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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35화 (35/250)

35화

검은 갑옷의 기사를 본 김검천이 미리내에게 물었다.

“너도 이렇게 가깝게 다가오기 전까지 눈치를 못 챈 건가? 신기한 녀석이군.”

[일반인의 기척이라면 놓칠 리 없습니다. 아마 마나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적어도 평범한 녀석이 아닌 건 알겠군.”

김검천이 몸을 살짝 낮춰 전투를 위한 자세를 취한 채 검은 갑옷 기사에게 물었다.

“우리가 뭘 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었나.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다가오는 인기척마저 느껴지지 않았는데. 마기술이라는 건가?”

“평범한 마기술 따위가 아니지. 이 몸의 마나는 특별하거든.”

“그거 흥미롭군. 어떤 마나인지 보고 싶은데.”

“흐흐흐. 조금 있으면 보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몸으로 잔뜩 느끼게 해주지.”

검은 갑옷의 기사가 혀를 날름거렸다.

그의 혀는 마치 뱀과 같이 긴 데다가 갈라져 있기까지 했다.

장비한 검은 갑옷 또한 비늘을 두른 듯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검은 갑옷의 기사의 태도로 보아 당장 공격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기습 공격을 할 작정이었다면 아까 박수치며 말을 거는 게 아니라 검부터 휘둘렀을 테니까.

그렇다면 김검천은 몰라도 리에를 포함해 다른 사람들은 당했을 것이다.

물론 검은 갑옷의 기사는 상대를 가지고 놀려고 일부러 공격 안 한 거였지만.

김검천도 상대로부터 좀 더 많은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대화를 유지하기로 했다.

“난 몸으로 느끼는 것 별로 안 좋아하거든. 아직 첫 상대도 못 만났다고?”

“크크크. 네 의견 따위는 상관없다. 그저 이 몸이 즐기게만 해주면 되니까.”

“어떤 식으로 말이지?”

“너희들은 그냥 떠들기만 하면 된다고. 아 참, 말이 아니라 비명을 듣고 싶은 거니까 오해는 하지 말라고. 가능한 오랫동안 살아서 비명을 질러줬으면 하는 거다.”

김검천이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다양한 취향을 존중하기는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좋아. 너희들은 그저 손맛을 느낄 정도로 반항하며 입만 놀려주면 되니까.”

“입을 움직이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해주지. 그보다 어떻게 찾아 왔는지 궁금하군.”

“그거야 땅이 울릴 정도로 시끄러운 소리가 났는데 못 찾아올 리가 있겠나?”

“다른 일행이 있을지 모른다는 짐작 정도는 했지. 그게 아니라 너에게 지시를 내린 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고 싶다는 거라고.”

“못 말해줄 것도 없겠지. 영주님이 이 근처에서 대장장이를 찾으라고 하셨다.”

“그게 끝인가?”

“그리고 대장장이는 죽여도 좋으니 꼬마 여자애는 무사히 살려서 데려오라고 하시더군.”

“쿠퍼가 아니라 리에를? 인간 사냥꾼들은 쿠퍼를 잡아가는 참에 리에도 데려가려고 했었는데.”

“인간 사냥꾼 따위는 알 바 아니다. 영주의 명령에만 따르면 되니까. 덤으로 네 놈들의 비명을 곁들일 수 있을 테니 이 몸도 대만족이고.”

“난 불만족인데. 쿠퍼, 너는 세이야와 리에를 데리고 먼저 함선 안으로 들어가 있어라.”

“하지만 모두 함선 내에 들어가면 누가 김검천님을 도와준단 말입니까?”

“세이야 혼자 리에와 코폴드를 보호하라는 말은 아니겠지. 거기다 함선 안이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몰라. 무엇보다 쿠퍼, 내가 저런 녀석 하나 못 해치울 정도로 약하게 보이는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러면 내가 안심하고 싸울 수 있게 해주는 게 도와주는 거야. 쿠퍼.”

“알겠습니다! 뒤는 저에게 맡겨만 주십시오.”

말을 하면서도 주의를 기울이던 김검천은 기사의 손이 은밀하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 챙!

김검천이 급히 손을 움직여 쿠퍼의 다리를 향해 날아가는 바늘을 막아냈다.

그 바늘은 머리카락보다 조금 더 두꺼운 굵기라 눈 뜨고도 당할 수 있어 보였다.

