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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36화 (36/250)

36화

김검천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난 모두를 즐겁게 만드는 재주가 있나 봐. 잠시 후에도 네가 즐거울 수 있으면 좋겠는걸.”

“흥, 흙먼지 같은 잔재주는 어디까지나 눈속임! 눈치 못 채는 사이에 죽는 게 차라리 행복했을 것이다.”

“아까 내 입에서 비명을 들으며 비밀을 캐내겠다는 다짐은 벌써 잊었나 보군.”

“너한테 좋은 일도 아닐 텐데 굳이 그런 기억까지 되살려 주는 건가?”

“실제로 일어날 일도 아닌데 아무려면 어때.”

“누구 마음대로?”

“당연히 내 마음대로지. 예언 하나 할까? 넌 살아서 이 자리를 떠날 수 없을 거야.”

김검천은 기사를 향해 다시 암건을 발사했다.

암건이 통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제자리에서 그냥 맞아줄 생각은 없을 것이었다.

예상대로 땅을 미끄러지듯 이동하며 기사가 반격해왔다.

그 움직임은 제대로 겨냥하기 힘들 정도로 재빨랐다.

이유는 아직 모르겠지만 맞춘다고 해도 별 타격도 없는 것 같았고.

김검천은 암건의 원거리 공격으로는 기사를 처리할 수 없다는 걸 확신했다.

견제라면 몰라도.

그렇기에 공격 방법을 바꾸기 위해 뒤로 살짝 움직이며 입을 열었다.

“뱀을 잡는 방법을 아나?”

“뱀인지 뭔지 지금 상황에서 알게 뭐냐?”

“알아두는 게 좋을 텐데. 네가 곧 겪을 미래니까.”

김검천은 지면을 기며 다가오는 기사의 공격을 피하려는 듯한 발을 들어보았다.

기사가 눈을 빛내며 꼬챙이 같은 검을 땅을 지지하고 있는 다리를 향해 찔렀다.

“멍청한 놈! 한 발만 그렇게 들고 있다면 회피하기 쉬울 리가 없지!”

“누가 회피한다고 말하기라도 했었나?”

김검천은 들어 올린 발로 찔러오는 검을 밟았다.

기사는 당연히 피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반대로 공격을 해오는 김검천의 행동에 흠칫했다.

발에 밟힌 검은 아까와 다르게 기사가 양손으로 당겨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놈이? 놔라!”

“어려울 것 없지. 해주는 대가는 받아야겠지만.”

김검천은 걸어 나가면서 검 대신 기사를 밟아버렸다.

파워드슈츠와 합쳐 100킬로가 넘는 중량을 한 발에 실어 힘껏 내려찍은 것이다.

- 우드득.

“컥?”

기사의 눈이 하얗게 돌아가더니 입에서 게거품을 물고 축 늘어졌다.

부러진 갈비뼈가 내장이라도 찌른 모양이었다.

검은 갑옷은 보아하니 별다른 손상을 입은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갑옷을 입은 착용자에게는 타격에 대한 충격이 그대로 들어간 모양이었다.

기사가 움직임을 멈추자 김검천은 입고 있던 검은 갑옷을 잠시 살펴볼 수 있었다.

“갑옷 재질이 별나군. 아까 지면을 미끄러지듯이 움직이게 해주는 것도 그렇고.”

[이 정도면 아까 관통형 총알도 방어할 수도 있었겠군요.]

“힘껏 밟은 충격은 그대로 먹혔지만. 옛날의 방탄복이나 방검복 같은 갑옷인 건가.”

[그런 건 총탄이나 칼은 막아주지만 충격은 받으니까요.]

“그래도 좀 달라 보이는데. 그건 섬유 재질로 만들어졌는데 이건 금속 같으니까.”

[조사를 하도록 하겠…경고.]

미리내의 긴급 조치에 의해 김검천의 몸이 급히 뒤로 한 발짝 이동했다.

그 자리를 섬뜩한 하얀 빛이 스치고 지나쳤다.

손이 베이는 걸 각오한 기사가 검 날 중간을 잡고 김검천의 발목 쪽으로 찔렀던 것이었다.

검을 피해낸 김검천이 입을 열었다.

“살아 있었던 건가? 그보다 최소한 뼈가 부러졌을 텐데 멀쩡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라니.”

“하마터면 죽을 뻔 했군. 하지만 이 몸은 죽음을 앞두고 다시 살아나지.”

“목숨이 2개라도 되는 건가?”

검은 갑옷 기사가 사악하게 웃었다.

“놀랐나? 그 말대로 이 몸은 한 번쯤은 죽어도 괜찮단 말이지. 이게 다 영주님 덕이지.”

“나도 그 영주님 덕을 한번 보고 싶군. 목숨을 예비로 가지고 다닐 수 있다면 말이지.”

