며 외쳤다.

“리에야! 위험해!”

김검천이 급히 몸을 돌려보니 함선을 빠져나온 리에가 코폴드 얼굴을 토닥이고 있었다.

아직 리에가 정신을 차리기에는 이른 것 같았는데 신기한 일이었다.

쿠퍼와 세이야는 코폴드를 자극할까 봐 리에에게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대신 김검천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암건의 안전장치를 풀었지만 쏘지는 않았다.

리에의 손이 코폴드의 열려 있는 주둥이를 쓰다듬고 있어서였다.

코폴드를 제압하는 순간 칼날처럼 날카로운 이의 주둥이가 반사적으로 닫힐 수도 있었다.

그러면 리에의 연약한 손 같은 건 두부처럼 쉽게 잘려나갈 것이다.

그때 털을 쓰다듬던 리에는 코폴드의 수염을 힘껏 잡아당겼다.

사람들이 순간 움찔하며 긴장했다.

“수염, 수염! 까칠해!”

상처를 입고 누워있던 코폴드는 그런 리에가 거북했던 모양이었다.

상처를 입으면 자기방어를 위해 평상시보다도 더 사나워지는 건 괴물의 본능이었다.

약한 존재가 건드리는 건 도발적인 행동인 것이다.

길고 큰 주둥이가 더욱 벌어지는 걸 본 김검천은 암건을 발사할 준비를 했다.

코폴드가 어차피 리에를 문다면 차라리 지금이라도 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나았다.

마침내 코폴드가 움직였지만 김검천은 오히려 행동을 멈추었다.

누구도 말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코폴드의 행위에 리에가 소리를 질렀다.

“꺄하하! 간지러워. 리에 간지럽다고!”

코폴드가 입을 열 건 혀를 내밀어 핥기 위해서였다.

리에를 물려는 게 아니라.

긴장해서 달려들 준비를 하던 쿠퍼와 세이야도 멍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김검천이 천천히 다가가 코폴드에게 손을 내밀었다.

코폴드는 김검천에게 고개를 돌려 손을 핥으며 열심히 꼬리를 흔들었다.

김검천은 코폴드를 쓰다듬으며 쿠퍼에게 말했다.

“뭘 가만히 보고만 있어? 빨리 리에를 데려가지 않고.”

“아, 옙!”

쿠퍼가 리에를 들어 안았다.

리에는 그 짧은 시간에 체력이 다 방전이라도 된 듯이 쿠퍼의 품속에서 잠이 들었다.

김검천이 쿠퍼에게 말했다.

“리에가 벌써 정신을 차린 건가? 약이 없어도 깨어났는데.”

“마나 약초만 복용했으니까요. 제조한다는 약은 어디까지나 보조용이라고요.”

“그런가. 그래서 힘이 다해 다시 잠이 든 모양이로군.”

“다시 깨어났을 때 제조한 약을 먹으면 다시 열심히 돌아다닐 겁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신경이 많이 쓰이겠어.”

“지금은 제가 그렇지만 깨어나면 세이야가 더 힘내야겠지요.”

가만히 있다가 한 대 얻어맞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세이야가 쿠퍼에게 말했다.

“왜 제가?”

“그거야 리에가 널 쫓아다니기 때문이지!”

“그러면 언제까지 놀아줘야 하는 건가요?”

“리에가 널 싫어할 때까지다!”

둘이 투닥거리는데 김검천이 입을 열었다.

“그만. 이제 대충 일이 정리된 것 같으니 코폴드에 대해서 결정을 내리도록 하지.”

쿠퍼가 급히 말했다.

“김검천님. 상처 입은 짐승은 본성을 드러내는 법입니다. 괴물은 더욱 그럴 테고요. 방금 보여준 코폴드의 모습을 볼 때 다른 괴물은 몰라도 이 녀석은 믿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세이야도 동의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리에처럼 약한 대상이 자신을 괴롭히는데도 참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괴물이라고 하지만 인간 사냥꾼들보다는 낫네요.”

김검천이 둘을 쳐다보며 말했다.

“둘 다 이 코폴드를 함선 내에 데려가도 좋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로군.”

“예!”

“물론입니다.”

“하긴 인간도 다 같지는 않은 법이야. 이런 별난 괴물도 하나쯤은 있는 모양이네. 모두 동의하는 거 같으니 이 녀석은 우리가 거두도록 하지…. 누구냐?”

- 짝짝짝.

김검천과 불과 10여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검은 갑옷을 입은 자가 박수를 치고 있었다.

“이거 감동스러운 장면이네. 사람과 괴물이 함께 있는 모습이라니 놀라운걸. 뭐, 이제 곧 죽을 놈들이니 소꿉장난 기분이라도 내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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