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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42화 (42/250)

42화

광장 맨 앞 단상 위 의자에는 손가락마다 보석 반지를 낀 사람이 앉아있었다.

그 옆에는 마갑을 입은 기사들이 호위를 서고 있었다.

김검천은 그들을 향해 손을 한번 흔들어 주었다.

“다들 여기 모여 있던 참이었나. 귀찮게 이리저리 안 움직여도 되겠어.”

인간 사냥꾼들 중 몇 명이 일단 말을 내뱉고 보았다.

“적이다!”

“마을에 숨어 있던 놈이냐?”

“입고 있는 저것 마갑 아니야? 기사가 왜 지금 시기에 이런 곳에?”

“아니, 그런데 무슨 덩치가 저렇게 커? 갑옷이 큰 건가?”

“그 말대로 겁이 나서 숨어 있다고 하기에는 덩치가 너무 큰데.”

외장형 장비를 부착한 김검천의 신장은 거의 3미터에 달하고 있었다.

그것만 봐도 김검천을 평범하다고 착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어떤 인간 사냥꾼들은 덩치만으로도 김검천의 모습에 겁에 질릴 정도였다.

“으아악! 저놈은!”

그들 중 한 녀석이 비명을 질렀다.

김검천을 알아본 걸 보니 슬라임 재해로부터 살아남은 녀석인 것 같았다.

생존한 게 그에게 있어서 운이 좋았는지 나빴는지는 이 자리에서 판명 날 모양이었고.

“뭐야? 왜 놀라는 거냐?”

“김검천! 김검천이라고! 두목과 간부는 물론 그 많은 조직원들이 모두 저놈에게 당했어!”

“저 녀석이 김검천?”

“듣던 것보다 더 큰데?”

“어째서 이 자리에 있는 거지?”

김검천이라는 말에 인간 사냥꾼들이 저마다 뒷걸음을 치기 시작했다.

김검천이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다 죽인 건 아닌데. 그건 오해야.”

“오해라고?”

“그중에 간부 1명은 같은 간부가 처리한 셈이거든. 두목은 결국 슬라임에게 당해 죽은 모양이고. 내 손에 죽은 녀석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결국은 네가 한 짓이라는 말이잖아!”

“그래서 불만 있나? 인간 사냥꾼? 그러면 내 앞으로 오도록. 우리 한번 제대로 겨뤄보자고.”

“웃기지 마! 우리 인간 사냥꾼들은 비겁하게 정면에서 싸우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기습과 협박으로 싸우는 자들이라고!”

“내 언어 변환기가 잘못된 건가. 단어의 뜻이 달라진 거 같은데. 뭐, 난 상대를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니까 너희들에 맞춰서 정정당당하게 한번 싸워볼까나?”

김검천은 양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안전장치 해제. 총탄 폭발형 선택. 암건 발동.”

팔에서 튀어나온 바늘 같은 폭발형 탄약이 인간 사냥꾼에게 발사되었다.

- 퍼펑!

“으아악!”

“비겁하게 기습을!”

인간 사냥꾼들이 돌멩이에 맞은 개구리처럼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총알 세례로 인간 사냥꾼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시작한 김검천이 입을 열었다.

“방금 전에는 기습이 정정당당한 거라며? 어이, 네가 당하면 비겁한 거냐고.”

“그… 그건.”

인간 사냥꾼들이 조용해지자 단상 위의 반지를 낀 사람이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흐흐. 그건 저자가 한 말이 맞다. 인간 사냥꾼같이 하찮은 존재는 그렇게 당해도 되거든. 이 몸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영… 영주님! 무슨 말을 하시는 겁니까?”

“뭐냐. 이 버러지 같은 인간 사냥꾼이. 이 몸이 하는 말까지 불만이라는 건가?”

인간 사냥꾼은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못 하고 입을 다물었다.

김검천이 영주에게 말했다.

“그렇군. 네가 근처 영지를 다스린다던 영주라는 자냐?”

“오, 이 몸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하긴 이렇게 고귀한 모습에 대해 누군들 칭송하지 않으려나만.”

영주의 넘치는 풍채를 보면 누구나 한눈에 알아볼 듯했다.

“칭송한 게 아니라 비난을 했겠지. 네가 이 마을의 배후일 거라는 말 정도는 들었다.”

“츳, 나름대로 비밀 유지는 했는데. 뭐, 네 말이 맞다. 그 이야기를 들었다면 너도 이 마을의 규칙에 대해서도 잘 알 텐데? 폭력은 나쁜 거라고.”

“그러는 너는 자기 마음대로 규칙을 어기는 것 같던데. 사람을 죽이고 인간 사냥꾼들에게 사람을 잡아오게 시키고 말이야.”

“하고 싶은 말이 뭐냐?”

“네가 하는 행동은 도대체 무슨 규칙을 따르는지 알고 싶은 거다.”

김검천이 영주에게 다가섰다.

영주가 손을 흔들어 인간 사냥꾼들보고 막아서라고 신호를 보냈다.

모여 있던 인간 사냥꾼들은 김검천을 막는 대신 양쪽으로 물러났다.

