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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50화 (50/250)

50화

- 고오오--!

테이룬이 검을 뽑아 드는 순간 마나가 불꽃처럼 분출하였다.

뿜어진 마나가 한순간 검 쪽으로 뭉치는가 싶더니 반투명한 푸른 검의 모양으로 바뀌었다.

오러의 발현이었다.

미리내가 김검천에게 말했다.

[실제로 오러를 보는 건 처음이로군요. 드디어 제대로 된 정보를 입수하게 되었습니다.]

“오러 정도의 힘이라면 위관급 파워드슈츠 장갑으로도 완벽한 방어는 힘들려나? 실드로 방어한다면 어떨까.”

[현재 파워드슈츠의 정비 상태로 볼 때 실드는 가능한 자제해 주셨으면 합니다.]

“정비할 시간이 너무 짧았던가. 그보다 무기는 어때?”

[기본적인 실탄 무기 쪽은 어느 정도 공급해 두었습니다. 영상 표시합니다.]

김검천의 눈앞에 홀로그램 창이 떠오르며 파워드슈츠에 있는 무기들을 표시했다.

전에 쓰던 파워드슈츠와 무기 개수는 비슷했다.

차이가 있다면 무기의 파괴력만큼은 예전 것과 훨씬 강했다.

거기다 특히 마음에 드는 건 소형이라지만 유도형 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근거리, 원거리용으로 쓸만한 건 다 들어있군.”

[생각 같아서는 꽉 채우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했거든요.]

“당장 쓰기에는 이 정도면 충분해.”

김검천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테이룬에게 다가섰다.

테이룬은 오러가 서린 검을 서서히 들며 말했다.

“하나 물어보지. 네 녀석은 왜 저 쿠퍼라는 자를 감싸주고 있는 건가?”

“간단하지. 그는 내가 거두기로 했거든. 내 사람이라는 이유로는 부족한 건가?”

“자기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그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쿠퍼가 이 왕국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나?”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되는 건가?”

“아까 켈헴과 겨룰 때 저 대장장이가 자기만큼이나 무식하게 생긴 망치를 휘두르는 걸 보았을 텐데.”

“그거 뭐 어떻다는 거지?”

“강한 건 알겠지만 그런 지식은 부족하군. 마스터 나이트로서 근위 기사들을 훈련시킬 때 다른 나라의 무술에 대해 흥미를 가진 적이 있었지. 그건 제국 기사용 양손 대검술이었다.”

“쿠퍼가 사용하는 건 대검이 아니라 금속 망치인데.”

“하지만 마스터 나이트의 이름을 걸고 말할 수 있다. 그건 분명 제국에서 기사나 접할 수 있는 대검술을 변형한 거였다. 그런 수상쩍은 자를 굳이 네가 보호할 필요가 있을까?”

김검천이 쿠퍼를 돌아보았다.

쿠퍼가 입을 다물고 있는 걸 보아 테이룬의 말은 사실인 것 같았다.

하지만 김검천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건 네가 알 바가 아니다.”

“정체도 알 수 없는 자를 왕국 최강이라는 본인과 적대하면서까지 감싸주겠다고?”

“그런 건 이미 쿠퍼와도 이야기한 적이 있었어. 거기다 떠나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가도 좋다고 했었지.”

“뭐라고? 그러면 넌 뭘 알고 그들에게 요구하려고 거둬들인 게 아니였던 건가! 그냥 보호 중인 것이냐?”

“쿠퍼는 대장장이로서 역할을 잘 수행해주고 있는 중이야. 리에가 있어서 사람들이 즐거워하지. 거기에 뭐가 더 필요하다는 말인가?”

테이룬이 그 말에 말문이 막힌 모양이었다.

잠시 고민을 하던 테이룬이 한숨을 쉬었다.

“후, 너 같은 자와는 이런 자리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국왕 전하를 살리기 위해서 리에라는 아이의 목숨이 필요하단 말이다!”

“쿠퍼가 아니라 리에라고? 리에는 쿠퍼를 위협할 인질이 아니었던 건가.”

더 이상 대꾸하지 않은 테이룬 대신 그의 검이 대답을 시도했다.

테이룬이 든 검에서 오러가 섬광처럼 번뜩인 것이다.

불길한 예감이 든 김검천이 급히 목을 꺾었다.

- 스윽.

김검천의 목으로부터 칼에 찔린 듯한 상처가 생기더니 한 방울의 피가 떨어져 내렸다.

김검천이 목 부분을 슬쩍 만지며 미리내에게 물었다.

“상처는?”

[대단한 건 아닙니다. 머리카락 정도의 상처라 이미 나노머신에 의해 회복이 끝났습니다.]

“파워드슈츠를 바꾸지 않았다면 반응 속도를 못 따라가 위험했을지도 모르겠는데.”