“너도 이 모습이 되면 가능하다.”

기사가 검은 갑옷을 집어 던졌다.

갑옷을 벗자 검은 인장이 박혀 있는 신체가 드러났다.

맨 몸이었지만 정작 보이는 건 사람의 피부가 아니었다.

상처를 덮은 피딱지같이 흉하고 보기 싫은 망가진 비늘이 몸 여기저기 돋아나 있었다.

심지어 그 비늘 아래로 고름이 흘러내렸다.

몸에 나 있는 비늘은 얼굴마저 점차 침식해 가는 중이었다.

김검천이 눈살을 찌푸렸다.

“생각해 보니 그 영주란 자를 안 만나도 될 것 같군. 너처럼은 살고 싶지는 않으니까.”

“감히 영주님을 모욕하다니!”

“내가 언제 영주를 욕했다고 그러지? 모습이 바뀌니 머리도 더 나빠진 것 같군.”

“식욕도 더 좋아진 걸 아나? 넌 특별히 산채로 씹어 먹어주마.”

“난 너 같은 걸 먹고 싶지는 않은데. 그러니 그냥 널 죽어 주도록 하지.”

“가능하다면!”

기사가 검은 갑옷을 벗어 던지더니 김검천의 시야로부터 갑자기 사라졌다.

옷처럼 벗겨지는 금속 재질의 갑옷이라니 신기했지만 지금은 거기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김검천이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았지만 기사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흙먼지로 눈을 가리는 속임수가 아니라 정말로 눈에 뜨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때 김검천의 등 뒤에서 공기가 일렁거리는가 싶더니 기사가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는 파워드슈츠가 걸쳐져 있지 않은 빈틈을 노려 단검을 찔러왔다.

주변에는 지켜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에 누가 김검천에게 경고를 할 수도 없었다.

미리내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뒤쪽입니다.]

“여긴가!”

김검천은 등 뒤에 눈이라도 달린 듯이 팔꿈치로 기사의 얼굴을 찍었다.

반격하는 각도와 속도 모두 완벽했기에 기사는 도저히 피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쉿쉭.”

기사가 뱀처럼 이상한 소리를 내더니 목 부분이 길어졌다.

뼈가 없는 연체동물처럼 늘어진 목은 내리꽂히는 김검천의 공격을 유연하게 피해냈다.

김검천은 느껴져야 할 감촉이 없자 그대로 몸을 돌리며 다른 팔로 후려쳤다.

반격을 하려던 기사는 이어진 공격에 몸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직접 타격에는 약한 모양인 것이다.

서로 거리가 벌어지자 김검천은 기사의 변해버린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분명 1분 전만 해도 그나마 인간의 모습이 남아있던 때와는 달랐다.

지금 기사의 혀는 뱀처럼 2가닥으로 나뉘어 있었고 눈동자는 세로로 길쭉하게 변해있었다.

이제는 몸에 비늘이 생긴 인간이 아니라 뱀의 모습을 한 괴물로 보였다.

김검천이 질문을 던졌다.

“넌 괴물인가? 인간인가?”

기사가 기묘하게 표정을 으그러트리며 입을 열었다.

“쉬잇. 그게 중요한가? 이런 몸이야말로 인간들을 지배할 수 있는 진정한 모습인 것이다!”

뱀이 혀를 차는 듯한 불쾌한 소리가 김검천의 귀를 자극했다.

“나한테는 중요하거든. 대답해.”

“굳이 말하자면 괴물이라고 할 수 있겠지. 인간이 이런 육체를 가질 수 있을 거 같나?”

“고맙군. 안 그래도 잡을 생각이긴 했지만 이로써 더 마음 편하게 다뤄주게 되었으니까.”

“해보던지!”

기사의 대답은 김검천의 근처에서 들려왔다.

방금 전까지 눈앞에 있던 기사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김검천이 급히 자리를 이동했다.

바로 옆에서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 슉.

그와 동시에 김검천의 눈앞으로 뾰족한 검 날이 스쳐 지나갔다.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면 얼굴이 관통당했을지도 모르는 일격이었다.

들고 있는 검마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저렇게 기다란 검이 꺼내기 전까지 안 보였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기사의 목소리가 김검천의 주변에서 들려왔다.

“쳇, 빗나갔군. 눈치도 제법 빠른 것 같아. 그래도 다음번에는 맞추고 말 테다.”

“이제 보니 몸과 장비를 투명하게 만들 수 있나 보군. 몸에 나 있는 비늘과 네 마나가 그렇게 만드는 건가?”

“눈치는 빠르군. 벌써 그것까지 알아채다니. 하지만 알아도 아무 소용없을 텐데?”

- 슉.

