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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51화 (51/250)

51화

테이룬이 검을 내밀자 주위로 뿜어져 나오던 오러의 불꽃이 검신을 덮었다.

당장이라도 폭주하려는 오러를 제어하던 테이룬이 천천히 김검천에게 말을 건넸다.

“원래는 전쟁터에서 다른 나라의 마스터 나이트를 만나면 사용하려고 했던 기술인데 네 녀석이 첫 번째가 될 줄이야.”

“영광이라 해야 하나? 네 첫 번째는 내가 가져가게 되었으니까.”

“뭐든 첫 번째는 기억에 남는 법. 그렇기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지. 오러의 불꽃이여!”

테이룬이 검에 뭉친 불꽃을 휘둘렀다.

오러를 변환하는 데 힘이 들어서인지 오러섬은 물론 오러참에 비해서도 느린 공격이었다.

문제는 한번 휘두르는 것으로 불꽃이 미치는 범위가 10여 미터를 뒤덮고 있었다.

김검천이 뜨거운 열기에 노출된 얼굴 부위를 가리며 말했다.

“저런 공격이라면 가까이 다가서기가 힘들어. 미리내. 남은 원거리용 실탄 무기는?”

[유도형 미사일 한 발과 숄더 캐논 정도입니다.]

“미사일 발사는 네게 맡기지. 숄더 캐논 모드로.”

- 키잉. 철컥.

김검천의 왼쪽 어깨 위로 자동 모드가 적용된 미사일이 올라왔다.

그와 동시에 오른쪽 어깨 위로 파워드슈츠의 장갑이 뭉치기 시작했다.

장갑은 곧 2개의 포신을 지닌 작은 포탑으로 변형되었다.

김검천이 불꽃을 피하는 움직임에 맞춰서 포탑은 자동으로 테이룬을 겨냥했다.

김검천의 시선과 연동되어 있는 무기였기에 눈길이 닿는 곳이 곧 과녁이었다.

“미리내, 포탑 탄약의 종류는?”

[폭발형이라 파괴력은 좀 약하지만 적도 마나 보호막을 사용 못 하니 충분할 겁니다.]

“그렇다면 확실히 명중률이 높은 폭발형이 낫지. 미사일에 맞아서 문제가 생긴 건가. 역시 군용 물품은 일단 튼튼하고 봐야 한다니까. 포격 개시. 연속 발사로!”

- 쾅! 쾅!

포신으로부터 작은 불꽃과 함께 첫 번째 포탄이 발사되었다.

그 뒤를 이어 다른 포신에서 1초도 되지 않아 테이룬을 다시 포격했다.

암건과 같은 폭발형의 탄약을 사용했다지만 위력은 전혀 달랐다.

숄더 캐논은 몇 발의 포탄만으로도 트윈헤드 트롤 정도는 박살 낼 수 있는 것이다.

미사일과 달리 직선 방향에서 날아드는 공격이라 테이룬도 눈치챈 모양이었다.

테이룬이 검을 들어 포탄을 향해 화염을 뿜어내었다.

“화염으로 포탄을 녹여버릴 작정인가?”

[폭발형 포탄은 불에 터진다는 걸 모르나 봅니다. 표적 포착. 미사일 발사.]

- 슈욱.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한 미사일이 포탄의 뒤를 이어 테이룬을 향해 날아들었다.

설사 테이룬이 운 좋게 포탄으로부터 살아남는다고 해도 미사일은 버틸 수 없을 것이었다.

오러의 화염이 밀려들자 포탄은 잠시 멈칫한다 싶더니 눈부신 섬광과 함께 폭발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폭발은 테이룬을 덮치는 대신 제자리에서 침묵을 지켰다.

- 쿠우…

거의 동시에 폭발한 다른 포탄도 상황은 비슷했다.

포탄의 폭발은 테이룬이 뿜어낸 불꽃 주위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뒤이어 날아든 미사일 또한 폭발은 했지만 테이룬에게 피해를 주지는 못했다.