방금 전 공격에 멀쩡한 김검천의 모습에 테이룬이 한탄했다.

“부끄럽다. 이 몸이 기습 공격까지 했거늘 실패라니. 차라리 이걸로 죽어줬으면 했는데.”

“기습 공격이 아니라 실패한 게 부끄럽다니. 뭐, 맞았으면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그냥 죽었을 테지. 이건 마나참은 아닌 것 같은데.”

“오러섬이라는 거다. 위력을 낮춘 대신 속도를 높인 마기술이지. 그래도 마나보다는 강한 게 오러지만.”

“이거 고통 없이 보내주려고 해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내가 죽을 때는 스스로 정한다.”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세상사더군.”

“원래 세상 일이라는 게 그런거지. 그러면 이번에는 내 차례군. 암건 관통형. 발사.”

- 슈슉.

김검천의 양팔로부터 바늘 형태의 총알이 테이룬을 향해 날아들었다.

테이룬은 총알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검천을 향해 달려드는 테이룬의 주위에는 잘 보이지 않는 푸른색이 번져나가고 있었다.

- 투투퉁.

김검천이 테이룬과의 거리를 벌리며 그대로 양팔을 겨눈 채 소리쳤다.

“마나 보호막인가? 이제 보니 그것도 이동하면서 사용 가능한 거였군.”

“일반 마갑과는 다르다. 일반 마갑과는! 거기다 오러를 다룰 수 있다면 이 정도는 기본으로 해야지. 그래서 네 녀석의 공격은 이게 끝인가?”

“그러면 우리 둘 다 섭섭하겠지. 이제부터 제대로 즐겨보려고 한다고.”

- 키잉.

화살과 비슷하게 생긴 손바닥만 한 미사일이 하나가 어깨와 수평으로 이루며 튀어나왔다.

[유도형 미사일. 목표 테이룬. 조준 완료. ]

“발사.”

[발사합니다.]

미사일이 튀어나온 방향 그대로 발사되었다.

테이룬과는 관계없는 방향의 허공을 향해 날아간 것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기에 잠시 긴장하던 테이룬이 김검천을 보며 웃었다.

“마음이 급해져 실수라도 한 건가? 방금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실수는 확실히 아닌데?”

“부끄러워 거짓말을 하는 건가? 삶과 죽음의 경계를 경험하지 못한 자들이 전장에서 흔히 벌이는 일이지.”

김검천이 피식 웃었다.

적어도 그가 들을 말은 아니었다.

수십, 아니 수백 번도 넘었기에 얼마나 죽었는지 세는 것도 잊었던 김검천인 것이다.

“죽어보지도 못한 녀석이 까부는군. 그러니 죽음이 곁에 다가온 줄 알지도 못하지.”

“뭐라고?”

뭔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낀 테이룬은 급히 몸을 돌리려고 했다.

그런 그의 시야에 잡히는 게 있었다.

아까 김검천의 어깨에서 본 뭉툭한 화살을 닮은 무기, 미사일이었다.

- 펑!

테이룬의 등 뒤쪽에 미사일이 적중하자 그를 둘러싸고 있던 마나 보호막이 터져나갔다.

유도형 미사일은 그제야 목표인 테이룬에게 향해 돌아와 마나 보호막에 적중한 것이다.

테이룬에게 적중한 미사일을 보면서 김검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괜히 겨누고 쏘는 것보다는 이게 낫지 않아? 저렇게 방심하다가 맞게 되니까. 시간차 공격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냥 대놓고 쏴도 괜찮습니다. 미사일에 적재된 에너지가 다하기 전까지는 쫓아가니까요.]

“폭발하는 미사일 탄두 부분이 공격당할 수도 있으니 확실히 맞추는 게 낫단 말이야.”

김검천이 발사한 것은 개인이 휴대할 수 있을 정도 크기인 초소형 미사일이었다.

그 위력만큼은 테이룬이 겪은 어떤 마법이나 공격에 비해서도 뒤떨어지지 않았지만.

마나 보호막이 단번에 깨지는 순간 폭사할 뻔한 테이룬인 것이다.

오러가 서린 검으로 폭발 위력을 최소화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죽었을지도 몰랐다.

테이룬이 검게 그을린 마갑을 내려다보았다.

마나 보호막이 박살 날 때 몸이 두르고 있던 망토처럼 찢어지지 않은 게 다행으로 보였다.

테이룬이 검을 천천히 치켜세웠다.

“방금 그게 뭐지?”

“네가 아까 빗나갔다고 비웃었던 것이지. 지금은 이 정도 설명으로 만족하라고.”

“더 듣고 싶다면?”

“네가 죽기 전이라면 자장가 삼아 잔뜩 들려주도록 하지.”