하물며 등 뒤로부터 기습적으로 날아왔으니 막지 않았다면 쿠퍼는 꼼짝없이 당했을 것이다.

그 사이 쿠퍼와 세이야, 리에와 코폴드는 모두 함선 안으로 들어섰다.

김검천이 문 앞에 버티고 선 상태라 검은 갑옷 기사는 다음 기습 공격을 포기했다.

“그걸 막다니? 제법 즐길 수 있는 녀석인 거 같아 좋군. 다른 먹이들을 도망가게 만들어서 실망이지만.”

“난 좋기만 하네. 네가 슬프면 난 기쁘니까. 기왕이면 더 실망하게 만들어주지.”

“곱게 죽고 싶지 않은가?”

“그런 너에게 알려줄 게 있다. 아까 내가 왜 시끄러운 소리를 냈는지 이유가 뭔지 아는가 해서 말이지.”

검은 갑옷 기사가 흠칫했다.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설마하니 일부러 큰 소리를 냈다는 건가?”

“물론이지. 소리가 내니까 이렇게 너 같은 녀석이 튀어 나왔잖아.”

“이 몸을 유인했다는 말이냐?”

“이제 알았냐? 일부러 찾아와서 나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열심히 말해주기까지 했고. 고맙기 짝이 없더군.”

“하, 그러보았자 죽으면 상관없는 일이지. 곧 죽을 녀석이 입만 살아서!”

김검천이 손가락 하나를 들어 까닥거렸다.

“입만 열면 잔소리가 많은 건 네 쪽 아닌가? 빨리 덤비기나 하던가.”

“오냐! 원하는 대로 해주마!”

검은 갑옷 기사는 배가 지면에 닿을 정도로 낮은 자세로 김검천에게 달려들었다.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 빠르고 소리 없는 행동에 어떻게 근처까지 접근했는지 알 수 있었다.

전신을 두르고 있는 갑옷이 뱀의 비늘과 같은 역할을 한 모양이었다.

저 마갑의 구조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지면과의 마찰력을 원하는 만큼 줄이는 역할을 하는 모양이었다.

마나를 사용하면 저 갑옷의 효능을 극대화하는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흙바닥인데도 얼음 위를 미끄러지는 것 마냥 움직일 수 있는 것이고.

김검천은 우선 거리를 벌려 공격을 피해내며 말했다.

“이제 관심이 나에게 집중되었나 보지? 안으로 들어간 녀석들은 신경 안 쓰는 것 같으니.”

“널 잡고 나서 처리해도 된다. 저들이 평생 저 안에서 버틸 수 있을까? 1달? 1년?”

“네가 죽으면 출입구는 어디인지 모를걸.”

“어차피 이곳 위치는 아니까 다시 찾아오면 그만이다.”

“그때는 헛수고만 하게 될지도 모르겠군.”

“그게 무슨 소리냐?”

“안 알려주지. 사람을 열 받게 만드는 건 상대가 말을 하다가 안 하는 것이거든?”

“크큭. 그러면 일단 잡아놓은 다음 네 비명과 함께 비밀을 하나씩 들어보도록 하지.”

검은 갑옷 기사가 다시 몸을 숙여 공격을 시작하려고 들었다.

키가 작은 고블린이라도 허리 정도 높이에서 공격과 방어가 가능했다.

손이 안 닿는 거리인 만큼 그만큼 상대를 공격하기도 힘들었다.

김검천은 몸을 낮추는 대신 암건의 안전장치를 해제했다.

사용할 탄환은 갑옷 장착 등으로 인해 방어력이 높은 상대를 처리하기 쉬운 철갑형을 골랐다.

단단한 적이라면 관통하기 쉬운 총알인 것이다.

많은 적을 처리하기 쉬운 폭발형에 비해 서지만.

김검천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손이 닿지 않을 것 같다면 원거리 공격만 한 게 없지.”

“벌써부터 겁에 질려서 혼잣말을 하는 거냐? 그렇다고 봐줄 생각은 없다.”

“그거 다행이로군. 나도 널 용서할 생각은 없으니.”

“헛소리를!”

그 말을 끝으로 다가오는 검은 갑옷 기사의 손에는 꼬챙이 같은 검이 들려 있었다.

갑옷을 입었다면 갑옷으로 보호되지 않는 부위를 노리는 찌르기가 더 유용한 것이다.

