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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40화 (40/250)

40화

김검천이 물었다.

“비즈릴이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된다는 거지? 이건 아다만임에 비해 견고함은 떨어지던데.”

“견고함이 아니라 유연함에 초점을 맞추는 겁니다. 충격을 버티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마석 에너지에 의한 반발을 비즈릴의 유연함을 통해 완화시키겠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중요한 부분을 바로 파악하셨군요.”

“너무 강하기만 하면 부러지기 쉽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 그게 사람이든 사물이든.”

단단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단단하기만 하면 한계가 오는 순간 쉽게 부러졌다.

단단하면서 유연하다면 한계점을 넘어서도 버틸 수 있는 것이다.

“말씀대로입니다. 즉 비즈릴이라면 한계 시간을 늘리거나 한계점 자체를 높일 수 있지요.”

“비즈릴은 어느 금속과 붙여놔도 잘 어울리는 건가?”

“물론입니다. 이건 제 능력으로도 다룰 수 있으니 파워드슈츠에 적용이 가능할 겁니다.”

“역시 데려온 보람이 있군.”

“다만 몇 가지 필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아마 자유의 마을에서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일은 빨리 처리하는 게 좋으니 정비 후 바로 출발하도록 하지.”

세이야가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김검천님. 지금 자유의 마을로 가면 곤란한 일이 벌어질 거 같으니 나중에 가면 안 될까요?”

“그 마을에서 우리가 겪은 일 중 신경 쓰이지 않던 일이 있었던가?”

“그게 아니라 마을 출입이 금지되는 기간이 다가오고 있어서요.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그 기간 동안 인간 사냥꾼들이 그 마을에 돌아다닌다는 말도 있더라고요.”

“인간 사냥꾼인가. 그러고 보니 아직 그 녀석들에 대한 문제도 남아있었군.”

“그런 녀석들은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도 있지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마을을 출입할 수 없는 게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하던데요.”

“불편할 텐데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거야 거기서 인간 사냥꾼들과 만나고 싶은 사람은 없거든요. 심지어 마을에서 장사하거나 거주하는 사람들도 이 기간만큼은 피하는 거 같더라고요.”

“난 오히려 만나고 싶군. 그 말대로라면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인간 사냥꾼들이 그 마을에 모인다는 말이니까. 그 말은 한 번에 처리하기 좋다는 거라고.”

“아니, 보통은 피하거든요?”

김검천이 세이야의 어깨를 툭툭 쳤다.

“어차피 다음 차단문을 열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빨리 마을에 가서 물건을 구해야 해.”

“왜 계속 차단문을 여시려는 건지 모르겠네요. 지금도 충분히 강하시지 않나요?”

“강해지려는 게 아니야. 그저 원래 가지고 있던 걸 찾으려고 드는 것뿐이거든.”

“저번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저희와 헤어지려고 준비하시는 게 아니고요?”

쿠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김검천님. 그냥 떠나시겠다는 건가요?”

김검천이 손을 내저었다.

“둘 다 진정해. 내가 너희들을 버리려는 건 아니라는 것만큼은 맹세할 수 있다. 세이야.”

“예. 김검천님.”

“물론 이렇게 차단문을 열다 보면 함선의 엔진을 가동시켜 이곳을 떠날 능력을 가지게 되겠지.”

“역시…”

“다만 떠날 능력이 있는 것과 실제로 떠나는 건 다른 이야기다.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건 좋은 습관이 아니지. 미리 대비하는 건 좋지만 말이야.”

“알겠습니다. 김검천님.”

“그보다 저쪽에 있던 녀석… 코폴드 맞지?”

김검천이 가리키고 있는 방향에는 코폴드가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노 머신에 의해 상처가 다 나은 코폴드는 처음 보았을 때 크기로 돌아가 있었다.

세이야가 대답했다.

“아까 육포 주신 걸 먹더니 잠시 후 저렇게 덩치가 불어나더라고요.”

