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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37화 (37/250)

37화

검은 갑옷의 기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째서 네가 여기에? 죽은 걸 확인하고 떠난 것 아니었나?”

“여전히 머리가 높은데. 일단 숙인 다음에 이야기하자고.”

김검천이 기사를 힘껏 걷어찼다.

아직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한 기사는 제대로 저항도 못 하고 지면에 엎어졌다.

-쿵.

김검천은 기사의 등 뒤로부터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장착하고 있던 파워드슈츠가 주변의 색과 동화되어 있다가 다시 원래의 색으로 변해갔다.

동물처럼 색 패턴을 넣어 주변 사물같이 위장 효과를 주어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장갑 색만 변하는 기능이기에 집중해서 살펴보면 금방 발견할 수 있긴 했다.

죽었다 살아났기에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닌 검은 갑옷 기사를 속이기에는 충분했지만.

김검천이 입을 열었다.

“넌 지금도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잖아? 내가 지금 유령과 대화하는 것도 아닐 테고.”

“설마 여태까지 계속 지켜보고 있던 거냐?”

“죽었다 살아났다면 또 한 번 살아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고작 그런 이유로!”

“애초에 네가 일방적으로 한 말을 내가 순순히 믿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거기다 김검천은 웜홀에서의 함선에서 비슷한 괴물과 싸운 경험도 있었다.

죽었다고 안심했다가 몸을 돌린 순간 상대가 부활한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때 방심하다 갈고리 같은 다리에 꽂혀 죽어간 건 그렇게 떠올리고 싶은 기억은 아니었다.

김검천은 자리를 벗어나려는 기사를 못 움직이도록 발에 힘을 가했다.

기사는 몸을 못 움직이자 대신 입을 움직였다.

“보통 이럴 때는 믿고 넘어가 줘야 하는 거라고!”

김검천이 대답했다.

“남의 비명소리를 즐기는 녀석을 믿으라니. 네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지 않나?”

“그게 아니라 사람의 말을 좀 믿으라는 거다!”

“상대가 사람이라면 그랬을지도. 넌 자기 입으로 괴물이라고 말한 주제에 이제 와서 사람 흉내를 내는 거냐. 웃기지도 않는군.”

“젠장할! 이 몸을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냐?”

“애원만 할 뿐이고 더 이상 별다른 이야기가 안 나오는군. 이제 들을만한 정보는 다 토해낸 건가. 볼 일이 없으면 이제 너와 작별해야겠지.”

기사의 두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그 말대로 더 남은 정보가 없었던 것이다.

“그만둬! 따지고 보면 너희들이 피해 입은 건 없는데 굳이 죽일 필요가 없잖아!”

“하지만 넌 함선에서 유일한 출입구를 발견한 상태지. 그것만으로도 그냥 보낼 수는 없지.”

“목숨을 걸고 너에게 불리한 정보는 말하지 않겠다!”

“네 목숨 중 하나만 걸 테니 무슨 소용일까. 거기다 너에게는 죽어야 할 더 큰 이유가 있지.”

“그게 뭐냐?”

“네가 사용한 마나의 힘이 이상하게 불쾌하더군. 특히 네가 가진 문양이 그렇단 말이지.”

“단지 그것만으로?”

“이상하게 내 감은 잘 맞는 것 같더라고. 여기서는 특히.”

“잠깐! 살려주는 대가로 영주에게 들은 비밀을 알려주는 건 어떨까? 대장장이와 그 딸이라는 아이에 대해서.”

“됐거든. 난 내 사람의 사생활을 캐는 취미는 없단 말이지.”

“들으면 분명 생각이 달라질 거다! 이건 이 영지… 아니, 왕국이라도 달려들 만한 가치 있는 정보라고!”

“그렇게 중요한 정보라면 너도 전부는 모르겠군. 너에게 대충 설명 들을 바에는 차라리 그 영주라는 자를 찾아가면 될 거 같고. 너 바보지?”

김검천이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기사를 내려다보았다.

“헉!”

기사가 입을 벌리며 말을 멈추었다.

무작정 말을 내뱉다 보니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판 것이다.

기사는 김검천에게 빌었다.