소용돌이치는 오러의 불꽃이 그 어떤 것도 테이룬을 공격하는 걸 용납하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오러의 불꽃은 포탄과 미사일의 폭발을 영양분 삼아 더욱 덩치가 커진 듯했다.

김검천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저 화염 오러에는 실탄 계열 무기가 소용없을 것 같이 보이지?”

[현재 있는 장비로는 그렇게 확인됩니다.]

“없는 건 생각해도 소용없지. 안 되겠군. 에너지 장비는 동력을 소모해 자제하려 했는데.”

테이룬은 폭발로 인해 증가한 화염을 사방에 흩날리며 김검천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테이룬이 보기에 김검천이 등을 돌린 채 도주할 성격은 아니었다.

도망치지 않은 한 이 화염지옥에서 벗어날 길은 없는데 말이다.

그가 다가올수록 김검천의 얼굴과 파워드슈츠도 점차 뜨겁게 달아올랐다.

테이룬이 입을 열었다.

“고맙구나. 김검천. 네가 공격한 힘으로 다시 당하는 느낌이 어떤가?”

“솔직히 놀랬다. 폭발에 의한 불꽃도 오러의 힘으로 흡수할 수 있는 줄은 몰랐거든.”

“너 같은 상대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기쁜데. 특히 오러를 불 속성으로 바꾸었기에 폭발마저도 이 검을 벗어날 수는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지.”

“그것 외에도 알게 된 게 있는데? 일방적으로 공격한 네가 오히려 힘들어하고 있으니까.”

- 치이익.

테이룬의 이마로부터 솟아난 땀이 바로 증발해 버린 게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김검천만 테이룬의 불꽃에 영향을 받는 게 아니었다.

오러의 화염은 자신을 만들어 낸 테이룬도 잡아먹으려고 드는 것이었다.

모든 것을 불태워버리려는 불꽃은 먹잇감이 누구라도 상관하지 않은 것이다.

자신도 실시간으로 타격을 입고 있던 테이룬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들켰나? 불을 다룰 때 신중해야 하는 이유가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거지.”

“그만큼 다루기 힘든 힘이긴 하지. 널 위해서라도 그만두는 게 좋아 보이는데?”

“아직이다! 네가 죽는다면 그때 가서 그 조언에 따르도록 하지!”

테이룬이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오러의 불꽃은 점점 덩치를 불려 나가고 있었다.

그런 만큼 피했다고 생각해도 예상하지 못한 부위에서 불꽃에 의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었다.

실드를 쓰기 힘들었기에 장갑이 없는 얼굴에 대한 방어도 주의해야 했다.

김검천이 오러의 화염으로 달아오른 얼굴로 입을 열었다.

“미사일에 죽을 뻔한 답례라서 그런지 꽤 열정적인 보답을 하는 중이잖아?”

[경고. 파워드슈츠 전 부위에서 지속적인 화염 피해가 발생하는 중입니다.]

“이 파워드슈츠라면 이 정도 온도에는 아직까지 별 피해가 없어야 하잖아?”

[마나에서 파생된 화염이라서 그런지 온도가 아닌 다른 쪽의 타격이 있는 모양입니다.]

“과연 마스터 나이트답게 마나를 다루는 것만큼은 인정해 줘야겠군. 그러면 누구의 불꽃이 더 셀까? 쿠퍼! 지금보다 더 물러서라!”

[특수형 화염 방사기 선택. 초고압축가스 연결.]

김검천과 테이룬이 붙었을 때부터 생각보다 더한 위력에 몸을 사리던 쿠퍼였다.

김검천이 화염 방사기를 쓰려는 듯 하자 기겁을 하며 근처에 있는 구멍 속으로 몸을 날렸다.

쿠퍼가 사라지자 김검천은 그대로 화염 방사기를 발사했다.

- 푸화학.

테이룬은 느닷없이 김검천이 팔 부근에서 화염을 뿜어내자 당황하는 눈치였다.

