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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선으로 귀환해서 이세계 최강-58화 (58/250)

58화

데탈이 생각만 해도 끔찍한지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 손에 들린 칼이라도 맞으면 죽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무시할 만한 게 아닙니다.”

“그래도 길을 떠나는 사람이 있을 거 같은데. 하지 말라면 꼭 하는 사람이 있거든.”

“트롤도 잡을 수 있는 기사들이 괜찮다고 길을 가다가 결국 고블린에게 당한 건 이야깃거리도 안 될 정도지요.”

“난 몰라도 다른 사람은 확실히 위험하겠어. 물론 해결책은 있겠지?”

파워드슈츠를 입은 채라면 김검천은 삼일 밤낮을 싸워도 계속 전투가 가능하긴 했다.

하지만 그건 혼자 몸일 때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번에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가야 했기에 다른 수단이 필요한 것이다.

테이룬의 조언대로 이곳 영지의 용병 길드로 찾아온 이유가 그것 아닌가.

데탈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래도 살펴보니 나름대로 물자 공급은 이루어지는 모양이니까.”

“그걸 알아보시다니 대단하시군요. 이런 때를 위한 특별한 운송 수단이 있지요.”

“보통 것과는 특별한 운송 수단인가 보군.”

“완벽하지는 않지만 괴물들과 만나는 횟수를 줄여주거든요. 특히 괴물 재해 기간에는요.”

세이야가 아는 척했다.

“저도 들은 적 있어요. 괴물에게 안 들킬 수 있게 해주는 마법 장비들이 있다고 하더군요.”

데탈이 말했다.

“지부장이 타고 다니는 게 바로 그런 종류입니다. 그런 운송 수단이 없으면 이런 시기에 이동할 생각 같은 건 안 하는 게 좋을 겁니다. 생각해 보니 이상한 점이 있긴 하네요.”

김검천이 데탈에게 물었다.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원래는 괴물 재해 기간이라도 이렇게까지 괴물이 많이 나타나지는 않았거든요.”

“실감은 안 나는군. 난 오히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괴물을 별로 보지 못했거든.”

“마물의 숲 쪽은 예전부터 예측이 가능한 곳이 아니었으니까요.”

“결론은 마물의 숲 쪽을 벗어나면 날수록 괴물이 날뛴다는 말이겠군. 원래 이런 곳인가?”

“원래 재난, 재해가 없던 건 아니라지만 근래 들어 살기가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지부장이 언제 돌아오는지가 더 궁금하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당장은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테우펠 공작이 불렀거든요.”

“그러면 우리는 돌아가 있도록 하지. 이곳에서 그냥 기다리는 건 싫으니. 이걸로 연락해라.”

김검천은 손안에 쏙 들어오는 카드 두께의 네모난 물건을 하나 꺼내 들었다.

이번에 차단문을 열고 살피다 발견한 물품이었다.

누가 취미로 모으던 옛날 군용 장비라 성능은 좋지 않아 김검천은 쓰지 않았다.

프리에게도 하나 주기는 했지만 거리가 너무 멀면 통신이 되지 않기도 했다.

마물의 숲에서 이곳 영지까지는 수단을 강구하면 통신이 될 것 같았지만.

“이건 나와 연락 가능한 군용 폰이다. 이걸 누르고 말을 하면 나와 바로 연락이 가능하지.”

“제법 신기하게 생긴 마법 도구네요.”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하긴 마석이 쓰이지 않은 마법 도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군.”

데탈이 보기에는 이 정도 과학 기술이 들어갔다 해도 충분히 마법처럼 보이는 모양이었다.

데탈이 군용 폰이 신기한 듯 아이처럼 만지작거렸다.

그러다가 데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로 수도로 가시려는 겁니까?”

“테우펠 공작인가 뭔가 하는 녀석의 얼굴 좀 보러 가는 길이지.”

“하긴 김검천님 정도 되는 강자라면 테우펠 공작님의 귀에 들어갈 만도 하겠군요.”

“아닌데? 테우펠 공작이 부른 게 아니라 내가 그 녀석과 볼 일이 있거든. 영주 때처럼.”

김검천이 영주를 어떻게 다루었는지 들었던 데탈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서… 설마? 이 나라 최고 권력자를…”

“그래. 테우펠 공작과 싸워야 할 것 같아 수도로 가려고 너희 용병 지부를 방문한 거지. 음?”