“살려줘! 너 같은 자는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고! 착한 사람은 그러면 안 되는 거야!”

“미안하지만 난 착한 어린이가 아니야.”

인간도 아닌 게 사람 흉내를 내는 걸 더 보고 싶지는 않았다.

김검천은 발에 힘을 주었다.

- 우직.

목이 부러진 기사는 혀를 내민 채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제는 두 번 다시 살아나지 못할 것같이 보였다.

김검천은 그런 기사로부터 거리를 벌리더니 팔을 들었다.

“장례는 제대로 치러줘야겠지? 장례식은 화장으로 하지. 미리내. 화염방사기.”

[특수형 화염방사기 선택. 초고압축가스 연결. 사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 푸화학.

김검천이 기사를 향해 불을 질렀다.

그러자 죽은 척했던 기사가 뜨거움에 저도 모르게 몸을 비틀었다.

“샤아악!”

“역시 살아 있었나? 정말 끈질기군.”

불이 붙은 기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김검천으로부터 멀어지려고 했다.

멀어지기는 했지만 몸에 붙은 불은 꺼지지 않았다.

기사가 불에 타들어 가며 김검천을 노려보았다.

“우리는 다시 보게 될 거다! 초월 존재는 누구에게나 공평하시니까!”

“그거 기대가 되는데. 먼저 가서 기다리라고. 그 전에 너 같은 녀석들도 많이 보내 줄 테니까.”

기사는 결국 재로 변했다.

몸에 새겨진 검은 인장 속에서 뱀 모양의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한 모습과 함께.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재만 남은 기사의 흔적마저 날려 보냈다.

김검천은 그 와중에도 멀쩡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검은 갑옷을 들어 올려 보았다.

“저 녀석의 배후가 영주라고 했던가.”

[이 근방에 영지가 많은 것도 아니니 찾으려고 하면 금방 찾을 겁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지금은 여기 일이 더 급하니 나중에 확인하도록 하자고.”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 갑옷은 왜 집어 드신 겁니까?]

“쿠퍼에게 보여주려고. 이런 특이한 걸 좋아하지 않았어?”

[그렇긴 하네요. 분명 금속 재질인데 옷처럼 부드럽고 유연한 모습을 보였으니까요.]

“그렇지? 어디에나 있을 만한 평범한 물건은 아닐 거라고.”

주변의 정리를 끝마친 김검천은 사람들이 있는 장소로 돌아왔다.

누구보다도 먼저 달려온 건 세이야였다.

“김검천님! 무사하셨군요!”

“당연한 일이지. 내가 그렇게 약하게 보였나?”

“아니요. 누구도 김검천님보다 강하지는 않을 겁니다.”

진심이 담긴 말은 어떤 아부보다도 더 감당하기 힘들었다.

김검천은 세이야로부터 살짝 웃어 보인 후 고개를 돌려 쿠퍼를 불렀다.

“쿠퍼, 이건 네게 주는 선물이야. 보통 물건이 아닌 것 같더라고.”

쿠퍼는 김검천이 내민 검은 마갑을 만지더니 눈을 크게 떴다.

“분명 금속인데도 부드러운 느낌에다가 접히기까지 하는 이 유연함은!”

“뭔지 아는 듯한 표정인데.”

“제 생각이 맞다면 이건 아마도 비즈릴로 만들어진 물건일 겁니다.”

“아다만임과 같이 3대 금속 중 하나라는 그것이 맞나?”

“그렇습니다. 이것을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아까 덤벼든 기사가 장착하고 있던 마갑이다. 특이한 재질인 것 같아서 가져왔는데 잘한 것 같군.”

김검천은 기사에 대한 이야기를 쿠퍼에게 해주었다.

이야기를 들은 쿠퍼가 고개를 내저었다.

“이상하군요.”

“어떤 점이?”

“우선 3대 금속으로 만들어진 것들은 마석 이상으로 희귀하다는 걸 먼저 알아두셔야 합니다.”

“마석이라는 것도 등급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던데 어떤 것과 비교되는 거지?”

“이 정도 마갑이라면 못해도 제대로 된 중급 마석이 몇 개 이상은 필요합니다.”

