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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47화 (47/250)

47화

테이룬이 망설이는 주술사를 향해 검을 들어 올렸다.

“싫다면 이 자리에서 널 베고 추적 마법 도구만 챙겨 가도록 하지. 인간 사냥꾼이라면 그 정도 각오는 하고 살아왔을 거다.”

“잠깐! 누가 안 한다고 했습니까? 하겠습니다!”

가면 김검천을 만나서 죽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안 가면 당장 죽을 것이었다.

주술사가 품 속에서 투명한 막대를 꺼내 검붉은 빛을 발하는 방향으로 서둘러 발을 옮겼다.

은신 상태로 들어간 함선이라도 아직 쿠퍼가 남긴 흔적만큼은 희미하지만 남아있었다.

돌아가는 상황이 잘 이해가 안 되는지 멍하니 있던 근위 기사가 물었다.

“저는 이제 어떻게 합니까?”

“명색이 근위 기사가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모르다니. 돌아가든 따라오든 마음대로 해라.”

한동안 망설이던 근위 기사는 한숨을 쉬더니 테이룬을 따라가며 중얼거렸다.

“에라, 모르겠다. 기왕 이렇게 된 것 끝까지 가보자고.”

***

주술사의 불길한 예상은 현실이 될 모양이었다.

테이룬 일행이 함선에 도착하기에 앞서 김검천이 먼저 함선에 도착한 것이다.

그들에게 더 불행한 일은 김검천이 다음 구역으로 넘어가는 차단문 앞에 있다는 것이었고.

김검천이 평소보다 뭔가 더 부착된 파워드슈츠를 살피며 쿠퍼에게 물었다.

“준비는 다 되었나?”

“물론입니다. 챙겨온 물건과 중급 마석, 그리고 비즈릴을 손 봐서 들고 오신 외장형 장비에도 연결했고요.”

“혹시 몰라 외장형 장비를 챙겨오길 잘했군. 결국 소모품이 될 운명이긴 하지만.”

“마석으로 증폭되어 한계치를 넘은 힘은 외장형 장갑 부분이 첫 번째로 받을 겁니다.”

“그게 부서지면 파워드슈츠가 그때 가서 나머지 힘만 감당하면 된다는 거고. 미리내.”

[각 부위 연결. 출력 상승. 마석 오버히트. 100% 이상 출력입니다.]

“시작한다! 합!”

김검천이 차단문을 전력을 다해 당기자 전신의 인공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 피쉭, 챙그랑.

문이 조금씩 열리는 진행 정도에 따라 붙어 있던 외장형 장비가 부서져 떨어져 내렸다.

파워드슈츠 곳곳에서도 회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어느 정도 열린 듯하자 김검천은 턱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쿠퍼와 세이야가 닫히려고 드는 차단문의 열린 틈으로 떨어진 외장형 장비를 끼워 넣었다.

- 끼긱.

“열렸습니다!”

“문을 바로 고정시켜라!”

“맡겨만 주십시오!”

받쳐주는 게 있으니 김검천도 좀 더 편히 문을 열고 다음 구역에 돌입할 수 있었다.

이 구역도 인증이 끝나자 언제든지 문을 개방할 수 있게 되었다.

- 탕.

김검천은 파워드슈츠를 벗으며 사용한 마석을 꺼냈다.

이곳에 있는 장교용 파워드슈츠로 갈아입으면 되니 기존 것은 필요 없게 된 것이다.

이미 한계를 넘은 출력으로 쓸 수 없게 되기도 했고.

쿠퍼가 버린 파워드슈츠를 아까운 듯이 주워들면서 물었다.

“혹시 이것 제가 가져도 되겠습니까? 한번 살펴 보고 싶습니다.”

“어차피 망가진 거니까 마음대로 해. 파워드슈츠에 대해서도 좀 더 알아보는 것도 좋겠지.”

새롭게 열린 문 너머로는 넓은 장소에 수많은 식탁과 의자가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곳을 본 세이야가 김검천에게 물었다.

“저기는 뭔가요?”

“보니까 소위, 중위, 대위의 위관급이 이용하는 식당이군.”

“이제까지 온 구역과는 뭔가 달라 보여요.”

“그거야 이용자들의 숫자가 다르니까. 함선의 장교 수는 사병의 10%도 안 되거든.”

“이용해 봐도 될까요?”

“그래. 다들 데려가서 발견한 먹을 것이나 마실 것도 좀 챙겨주도록 하고.”

따로 할 일이 있는 김검천은 식당 이용을 나중으로 미뤘다.

우선 부전원실에 가서 파워드슈츠에서 꺼낸 중급 마석을 끼워 넣어야 했으니까.

