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56화 (56/250)

56화

잠시 침묵을 지키던 용병 길드 지부 안에서 누군가 호응했다.

“한스냐? 알겠으니 빨리 들어오기나 해!”

한스라고 이름을 밝힌 용병이 사람 좋게 웃으며 김검천에게 말했다.

“공격하지 말라고 말했으니 안심하시고 들어가시면 될 겁니다. 그러면 전 급한 일이 있어서.”

김검천이 그런 한스의 어깨를 붙잡았다.

“어디를 가는지 모르겠지만 우선 여기 일부터 마무리 짓고 가야겠지?”

“제 일은 여기까지 안내한 걸로 다 끝났는데요?”

“아니. 네 일은 우리가 저 안에 들어가야 끝나는 거야.”

한스라는 이름의 용병이 울상이 되었다.

“이건 약속 위반 아닙니까? 죽이시지 않겠다고 하셔놓고.”

“난 안 죽여. 이후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내가 알 바도 아니고.”

“당신 설마 눈치채…”

김검천은 그가 말을 끝낼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나무문을 향해 집어 던졌다.

그다음 순간 나무문을 부수고 들어간 용병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으악! 같은 편이라고, 이 멍청한 놈들아…”

누군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를 들은 세이야가 물었다.

“김검천님. 저게 어떻게 된 건가요?”

“문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용병 녀석들이 불쌍한 한스를 무기로 내려찍기라도 했나 본데.”

“예? 방금 자신이 들어갈 테니 공격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요?”

“세이야.”

“예.”

“네가 집에 들어간다면 들어간다고 주위에 알리면서 입장하지는 않겠지?”

“당연하지요. 아, 설마 한스가 공격하지 말라고 한 게 반대로 공격 신호였다는 말인가요?”

“아닐 수도 있었지. 그러니 그게 공격 신호가 아니었다면 집어 던진 저 녀석은 살았을 거야.”

그 말대로 김검천은 죽일 생각으로 용병을 던진 게 아니었다.

나무로 된 출입문 정도를 부술 정도라면 몰라도.

결국 용병을 죽인 건 공격 신호를 받고 대기하고 있던 동료 용병들인 것이다.

세이야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저 문을 들어가는 순간 무수한 용병들의 공격이 기다리고 있다는 거네요.”

“응? 왜 문을 꼭 들어가야 하는 거지?”

“그거야 문이라는 건 들어가기 위해서 존재하는 물건이니까요.”

“괜찮아. 문이 없어도 들어가는 방법을 이번 기회에 알려주도록 할 테니까.”

김검천이 파워드슈츠를 툭툭 쳤다.

***

길드 지부 안에서 대기 중인 용병들은 어이없이 죽어버린 용병을 보고 투덜거리고 있었다.

문을 박살 내며 들어왔기에 무기부터 휘두르고 보았는데 알고 보니 같은 편이었던 것이다.

“들어오라는 놈은 안 들어오고 왜 이 녀석이 들어오는 거야?”

“한스라는 이름을 댈 때는 들어오는 녀석들은 일단 공격하고 보라는 신호인데.”

“착하게 된 한스는 죽어버린 한스일 뿐이지.”

“웃기지 마. 이 녀석 빚진 돈도 다 안 갚고 죽었다고.”

“하하, 그거 꼴좋게 되었네?”

“너부터 죽여줄까?”

“한번 해보시지!”

말다툼하던 용병끼리 싸우려는 참에 돌벽에 기대어 손톱을 씹고 있던 용병이 끼어들었다.

그는 부지부장의 직책을 가진 용병으로 이곳 용병 지부 서열 2위였다.

“둘 다 죽고 싶냐? 너희들은 입구나 잘 감시하고 있어라. 안 그래도 신경 쓸 일이 많은데.”

“아… 알았어.”

“미안! 부지부장!”

이런 상황에서도 다투던 용병들이 바로 몸을 돌려 지부 입구를 주시했다.

부지부장은 다시 돌벽에 기대며 시선을 돌렸다.

용병 지부 중앙에는 사람들이 묶인 채 모여 있었다.

대부분이 평범한 사람으로 보였지만 갑옷 차림의 용병들도 있었다.

그 용병 둘이 바로 데탈과 내더였다.

그들은 묶여 있지 않는 대신 고문이라도 받았는지 방금이라도 쓰러지려는 모습이었다.

둘을 보며 부지부장이 입을 열었다.

“저쪽은 알아서 할 거 같고. 데탈과 내더. 정말 지부의 규칙을 지킬 생각이 없는 거냐.”

데탈이 말했다.

“누가 이딴 용병 지부의 규칙 따위를 지킬까 봐!”

내더도 소리쳤다.

“맞아! 용병이 규칙 같은 건 지켜서 뭐하게?”

부지부장이 내더를 무시한 채 데탈에게 물었다.

하급 용병인 D급의 내더는 부지부장이 신경 쓸 가치도 없었다.

“데탈. 넌 마나를 쓸 수 있는 A급 용병이야. 그 정도면 용병으로서는 충분히 쓸 만하지.”