데탈이 갑자기 말이 없어져 보니 얼어붙은 듯 꼼짝도 안 하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데탈을 찔러 보며 상태를 확인하던 세이야가 말했다.

“김검천님. 이 녀석 선 채로 기절했는데요?”

김검천이 테우펠 공작과 싸우면 중간에서 등이 터지게 될 자기 미래가 두려웠던 모양이다.

***

그 무렵 테우펠 공작은 눈앞의 주술사로부터 그동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팔이 하나 없고 온 몸이 엉망인 주술사였지만 입만큼은 멀쩡한 상태였다.

테우펠 공작이 물었다.

“네 말대로면 마물의 숲에서 일을 망친 건 다 김검천이라는 자 때문이로군.”

테우펠 공작이 손가락만 까딱해도 언제든 목이 떨어져 나갈 수 있는 자리였다.

높으신 분의 명령이라면 무슨 일이든 할 것 같은 근위 기사들이 이 장소에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주술사는 더욱더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제가 속해있던 인간 사냥꾼 조직원들은 물론 영주마저도 죽인 녀석입니다. 일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쪽 지역에서는 인간들이 제대로 공급 안 되었다는 건가.”

“예. 거기다 어쩌면 테이룬 경마저 놈에게 당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무서운 놈입니다.”

주술사는 이 나라 최고 권력자인 테우펠 공작을 만난 김에 김검천에 대해 모두 털어놓았다.

물론 김검천을 이 기회에 죽일 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했기에 약간의 거짓말을 섞었다.

그는 김검천만 떠올리면 밤에 제대로 잠을 못 잘 정도로 무서웠던 것이다.

의자에 앉아있던 테우펠 공작이 주술사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주술사. 너 같은 녀석을 직접 만나겠다고 한 건 테이룬에 대한 정보가 있다고 들어서였다.”

“테이룬 경에게 끌려가 길 안내를 맡은 게 저입니다. 그것에 거짓은 없습니다.”

“그건 네 잘린 팔만 봐도 안다. 상급인 근위 기사가 자신보다 더 대단한 실력자가 남긴 흔적이라고 했으니까.”

“제 말을 믿어 주시는 겁니까?”

“덕분에 테이룬과 그곳에 관해 유용한 정보를 듣긴 했군. 그에 걸맞은 상을 내려주지.”

주술사가 그 말에 고개를 들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도 살아남았으니 앞으로도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각오를 다지면서.

그걸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와중에 얻어낼 수 있는 포상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기대되는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도대체 어떤 포상을 내리실 건지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호오, 벌써부터 불안하다는 걸 느낀다니 본능만큼은 쓸 만한 것 같구나.”

“예?”

“준다는 건 이런 상이니까.”

테우펠 공작이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주술사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테우펠 재상님. 죄송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저같이 어리석은 자는 모르겠습니다.”

“괜찮다. 처음 겪은 자들은 다 비슷한 반응이더군. 이건 네 아래를 보라는 손짓이었다.”

주술사가 고개를 다시 내렸다.

단단한 돌로 된 바닥이 마치 늪이나 모래 수렁처럼 변해 자신의 손과 다리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제야 주술사가 힘껏 팔다리를 움직였지만 몸이 바닥으로 가라앉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죽음의 공포 앞에 좌절감을 느낀 주술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도대체?”

“혹시 그동안 궁금해하지 않았나? 너희들이 팔아치운 인간들이 어떤 식으로 사용되었을까 하는 것을.”

“아닙니다. 전혀 궁금하지 않습니다!”

주술사가 미친 듯이 부정했다.

테우펠 공작이 상관없다는 듯 대꾸했다.

“이 몸의 호의를 받아들이거라. 이제 곧 네 눈으로 어찌 될지 직접 목격하게 될 테니까.”

“전혀 알고 싶지 않으니 그저 살려만 주십시오!”

“그건 네가 하기에 달렸겠지. 운이 좋으면 살 수도 있을 테니까. 목숨만큼은 말이야.”

도대체 이 바닥 속에는 무엇이 있다는 것일까.

절대로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 미래를 기다리는 건 끔찍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이제 바닥 위로 나와 있는 부분은 주술사의 몸통과 목 윗부분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육체로부터는 고통 대신 자신의 몸이 아닌 듯한 느낌만이 들 뿐이었다.