“암건과 미사일이라는 괴상한 공격 말고도 불꽃까지? 도대체 네가 못하는 건 뭐냐?”

“못하는 것 빼고는 전부 다 할 줄 알지. 그래서 내 화염의 맛은 네 입맛에 어떤가 모르겠군.”

“놀라기는 했지만 부족한 맛이다! 오러의 화염도 제어하는 게 이 몸이다! 오러를 능가하는 힘이 아니라면 이런 단순한 불꽃 따위를 처리 못 할 거 같은가!”

양손으로 검을 무서운 속도로 돌리던 테이룬이 외쳤다.

허세를 부리는 게 아니라 실제로 화염 방사기의 불꽃은 검 한 자루에 막힌 채였다.

그와 반대로 검에서 분출된 화염은 점점 주변을 침식해가며 김검천을 공격해 나가고 있었다.

미리내가 김검천의 상태를 분석했다.

[경고. 1도 화상 발생. 피부에 물집 증가. 나노 머신으로 치료 중입니다.]

“화염 방사기의 불로 테이룬에게 힘을 더해주려고 했는데 소용없었군. 생각보다도 테이룬의 실력이 좋았던 모양이야.”

[오러의 화염에다가 화염 방사기의 불을 더해 테이룬을 자멸시킬 작정이셨습니까?]

“화염 방사기 정도 화력으로는 무리였던 것 같지만. 괜히 힘만 더해준 셈이 되었군.”

이제는 불꽃이 닿지도 않은 거리인데도 화상을 입고 있는 중인 김검천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테이룬이 쓰러지는 것보다 김검천 함장님이 당할 수도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는 나노 머신도 한계가 있으니까. 이건 가능하면 꺼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예열하던 에너지 반응로의 상태는?”

[출력 전개 완료. 다음 단계로 이행합니까?]

“승인한다.”

미리내와 대화 중인 김검천을 향해 테이룬이 점차 다가오자 열기가 심해져 갔다.

위력이 증폭됨에 따라 불을 다루는 테이룬의 피부마저 열기로 화상을 입은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테이룬은 자신이 상처 입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오러의 불꽃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끝을 볼 작정인지 검에 서린 화염은 점점 그 크기를 더해가고 있었다.

“죽기 좋은 날이지 않나? 김검천?”

“가능하면 긍정적인 말이면 좋겠군. 좋은 말만 하고 살아도 다 못하고 죽는 세상이니까.”

“그래서 그대로 죽을 생각인가?”

“무슨 소리를. 이런 정도로 죽어버린다면 다른 사람들이 날 용서하지 않을걸.”

- 휘익.

김검천의 손목 부근에서 가는 금속 전기 채찍이 테이룬을 향해 튀어 나갔다.

유연성을 중시한 재질이기에 불꽃 방어를 뚫지 못하고 그대로 녹아 버렸다.

김검천이 고개를 흔들었다.

“역시 근거리 무기만으로는 저 화염을 뚫기 힘드네.”

[정밀한 무기라서 내구도가 강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강화 금속입니다.]

“사람은 그보다는 약하지. 그래도 실드만 사용할 수 있었다면 근접전으로 승부를 냈을 텐데.”

[실드로도 테이룬이 쓰러질 때까지는 저 불꽃을 막을 수 없다는 예측 결과가 나왔습니다.]

“방어만 하고 있다면 그렇겠지. 난 이번 공격이 끝날 때까지 실드가 버티기만 하면 되거든.”

그때 김검천의 파워드슈츠 가슴 중앙의 에너지 반응로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눈앞에서 사람이 접하면 실명할지도 모를 정도로 강렬한 빛이었다.

[완료. 에너지 반응로 전개.]

“마침내!”

미리내의 말에 따라 에너지 반응로에서 빛의 덩어리가 솟아올랐다.

김검천은 그것을 한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빛의 덩어리는 손안에서 점차 그 빛의 세기를 더해갔다.