테이룬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면 정중히 거절하도록 하지. 그 미사일이라는 것의 위력이 대단하긴 해. 하마터면 죽을 뻔했거든.”

김검천이 대꾸했다.

“아까 네가 오러섬을 쓴 것의 보답이라고. 그때는 나도 놀랬거든.”

“하하하! 이 몸이 죽을 뻔한 것과 네가 놀란 게 같은 수준이라는 건가?”

“이런 미사일 한 발 쏠 때마다 얼마가 들어가는지 알면 넌 기절할걸.”

“말만으로도 마스터 나이트를 기절시킬 수 있다면 그게 더 놀랄 일이로군.”

“여러분의 세금이 공중에서 폭발하고 있다고 말릴 사람이 없으니 이렇게 내키는 대로 쏘고 있는 거라고. 이런 무기는 제법 비싸단 말이지.”

“이 마갑도 세금은 제법 많이 들어간 모양인데 정작 쓸모는 없는 게 아쉽군.”

“아직 살아 있지 않은가. 앞으로 세금 도둑이라는 말을 안 듣게 분발해야겠는데?”

“격려해 줘서 고맙군. 마기술, 오러참!”

테이룬의 검이 빠르게 움직이며 반월형의 푸른 오러를 만들어 날렸다.

대화를 하면서도 테이룬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던 김검천이었다.

“이 정도로?”

오러섬에 비하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속도였다.

김검천은 걸음을 옮겨 옆으로 공격을 회피했다.

몸을 피하는 모습을 본 테이룬은 오히려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괜히 기술명을 소리쳐서 공격한다고 알린 게 아닌 것이다.

“잡았다!”

갑자기 오러참이 2개로 늘어나며 공격 범위 또한 2배로 증가했다.

거기다 지금 김검천은 공격을 회피한 상태라서 자세가 흐트러져 있었다.

오러에 정통으로 맞으면 위관급 파워드슈츠의 장갑이라도 멀쩡하지는 못할 것이었다.

오러참에 의해 반으로 갈라져 죽을 것처럼 보일 때였다.

김검천은 다리를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이 옆으로 오러참을 피해냈다.

새 파워드슈츠에 달려 있는 반중력 장치로 몸을 띄운 다음 고압 공기로 회피를 시도한 것이다.

- 까가각!

완벽하게 피한 건 아니었지만.

살펴보니 스친 오러참에 의해 파워드슈츠에 약간의 균열이 가 있었다.

관절 같은 약한 부위에 정통으로 맞았다면 장갑을 꿰뚫었을지도 몰랐다.

“역시 위관급 파워드슈츠 장갑만으로는 오러를 완벽하게 막아낼 정도는 아닌 건가.”

[손상율 23%. 같은 부위를 계속 공격받으면 확실히 파손될 겁니다.]

“스쳤는데 이 정도인가. 오러라는 게 확실히 위력은 제법인걸.”

태연한 김검천의 말에 테이룬이 어이가 없는 듯했다.

“직격은 아니라지만 오러에 맞았는데 고작해야 그런 감상이라니? 오러는 세상의 어떤 것보다 강한 힘 중에 하나다!”

“충분히 놀라고 있는 건데? 사람이 만들어 낸 힘만으로 내 파워드슈츠를 이렇게 만들다니.”

테이룬이 검을 곧추세웠다.

검에 서려 있던 오러가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응집되어 있던 마나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그러면 더 놀라게 해주지. 오러는 마나의 극에 달해야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나?”

“그 말은 귀가 아플 정도로 들었지. 그리고 지금 그 위력도 체감했고.”

“그게 끝이 아니다. 마나의 정점에 도달했다는 건 자신에게 맞게 변형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니까. 이렇게!”

푸른 보석 같은 오러의 빛이 불꽃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와서 마나 플레임 소드를 사용할 작정인가?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말하자면 이건 오러 플레임 소드라고 할 수 있지. 그것보다 훨씬 뜨겁고 위험하거든.”

테이룬의 말이 끝나자 타오르던 푸른 오러가 붉은색으로 변해갔다.

테이룬이 오러 플레임 소드를 옆을 향해 채찍처럼 휘둘렀다.

- 화르륵.

휘둘러진 방향에 있던 나무들이 불타오른다 싶더니 그대로 재로 변해 바람에 날려갔다.

강하지만 단순하기 짝이 없던 오러의 힘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테이룬이 불타는 검을 든 손을 김검천을 향하며 입을 열었다.

“그러면 2차전을 시작해 볼까?”

“찬성이야. 오러를 맞아보았더니 나도 슬슬 제 실력을 발휘해보고 싶던 참이었거든.”

그 말에 반응하기라도 한 듯이 김검천의 가슴 부위에 있는 에너지 반응로가 빛을 더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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