주술사는 그것이 더욱 두려워 발악하듯 외쳤다.

“테우펠 공작님! 이게 어떻게 상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까?”

“바로 죽이지 않는 게 상이지. 네 놈이 사실을 말하는 척하면서 거짓말도 늘어놓았다는 걸 모를 줄 알았나?”

“헉!”

“테이룬은 마석의 힘을 회복시키기 위해 리에라는 소녀를 찾아간 거다. 김검천을 만나러 간 건 아니었다는 거지.”

“세상에 그런 힘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요? 말도 안 돼!”

“이제야 좋은 표정이 되었군. 한 나라의 재상을 향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은 듯하니.”

주술사가 필사적으로 결백을 주장했다.

“그래도 테이룬 경이 김검천과 마주친 건 사실입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다만 이 몸을 속이려고 든 것 자체가 큰 죄다. 무엇보다 테이룬은 오러를 쓸 수 있는 왕국 최강의 기사야.”

“그건 저도 압니다만 무슨 상관이라는 겁니까?”

“후, 인간 사냥꾼들이나 영주 따위가 김검천인가 하는 자에게 당한 건 그럴 수도 있겠지.”

“그게 사실이고요!”

“하지만 테이룬은 누군지도 모르는 자에게 당할 정도로 약하지 않다는 거다. 넌 거짓말을 숨기기 위해 다시 거짓말을 한 것이지.”

주술사는 억울했다.

다른 건 몰라도 김검천이 강하다는 사실만큼은 사실이었다.

“믿어 주십시오! 김검천이라는 자한테 테이룬 경도 결국 질 테니까요!”

“죽음을 앞두고도 끝까지 거짓말을 늘어놓겠다는 건가? 하등한 인간이란 추하군.”

테우펠 공작의 빈정거림에 주술사가 갑자기 웃었다.

“푸하하하!”

“뭐가 그렇게 웃기지?”

“거짓말이 섞인 건 사실이야. 하지만 김검천이라는 녀석이 무섭고 강하다는 것도 진실이다.”

“지금쯤이면 테이룬에게 죽었을 녀석의 이름 따위는 몰라도 된다.”

“아니, 테우펠. 넌 김검천을 모르지만 이 몸은 알아. 김검천과 이런 식으로 관련된 이상 너 또한 분명 김검천에게 죽고 말 거다. 그것만큼은 이 몸이 보장할 수 있어!”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런 소리를 한두 번 들어 본 줄 아는가? 아,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에 죽을 거라는 건 좀 신선한 소리였다.”

테우펠이 손가락을 다시 까딱거렸다.

빨려 들어가는 속도는 가속되어 주술사는 어느새 목까지 빨려 들어간 상태가 되었다.

절망감으로 가득 차버린 주술사가 진심을 듬뿍 담은 작별 인사를 시도했다.

“살아서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테우펠. 이 새ㄲ….”

“거기까지.”

주술사는 마지막으로 욕도 다 못 끝낸 채 바닥 속으로 사라졌다.

바닥은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제 모습을 찾아갔다.

일이 끝난 테우펠이 의자에 등을 기대며 천장을 바라보는 순간이었다.

돌로 만들어진 천장이 네모로 반듯하게 잘리며 테우펠 공작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걸 만들어 낸 장본인인 테이룬 또한 테우펠 공작에게로 떨어져 내렸다.

오러가 맺힌 검을 휘두르면서.

“헛?”

“적인가?”

“조심해!”

“오러다!”

호위 중이던 근위 기사 4명이 뛰어오르며 불꽃처럼 일렁거리는 마나의 검을 휘둘렀다.

그들 모두 상급 기사의 증표라는 마나 플레임 소드를 뿜어낸 것이다.

- 쾅!

검이 부딪혔는데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돌 천장이 먼지가 되어 흩날렸다.

검을 마주친 5명의 사람은 각각 다른 방향으로 튕겨 나갔고.

테우펠 공작이 테이룬을 쳐다보며 슬쩍 자신의 머리도 만져보았다.

테이룬이 오러 소드를 발동했는데도 다행스럽게 머리는 아직까지 몸에 붙어 있었다.

테우펠 공작이 입을 열었다.

“살아 있었군. 테이룬 경. 역시 김검천이라는 자에게 죽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말이었어.”

“널 죽이기 전까지 죽을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으니까. 네 목으로 그 저주를 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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