미리내가 공급되는 에너지양을 측정하면서 말했다.

[이미 쓴 마석이라고 감안해도 생각보다 이 구역의 에너지가 별로 안 차는군요.]

“중심부로 향할수록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시설이 많으니까 그럴걸.”

[집중 치료실과 의무실 쪽은 특히 에너지가 필요한 시설입니다.]

“시설 전부를 사용할 수는 없으니 선택해야겠네. 그쪽에 남아있는 나노 머신이 있어?”

[현재 살펴본 바로는 없습니다.]

“그러면 당장 쓸 일은 없겠군. 다친 사람도 없으니 그쪽은 일단 폐쇄해둬. 그러면 상관없겠지.”

[필요한 우선순위 쪽에 집중하자는 말씀이군요. 그대로 시행하겠습니다.]

보고를 들으면서 김검천도 따로 빠르게 손을 움직여 구역 설비 목록을 살폈다.

아쉽게도 세이야에게 맞는 지식 주입기는 발견하지 못했다.

“다른 건?”

[함선 외부에 대해 몇 가지 동작 가능한 장비가 있습니다.]

“그거 반가운 소린데. 광학 미채 말고도 또 다른 게 있어?”

[외부 감시 카메라가 작동합니다.]

“이제 주변에서 접근해 오는 자들을 함선 안에서도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이군. 다음은?”

[카메라와 동시에 감시 센서가 동작하게 되었습니다.]

“범위는?”

[직경 1킬로미터 이내입니다.]

미리내가 김검천의 눈앞에 주변 지형을 축소한 홀로그램을 띄워주었다.

“함선이 박혀 있는 분화구 주변을 겨우 살필 정도로군. 그 정도만 해도 지금은 충분하지만.”

[적이 공격해 오면 반격하러 나가실 예정인가 보군요.]

“광학 미채를 이용해 은신 상태라고 하지만 함선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니까.”

[함선 바로 옆에서 싸우다가 광학 미채 부위가 고장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군요.]

“함선 장갑이야 멀쩡하겠지만 그래도 충격을 아예 받지 않는 건 아니니까. 추락한 충격으로 함선 내부의 물건들이나 벽 같은 것도 파손된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하긴 주의해서 나쁠 것 없겠습니다. 몸을 사리는 게 오히려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건 상황을 보고 대처하는 게 맞겠지. 더 들을 게 있어?”

[함선 무기 관제 시스템에 대해서 보고할 것이 있습니다.]

김검천이 눈을 빛냈다.

기다리던 소식 중 하나였다.

“드디어 그쪽 시스템에 접속이 가능해진 건가. 사용 가능한 수단은?”

[지대공 포탑 중 일부를 잔여 에너지 투입으로 움직일 수 있는 정도입니다.]

“역시 부전원실에서 발생한 에너지로 움직일 수 있는 건 그 정도인가.”

[그렇습니다. 엔진실을 개방하기 전까지 주력 무기는 운용하기 힘들 겁니다.]

“위력은?”

[파워드슈츠에 설치되어 있는 암건과 비슷할 겁니다.]

“인간 사냥꾼들 정도는 상대할 수 있겠군.”

[마나 보호막을 사용할 수 없는 중급 기사들까지 가능하다는 가상 전투 결과가 있습니다.]

“상황이나 적의 수는 항상 달라지니까 절대적인 건 아니겠지.”

[그래도 비상시에 쓸 수 있는 방어수단이 있다는 건 마음 든든한 일이니까요.]

김검천은 위관급 무기고로 연결되는 문 앞에 섰다.

설치되어 있는 보안 카메라가 뻗어 나오며 벽의 한쪽이 살짝 올라갔다.

보안 카메라는 행동에 반응하지 않고 정해진 대로 김검천의 눈에 떠오른 문양을 살폈다.

“이런 걸 보면 같은 AI라고 해도 미리내와는 확연히 차이가 있네.”

[전함 미르의 두뇌에 해당되는 저와 어디나 있는 보안 카메라가 같은 수준일 리 없지요.]

- 위잉.

신분을 확인한 보안 카메라가 벽 속으로 스며들자 문이 열렸다.

김검천이 무기고로 들어가려는데 뒤에서 세이야가 부르며 뛰어왔다.

“김검천님! 같이 가요!”

세이야가 열려 있는 무기고 입구를 통해 지나치려는데 보안 카메라가 와서 막아섰다.

“보안 카메라가 정식 등록된 사람을 왜 막아서는 거야?”

[누구든지 보안 검사를 받지 않으면 통과할 수 없습니다.]

“앞쪽에서는 안 해도 되었는데.”

