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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45화 (45/250)

45화

영주의 촉수도 반지가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검붉은 색으로 변해갔다.

영주가 그걸 보며 아까운 듯이 말했다.

“마석의 힘을 회복이 아니라 공격용으로 바꾸어 촉수를 강화했다. 이제 네 놈의 마갑 따위로 촉수를 막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마라!”

“할 수 있으면 진작 할 것이지. 그게 그렇게나 아까웠던 건가? 용케도 사용했군.”

“이렇게 소모된 반지들은 너부터 시작해서 다시 채워질 것이다! 오늘 이후로 죽어 나가는 인간들은 모두 김검천, 너 때문에 죽는다는 걸 기억해 두거라!”

김검천은 외장형 장비를 툭툭 치며 대답했다.

“잘 되었어. 나도 남은 무기들을 마저 실험해 보고 싶었던 참이었거든. 그런 일 없도록 이 자리에서 확실히 죽여주도록 하지.”

“너나 죽어라!”

촉수들의 끝부분이 새빨갛게 발광하더니 김검천을 덮쳐왔다.

허공을 가득 채운 촉수들의 공격은 사람의 육체로는 피할 길이 없었다.

안 그래도 기동력이 내려가는 외장형 장비를 장착한 김검천에게 촉수가 적중했다.

- 우득.

“음? 무슨 소리가 이래?”

[촉수가 외부 장갑을 깨물었습니다.]

“그 말은 촉수에 입이 생겼다는 말이잖아? 그건 좀 아닌데.”

[촉수에 눈이 있으니 입도 만들어질 수도 있지요.]

“입이 문제가 아니라 그게 장갑에 입을 대는 게 싫은 거야. 심지어 떨어지지도 않네.”

[빨리 떨구어야 합니다. 외장형 장갑 손상률 3%. 그게 지속적인 피해를 입히는 중입니다.]

김검천이 달려드는 다른 촉수들을 피해 장갑을 물고 있는 촉수를 떼어 냈다.

손에 잡힌 촉수는 마치 반항이라도 하듯이 벌린 입으로 김검천을 물려들었다.

벌어진 입안으로는 보이는 뾰족한 큰 이빨에 붉은색의 마나가 서려 있었다.

김검천은 촉수가 장갑에 어떻게 피해를 입히는지 알 것 같았다.

“마나가 서린 이빨로 장갑을 물어뜯어 손상이 가는 거군. 사탕을 어금니로 부숴서 먹는 것처럼 말이야.”

[사탕을 부숴 먹으면 치아에 손상이 갈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녹여 먹는 게 가장 좋지요.]

“내 장갑이 사탕보다는 단단한데 말이지. 이 촉수들은 마치 자신이 의료 보험이라도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걸. 그보다 미리내. 준비는?”

[그 공격을 사용하려면 촉수들의 공격을 잠시 멈출 필요가 있습니다.]

“하긴 외장형 장갑을 물어뜯을 정도면 파워드슈츠도 못 견딜 수도 있지. 일단 주변에 있는 촉수는 처리하고 보자고.”

김검천의 장갑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 촉수들의 움직임이 변했다.

김검천에게 무작정 돌격하는 게 아니라 팔과 다리의 움직임을 봉쇄하려 들었다.

말 그대로 팔다리를 촉수로 묶어서 꼼짝 못 하게 만들려는 것이었다.

공격이 먹혀들어가는 게 기쁜 모양이었다.

촉수를 조정하던 영주가 소리쳤다.

“촉수 하나하나의 힘은 약하지만 합치면 네 녀석 혼자의 힘 정도는 감당해 낼 수 있다! 가라! 촉수들이여! 우리들은 뭉친 힘으로 승리할 것이다!”

다리를 양쪽으로 찢으려던 촉수를 공기 분사로 겨우 떼어놓은 김검천이 고개를 저었다.

“저 대사만 누가 들으면 내 쪽이 악의 보스처럼 보이겠네.”

[영주로는 그럴 만도 합니다. 이제까지 이룬 게 김검천 함장님 덕에 다 박살 났으니까요.]

“그러면 더욱 더 노력해서 영주를 확실히 박살 내줘야겠군. 미리내. 뒤쪽을 부탁해.”

[알겠습니다. 아까 지지대 용도로 쓰던 보조 팔을 전부 동원하겠습니다.]