김검천이 벗어나려는 빛의 덩어리를 겨우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

“이제 내 차례로군. 손에 있는 1차 문양을 개방한다.”

[문양에 집약되어 있는 나노 머신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합니다. 에너지 반응로 결합 중.]

에너지 반응로에서 빛의 가지가 뻗어 나오더니 오른손의 장갑에 스며들었다.

쥐고 있던 손으로부터 빛이 새어 나왔다.

손에 떠오른 1차 문양이 장갑 밖으로 보일 정도로 강렬한 빛이었다.

“저건?”

테이룬이 심상치 않은 모습에 김검천을 향해 급히 불꽃의 검을 찔러 넣었다.

김검천을 말려 죽이려고 했던 지금까지의 행동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오러의 불꽃은 피하려는 움직임이 조금도 없는 김검천을 그대로 덮쳤다.

- 화르륵.

불꽃이 김검천의 신체를 조금도 남김없이 덮은 채 타올랐다.

사람의 형체로 솟아오른 불꽃을 보며 테이룬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해치웠나?”

말을 그렇게 했지만 검에 서린 오러의 불꽃은 그대로 유지한 상태였다.

테이룬의 본능은 여전히 위험을 알리고 있었으니까.

근처에 있기만 해도 화상을 입을 정도로 강력한 불꽃이었다.

원래라면 오러의 화염을 맞는 즉시 녹아 사라지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거기다 원래 세상일은 나쁜 예감이 잘 들어맞는 편 아니겠는가.

- 펑! 치익.

터져 나온 불꽃이 주변을 휩쓸었기에 테이룬도 어쩔 수 없이 막아내는 데 집중해야 했다.

그리고 불길한 예상은 현실이 돼버렸다.

비산하는 불꽃 속에서 김검천이 별다른 피해 없는 모습으로 걸어 나온 것이다.

“아깝군. 테이룬. 적어도 해치웠다는 말은 안 했어야지.”

[기대를 하기에는 충분했으니까요. 실드나 장갑도 충분히 파괴할만한 위력이었습니다.]

“동력원의 에너지가 한곳에 집중되어 있는 이건 못 뚫었지만. 무기 발동 전까지 1회용이라지만 실드보다 방어력이 높거든.”

[실드는 동력원의 에너지를 쓰지만 이건 동력원 자체를 가져다 쓰는 셈이니까요.]

“그래서 여러모로 파워드슈츠에 무리가 가서 쓰기 힘들지. 제어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다만 그 위력만큼은 기대해도 좋을거다!”

김검천이 천천히 손을 폈다.

손바닥 위로 맑고 투명한 빛의 육각형의 큐브가 보였다.

그와 반대로 파워드슈츠의 에너지 반응로 빛은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이 큐브야말로 그가 현재 운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정화인 것이다.

김검천이 서서히 손을 놓았다.

에너지가 응축된 큐브는 손을 놓았는데도 공중에 그대로 떠 있었다.

김검천이 천천히 주먹을 뒤로 당기며 중얼거렸다.

“반응로의 에너지를 집중시킨 반입자 큐브다. 막을 수 있으면 어디 막아보든가.”

김검천의 팔 쪽 장갑 부분이 개방되며 노즐이 튀어나왔다.

초고압의 가스를 고속으로 분출시켜 주먹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장비였다.

“가라!”

김검천이 반입자 큐브를 향해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가스가 연소되어 팔 부분의 노즐로부터 뿜어진 불꽃이 그의 주먹을 더욱 파괴력 있게 만들었다.

- 파직.

주먹에 맞은 반입자 큐브의 모서리가 부서지며 테이룬을 향해 날아갔다.

그와 동시에 반입자 큐브가 내재된 에너지를 폭주시켰다.

맞으면 죽는다.

테이룬은 날아오는 큐브로부터 죽음의 기운을 느꼈다.

테이룬의 전신으로부터 불꽃이 치솟았다.

죽음을 앞에 두자 생존 본능이 신체에 남아있는 오러의 힘을 남김없이 끌어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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