그런 목적의 찌르기 전용으로 만들어진 검 같았다.

거의 성인의 키만 한 기다란 길이였다.

그 정도 길이라면 발밑에서도 찔러 올려도 김검천의 목까지 도달하기 충분했다.

어디서 그런 검을 꺼내 들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의문과 별개로 김검천은 검은 갑옷 기사가 다가오도록 용납할 생각은 없었다.

김검천이 양팔을 들자 검은 갑옷 기사가 잠시 멈칫하며 물었다.

“그게 뭐냐?”

“이건 특별히 너에게 주는 새해 선물이야. 성의를 봐서라도 잔뜩 받아 주었으면 좋겠군.”

- 투투퉁.

새해가 오기에는 아직 일렀지만 양팔의 암건이 나지막한 소음과 함께 불을 뿜었다.

총알은 그대로 검은 갑옷 기사를 관통하며 지나간 뒤에 있는 흙벽과 지면도 두들겼다.

김검천의 무수한 총알 세례를 받아 흙먼지가 시야를 가릴 정도로 피어났다.

“상황은?”

[방금 공격으로 적의 인기척이 사라진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너무 신중하십니다.]

“만약이라는 게 있잖아.”

[두목과의 전투 데이터와 비교해 적의 마갑은 상급 마갑이 아닌 걸로 확인되었습니다.]

“일반 마갑은 관통형 총알로도 처리할 수 있다는 계산 결과라도 나왔나 보네.”

[물론입니다. 계산에 따라 마갑이 관통당했을 테니 상대는 죽었을 겁니다.]

“그런데 가끔 세상을 살다 보면 예상외의 일이 벌어지기도 해. 계산대로만 살 수는 없더군.”

김검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흙먼지 속에서 기다란 검이 불쑥 튀어나왔다.

위도 아니고 아래도 아닌 애매한 방향을 노렸기에 구별하기 힘들었다.

흙먼지 속으로부터 날아들었기에 순간적으로 공격인지 아닌지 확인하기도 쉽지 않았다.

김검천은 어떻게 알아챘는지 먼저 오른팔로 검을 밀어 올리더니 왼팔로 힘껏 내려쳤다.

양쪽으로 힘을 가해 검을 두 조각 낼 의도였다.

하지만 검은 뼈 없는 동물처럼 흐물거리더니 김검천의 두 팔 사이를 쉽게 빠져나갔다.

공격에 실패한 검은 갑옷 기사가 거리를 벌려 물러서면서 신기한 듯 김검천을 바라보았다.

미리내가 다급히 알렸다.

[김검천 함장님. 분명 상대의 기척은 없었습니다.]

“나도 방금 전까지는 눈치 못 채고 있었지. 저게 저 녀석 특유의 기술인 모양이야.”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괜찮아. 넌 근접 백병전용 AI가 아니잖아. 원래는 전함을 통제하는 전술 인공지능이니까.”

[그래도 김검천 함장님께 도움이 못 된 것이 실망스럽습니다.]

“신경 쓰지 마. 너도 전투 데이터가 축적되면 점차 나아질 테니. 사람은 경험이 쌓여야 성장하고 AI는 데이터가 늘어나야 제 몫을 할 수 있는 거니까. 이미 지금도 나에게 충분히 도움이 되고 있어.”

그때 검은 갑옷 기사가 소리쳤다.

“방금 공격은 어떻게 막았지? 어떻게 눈치챈 거냐?”

“흙먼지 덕이지.”

“흙먼지라고?”

“뭐, 내 총알은 관통형이라 폭발형과 다르게 흙먼지가 바로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하게 일어나지 않거든. 의심스러울 수밖에.”

“하지만 공격 자체는 어떻게 막았지? 흙먼지는 오히려 네 눈을 가렸을 텐데?”

“사람의 시야를 가려 은밀한 공격을 하려면 자신의 움직임에도 신경을 써야지. 빠르게 움직이면 그만큼 행동이 과격해지니 네가 공격할 방향 쪽의 흙먼지가 걷히더라고.”

“크크큭! 설마 눈을 가리기 위해 일으킨 흙먼지가 오히려 공격에 방해가 되다니. 이렇게 공격을 막은 건 네가 처음이다. 검을 맞아도 살아남은 녀석은 있었지만. 이거 정말 재밌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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