김검천의 등 쪽 장갑이 갈라지더니 7개의 팔이 튀어나오며 뒤를 노리던 촉수들을 공격했다.

김검천이 밀리는 모습을 보며 좋아하던 영주가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뭐지? 인간이 어떻게 팔이 9개나 되는 것이냐! 네 놈도 인간이 아니었던 건가!”

미리내가 김검천에게 속삭였다.

[이게 사람 팔로 보이다니. 영주는 바보입니다]

“기계 팔을 처음 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 웃기는 건 저런 촉수들을 다루는 녀석이 기계 팔 몇 개로 놀란다는 거야. 이곳의 존재들은 생각보다도 기계에 관해 무지한 것 같군.”

[이곳 문명 수준에 대해서 논하는 건 조금 미루셔야 할 거 같습니다. 다음 공격이 옵니다.]

미리내가 움직이는 보조 팔의 날카로운 부위가 검처럼 쓰여서 공격한 촉수를 잘라냈다.

김검천도 지지 않고 달려드는 촉수를 떨어뜨린 후 발로 짓밟았다.

“그러게. 이것들부터 처리하고 영주에게 다시 한번 몸으로 느끼게 해주자고.”

외장형 장비의 보조 팔이 합세하자 촉수들은 방금 전처럼 김검천을 몰아붙이지 못했다.

영주는 억울한 듯이 외쳤다.

“비겁하다! 사람은 팔 두 개 밖에 없는 존재라고!”

“네가 촉수를 수십 개 넘게 다루는 건 문제없고 내가 보조 팔을 7개 다루는 건 큰일이냐?”

김검천은 입을 벌리고 달려드는 촉수를 향해 주먹을 쑤셔 넣으며 대꾸했다.

방금 입안을 박살낸 촉수로 주위에 남은 촉수들을 다 처리한 참이었다.

이제 남은 건 영주뿐이었다.

“이제 남아 있는 촉수도 없고 너 혼자만 남았군. 그러면 내가 갈까? 네가 올래?”

영주는 김검천의 활약에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반지의 힘을 쓰면서까지 강화한 촉수가 김검천에게 안 먹히는 것이다.

하지만 그저 눈에 안 보일 아직 그에게는 남은 촉수가 더 있었다.

“흐흐, 설마 이게 다라고 생각했던 거냐? 나와라.”

- 푸슉.

영주의 주변으로부터 촉수가 다시 튀어나오고 있었다.

마을의 지면 아래에 촉수를 생산하는 공장이라도 존재하는 것처럼.

다만 막 촉수를 뽑아내서인지 당장 김검천을 공격할 정도로 힘이 생겨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인지 영주가 말을 걸어왔다.

“김검천. 네 놈이 확실히 강하다는 건 인정하마. 그래도 인간의 한계는 넘어설 수 없을 것이야. 언제까지 이 촉수를 버틸 수 있을 것 같으냐!”

촉수를 위해 시간을 끌려는 의도가 뻔히 보였지만 김검천은 말을 받아주기로 했다.

시간이 필요한 건 김검천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촉수가 많기도 많군.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오는 거지?”

“이 마을에서 얼마나 많은 인간의 피가 흘렀는지 아나? 아직도 촉수는 계속 뽑아낼 수 있다.”

“마을에 뿌려진 피만큼 촉수가 계속 만들어진다는 말인가.”

“그렇다. 네가 이 귀여운 촉수들을 없애려면 이 마을 전부를 날려 보내야만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고작해야 마갑 하나를 걸치고 있는 네가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이냐?”

“그것 마침 잘 되었군. 내가 네게 실험하려던 무기가 그런 종류거든.”

영주는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뭐라고? 거짓말하지 마라. 아까 전 무기가 강력하긴 했어도 마을 전체를 공격할 정도의 위력을 가진 건 아니었다.”

김검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언제 같은 무기를 쓴다고 했지? 아까는 에너지형 무기였지만 지금 사용할 건 실탄 무기거든? 마을 정도의 범위라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그런 무기가 있는데 이제야 쓰는 건가?”

“원래 이렇게 횟수가 제한되어 있는 무기는 마지막에 쓰는 거라고. 상대를 확실히 죽을 수 있다는 확신이 섰을 때 말이지. 이른바 필살기라는 거야.”

“뭐라고?”

“만약 처음부터 이걸 써서 마을을 날려 버렸으면 반지의 힘인가 뭔가로 넌 다시 살아났을 테지. 안 그래?”