“분명 손바닥만 한 크기였는데. 설마 나노머신의 부작용 때문에 크기를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도 생긴 건가? 혹시 모르니 먹을 건 너무 많이 주지 말도록.”

“예. 모르는 상황에는 얌전히 있는 게 있는 게 낫지요.”

“뭐, 이건 나노머신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증거이기도 하겠지만. 어디 볼까.”

김검천이 코폴드를 보면서 손을 까닥였다.

처음에는 코폴드가 반응하지 않았으나 두 번째로 손을 움직이자 배를 내밀고 뒹굴었다.

김검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나노머신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생각만으로도 행동을 지시할 수 있으니 말이야. 다만 처음에 생각했던 복잡한 명령은 안 따르더군.”

[원래 사고 능력 이상의 행동은 못 한다는 거군요. 이해 못 하는 걸 할 수는 없으니까요.]

“내 나노머신의 일부가 몸속에 있다고 하나 한계는 있다는 거겠지. 이 정도면 충분하지만.”

김검천은 리에와 코폴드를 번갈아 보았다.

쿠퍼와 세이야가 옆에 없어도 이제 리에는 코폴드에게 맡겨도 될 듯했다.

리에뿐만 아니라 나중에 지켜야 할 사람이 늘어날 경우도 대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조금 더 지켜볼 생각이긴 했지만.

이제 남은 건 자유의 마을로 가서 다음 차단문을 열 물건만 챙기면 되었다.

그런데 김검천은 마음에 여전히 걸리는 게 있었다.

기분 탓인 것 같긴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세계에 와서는 이런 느낌은 잘 들어맞았다.

특히 뭔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쪽으로는.

“도대체 뭐가 신경 쓰이는 거지?”

***

수백 명은 들어갈 만한 넓은 회의실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시중을 드는 시종은 물론이고 순백의 마갑을 장착한 근위 기사들도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테이룬과 다른 한 사람이 있었다.

- 쾅!

“그게 무슨 소리요. 테우펠 공작?”

테이룬은 자신의 앞에 놓여있는 검은 색의 탁자를 주먹으로 단번에 쪼개버렸다.

테우펠은 탁자가 바닥을 구르기 전 그 위에 놓여있는 자신의 찻잔을 재빨리 들어 올렸다.

현재 병상에 누워있는 국왕을 대신해 국가 운영의 권력을 가진 테우펠 공작이 입을 열었다.

“테이룬 경. 공작이 아니라 재상이라 불러주었으면 하오. 공작은 다른 사람도 있지만 재상은 이 국가에 한 명뿐이니까 말이요.”

“지금 그런 한가한 소리를 하자는 게 아니잖소? 방금 국왕 전하의 침소에서 나온 자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거요!”

테우펠 공작은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 손뼉을 쳤다.

그러자 옆에 대기하고 있던 시종 몇 명이 달라붙어 부서진 검은 색 탁자를 들고 나갔다.

회의실에서 치워지는 탁자를 보며 테우펠 공작이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

“여기 왕국에서는 생산되지 않은 검은 돌로 만들어진 진귀한 탁자인데 아깝군. 왕국의 기사가 물품을 파손했으니 이 건에 대해서는 왕국 예산에서 처리해야 하나?”

“테우펠 공작… 지금 장난하자는 거요?”

테이룬이 목소리를 높이자 테우펠 공작이 대꾸했다.

“평상시 테이룬 경답지 않게 성급한 것 같구려. 차라도 한잔하면서 숨이라도 돌리는 게 어떻겠소?”

테이룬은 테우펠 공작을 노려보았다.

평상시 그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테이룬도 테우펠 공작이 한 일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차는 입맛에 안 맞으니 거절하지. 그보다 내일도 뭔가를 즐겁게 먹고 마시고 싶으면 대답이나 하시는 게 좋을 거요.”

테이룬은 검에 손을 가져갔다.

테우펠 공작은 들고 있던 차를 홀짝였다.

왕국 최강 기사의 검을 앞에 두고도 두렵다기보다 식어가는 차가 더 신경 쓰인 모양이었다.