그 인간 사냥꾼들 속에는 주술사도 있었다.

그는 김검천이 보였을 때부터 인간 사냥꾼들 속에 숨어 지켜보고 있던 것이었다.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싸우는 게 아니라 바로 도망갈 생각으로 말이다.

주술사가 중얼거렸다.

“멍청한 영주놈. 무슨 생각으로 저런 놈하고 싸우려고 드는 거지? 호위 기사 따위를 믿는 건가? 트윈헤드 트롤도 단번에 끝내버린 괴물 같은 녀석이라고. 뭐, 누가 죽든 상관은 없지만.”

영주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김검천에게 신경을 쓰고 있기에 들리지는 않을 말이었다.

영주가 김검천을 피해 물러서는 인간 사냥꾼들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쓰레기 같은 놈들. 정작 필요할 때는 움직이지 않는군. 나중에 처리하도록 해야겠어.”

김검천은 영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어 나갔다.

김검천이 다가올수록 영주 주위에 있는 호위 기사들의 손이 검으로 향했다.

김검천은 갈라진 인파 속을 지나쳐 가다 목이 베어져 죽어 있는 사람의 모습을 보았다.

흘러나온 피가 보여야 하는데 피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뭔가 수상한 모습이었다.

김검천이 그쪽을 살피기 전에 앉아있던 영주가 조급해졌는지 먼저 말을 걸었다.

“세상에 여러 가지 규칙은 많아. 하지만 규칙이라도 다 같은 규칙이 아니야.”

“규칙은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것이야. 그게 아니라는 건가.”

“미천한 것들은 고귀한 자의 말에 복종해야 한다는 건 맨 위에 있는 신성한 규칙이라는 거다.”

“그 말은 영주, 너도 더 고귀한 자가 말하면 복종하겠다는 거군.”

“그럴지도. 하지만 이 자리에서는 그런 자가 안 보이는군.”

“눈이 삔 모양이로군. 여기 내가 있는데 말이지.”

“농담이 과하군. 그러면 어디 내키는 대로 해 보거라. 이 몸이 네 말을 과연 따를 것 같나?”

몸을 앞으로 숙이며 영주가 눈을 가늘게 뜨며 입꼬리를 올렸다.

걸어 나가던 김검천과 영주의 거리는 이제 열 걸음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김검천이 영주와 약간의 거리를 둔 상태로 다리 하나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러면 증명해볼 시간이로군. 영주, 내가 무릎을 꿇도록 명한다.”

영주가 김검천을 향해 몸을 기울이며 비웃었다.

“하하하! 네가 말한 걸 누가 따른다고 멍청한 소리나 하고 …”

그 순간 김검천은 들어 올린 다리로 땅을 향해 힘껏 내려찍었다.

- 쿵!

찍어 내린 다리는 깔려 있던 나무판자를 뚫고 지면에 박혔다.

작은 지진이라도 일어난 위력에 김검천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몸을 비틀거렸다.

의자에서 몸을 내밀고 있던 영주는 심지어 단상 아래로 굴러떨어져 내렸다.

영주가 처박힌 모습을 본 김검천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저런. 무릎을 꿇으라고 했을 뿐인데. 온 몸을 던져 절을 하다니. 너무 과하다고?”

김검천의 발 구르기가 끝나자 그제야 몸의 균형을 잡은 호위 기사들이 영주를 향해 몰려왔다.

“영주님, 괜찮으십니까!”

“영주님, 어디 다치신 곳이라도?”

“영주님, 돌아가시면 안 됩니다!”

영주가 나무 바닥에 처박힌 흙투성이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죽긴 누가 죽어! 이 몸은 신경 쓰지 말고 저놈이나 처리해!”

3명의 호위 기사들이 영주를 놔둔 채 김검천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은 모두 제대로 된 마나 소드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적어도 이 마을에서 본 용병의 마나 소드보다는 나았던 것이다.

김검천은 다리를 나무 바닥에서 뽑았다.

들어 올린 다리에는 붉은 액체가 잔뜩 묻어있었다.

익숙한 냄새와 함께였다.

“설마 피인가? 나무 바닥 아래에 고여 있는 혈액이라니.”

가장 앞서 달려든 호위 기사 한 명이 마나 소드를 휘두르며 외쳤다.

“뭘 혼자 중얼거리고 있는 거냐!”

“네가 곧 접하게 될 것에 대해서 관심이 있어서 말이야.”

김검천이 팔꿈치로 호위 기사의 가슴을 후려쳤다.

“컥!”

마갑채로 가슴이 움푹 파인 호위 기사가 입에서 피를 뿜으며 뒤로 넘어갔다.

김검천이 한마디 했다.

“이제 뭘 중얼거렸는지 알겠지?”

그 뒤를 이어 다른 기사가 마나 소드로 김검천을 힘차게 베어왔다.

김검천은 마나 소드를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기사에게 달려들었다.

검도 아니고 어깨에 의한 태클 공격을 받게 된 기사가 비명을 질렀다.

“기사가 이런 무식한 공격을!”

“꼬우면 너도 갑옷을 두툼하게 입고 따라 하던가.”