“지금이라도 널 따르면 용서해주겠다는 말은 실컷 들었다. 네가 그럴 수 있다고?”

“지부장이 지금 수도에 가 있는 이상 이 몸이 책임자다. 규칙만 지킨다고 하면 용서해주지.”

“일반인을 살해하고 내키는 대로 약탈하는 게 무슨 놈의 규칙이냐! 그러니 용병들이 욕을 처먹는 거지!”

“이제와서 헛소리를. 대부분의 다른 용병도 다 하는 일이야. 너도 깨끗한 몸은 아닐 텐데.”

데탈이 움찔했다.

솔직히 용병 일을 하면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산 건 아니었다.

그래도 뭐든 정도라는 게 있는 법이었다.

“너나 다른 용병들처럼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어!”

“하는 말을 들으니 반성할 생각은 전혀 없네. 그렇게 밑으로 들어오기가 싫은가?”

“네 밑에 들어갈 바에는 차라리 밑 닦는 휴지가 되는 게 낫겠다!”

“그래도 나름대로 지부 서열 3위인 너라서 기회를 주려고 했거늘.”

“그딴 규칙을 준수하려는 네 녀석 밑에서 일할 생각 같은 건 하나도 없거든.”

“너만 한 놈을 구하는 건 이곳에서는 어려운 일인데. 소원대로 넌 죽인 후 닦는데 써주지.”

부지부장이 손톱을 물어뜯는 걸 중단하고 옆에 놓여 있는 검을 높이 들었다.

검 주위로 푸른 마나가 서리기 시작하는 게 그도 A급 이상의 용병인 모양이었다.

부지부장이 이를 드러냈다.

“데탈, 널 죽이고 나서 덤으로 내더도 같이 보내주마. 외롭지는 않을 거야.”

데탈이 소리쳤다.

“죽일 테면 죽여라! 하지만 몸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마음만큼은 어떻게 하지 못 할 거다!”

내더가 옆에서 힘없이 중얼거렸다.

“아니, 몸이고 마음이고 간에 죽는 것도 서러운데 이쪽은 덤이라고. 너무 하잖아.”

목이 잘려나가려는 순간이었다.

데탈과 내더의 두 눈이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일을 본 것처럼 크게 떠졌다.

그 모습에 부지부장이 활짝 웃었다.

“이제 와서 무서워진 건가?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데탈이 더듬거렸다.

“그게 아니라 네 옆…옆에서.”

“옆이 뭐 어쨌다는 거냐. 헉! 이게 뭐야?”

부지부장의 눈도 커다랗게 떠졌다.

자신의 바로 옆에서 사람의 얼굴 모양이 선명하게 새겨지는 중이었다.

그것도 단단한 화강암으로 지어진 건물 벽에서 김검천의 얼굴이 생겨난 것이다.

나타난 김검천의 얼굴이 부지부장을 향하며 입술을 움직이는 순간이었다.

- 쿠쿵.

“으악!”

“켁!”

화강암이 폭발하듯 무너지자 벽 근처에 있던 용병들이 벽에서 떨어진 돌에 깔려버렸다.

가장 옆에 붙어 있던 부지부장은 말할 것도 없었고.

벽으로부터 2미터가량의 구멍이 생기며 거기서부터 김검천이 걸어 들어왔다.

김검천의 주위로 푸른 기운이 어른거리다 파워드슈츠로 다시 스며들었다.

“미리내. 실드 미세 출력 조정 훌륭했어. 내 몸에 딱 맞게 실드를 조정할 줄이야.”

[김검천 함장님의 실력이 없었다면 저 혼자만으로는 못해낼 일이었을 겁니다.]

“이런 걸 보면 실드 입자포도 그렇고 실드를 좀 더 효과적으로 써보는 걸 고려해 봐야겠는데.”

입구의 문보다 더 높고 넓게 난 구멍으로부터 세이야가 따라 들어왔다.

김검천이 입을 열었다.

“어때. 세이야? 역시 문이 없으면 만들면 그만 아니냐.”

“김검천님. 문이 있는데 굳이 벽으로 들어오실 이유가 있을까요?”

“적의 기대대로 움직여 주고 싶지는 않았거든. 녀석들을 봐봐. 어떻게 생각해?”

용병 지부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멍한 표정으로 김검천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이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놀라고 무서워하고 있네요.”

“기선 제압이라는 거지. 벽으로 들어오니까 다들 의표를 찔려서 놀라고 있는 거라고.”

“벽에 깔려서 더 그런 거 같지만요. 앞으로는 저도 벽을 문으로 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음. 훌륭한 자세다. 넌 할 수 있어!”

세이야가 마음을 굳게 다지는 사이 김검천이 데탈과 내더를 향해 아는 척을 했다.

“너희들. 오랜만이군.”

“헉! 김검천! 어째서 이런 자리에?”

“이곳에 볼일이 있어서. 그보다 너희들, 잘 나간다고 했었는데 지금 보니 아닌 것 같은데?”

피투성이의 몸으로 비틀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당연히 나올만한 말이었다.