“그 사람 말이요? 전하의 건강을 위해 제국에서 사람이 다녀간 것뿐이요.”

“아무리 봐도 치료사는 아닌 것 같아 보였지만.”

“사람을 이렇게 못 믿어서야. 그게 아니라면 어쩔 거요? 무력으로 국왕 전하의 대리이자 재상인 이 몸을 위협할 생각인가. 테이룬 경.”

테우펠 공작의 말투가 딱딱해졌다.

테이룬의 태도도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못 할 것도 없겠지. 넌 재상일 뿐이지 국왕 전하가 아니니까. 전하를 대신한다고 해서 국왕 전하의 인장까지 개인적으로 써서 본인을 불러온 것에 대한 건 어떻게 설명할 텐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하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으니까. 서한에 적혀 있지 않았소?”

“이유 같은 건 어떻게 붙이든 자유겠지.”

테이룬이 한 발짝 더 테우펠 공작에게 다가섰다.

위협적이라 생각했는지 그 모습을 본 근위 기사들이 테우펠 공작의 주위로 다가섰다.

테이룬은 그걸 보자 더 화가 났다.

“국왕 직속 근위 기사들이 여기 있는 것도 어이가 없는데 공작의 호위까지 하려 든다고?”

“테이룬 경. 이들에게 무슨 죄가 있겠소. 그저 국왕 전하의 대리를 보호하려는 것뿐인데. 그리고 근위 기사들이라고 해도 몇 명이나 된다고 그러오?”

“대부분의 근위 기사는 국왕 전하의 곁을 지키고 있으니 그만이라는 건가? 이건 숫자가 문제가 아니다!”

“그러면 뭐가 문제라는 거요?”

“근위 기사는 국왕 전하와 왕위 계승권이 있는 자들만 호위하게 되어 있다. 넌 어느 쪽도 해당되지 않으니 왕실의 법도에 어긋나는 것이지!”

“하하하, 테이룬 경. 지금 자신이 뭘 말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정론을 말하고 있는 거다.”

“아니지요. 당신은 융통성이 없다는 겁니다. 지금 이 왕실에는 국왕 전하를 제외하고는 왕위 계승권을 가진 자가 아무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래. 불행히도 다들 사고로 돌아가셨지. 사고의 장본인으로 지목되는 자들은 모두 죽었고.”

“세상에는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니까요. 그보다 다음 국왕은 누가 되어야 할까요?”

“적어도 너는 아니겠지. 아니어야 하고.”

“저런. 그건 당신이 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네가 정할 것도 아니야.”

“그러게 말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대귀족들의 의견을 들어봐야겠지요.”

“아직 전하께서 살아계시니 그런 건 아직 이야기할 가치도 없다.”

“나중을 위해 후사를 생각하자는 겁니다. 정말 말이 안 통하는군요.”

“그게 기사야.”

테이룬이 고개를 돌려 테우펠 공작 옆의 근위 기사의 얼굴을 한 명씩 쳐다보았다.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이라도 느낀 듯 근위 기사들은 저마다 고개를 돌리거나 시선을 회피했다.

근위 기사들에게 있어 왕국 최강의 기사라는 테이룬은 정신적 스승과 같은 존재인 것이다.

테우펠 공작이 그런 기사들의 행동을 보면서 비웃듯이 말했다.

“이래서 기사란. 이런 세상에서 기사도 따위를 논하는 당신이야말로 시대에 뒤떨어진 겁니다. 당신을 제외하고 충성이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어리석은 자는 이 자리에 없습니다.”

“뭔가 착각하고 있군. 집착하고 있는 건 단순히 충성 때문이 아니야.”

“그러면?”

“너한테 그것까지 알려줄 이유는 없겠지.”

“개인적인 일까지는 알 필요 없겠지요. 그러면 여기에 대해서 말해봅시다. 어느 변두리 영지의 영주와 인간 사냥꾼을 동원해 마물의 숲에 들어갔다는 것에 대해서.”