“그런 게 가능할 리 없잖아!”

기사의 마나 소드는 김검천의 어깨에 짓눌려 그대로 뭉개졌다.

마나 소드를 짓뭉갠 김검천의 공격은 멈추지 않고 기사 몸통에 정통으로 먹혔다.

“으악!”

공중을 날던 기사는 영주가 아까 앉아있던 의자를 박살 내며 쓰러졌다.

마지막 남아있던 기사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큭, 저 둘은 중급을 앞둔 하급 기사. 하지만 이 몸은 중급 기사니 저들과는 다르다!”

“와! 대단하신 중급 기사께서는 뭘 어떻게 하시겠다는 건가?”

“앞의 하급 기사와는 다르다! 하급 기사와는!”

중급 기사가 얼굴 앞에 검을 수평으로 세우며 양손으로 잡았다.

찌르기에 전력을 다할 작정인 것 같았다.

김검천이 두 손을 어깨높이로 든 채로 까닥거렸다.

“이번 공격이 마지막일 테니 전력으로 공격해라.”

“중급 기사를 얕보지 마라!”

중급 기사가 마나 소드를 김검천의 목을 향해 전력을 다해 찔렀다.

김검천은 그가 자랑하는 마나 소드를 한 손으로 낚아챘다.

중급 기사가 입을 쩍 하고 벌렸다.

마스터 나이트라도 저런 식의 재주는 부리기 힘들 것이다.

이어서 마나 소드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걸 보자 기절이라도 하고 싶은 표정을 지었다.

“어어…? “

“확실히 다르긴 하군. 넌 놀라는 게 아니라 검을 버리고 달려들기라도 해야지.”

“그… 그렇지!”

“늦었어. 적이 충고하기 전에 먼저 실천해야지.”

- 퍽.

김검천의 주먹이 중급 기사의 얼굴에 적중했다.

중급 기사는 머리부터 땅바닥에 내려꽂혔다.

영주는 그 모습을 꼼짝도 못 하고 보고만 있었다.

김검천이 몸을 돌려 영주를 향해 천천히 주먹을 들어 올렸다.

영주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잠깐만! 지금이라도 그만두면 네가 원하는 걸 모두 이루어 주겠다!”

“정말인가?”

“물론이다! 이래 봬도 영주다. 보아하니 모시는 자를 못 찾아서 돌아다니는 자유 기사처럼 보이는데 이 몸의 호위 기사가 되어라.”

“널 모시라는 건가?”

“쓸모없는 호위 기사들 대신에 너 같이 강한 기사를 옆에 두면 마음이 든든할 테니까.”

“만약 하나를 들어주면 네 호위 기사 돼 줄지도 모르겠어.”

“그게 뭔가.”

“네 목숨.”

김검천은 영주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호위 기사들을 상대할 때보다도 더한 힘이 실린 공격이었다.

나무 바닥을 등으로 부숴가며 날아가던 영주가 맞은편에 있는 가게에 처박혔다.

김검천이 주먹을 쥐었다 펴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제대로 친 것 같지 않아서였다.

“타격감이 별로였어. 이상한 감촉이로군.”

비틀거리며 겨우 일어나던 호위 기사 한 명이 그 광경에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호위 기사가 김검천에게 소리쳤다.

“네 녀석! 지금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알고나 있느냐?”

“영주가 저렇게 된 게 무슨 문제라도?”

“당연하지! 영주님을 공격했다는 건 이 왕국을 이루는 기반인 귀족들을 공격한 셈이니까!”

“그래서?”

“뭐가 그래서냐? 이 왕국에서 귀족 살해죄는 죽어 마땅한 중죄다. 네 녀석은 이제 잡혀서 죽을 때까지 평생 도망쳐야 할 운명인 것이야.”

김검천은 피식 웃었다.

호위 기사가 발끈했다.

“지금 말한 게 뭐가 웃기냐?”

“하나 궁금해서. 내가 저 영주를 죽였다 치자. 그런데 내가 타국의 귀족을 죽이고 이곳 왕국으로 도주했다면 그게 죄가 되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 적국의 귀족이라면 오히려 포상을 내릴지도 모르고.”

“같은 행동이라도 어디서 했는지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진다는 건가.”

“설마 네 말은…”

“그래. 마물의 숲 안에서 영주가 시비 끝에 죽었는데 왕국 차원에서 나설지 의문이라는 거지. 사실 나서도 상관없지만.”

“그게 무슨 소리냐?”

김검천이 영주가 깔려 있는 건물 방향을 향해 소리쳤다.

“아직 죽지 않았으니 그 죄는 지은 것도 아니라는 거야. 장난 그만 치고 일어나시지. 영주.”

- 펑!

건물 잔해가 폭발하듯이 하늘로 치솟았다.

그 틈으로 영주가 걸어 나왔다.

입고 있던 옷은 엉망이 되었지만 몸은 멀쩡해 보였다.

분명 김검천에게 맞고 건물에 처박혔지 않은가.

영주가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어떻게 이 몸이 멀쩡하다는 걸 알아챈 거지? 그들 이외에는 이 몸의 비밀을 알 자가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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