다시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발밑으로 검이 찔러 들어왔다.

어떻게 들고 있는 검마저 가리고 있는지는 몰라도 공격하는 순간에는 보이는 것이었다.

미리내도 그것을 확인해 주었다.

[제대로 보이지 않아도 아예 안 보이는 건 아니고 소리도 들리는군요.]

“조언 고마워. 그렇다고 해도 자칫하면 당할 거 같군. 직전까지는 공격을 예측하기 힘드니까.”

[공격 패턴을 조합해 보겠습니다.]

“난 방어보다는 공격이 더 좋으니 다른 식으로 해보지. 따로 생각이 있으니까 그것만 도와줘. 공격하는 순간만 파악하면 되거든.”

[맡겨만 주십시오.]

- 슈슉.

이번 공격은 발목을 노린 연속 찌르기였다.

땅을 기는 공격에 김검천은 아까 기사를 처리했을 때와 똑같이 발을 내려찍었다.

하지만 나타난 결과는 정반대였다.

기사는 밟히기는커녕 목도 아닌 몸을 유연하게 만들어 내려찍은 발을 회피한 것이다.

심지어 입고 있는 갑옷까지 유연하게 변한 상태였다.

- 팅!

비록 파워드슈츠의 장갑으로 튕겨내긴 했지만 기사의 반격은 김검천의 몸에 닿기도 했다.

승리를 예감이라도 했는지 기사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들리는 방향이 계속 바뀌는 걸 보니 주변을 돌면서 공격기회를 엿보는 것 같았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이런 모습이 된 이상 이 몸은 평범한 인간의 신체를 뛰어넘었다.”

“버티는 정도라면 몇 주라도 견딜 수 있는데. 하지만 다음번 공격으로 네 녀석을 처리해주도록 하지.”

“쉬익. 웃기는 소리!”

김검천은 아무 소리 없이 발을 천천히 들어 올려 한 발로 섰다.

기사가 공격하려면 언제든 편하게 하라는 듯한 태도였다.

다른 건 제쳐두고라도 강적을 상대로 취할만한 자세는 아니었다.

기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금 목숨을 걸고 장난치는가 보군. 그런 자세로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방어를 위한 자세라고? 난 이번에도 공격을 할 생각인데.”

“쉬쉿. 웃기는군. 비명을 지르며 땅을 구르는 순간 너의 잘못된 판단을 원망해라!”

김검천은 한 다리로 버티면서 담담하게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미리내가 말했다.

[이번에는 뒤쪽 아래 방향입니다.]

“네 공격 패턴으로 봐서 그쪽으로 공격할 거라고 예상은 했지.”

김검천은 들고 있던 발로 힘차게 뒤를 가격했다.

기사는 몸을 비틀어 공격을 피했다.

김검천은 공격이 실패해서 그런지 균형을 잃고 몸이 기울어졌다.

기사는 김검천이 자세를 바로 잡기 전에 힘껏 검을 찔렀다.

“무덤을 판 자신의 행동을 원망해라!”

“내가 아니라 네 무덤이겠지. 미리내.”

[고압공기 분사.]

- 쉭!

파워드슈츠 정강이 부근에서 튀어나온 분사구에서 고압공기가 내뿜어졌다.

100킬로가 넘는 중량을 공중에서도 떠받칠 수 있는 힘을 가진 고압공기였다.

허무하게 빗나갔다고 생각한 발을 원래 각도에서 방향을 급속도로 틀기에도 충분한 힘이었다.

김검천의 발은 원래 방향과는 다르게 하늘에서 힘차게 기사를 향해 떨어졌다.

승리의 기쁨에 취한 기사는 머리에 김검천의 발이 닿아서야 공격을 받는 걸 깨달았다.

그러니 피한다는 생각조차도 못 한 채 그대로 밟힐 수밖에.

- 두뚝.

“켁!”

목이 부러지지 않을까 싶은 소리가 들리면서 기사의 머리가 지면에 박혔다.

김검천은 그대로 몸을 돌려 기사의 목을 힘차게 밟았다.

거의 직각으로 목이 꺾인 기사에게서는 더 이상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김검천은 기사를 응시하는가 싶더니 자리를 떠나 어디론가 모습을 감추었다.

그렇게 10분쯤 지났을까.

기사의 목이 천천히 움직이더니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마구 휘어져 있던 목이 제대로 몸에 자리 잡자 기사가 서서히 일어서며 중얼거렸다.

“흐흐흐. 사실 본인의 목숨은 3개가 있는 셈이지. 이 몸이 그리 간단히 죽을 것 같으냐?”

되살아나 기뻐하는 기사의 등 뒤로부터 김검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게 말이야. 그걸 확인하기 위해 하는 일 없이 너만 보며 오래 기다려야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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