데탈은 한번 우겨 보았다.

“흥, 부지부장만 아니었다면 이 몸이 이렇게 되었을 것 같나? 너도 어쩔 수 없었을 거라고!”

“부지부장이라는 녀석이 그렇게 대단한가?

“그 녀석은 중급 기사만큼이나 제대로 된 마나 소드를 만들어 내는 실력자라고!”

“그런 대단한 녀석은 지금 어디 있는데? 안 보인다고.”

“그… 그게 말이지.”

데탈의 시선이 김검천의 발밑으로 향했다.

김검천의 발밑에는 벽에서 부서져 나온 돌의 잔해가 널려 있었다.

널려 있는 돌 아래로 데탈이 누군가의 손끝이 슬쩍 삐져나와 있었다.

방금까지 씹은 것처럼 손톱 부분이 엉망인 걸 보니 그가 부지부장인 것 같았다.

데탈이 어색하게 웃었다.

“벽이 무너지는 바람에 돌 아래에 깔려서 그대로 끝장난 모양이네.”

“그러니까 네 말은 내가 이런 녀석에게 당했을 거라고?”

“직접 싸웠다면 모를 일이라고!”

데탈의 억지 같았지만 김검천은 관대히 넘어가 주기로 했다.

그에게 듣고 싶은 건 그게 아니었으니까.

“뭐, 좋아. 그보다 혹시 넌 수도까지의 지리라든지 길드의 업무에 대해 잘 알고 있나?”

“당연하지. 이래 봬도 이곳 길드 서열 3위라고.”

“3위 치고는 아쉬워 보이지만. 아무튼 너만 있어도 된다는 거니 네 주위의 사람들을 데리고 빨리 움직일 준비나 해.”

“어째서?”

“이곳 용병들이 나에게 덤벼들려 하니 거기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빨리 도망가라는 말이다.”

그 말대로 용병들이 손에 무기 하나씩 든 채로 김검천이 향해 다가서고 있었다.

“네 놈이 부지부장님을!”

“부지부장이 칼도 아니고 벽에 깔려 죽다니? 우리 지부의 수치다!”

“방금 전 폭약이라도 사용한 것이냐? 비겁한 놈. 용서하지 않겠다!”

용병들이 알 리가 없었다.

김검천이 그냥 실드를 몸에 두른 채 벽을 몸으로 밀고 들어왔다는 것을.

알았으면 부지부장의 원한이고 뭐고 일단 도주부터 했을 것이다.

김검천도 입 아프게 그런 걸 설명해 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대신 용병 이상의 폭력으로 앞으로 그들이 어떻게 될지 알려줄 생각은 있었다.

그 틈을 타 데탈이 비틀거리면서도 사람들을 챙겨 내더와 같이 구멍 밖으로 빠져나갔다.

“큭, 몸만 정상이었다면 한 주먹도 안 되는 녀석들인데. 내더! 빨리 움직이자!”

“같이 가요. 형님!”

김검천이 세이야에게 말했다.

“세이야. 너도 따라가라.”

“저도 여기서 싸우겠습니다. 방해는 안 되도록 하겠습니다.”

“도망가라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보호하라는 거다. 혹시 다른 용병들이 도망가는 사람들을 덮칠지도 모르니까.”

“그런 말씀이셨군요. 알겠습니다!”

세이야가 빠져나가려는데 용병들이 달려들었다.

“어디를 도망가려고?”

김검천이 용병들의 앞을 막아섰다.

“가는 사람 신경 쓰지 말고 여기 있는 사람이나 신경 쓰시지?”

“비켜라!”

용병이 더 말을 하는 대신 김검천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이제야 여기를 보는구나?”

김검천은 상대의 뜨거운 마음에 답해주기 위해 손바닥을 펴 용병의 따귀를 후려갈겼다.

“케헥!”

용병은 공중을 날았고 그의 부러진 이빨은 주변의 용병들에게 튀었다.

뺨 한 대에 맛이 간 동료를 본 용병들이 그제야 주춤거렸다.

고작해야 뺨을 갈겼을 뿐인데 단련된 용병이 바로 전투 불능이 된 것이었다.

“비켜라! 비겁하게 정면으로 승부하려고 드니까 그렇지! 저런 녀석도 다 방법이 있다고.”

주춤거리는 용병들 사이에서 용병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용병은 사람 한 명을 끌고 나오더니 목에 단검을 들이밀었다.

사람의 목숨을 이용해 인질극을 시도 중인 것이다.

목에 단검이 닿은 사람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단검을 든 용병이 비열하게 웃었다.

“흐흐, 너 같은 놈을 잘 알지. 정의니 뭐니 해서 남의 영업을 망쳐놓는 녀석들 말이야.”

“미안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잘 알던 사이였던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도 판단하는데.”

“아무튼 당장 항복해라!”

김검천이 용병을 내버려 둔 채 미리내에게 물었다.

“혹시나 싶지만 이 안에 용병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더 있나?”

[적어도 이 건물 안에는 없습니다.]

“그러면 한 번에 날려버려도 문제는 없겠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