[이곳은 그곳과 달리 검증이 필요합니다. 함선 내 보안 규칙을 따르시기 바랍니다.]

“빨리 끝내줘.”

세이야가 손을 내밀어 문양을 떠올렸다.

보안 카메라가 1차 검증을 마치더니 가만히 문을 막고 섰다.

[함선 등록자 명단에서 세이야 확인. 등급이 낮아 통과할 수 없습니다.]

“김검천님. 등급 때문에 못 들어간다고 하는데요?”

김검천이 세이야에게 대답했다.

“이곳이 위관급 무기고라서 장교부터 입장할 수 있어 그런 거 같네.”

승무원이라도 해당 권한이 없다면 함선 내에서 출입할 수 없는 구역이 있는 것이다.

세이야가 힘이 빠진 모습에 김검천이 다시 말했다.

“실망할 필요는 없을 걸. 어차피 이곳의 무기는 파워드슈츠 조종에 익숙하지 않으면 다루는 것조차 힘들거야.”

“하긴 지급받은 파워드슈츠마저도 못 다루고 있으니까요. 일단 있는 것부터 잘 해야겠지요.”

세이야가 뭔가를 깨달은 듯이 사병용 훈련장 쪽으로 달려갔다.

다음에 외부로 나갈 때쯤이면 세이야가 파워드슈츠를 장착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무기고에 들어오는 것 정도는 허가 해줘야겠군.”

미리내가 바로 반박했다.

[김검천 함장님의 말이라도 장교급 문양을 세이야에게 각인시키는 건 찬성할 수 없습니다.]

김검천이 고개를 저었다.

“출입 권한만 부여할 생각이야. 이쪽 무기고의 장비 사용을 가능하게 한다는 게 아니고.”

[아, 그 정도면 지구연합 우주방위군의 행성법을 위반하지도 않겠군요.]

“이럴 때도 그런 걸 따지다니. 미리내 너, 세이야에게 너무 까다로운 거 아니야?”

[규정은 규정입니다. 세이야는 사병용 파워드슈츠에 기름칠부터나 잘 해야 한다고요.]

“그것부터 다루는 게 우선이기는 하지. 자, 우리도 시작해 볼까나.”

- 위잉.

김검천은 일단 편의를 위해 이곳 무기고의 문은 열어두기로 했다.

혹시 외부로부터의 침입자가 있다고 해도 사병용 구역 차단문이 시간을 벌어줄 것이었다.

무기고에 들어선 김검천을 맞이한 건 텅 비어 있는 공간이었다.

집도 들어갈 만한 커다란 장소인데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했다.

그런데 김검천은 그 광경에 활짝 웃어 보였다.

“여기는 멀쩡해 보이는데.”

[그렇습니다. 차단문 쪽은 파손되었는데 이곳은 별 피해가 없어 보입니다.]

“운이 좋은걸. 그러면 장비를 꺼내 볼까?”

김검천이 아무것도 없는 벽을 주먹으로 힘껏 쳤다.

- 탕.

김검천의 손이 닿은 부분부터 빛의 줄기가 실처럼 뻗어 나왔다.

빛의 실이 벽 전체를 덮는 순간이었다.

- 철컹. 철컹.

벽면이 뒤집히며 숨겨져 있던 장교용 파워드슈츠들이 튀어 나왔다.

파워드슈츠들의 부품들은 모두 기계 팔에 의해 허공에 고정되어 있었다.

기계 팔로 장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서였다.

[사병용 파워드슈츠는 직접 사람들이 입어야 했지요.]

“그걸 보고 차별 대우라고 주장한 사람도 있었다고.”

[어떻게 되었습니까?]

“돈 이야기가 나오니 조용해지던데. 각자에게 기계를 지급하는 것보다 인력이 더 싸다고.”

[어디를 가도 보급 문제는 돈이로군요.]

“여기서는 에너지가 문제고.”

김검천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함선이 크다 보니 무기가 한곳에 다 모여 있지는 않네.”

[어쩔 수 없습니다. 작은 도시만 한 함선이니까요.]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 1벌만 있어도 상관없긴 하지만.”

[그런데 장교용 파워드슈츠는 개인별 맞춤 제작형이라 맞는 게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없으면 좀 큰 것 중에서 비슷한 체형을 선택해서 입는 수밖에.”

결국 몸에 딱 맞는 파워드슈츠는 못 찾아서 가능한 비슷한 걸 장착했다.

나중에 미리내와 쿠퍼의 도움을 받아 몸에 맞게 고치면 될 것 같았다.

막 파워드슈츠를 장착하고 몸에 맞추려는데 밖에서 쿠퍼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김검천님! 큰일 났습니다! 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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