“역시 뭘 하는지 알고 있었군. 그래서 사람을 보내 소환한 것인가?”

“우연히 정보를 입수해 전령을 보낸 것뿐이니 오해하지 마시오.”

“오해가 몇 번만 더 있다면 나라까지도 말아먹겠군. 우연으로 그때를 맞춰 전령이 도착해?”

“나라가 어떻게 되든지 그저 기사임을 자랑스러워하는 테이룬 경이 신경 쓸 일이 아니요. 그런 일들은 다 국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처리할 일이니까.”

“그러면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도록 하마. 다시는 네 멋대로 소환 같은 걸 하지 말도록. 이건 마지막 경고다.”

테이룬이 그 말을 끝으로 등을 돌려 회의실을 나섰다.

테우펠 공작이 그런 테이룬의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어리석은 자야.”

근위 기사 한 명이 그 말에 바로 대답했다.

“앞으로 변할 이 왕국에서는 저런 자의 자리 같은 건 없을 겁니다.”

테우펠 공작이 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네 말이 맞다. 이 왕국에는 저자가 있을 곳 따위는 없겠지. 너희 같은 기사들이라면 모를까.”

“핫, 감사하신 말씀입니다.”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숙여 테우펠 공작에게 경의를 표했다.

충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는 테우펠 공작의 눈은 싸늘하기만 했다.

인간이 아니라 쓸 만한 도구를 보는 눈빛이었다.

테우펠과의 말다툼 끝에 회의실을 나간 테이룬은 한숨을 쉬었다.

그것은 화를 다스리기 위한 심호흡이 아니라 안도의 한숨이었다.

그가 영주를 대동하고 인간 사냥꾼에게 의뢰를 맡긴 건 2가지 이유가 있어서였다.

테우펠 공작에게 이유 중 하나를 들키긴 했지만 다른 하나는 아직 알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물론 들키지 않은 그건 테이룬에게도 운이 따라 줘야 해결될 일이기도 했고.

변두리 영지에서 추방당한 사람 하나를 발견하는 일이 쉬운 건 아닌 것이다.

그것도 마물의 숲 안에서.

“국왕 전하의 병을 고칠 수 있는 건 최상급에 근접한 상급 마석은 되어야 해. 하지만 지금 그 상급 마석이 힘을 다했단 말이지. 대장장이와 그 아이를 찾으면 어떻게 될 것도 같은데. 아니면 그를 찾던가.”

테이룬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다시 왕성을 떠나 마물의 숲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테우펠 공작의 첩자로 보이는 영주에게 부탁을 해서라도 말이다.

“어차피 들킨 일. 영주를 옆에 두고 부리기나 해야겠군. 그러고 보니 영주가 무슨 마을로 간다고 하는 것 같던데. 설마 영주가 영지에 없지는 않겠지?”

***

테이룬이 영주를 찾아 떠날 무렵 김검천과 세이야는 자유의 마을에 도착해 있었다.

이동하는 동안 김검천은 세이야로부터 근처 영지와 영주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금의 영주는 전대 영주를 쫓아내고 그 자리에 올랐다든지 하는 것도 말이다.

김검천은 세이야가 어떻게 그런 일에 대해서까지 잘 알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것보다 더한 의문은 마을까지 세이야는 이동용 원반을 타고 이동했다는 것이었다.

김검천이 별나다는 듯 세이야를 바라보았다.

“이런 걸 조종하는데 재능이 있을 줄이야. 어쩌면 파워드슈츠보다 이동식 원반을 다루는 게 더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는데.”

“사람마다 재능이 다르다는 게 확실히 맞는 말 같네요.”

“하지만 파워드슈츠를 잘 다루지 못하는 것은 곤란해. 그래서 원래는 쿠퍼와 올 생각이었거든.”

세이야가 급히 말을 돌렸다.

“그런데 들은 대로 마을 입구는 봉쇄되어 있는 상태네요. 도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이렇게 숨어서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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