“그런데 고작해야 변두리 영지의 기사가 이런 걸 착용하고 있었으니 수상하다는 거군.”

“거기다 인간이 괴물처럼 변해서 공격을 하다니요.”

“이상한 걸 떠나서 수상쩍을 정도지. 내가 말한 거지만 네가 믿지 못한다고 해도 이해한다.”

“누구의 말씀이신데 못 믿겠습니까? 다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아 혼란했을 뿐입니다.”

“뭐, 눈앞에서 본 나도 믿기 힘든 일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

미리내가 끼어들었다.

[그런 상대를 아예 재로 만들어 흔적도 안 남기실 정도로 냉정하게 상대하시던데요.]

“예상외로 끈질긴 적이었으니 그만큼 철저히 처리해야지. 실제로 불에 태워서야 겨우 처리했으니까.”

[끝난 일이니 더 이야기는 할 필요 없겠지요. 그보다 저 코폴드는 어떻게 처리하실 겁니까?]

김검천은 한쪽 구석에 개처럼 몸을 둥글게 말고 엎드려 있는 코폴드를 보았다.

코폴드는 언뜻 대형견처럼 보였지만 이렇게 천천히 살펴보니 생김새가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하긴 같은 개라도 종류에 따라 다른 모습이었으니까.

주둥이가 뾰족한 게 어찌 보면 여우나 너구리, 심지어 늑대같이 보이기도 했다.

원래 개의 조상은 늑대라고 하지 않는가.

배고픔에 못 이겨서 인간에게 다가온 늑대의 후손이 개라는 말도 있었다.

인간과 친한 늑대만이 사람 곁에서 후손을 남겨 충성심이 강한 개가 되었고.

그렇게 누워있는 코폴드 등 위에 리에가 올라가서 자고 있었다.

김검천이 쿠퍼에게 말했다.

“리에를 코폴드 위에 올려놓은 건가?”

“리에가 잠이 들기 전 스스로 코폴드에 올라간 겁니다. 심지어 털을 꼭 잡고 있어서 떼어 내기도 힘들더라고요.”

“리에의 마음은 알겠는데 그래도 제대로 눕혀서 재우는 게 나을 거야. 코폴드의 상처도 치료해야 하니까.”

쿠퍼와 세이야가 달려들어 겨우 리에의 손을 펴 코폴드로부터 떼어놓았다.

잠을 자면서도 떨어진 걸 어떻게 알았는지 울상을 지은 리에였다.

잠자리를 코폴드 바로 옆에 마련해 주고 나서야 리에는 깊게 잠이 든 모양이었다.

김검천은 그사이에 코폴드를 살펴보며 쿠퍼에게 말했다.

“내가 밖에서 싸우는 동안 코폴드는 계속 이런 상태였나?”

“쓰러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런 모습입니다.”

“인간 사냥꾼에게 입은 상처는 그렇게 심하지 않았던 거 같았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다른 이유가 있는 모양입니다.”

김검천은 코폴드를 살펴보면서 미리내를 불렀다.

“인간 사냥꾼들에게 생긴 상처 말고도 다른 상처가 더 있는지 찾아주겠어? 코폴드는 털이 많아서 눈으로는 확인이 힘들거든. 이렇게 가까운 거리라면 가능하겠지?”

[승인. 코폴드 확인. 스캔 완료. 복부 쪽에 다른 상처 발견.]

“배 쪽인가? 털로 덮여 있어 안 보였나 보군.”

김검천이 배 옆에 나 있는 털을 살며시 밀치며 상처를 찾았다.

발견한 상처에서는 고름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생각보다도 입은 상처가 더 심한 것 같았다.

김검천은 먼저 코폴드의 상처 주위의 털을 조심스럽게 깎았다.

그걸 본 쿠퍼가 다가오더니 물었다.

“갑자기 털은 왜 미시는 겁니까?”

“이건 세균의 감염을 막기 위해 상처 주위의 털을 제거하는 거야.”

“세균요? 그게 뭡니까? 저주나 흑마법의 일종입니까?”

쿠퍼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김검천은 쿠퍼가 그러는 걸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었다.

지구에서도 중세 이후에나 정립된 개념이 세균에 대한 정의였다.