“그만둬! 마을 안의 다른 사람들마저 다 죽일 셈이냐?”

“이미 네가 다 죽였잖아. 덕분에 마음 놓고 공격을 할 수 있게 된 거라고?”

“빌어먹을! 그러면 무기를 사용할 틈을 주면 그만이겠지!”

“알려줬을 때부터 준비는 이미 끝난 상태였거든. 미리내.”

[외장형 장비로부터 33기형 다탄두 산개 미사일 지뢰. 목표 조준 및 발사 준비 완료.]

- 파파팍.

외장형 장비의 전신으로부터 장갑이 개방되면서 주먹만 한 구멍이 보였다.

그 속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원반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전탄 발사.”

[전탄 발사합니다.]

- 슉 슈슉 슈슉!

은빛 원반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자신의 죽음을 불러올 강철 괴물이라는 것을 느낀 것일까.

영주는 저도 모르게 햇빛에 빛나며 자신을 과시하는 원반에 눈이 쏠렸다.

곧이어 하늘에 퍼진 수십 개의 원반으로부터 다시 수십 개의 드릴들이 튀어 나왔다.

수백 개가 넘는 드릴은 마을 곳곳으로 쏟아져 내렸고.

그것들 중 절반가량은 영주를 중심으로 내려 꽂혔다.

심지어 몇 개는 영주의 몸속을 파고들기도 했다.

하필이면 제대로 도망도 못 치도록 하반신 쪽으로 말이다.

“커헉! 이놈이!”

드릴을 맞은 영주가 비명을 질렀다.

그러더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드릴을 맞은 다리에 구멍이 뚫리긴 했지만 김검천이 말하던 위력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주변도 무슨 일이 일어났냐는 듯 조용하기 짝이 없었다.

“응? 뭐냐? 이게 끝이냐?”

김검천이 손가락을 흔들었다.

“설마 그럴 리가. 이건 지뢰라는 거다. 그 이름의 뜻은 땅에서 치는 번개라는 거고. 조금 있으면 뼈가 저리게 느낄 수 있을걸.”

“그 말은?”

“시간을 두고 폭발한다는 것이지. 넌 몸속으로 파고든 드릴이 있으니 터진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영거리에서 느낄 수 있을 거다. 마을 전체가 사정권이니 도망칠 수도 없을 테고.”

그 말을 들은 영주가 미친 듯이 웃었다.

“크하하하!”

“드디어 죽음을 앞두고 미친 건가?”

“너도 같이 죽을 테니 웃길 수밖에!”

“내가?”

“마을을 날려 버릴만한 위력이라면 너도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무사할 리가 없지!”

“그건 네 희망 사항이지. 얼마 남았지? 미리내.”

[10초 이내로 폭발합니다. 10, 9, 8….]

영주가 두 팔을 벌리고 김검천을 향해 달려들었다.

“같이 죽자!”

김검천이 몸을 아끼지 않은 영주의 질문에 대해 간단하게 거절해 주었다.

“실드.”

푸르스름한 막이 김검천의 몸을 뒤덮더니 그를 중심으로 범위를 늘려 나갔다.

에너지가 30% 이하라지만 짧은 시간이라면 무리해서라도 실드를 사용 못 할 것도 없었다.

영주는 실드에 밀려 김검천으로부터 더 이상 접근할 수 없었다.

“이럴 수가--!”

“잘 가라.”

[…2, 1, 0.]

김검천이 손가락을 까닥거리는 순간이었다.

미리내의 말이 끝나며 영주의 몸속과 마을 여기저기서 빛이 번뜩였다.

- 쿠아앙--!

대지가 흔들리고 지하로부터 시작된 번개가 하늘로 솟구쳤다.

마을 밑의 비어있는 공간 부위를 향해 파고 들어간 지뢰가 폭발한 것이다.

거기서 영주가 부르는 걸 대기하던 촉수들이 폭발에 의한 충격과 화염에 휘말려 그대로 재가 되었다.

영주 또한 실드 밖에서 지뢰가 어떤 건지 몸으로 느껴야만 했다.

영주는 그게 마음에 안 들었다.

몸이 가루가 되는 감각 같은 건 세상 어디 가도 맛볼 수 없는 맛이었으니까.

- 파삭.

폭발과 동시에 영주가 지니고 있던 마지막 보석 반지가 가루로 변하며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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