현미경으로 세균을 볼 수 있게 된 다음에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었다.

마법으로는 그걸 확인 못 하는지 궁금하긴 했지만.

김검천은 쿠퍼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만 간단히 대답하기로 했다.

“그런 셈이지. 눈에 안 보이는 나쁜 게 상처를 악화시켜 이렇게 고름이 나오는 거니까.”

“과연 김검천님이십니다. 저야 잘 이해가 안 되지만 그런 어려운 것도 아시다니요. 세이야도 김검천님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많이 알고 있고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세이야는 내가 질문을 던지면 바로 대답해주더군.”

“그 정도 지식이나 품위 있는 모습을 보면 분명 잘 나가는 집안의 자식이었을 겁니다.”

“세이야가 말인가? 확실히 교육은 잘 받은 것 같더군. 그런데 그 정도가 일반적인 게 아니었던가.”

쿠퍼가 고개를 흔들었다.

“애초에 교육을 받았다는 자체가 단순한 일반인 집안의 자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누구나 기본적으로 교육을 받는 게 아니라는 건가?”

“이곳의 사람이라면 보통 자신이 먹고 살기 위해 필요한 지식만 습득합니다. 그러니 생활에 필요한 것 외의 지식이나 교양은 없다고 봐야 하지요.”

“그 말은 이곳 사람들은 글자도 잘 모른다는 말로 들리는군.”

“그렇습니다. 글은 학습해야 제대로 머릿속에 남는 종류니까요. 독학으로는 한계가 있거든요.”

“말은 태어나자마자 주변에서 사용하니 그냥 몸으로 알 수 있긴 하지. 그 말은 세이야가 대단한 집안의 사람일 수도 있다는 건가.”

“예. 세이야의 아버지가 촌장이라고 했지요? 어딘가의 몰락 귀족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촌장은 고블린에게도 당할 정도로 약한 사람이었지. 그런데도 촌장의 위치가 나름대로 확고했던 게 그런 이유였던가.”

“약한 사람은 이런 마물의 숲에서는 인정받기 힘드니 그럴듯합니다. 혈통에 따른 작위는 계승되는 만큼 아버지가 귀족이면 세이야도 귀족이겠네요.”

김검천이 고개를 돌리니 세이야가 리에를 돌보며 웃고 있는 중이었다.

쿠퍼의 말을 듣고 보니 어딘가 품격이 느껴지는 얼굴과 행동이었다.

“거기에 대해서는 언젠가 세이야와 이야기할 날이 오겠지. 쿠퍼, 자네도 말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그러면 현재 당면한 문제부터 도와줬으면 하는데.”

“어떤 문제 말입니까?”

“코폴드의 몸을 꽉 누르고 있어 주면 되겠군.”

“지금 미동도 안 하고 있는데요?”

쿠퍼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김검천이 입을 열었다.

“상처를 보니 이미 살이 썩어가고 있더군. 조금 있으면 미친 듯이 날뛸지도 모르니까. 미리내. 상처에 대한 판단은?”

[감염된 복부의 상처로 인해 몸속 장기까지 문제가 생겼을 확률이 70%를 넘습니다.]

“그런 상처를 현재 우리가 가진 의약품만으로 해결 가능한가?”

[약만으로는 회복이 불가능합니다. 거기다 그건 인간용이지 괴물용이 아닙니다.]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상처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소독약 외의 제품은 사용 안 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약을 사용할 수 없다면 방법은 한 가지 밖에. 쿠퍼. 꽉 잡는 게 좋아.”

쿠퍼는 잘 이해가 안 되었지만 들은 말이 있었으니 일단 코폴드를 힘주어 꽉 눌렀다.

김검천은 코폴드의 입을 벌렸다.

코폴드는 상처가 심해 힘이 없어 그런지 순순히 입을 벌린 채 혀를 내밀었다.

김검천은 그런 코폴드의 입 위에 팔을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는 근처에 있던 칼로 갑자기 자신의 팔을 그었다.

팔에서 붉은 피가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깜짝 놀란 쿠퍼가 코폴드를 누르고 있던 손을 떼며 소리쳤다.

“김검천님?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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